길드.


이 얼마나 멋진 울림인가.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단체를 만들고, 높은 이상을 추구하며 살아간다니.


던전을 돌고, 보상을 얻고, 의뢰를 완수하며. 나의, 우리의, 길드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게되는 그 삶은 얼마나 재밌을까. 분명 하루하루가 보람찰테지.



"..라고 생각했던때가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어? 뭐라 했어?"



사람이 계속해서 말을 하고있건만, 이 아저씨는 귀를 후비적거리며 귀찮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기나 한다.



"아아..!! 정말, 아저씨. 저 힘들다고요오. 저좀 살려주세요 제바알.. 단골 취급 이렇게 할거에요??"


"매번 와서 술주정이나 부리는 단골은 필요 없다."


"..저 상처받았어요. 정말, 완벽하게 상처받았다고요, 제 여린 마음이 갈가리 찢어져버렸다고요 방금.. 어떻게 마크씨가 저에게 이럴수가 있워얽.."



이상하다. 나는 분명 의자에 앉아서 마크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왜 테이블이 올라오는 거지? 헓.. 설마 습격인가!? 왜인지 숨도 갑자기 안쉬어지는 것 같은데..



"푸화아악..!! 허억..허어.. 바..방금 누가 저를 죽이려고 했어요. 마크 아저씨!! 자..자객인가? 블레이드 길드에서 보낸거냐아..?!"



감히, 만년 2등 길드 주제에 매번 소름돋는 눈으로 쳐다보더니, 결국 일을 치르는 건가 싶어 고개를 돌려봤으나, 그 누구도 이쪽을 쳐다보고 있지를 않았다. 아니, 애초에 가게 내에 사람이 없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했다.


"뭐야, 잘못 본건가??"

분명 나를 노리는 자객이 없었음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다시 기쁜 마음으로 행복스파이럴을 돌리려 했지만. 분명 가득 채워져있었어야 할 술잔에 술이 비어있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분명 맥주가 가득 차 있었는데!! 놀란 마음에 주변을 둘러보지만, 내 술을 빼앗아 먹을 사람은 역시 존재하지 않았고, 그에 내 시선은 자연스레 나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마크 아저씨에게로 향했다. 


내 눈을 피하지 않는 그 패기는 인정하지만, 적반하장으로 나를 쳐다보는 그 계획은 좋지 않았다고 아저씨. 나같은 천재를 속이려하다니 100년은 일렀다.



"..정말, 먹고싶었으면 말을 하라고, 아저씨. 아무리 우리 우정이 끈끈하다 한들, 손님껄 뺏어먹으면 보통은 신고한다고요! 하.. 어쩔 수 없내. 아줘씨! 먹고싶은거 있음 말만해요! 제가 다 사줄게! 코카트리스 다리튀김 먹어봤어요?! 그거 사주까?!"


"그.. 흘린 맥주나 쳐 닦고 계속 말을 하건 해라 제발."


"뭐야?! 누가 내 맥주를 이럭케 다 쏟아버린거야?! 아깝게.. 후르릅.."


"..쳐먹지 말고! 닦으라고!!"


"느웱"


아저씨가 던진 수건에 직빵으로 맞아버려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 


뭐.. 그래도 어질러진건 치우는게 사람된 도리이니, 다시금 몸을 가누고 흘린 맥주를 닦아내기 시작했으나. 으으.. 이 아까운걸.. 셰이드가 또 뭐라 하겠지.. 돈 낭비하지 마라고.. 서러워라.


"에.. 옷에도 흘렸었네.. 옷 더럽혔다고 혼나긴 싫으니까.. 읏차.."


물론 품격있는 내가 음식을 흘릴리는 절대 없었겠지만, 지금처럼 누군가가 내 맥주를 엎고 도망가는 경우의 수도 항상 존재했었으니.


나는 옷을 벗고 술을 계속 마셔야겠다는 생각에 일단 황급히 옷을 벗어 내려갔—


탁—


"느에—?"


"..뭐하냐?"


"..옷 벗고있는데요?"


"술집에서?"


"아~ 그걸 걱정하시는 거였구나? 괜찮아요! 저 속옷 입엇서요! 입기 싫다는데 계속 꾸역꾸역 입히는거 있죠?"


그리 말을 해도, 아저씨는 그저 내 손을 잡아채고는 내가 옷을 벗지 못하게 막아버린다. ..혹시 나를 혼나게 하기위한 계략인가? 싶었지만, 아저씨가 그런 나쁜사람이 아닌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엇. 나 속옷 안입었었네."


"미친년아!!"


"으헤.. 근데 어차피 술집에 사람도 없는데, 괜찮지 않을—"


"당연히 안괜찮지! 우리 가게를 문 닫게 할 셈이냐?!"


"헉..그..그정도로 장사가 안됐었어요??"


"아니 그게 아니라..!!"


그 뒤로 아저씨가 무어라 말을 했지만, 나는 저게 나를 걱정시키지 않게 하기위한 아저씨의 따뜻한 배려라는 것을 이미 알고있었다. 어떻게 아느냐고? 그야 나는 천재니까.


그랬기에, 나는 그저 고개를 돌려 뒤를 쳐다봤다. 빼도박도 못할 증거와 함께 선의의 손길을 내뻗는다면, 아저씨도 마지못해 받아줄테니까.


그리고, 역시나.. 가게 내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보통의 술집이라면, 절대로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야.. 지금은 한창 주점이 시끌벅적할 저녁 시간대라고.



아무리 마크 아저씨의 가게가 음식이 더럽게 맛없고,


예쁜 서빙 알바도 없는데다,


 마실건 싸구려 맥주밖에 없는 개 허접 가게인걸 감안해도..


 이건 너무나 비정상적인 풍경이었다.



"어이, 너 뭔가 굉장이 무례한 생각을 하고있는거같은데.. 다시 말하지만 우리 가게는—"


"우아아아앙!! ..아저씨.. 힘들었구나. 말안해도 다 알아..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손님이 하나도 없다니이이... 불쌍해애.. 고생하느라 다 빠져버린 아저씨의 머리카락은 누가 보상해주는거냐고.. 으헣어어엉헝.."


"몇번이고 말하는거지만.. 나는 탈모로 빠진게 아니라!! 내 손으로! 민거라고!"


"그래, 그래 나도 그 마음 알아.. 마지막 잎새 뭐 글런거지?? 암튼 불쌍해애ㅐㅐ"


"진짜 미치겠네.."



보통이면 시끌벅적 떠드는 모험가들로 가득차 후덥지근한 열기마저 불어오는 것이 정상적인 주점이었겠으나, 아무도 없어 썰렁한 바람마저 불어온다. 


그에 더 서글픈 마음이 북받쳐 마크 아저씨를 쓰다듬으며, 그를 위로해줬지만. 


어째서인지 아저씨는 계속해서 나를 밀어내려고만 하니.. 역시 참 부끄럼쟁이였다.


그건 그렇고 정말 맨들맨들하네. 광도 나겠어.. 우히히.



그렇게 한창 마크 아저씨의 머리를 문지르는데, 갑작스레 뒷쪽에서 서늘한 감각이 느껴지기 시작했고, 나는 곧바로 깨달았다. 아, 아까는 그저 블러핑이었구나. 지금이 진짜구나.


내 목을 노리러 온 블레이드 길드의 자객이!! 지금 내 뒤에 있구나아아!!



"죽어라!! 콩 길드의 더러운 자객들앆—"



뭐..뭐지? 머리가 핑핑 돈다. 블레이드 길드 녀석들.. 언제까지나 만년 2등일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강한 녀석을 숨기고 있었다니.. 아무리 내가 술에 취해있다 한들, 상대가 생각보다 너무 강했다.



아니, 잠시만. 내가 술에 취했다고? 아니지 아니야. 나는 절대로 술에 취하지 않아! 이..이건 술이 아니라.. 그저 지옥같은 현실에서 나를 구제해주는.. 그, 그래 신들의 음료라고! 네..넥타르 처럼!!



시선을 올려 자객을 쳐다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시야가 너무 흐릿해.. 하지만, 하나정돈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저것이 지금 나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다는 걸..


그에, 나는 다시금 일어나서 주먹을 내질렀다. 네가 뭔데 나를 불쌍하다는 듯이 쳐다보느냐고, 나는 지금 더할나위 없이 행복한데. 라는 한 알코올 중독자 선배가 내게 알려주었던, 말을 되새김질 하면서 말이다.


"네가 가장의 무게를 알아아아아?!!"


참고로 그 선배는 지금 폭행죄로 기사들에게 연행돼서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이게 수백 길드원들의 밥줄을 쥐고있는 가장의 무게라는 거다아아앗!!!!!"


가장 펀치!!!



이건 무조건 이겼다. 질수가 없다. 서사에서부터, 진실성까지..


만약 피해자의 눈물이 증거다라는 희대의 명언을 내밷으신 분이 지금의 나를 본다면.. 무조건! 내 손을 들어줄정도로 나는 지금에야 비로소 완벽해졌다.


'..지켜봐줘! 노서버씨!!'



"꾸웱—"




* * *



"..정말 죄송합니다. 마크씨. 정말이지.. 드릴말씀이 없네요. 매번.."


"하아.. 아니다. 녀석도 자기딴엔 힘드니까 그런 거겠지. 적당히 애좀 풀어줘. 어떻게된게 나보다 어린애가 나보다 세상에 근심걱정이 많은 것처럼 보인다니까."


"..그게, 저희로서도 노력은 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왜?"


"저희는 단장님께 딱히 부담을 주거나 하진 않거든요. 회계 업무, 서류 작업등도 대부분은 전담 팀이 존재하는데다.. 최종 결제만 단장님이 해주시는 쪽으로 해오고 있으니까요."


"근데, 애가 왜 맨날 죽을둥 살둥 하는거야?"


"정말 이상한 이야기로 들리실 수도 있지만.. 단장님이 도맡아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 누구도 시키거나 눈치를 주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어?"


"물론 일감이 줄어들어 전담 팀의 경우는 좋아하는 분위기지만.. 이렇게 매번 마음고생하시는 걸 보는 저도 참 암담합니다.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요."


"거 참 이상한 녀석이네.."


"..그래서 하는 말이지만, 혹시나 단장께서 여기에 찾아온다면.. 내쫒지 말아주시고, 지금처럼 이야기라도 조금 들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사례는 분명하게 하겠으니. 부디.."


그러면서 여인은 아공간을 열곤 그곳에서 금화 주머니를 꺼내어 테이블에 올려놓지만, 마크는 그저 손사레를 치며 돈을 거부한다.


"..이..이걸로 모자라다면, 두배.. 아니 세배까지는 더 드릴 의향이 있습니다! 단장이 이곳만큼 편히 지내는 곳이 없습니다.. 제발 부탁이니.."


분명히 거절당한 것이리라 생각한 여인은 머리까지 숙이며, 아공간에서 금화 자루를 몇개 더 꺼내놓지만, 그럴 수록 마크는 곤란해하기만 했다.


"내가 이렇게 많은 돈을 가지고, 뭐 저택이라도 사란거냐? 아니지. 이정도면.. 수도에 있는 저택을 사고도 남겠는데?"


"그러니 부디.."


"아서라. 이렇게 많은 돈은 필요도 없어. 이미 은퇴한 나이인데, 이런 돈을 가지고있어봐야 도둑이나 들겠지."


"그렇다면, 저희 길드에서 가게 주위에 호위인원을 배치해드리겠습니다! 금 등급 두명이면, 엔간한 도둑들은 접근조차 못하겠죠!!"


"..하아. 너희 길드는 어떻게된게 상사도 부하도, 이렇게 헛똑똑이들 밖에 없는거냐.. 금화는 필요 없다는거다. 내 가게에 손님이 오는 것인데, 받을 돈은 음식값 말고는 없어!"


"그렇다는 말은..!"


"언제든지 와도 좋다는거다. 대신, 너네 단장은 술 좀 줄여야돼. 스트레스 해소할 방도가 술밖에 없는 꼬맹이라니.. 그거 완전 위험한거 아니냐고."


"…."



아무말없이 마크를 쳐다보는 여인. 그에 마크는 뭐 더 할 말이라도 있냐는 뉘앙스로 그녀를 쳐다보지만, 이내 여인은 웃음지으며 입을 연다.



"역시. 단장님이 말씀하신대로, 상냥하신 분이었군요."


"..ㄴ,내가 무슨. 낮뜨거운 소리하고있네. 나는 점주로서 세팅된 말을 내밷는 것 뿐이다."


"그런가요.. 다음번엔 단장님과 함께 술을 마시러 와봐도 좋을 것 같네요."



그 말을 끝으로 여인은 이미 골아 떨어져버린, 단장을 어깨에 들쳐매고는 나갈 준비를 한다.


"가는거냐?"


"예. 그래도 잠은 길드하우스에서 주무셔야하니까요."


"그래. 다음에 또 와라."


"네. 그리고 이건.. 오늘의 술값입니다."


손에 들고있던 금화자루 하나를 테이블에 올려놓는 여인.


"..걔는 맥주밖에 안마셨는데..?"


"깨져버린 잔의 값과, 수건.. 그리고 전세 비용까지 포함한 것이에요."


"전세비용?"


"마크 점주님. 여긴 수도입니다. 아무리 외곽이라 한들, 이시간대의 술집에 사람하나 없는 것은 기이한 일이죠. 아니, 기이한 일을 넘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누군가가 일부러 손님을 받지 않기라도 한게 아닌 이상은 말입니다."


"난 안받은적이 없다. 그저 손님이 안온거지. 그 녀석 말고는."

"그렇다기엔, 정문의 입간판에 CLOSE라 적혀있던걸요."


"..단골 서비스다."




* * *




이세계 TS 전생으로 두번째 삶을 살게된 주인공이 길드를 차렸는데, 그게 존나게 커져버려서 걍 1등 길드가 되버린거임!


분명 자기는 한게 없는데. 라고 주인공은 스스로를 그닥 쓸모없다 생각하는게 포인트이며, 여러가지 착각으로 자기 굴을 자기가 파는게 특성임.


블레이드 길드조차 주인공은 자신을 암살하려하는 나쁜 놈들이라 생각하지만, 정작 착한 애들임 비록, 그쪽 단장이 주인공을 다른 의미로 노리지만..


"TS미소녀의 자학씬은 낭만이 존재한다!"



그리고 길드를 처음 만들 때 같이 자라온 창단 인원들에게 주인공이 시달리는데, 정작 주인공은 거절을 못하는 성격! 


이런 상황도 연출되는거지.. 참고로 창단인원은 대부분 여자임. 내가 그렇게 정함.


불만이라고? 하아아? TS했으면 백합인건 당연한거잖아?! 



무력수준은 참고로 주인공도 강한편이지만, 창단 인원들 중에서는 하위권!



새벽감성으로 적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