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장인물 다 동급생임.
※ 간혹가다 선생으로 묘사되는 성좌도 있을 예정.
※ 분량은 한편당 3000자 고정
도서관.
아마도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없을 공간이자.. 숨어서 농땡이 피기 가장 좋은 곳.
그건 김독자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의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고요한 도서관
아무리 학교에서 하는 동아리라지만 참 양심도 없지. 어떻게 남는 동아리로 집어넣는다는 곳이 도서관에서 죽치고 있어야하는 도서부일까.
김독자는 오늘도 도서관 한 쪽 구석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 그리고 손님이 찾아왔다.
".. 안녕?"
자신을 부르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김독자가 고개를 살짝 들어 눈을 맞췄다.
렌즈를 낀건지 파란색이 겉도는 눈동자에 우뚝 선 코, 그리고 조금 들어간 보조개가 은은하게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명찰에는 '장하영'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순간 김독자는 예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저기..? 김..독자 맞지?"
"어, 어. 근데 무슨 일이야?"
"아- 그냥.. 매일같이 점심시간 되자마자 사라지길래, 어디가나 궁금해서 따라와봤지."
".... 궁금증 풀렸으면 나가줄래?"
"어.. 어?..."
싸늘한 김독자의 말투에 장하영은 조용히 도서관을 나갔다.
그리고는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려 조용히 정독하기 시작했다.
방금 그가 화낸 이유를 묻는다면.. 독자라면 누구나 공감하지 않을까? 중요한 파트에서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면 어떤 기분인지…
*
[유중혁, 죽다.]
유중혁은 네 번째 죽음을 맞이했다.
이번 죽음은 참으로도 어이없었다.
죽어도 어떻게 저런 개■이코 새끼한테..
하아- 하는 한숨과 함께 눈 앞의 '죽음'은 또 다시 총을 겨눴다.
그래 ■발. 이젠 그냥 쏴라.
탕-
그렇게 유중혁의 다섯번째 삶이 시작되었다.
".. 이번엔 누구야..?"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대충 화장실로 추정되는 곳에 거울을 비춰본 유중혁은 깜짝 놀랐다.
아니… 이게 무슨…?
"내가 왜…"
*
점심시간이 끝나가는 시점, 금발의 소녀가 빼꼼 도서관 내부를 훔쳐보고 있었다.
.. 정확히는 도서관에서 늘 책을 읽는 김독자를 훔쳐보고 있는 것이지만.
아깐 갑자기 쫓아내서 당황했지만, 이번엔 명분이 있기에 자신감이 있었다.
"크흠… 야, 김독자!"
"....."
그녀의 말이 들리지 않는지 김독자는 여전히 책에 머리를 박고 집중하는 중이었다.
꽤 큰 목소리였는데…
장하영은 주먹을 불끈 쥐고 김독자의 곁으로 다가갔다.
안 들으면 들을 때까지 괴롭힌다는 마인드..
"야! 김!독!자!"
"... 또 너야?"
".. 이번엔 책 빌리러 온거다."
"......"
정당한(?) 명분에 딱히 태클 걸 생각도 없었던 김독자는 익숙하게 장하영에게 책을 대출해줬다.
재목이… '구원의 서사'. 아니 무슨 중2병인가?
저런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이거 컨셉인지 진심인지 헷갈릴 정돈데.
"자. 대출됐어."
".. 근데 넌 점심 안 먹냐?"
"내가 가면 도서관 누가봐?"
"다른 부원은 없어?"
"우리 학교에서 제일 인기없는 부인거 모르냐?"
말하면서 김독자도 조금 억울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 부원이라면 물론 하나 있긴 하지만, 그 놈은 정상이 아니니까.. 그냥 나 혼자라고 보는 게 편하겠지.
장하영이 도서관을 나가고, 김독자에게는 또 다시 혼자만의 시간이 찾아왔다.
*
[유중혁, 죽다]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도대체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거지?
이걸로 다섯 번째 죽음.
이제 거의 절반에 가까워진 시점에서 점차 희망이 사라져간다.
… 죽고 싶다.
아니, 이미 죽었는데 또 어떻게 죽어?
차라리 저 '죽음'이라는 놈을 역으로 죽이면..?
애초에 가능할까?
그럼 어떡하자고?
이 짓을 몇번이나 더 해야 하는 거지?
이 짓을 몇번이나 더 해야 하는 거지?
이 짓을 몇번이나 더 해야 하는 거지?
이 짓을 몇번이나 더 해야 하는 거지?
이 짓을 몇번이나 더 해야 하는 거지?
.. 차라리 지금 ㅈ…….
*
퍼억,
순간 강한 타격음이 김독자의 머리 속을 가득 채웠다.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 충격이 느껴진 뒤통수를 부여잡고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참 뻔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발 ■끼가 공 안 가져오고 뭐하냐?"
"....."
"이젠 대답도 안해? 개겨보는거냐?"
"...니야."
"뭐라는거야? 말 똑바로 해 ■신아."
".. 아니라고. 공 가져다줄테니까 그만해."
"하… 이 ■발."
짧은 스포츠 머리에 아디■스 체육복을 걸치고 있는 소년.
곤충도감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종종 저 녀석이 내 천적이라는 존재가 아닐까 싶다.
녀석이 다가왔다.
주먹을 뻗는걸 보니 오늘도 맞으려나보다.
"그만하고 가자."
"... 뭐야."
"야, 점심 시간 얼마 안 남았는데 그냥 반이나 가자."
"..."
"아 빨리-"
"쳇. 너 오늘 운 좋은 줄 알아라."
그대로 송민우와 몇몇 아이들은 반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복도에는 김독자와 한 남자아이만 남았다.
아이는 쓰러져있는 김독자는 일으켜세워 먼지를 툭툭 털어주었다.
"미안. 쟤가 원래 좀 그렇잖아. 앞으로 너 괴롭히려고 하면 내가 도와줄테니까 너무 겁먹지 마."
"...어."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멀어져가는 소년.
김독자는 그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반의 실장을 맡고 있으며 여러므로 선생님들의 칭찬을 독차지하고 있는 정의 그 자체.
딱히 정의로운지는 잘 모르겠지만.
*
'이런 미친….'
괴롭힘 당하고 있는 김독자를 발견한 장하영은 자기도 모르게 숨었다.
송민우.. 여러므로 미친 놈이라고 소문난 녀석에게 다가가서 득볼 일은 없지.
그런데.. 김독자는 예상못했는데..
.. 조금 뒤 시간이 지나고 장하영이 밖으로 나갔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도움의 손길을 내밀듯 장하영이 교무실의 문을 잡아당겼다.
*
그리고 다음 날,
어느 때와 다름없이 점심시간의 종이 치기도 전에 김독자는 도서실의 문을 개방했다.
대출일과 반납일을 알려주는 알림판의 숫자를 바꾸고, 도서실 불을 키고, 창문을 열면 개관 준비 ok.
.. 그리고 느긋하게 책 한 권을 집어들었다.
어제 읽던 ‘곧 죽습니다.’
이제 절반 가까이 온 책이지만 벌써 정이 들었는지 마냥 재밌기만 하다.
"야-"
.. 데자뷰인가?
어디선가 본 적 있는 포즈로 앉아있던 김독자는 언젠가 해봤던 제스처와 함께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눈 앞에는 장하영이 서 있었다.
"... 뭐야, 반납하러 왔어? 그냥 북트럭에 놓고가면…"
"아니, 일하러 왔는데."
"뭐?"
“.. 나도 도서부 가입했거든.”
장하영은 김독자에게 자신이 도서부에 가입했음을 설명했다.
그래도 김독자는 믿지 않으려는 눈치였지만..
몸소 교무실까지야 찾아가본 김독자는 그제서야 장하영의 말에 수긍했다.
“... 자, 이제 믿겠지?”
“굳이 나랑 친해지려는 이유가 뭐야?”
“어? 그야… 재밌으니까?”
“...?”
장하영은 키득키득거리며 김독자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지나갔다.
조금 이상하지만 예쁘다고 생각될 정도의 미소는 뭔가 예뻤다.
그렇게 도서부의 부원이 하나 늘어났다.
★
대충 김독자랑 장하영 친구인거 보고 싶어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