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스트림'의 끝. 멸망의 끝이자 시나리오의 끝.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던 세상이었고, 하루에도 수없는 사람들이 죽어가던 세상의 끝아왔고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었다. 멸망전에는 그리도 지루하게 여겼고, 멸망 후에는 그 무엇보다도 바라던 세계가


그 세계에서, 내가 세운 회사 김독자 컴퍼니는 아직 남은 시나리오의 잔재, 그러니까 괴수들을 해치워가고 정부쪽 인사들과 직접적으로 일하며 다시금 찾은 평화의 세계를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해나아갔다.


뭐.....그렇다고 해도 대표 둘 중 한놈은 테러리스트 되서 사고친 덕분에 수습중이라 공식선상에 나오지도 못하고 나머지 한놈, 그러니까 나는 건강도 안좋아서 지속적으로 설화씨한테 가야하고 요즘 들어서야 겨우 어른으로 돌아와서....


한마디로 도움이 안된다는 소리다. 회사 대표 두놈이 다같이 무능하다라.....


대체 어떻게 굴러가는건지 참으로 궁금했지만, 최근들어 새로뽑은 직원들과 간부진들, 그러니까 시나리오 때 같이 있던 동료들의 다크서클이 미친듯이 진해지고 늘어났기에, 괜히 물어봤다가 정말로 죽을 때까지 잔소리를 들을것같아 지나가던 상아씨에게 물으려던 말을 삼켰다.


다만, 자신이 너무 빤히 쳐다보았는지 상아씨가 먼저 제게 다가오자, 김독자는 밝게 빛났던 얼굴이 어두워져 퇴폐미까지 느껴지는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올것은 잔소리 아니면 없다고 생각해 식은땀을 흘리며 다가오는 그녀를 바라보는 나.


"독자씨....."


"네....네?..."


"잠깐만....기대있어도 될까요...."


"예?"


하지만 들려오는 의외의 말에, 김독자는 당황하여 쓰러지듯 제게 안기는 유상아를 얼떨결에 부축했다.


눈밑에 진한 다크서클과 곧 죽을것과 같이 창백해보이는 그녀의 피부는, 언젠가 설화들이 붕괴해나갔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고


김독자는, 안색을 굳히며 재빠르게 그녀를 업어 그녀의 방으로 달려가 눕혔다.


언제나 남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해갔던, 어찌보면 자신과 가장 닮지만 가장 달랐었던 그녀.


자신이 멸망 때 가장 믿었고, 그렇기에 많은 도움을 받기도 하였던 그녀


아마 그녀가 없었다면 지금의 난 없었겠지. 


뭐 물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래도 뭔가 그녀는 제게 있어 특별했다.


멸망 전부터 알아서 그런가.


별생각을 다하던 김독자는 이내 헛웃음을 하며 그녀에게 이불을 덮혔다.


지금까지 열심히 일해온 그녀에게 자신이 줄수있는, 간략한 선물이었다. 사실 선물이라기엔 양심이 좀 없다고 생각하지만....다시 일을 시작해야지......


기분이 갑자기 암울해지네.....




유상아가 다시 깨어난건, 해가 이미 저문 밤이었다.


"아....."


"깨어나셨습니까?"


"네.....실례 끼쳐서 죄송합니다."


"저야말로요. 요즘들어 너무 일만 시키는것 같아서... 조만간 길게 휴가라도 가야겠습니다. 저도 이제부터 조금씩 일을 시작하려고요."


"뒤에건 안돼요. 독자씨 지금도 건강이 좋지 않은데 더 나빠질려고, 그냥 쉬어요."


"조금씩만 하겠습니다 조금씩만, 대표 두 놈이 일 안하면 어떡합니까?"


"그래도...."


자신을 걱정하는 그녀를 설득해가며 김독자는 오랜만에 그녀와의 대화하는것이 기뻣다. 이야기는 점점 산으로 흘러가지만 뭐 어떤가. 요즘들어 안색이 좋을 날이 없던 그녀가 조금이라도 기분이 좋아보이면 그것으로 족하리


 "이야기하다 보니까 점점 산으로 가네요. 저희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납니다."


"그 때는....독자씨가 참...."


"혼자 떠돌았죠. 회사 안에서 웹소설보고, 회식이나 등반같은 거에도 혼자 빠지고...."


"아...! 그게 아니라...."


"괜찮습니다. 사실인걸요."


뭔가 이야기하며 슬퍼지지만 정말로 사실이었다. 그 때는 혼자 겉돌며 멸살법이 아니라면 삶의 의미도 없었던 시절이었으니까. 솔직히 후회가 없다고는 못해도 많지는 않기에, 그리고 지금은 자신에게 소중한 존재들이 있기에 괜찮다.


"그래도 죄송합니다....안좋은 기억이 있으실텐데."


그리고 지금은 좀 마음을 편하게 가지라고 대화 시작한건데 자신의 말실수 좀 한거 가지고 침울해진 상아씨를 달래야되는게 우선인 것 같으니....


"정말로 괜찮습니다. 그 때는 독자의 삶으로서 살았기에 후회도 없고 지금은 덧없이 행복하니 별로 상관없습니다."


"그러고보니까....지하철에서 만났을 때가 생각나네요. 독자에게는 독자의 삶이, 상아에게는 상아의 삶이 있다고 그러셨잖아요."


".....뭔가 부끄럽네요....."


"음....저는 그 말이 저에게 감명깊게....다가왔던것 같아요. 뭔가 위로도 되는것 같았고...."


"저도 시나리오 진행하면서 상아씨에게 위로받은게 많았습니다. 특히 멸살법을 밝힌 날은....상아씨가 그 때 없었으면 정말 미쳤을지도 모르죠."


"그 땐 독자씨가 많이 힘들어했으니까요....그래도 대부분이 잘 이해해줬으니 그정도까진 아니였을걸요?"


"그래도 그 때 상아씨의 위로가 가장 컷던 건 사실이죠. 다른 사람들의 위로는....아마 그 때에 저에겐 더 큰 죄책감이 들게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후훗. 칭찬들으니까 기분이 좋네요."


"앞으로도 많이 해드리겠습니다."


"음...그러면 독자씨.... 고민상담도....가능하세요?"


"물론입니다.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뭔데 그러시나요?"


"그러니까...음.....좀 부끄럽고 사적인 일이긴 한데....제가 짝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그 남자가 연애 쪽으론 눈치가 없어서, 어떻게 고백해야할지를 모르겠네요.


그 말을 전부 들은 나는 솔직히 조금 많이 놀랐다. 아니, 남자한텐 별 관심도 없던 상아씨가 짝사랑할 정도면 중혁이 뺨 3대는 갈기는 외모여야할텐데.... 아니, 그정도는 아니더라도 일단 인성, 외모, 목소리 3박자는 완벽해야될거라 생각하는데.


설마 그런 남자가 세상에 있을줄이야....역시 살다보면 별일이 다있어.


진심으로 감탄해하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대부분의 남자라면 상아씨가 그냥 고백하면 안넘어올 사람이 없을것같습니다. 그냥 도전해보시는게...."


"으음....그렇다면 하나만 더 물어봐도될까요?"


"네."


"그..... '대부분의 남자'에 독자씨가 포함되나요?"


"....예?"


"그러니까.....독자씨도 제가 고백하면 넘어올거예요?"


".....지....금 이거 고백하시는겁니까...?"


"네."


그리고, 유상아가 말한 그 남자가 자신이라는걸 곧 깨달은 김독자였다.


아니, 솔직히 여친이 상아씨면 최고긴 한데....너무 갑작스러운데?


"....대답....안해주실건가요...?"


"아니....대체 왜 저를요...?"


사실 제일 이해가 안가는건 이거였다. 대체 왜 자신을? 유중혁보다 잘생기지도 않았고, 인성도 별로고, 목소리는....유중혁보단 낫긴 하네. 돈도 많기는 한데 그래도 상아씨가 좋아할 이유는 딱히....


"왜냐하면....잘생겼고, 귀엽고, 그냥 너무 좋으니까?"


그리고 잠시 어색한 침묵이 방안을 멤돌았다.


상아씨도 자신이 한말이 부끄러웠는지 아예 침대에 얼굴을 파묻었으며 나는....그토록 싫어하던 토마토와 닮은 얼굴색으로 변했다고 전하겠다.


그 어색한 침묵이 너무 불편해, 먼저 깨트려버린것은 자신


"어.....근데 제가 연애 이런걸 해본적이 없어서....잘 대해드릴수 있을지....."


"저도 없는걸요....받아...주실건가요?"


"....앞으로 잘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연애고자들의 보는사람이 더 답답한 연애가 시작되었다.


사실 연애라도 할것도 없는게, 대화만 조금 늘어난것 뿐이지 약간의 스킨쉽도 부끄러워가지고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아예 얼굴이 서로 근접하는경우엔 말도 못하고 어버버거리며 얼굴을 붉히는 커플이 그들이었다.


뭐....그래도 3개월간 열애 끝에 결혼까지 골인했으니 그건 축하해야겠지만서도


결혼 후에도 존댓말을 사용하니, 보는 정희원이 답답해서 유상아에게 조언까지 하는 실정이었다.


"그러니까, 독자씨는 밀어붙이지 않으면 자기가 먼저 뭔가 하려고하진 않는다니까요? 상아씨가 밀어붙여야되요. 서로 존댓말하는것좀 바꾸고요! 서로 존중해주겠다는 좋은 취지는 알겠는데 이게 선 긋는 걸로 보일수도 있다구요. 아예 반말을 강제로 시켜야되나....후....어쨋든간에 반말하고 스킨쉽 몰아붙이시고 안된다고해도 긴고아를 사용해서라도 하게 만들어요."


"그...치만....제가 너무 부끄러운걸요....".


"아 내 혈압...."


사실 조언이라기엔 한탄이 섞인 잔소리에 가까웠지만, 틀린말은 아니었기에 유상아는 뭔가 두근거리는 심장을 뒤로한채 귀여운 연인에게로 향했다.



똑똑똑



김독자는 한가하게 웹소설을 읽고있다 들려오는 노크소리에 이설화와 상아씨를 제외한 거의 모든 일행들은 그냥 방문을 부숴버리는듯이 열었기에 둘 중 누가 찾아왔나 짧은 추리를 하며 손님을 맞았고


"...상아씨. 감기 걸리셨어요?"


뭔가 얼굴이 새빨개진채 고개를 푹숙인 그녀를 발견했다.


"저......그러니까.....음.....독자씨....."


손까지 꼬물거리며 말을 더듬는 그녀가 미칠듯이 귀여워 잠시 제 정신도 미칠뻔했지만 정신줄을 잘 잡아 위기를 모면한 김독자는 최근들어 허용범위가 된 손을 맞잡으며 기다렸고


"으....그....저....반말....해주시면 안될까요...."


"허....그것 때문에 고민하신겁니까? 상아....상.......방금 그 말 취소하겠습니다."


곧 생각보다는 별것 아닌 그녀의 요청에 곧바로 반말을 쓰려던 그는, 제 생각보다도 부끄러움이 강했기에 제 말을 취소했다.


"...저....부끄러우시면 못들은걸로 해주셔도 되요.,. 죄송합니다....잊어주세요...."


그 말에, 죄책감이 느껴졌다.


그녀가 바라는데, 그녀를 잘 챙기지도 않았고, 남친의 자격도 없는 내게 그녀가 먼저 다가와주었는데


자신이 부끄럽다는 이유로 들어주지도 않고, 평소에 속도 많이 썩히는 주제에


그녀의 부탁 정도는, 들어줘야된다.


등을 돌린채 나가고 있는 그녀를 잡았다.


그 긴 머리를 휘날리며 돌아보는 제 연인을 포옹했다.


"죄송합니다 상아씨....원하신다면 이제부터 반말할게요."


"아...아니 그렇게까지 안하셔도..."


"미안해 상아야. 용서해줘."


"....그런 얼굴로...말하면.....반칙이예요....아니, 반칙이야 독자야."


"응?"


그리고 곧 김독자는, 새하얗던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그녀에게 깔렸고


"덮쳐도....되지...?"


그녀에게 덮쳐졌다.




에헷. 사실 올리는거 깜빡해서 지금 올림....ㅈㅅ 내일 대신 네개의 글이 올라간다. 김컴 호감도, 여왕님 후편, 어린이날 기념글, 라이트까지. 오늘의 라이트는 이걸로 때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