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허공에서 비유가 튀어나왔다. 뭐, 항상 있던 일이고, 오늘은 예상도 하고있었기에 놀라지는 않았다.

"우리 예쁜 딸이 아빠를 왜 찾을까?"

사실은 답을 알고있었지만, 그냥 물어봤다.
....아마 오늘이 어린이날이라 그러겠지,

"오늘 어린이날이잖아? 그래서 놀러가자고."
"흐음......우리 딸 만 살이 넘어가지 않나? 어린이라고 부르기엔......."

사실이었다. 나만큼은 아니지만, 비유도 시간단층에서 수련을 거듭해왔기 때문에 나이가 굉장히 많았다.

-바앗!

그러자 비유는 평소의 어린 모습이 아닌, 어여쁜 성인의 모습으로 변하였다.

"헤헤, 그럼 이 모습으로 부녀지간에 데이트는 어때? 음, 잘 큰 딸이 부모 효도관광가는건가?"

......누구 딸이라고 농담하는게 날 닮은 듯 했다. 나는 비유의 농담에 결국 쿡쿡하고 웃어버렸다.

"그럼 가는거지? 아싸!"

비유는 내 손을 잡고는 어느새 열어놓은 포탈으로 이끌었다. 딸에게 효도를 받는 기분이 이런걸까, 라고 생각하며 나는 기꺼히 딸에게 끌려갔다.

*

"어? 저거 아저씨 아니야?"

어린이날이라는 명목 하에 길영이와 함께 놀이동산에 왔다. 그렇게 둘이서 놀고 있는데, 줄의 앞에서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어? 형 맞는 것 같은데? 근데 옆엔 누구지?"

나는 튀어나가려는 이길영의 손을 잡아 제지했다.
.....내 손에 땀 나지는 않았으려나?

"아직. 조금 더 지켜보고 수영언니에게 말하자."

아저씨가 수영언니를 두고 바람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우리는 팔자에도 없는 미행을 하게 되었다.

*

"여길.....빌릴....나?"
"에.....빠.....아니죠....ㅋㅋㅋ"

멀리 떨어져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여기 통째로 빌릴 걸 그랬나?
에이, 오빠, 그건 아니죠 ㅋㅋㅋㅋ」

라는 대화를 했다고 유추할 수 있었다. 특히 아저씨 옆에 있는 저 여우년은 사실 수영언니와 필적할 만큼 예뻤다. 게다가 몸매도, 크흠. 수영언니보다는 훨씬 좋았고.

"너 형한테서 느껴지는거 없어? 어? 형 저기 간다!"

난데없이 이길영이 내 손을 잡고 뛴다. 이 간질간질하고 마냥 행복한 이 기분이 아저씨가 느끼는건지, 아님 이길영에게서 느껴지는건지 알 수 없었다.

*

그 뒤로도 아저씨는 그 여우년과 점심도 먹고, 사진도 찍고, 놀이기구도 타고, 커플 팔찌도 사고. 마치 커플들이 할 것 같은 거의 모든것을 하고 있었다.

"말도 안돼. 형이 어떻게....."

이길영의 표정은 계속 어두워졌다. 나도 마음이 착잡해졌다. 어떻게 아저씨가.....

이제는 자연스레 잡고있게된 길영이의 손에서도 실망감이 느껴졌다. '다종교감'의 힘이었다. 이제 우리는 개미나 강아지도 길들이지는 못하지만, 서로를 이해하는것은 가능했다.

-찰칵!

나는 결국 그 둘이 같이 벤치에 앉아, 아저씨가 그 여자의 머리를 다정하게 넘겨주는 모습을 찍어서 수영언니에게 보냈다. 그와중에도 아저씨에게 느껴지는 감정은 죄책감이 아닌 행복이었다.

*

"저년 누구야."

막대한 개연성을 소모해서 여기까지 수영언니, 희원언니, 현성이 오빠가 날아왔다.

"독자 씨가 저럴거라고는.....수영 씨 뭐 잘못한 거 있어요? 아니면 수영 씨가 글만 써서 외로웠나?"
"아니거든! 내가 쟤를 얼마나 잘 대해줬는데."

그렇게 소란스럽게, 우리는 계속해서 그들을 미행했다.

"독자 씨가 저럴거라고는..... 그래도 이렇게 미행하는게  옳은걸까요?"
"현성 씨, 제가 현성 씨를 두고 다른 남자를 만나면 어떤 기분일 것 같아요?"
".......네, 알것 같습니다."

이제는 저녁을 먹으러 가는 둘을 보면서, 우리는 작전을 세웠다.

"바람은 현장을 잡아야해요."
"저녁 먹고 나올때는 어떻겠습니까?"
"좋아. 김독자, 넌 오늘 죽었어."

그리고 한참 뒤, 아저씨가 식당에서 나오자,

"김독자.....?"
"어 수영아? 왜 여기있어?"

일은 벌어졌다. 아저씨에게서는 아직 죄책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현성 씨, 희원 씨, 유승이랑 길영이도?"
"너, 바람피는거야?"

역시 수영언니. 노빠꾸라니까.

"니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수가 있어? 제정신이야?"

아저씨가 수영언니를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다. 그 시선에 상처받은 듯, 눈물을 흘렸다.

"수영아. 얘 모르겠어?"
"내가 그년을 어떻게 알아?"
"얘 비유야;;"

우리 사이에 한순간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아저씨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바앗!"

-펑!

우리 눈 앞에는 익숙한 솜털뭉치가 있었다.

"아, 이 모습으로는 이목이 끌려서 싫은데....."

황당했다. 생각해보니, 밥을 먹고, 놀이기구를 타고, 커플 팔찌를 사는건 부녀지간에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수영아, 내가 널 놔두고 한눈을 팔겠어? 난 너뿐이야."

수영언니는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는지, 아저씨의 가슴팍에 머리를 대고 울고 있었다. 뻘쭘해진 우리들은 눈치껏 자리를 피해주었다.

"언니, 그럼 이제 헤어져요."
"그래, 오랜만에 왔는데 지금이라도 데이트를 할까요?"
"ㄴ.......ㄴ네!"

그렇게 우리는 흩어져 즐겁게 데이트(?)를 했다.

*

놀이동산이라는거,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비유가 이끄는대로 끌려다니면서도,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이 놀이동산 통째로 빌릴 걸 그랬나?"
"에이, 아빠 그건 아니에요. 기다리는것도 재밌잖아요?ㅋㅋㅋㅋ.」

비유와 단 둘이 밥도 먹고, 손잡고 돌아다녔다.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진작 와볼걸, 생각도 해 보았다.

"와....진짜 재밌었다. 그치, 아빠?"
"그래, 다음에도 또 오자."

놀이동산의 분위기에 취해, 어느새 밤이 되어있었다. 퍼레이드를 보기 전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저녁을 먹으며, 비유와 이렇게 이야기 할 것이 많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김독자......?"

적어도, 한수영을 만나기 전까지는 행복했다.

"수영아?"
"너 바람피냐?"

처음에 든 감정은 당혹감이었다. 그 뒤로는 어이가 없었고, 또 왜인지 재밌었다.

"너, 너가 어떻게......"

또 한수영이 질투 비슷핫걸 한다는게 즐거웠다. 그래도 아무말도 하지 않으면 맞을 것 같았기에, 해명했다.

"얘 비유야;;"

그 뒤로는 뭐, 오해가 풀렸다. 질투하는 한수영이 귀여워서, 내 가슴팍에 머리를 대고 우는 수영이를 안아주었다.

"어.....데이트 잘해....아빠?"

비유도 어느새 사라지고, LF9W7F 남은 시간동안 눈이 새빨개진 한수영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수영아, 난 너밖에 없어. 불안해 하지 마."
"흥, 그 잘생긴 얼굴을 보면 안 불안하겠냐고."

귀엽다. 너무 귀엽다. 덕분에, 고민하던 문제의 답을 알 것 같았다. 그냥 저지르자.

"수영아, 그럼 불안하지 않게 우리 결혼할까? 잘생기지도 않았고 결혼은 처음인 주제에 애도 딸려있는 나지만 그래도 결혼해줄래?"
"이 타이밍에 청혼은 치트키 아니야? 이거 클리셰야, 정말......그리고....."

내 볼에, 간질간질한 느낌이 든다. 한수영의 얼굴은 새빨개진 채,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너 잘생겼어. 유중혁 뺨을 15대는 갈길만큼."
"그것 영광이네요, 작가님?"

뭐 어떤가, 행복하면 됐지.

*

"그래서, 진짜 엄마가 됐네?"
"어. 비유야, 이제 내가 니 엄마다?"

행복한 우리 가족이었다.






어린이날을 맞아 한편(그러나 이미 어린이날이 2시간 14분이나 지나있음 ㅎㅎ;;)
퀄은 좀 떨어지더라도 댓글은 달아주면 좋겠어. 욕박아도 좋으니까 댓을 좀.... 그래야 글쓰고 싶어진다.
암튼 봐줘서 고마워. 그럼 마지막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