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나 민간에서 거액으로 의뢰받고 더럽고 위험한 일들을 해결하는 직업이 해결사)
철컥 끼리릭
"흠, 으흠~ 흠~"
조수석에서 콧노래와 함께 무언가가 조립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좋은 일 있으십니까?"
"아, 어제 중혁씨네 팀원분들이 미제사건을 해결했다는 소식 못 들으셨나요?"
김독자는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아, 그거요? 증거 전달한지 일주일도 채 안 지났지 않아요?"
"바로 터뜨리신 걸 보니 꽤 오랫동안 준비하고 계셨나봐요. 아, 그리고 제가 증거 건네드릴 때 현성씨랑 희원씨 표정이 정말 보기 좋더라구요."
"정말요? 어땠나요?"
"날아갈 것만 같은 표정이었어요."
"푸흣,...상상되네요."
조수석에 앉은 유상아와 김독자는 그들을 상상하며 흐뭇하게 미소지었다.
둘은 이 도시의 해결사였다.
해결사들은 청부살인, 증거수집 등등 위험하고 더러운 일들을 의뢰받는다.
하지만 그만큼 따라오는 거액의 의뢰비.
해결사의 등급이 높을 수록 더욱 실력이 좋고 경험이 많기 때문에 더욱 많은 의뢰비가 요구된다.
김독자와 유상아는?
물론 최고등급인 알파등급의 해결사들이다.
그만큼 실력이 좋았고, 심지어 이 둘의 콤비플레이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버리는 수준이었다.
"여기요."
"고마워요. 그보다 내일 비유 유치원 마지막 재롱잔치였죠?"
"네, 비유가 엄청 기대하고 있더라구요."
"저도 기대되네요."
김독자는 차량을 정차하고 유상아에게서 건네받은 총기를 다시 확인했다.
총기의 상태는 완벽했다.
둘은 자동차에서 하차했다.
그리고 조금 허름해보이는 건물로 들어갔다.
"그럼, 시작해볼까요?"
"다치지 마세요."
둘은 작게 고개를 끄덕인 뒤, 행동을 시작했다.
뭐 뭐야! 놈들이다!
악! 어, 어서 알려야! 커헉!......
건물에서 총성과 비명소리가 오케스트라처럼 울려퍼졌다.
둘은 그 속에서 춤을 추듯, 하나하나 총알과 칼을 박아넣었다.
몇 십분뒤, 김독자와 유상아는 건물을 천천히 걸어나왔다. 입고있던 정장과 손에는 피가 조금 묻어있었다.
그리고 김독자는 그런 손을 닦고 휴대전화를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어, 중혁아. 그놈 아무래도 저승에 볼일이 많았나봐? 좀 빨리 가더라."
ㅡ다친 곳은 없나? 지금 이설화가 대기하고 있다.
"에이~ 너 지금 상아씨랑 나 무시하는거야? 이 정도는 산책하는 거랑 똑같지 뭐."
ㅡ그렇다면 다행이군, 돈은 지금 계좌로 이체해주겠다.
"그래, 내가 이래서 경찰중에서도 네가 가장 좋다니까? 아무튼,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객님."
김독자는 능글맞게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드디어 퇴근이네요. 아~ 어깨야..."
"후후, 집에가서 마사지라도 해드릴게요. 어서가요."
둘은 방금까지 사람들을 학살했던 일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태연하게 대화하며 자동차에 올랐다.
.
.
.
잠시 뒤, 그들의 집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자 안에서 우당탕탕하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둘은 다시한번 흐뭇하게 미소지었다.
"...아저씨."
"언니!"
"형!"
아니나다를까, 신발장에는 남자아이 한명과 여자아이 두명이 마중나와 있었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초등학생정도로 보였고 나머지 여자아이는 유치원생쯤 되어보였다.
"""다녀오셨어요!"""
우렁찬 인사소리가 그들을 반겼다.
"하하핫, 그래그래, 다녀왔어요. 우리 예쁜 아이들~"
"사이좋게 놀고 있었니?"
김독자와 유상아는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고 순서대로 꼬옥 안아주면서 회답해주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더욱 신이난 듯 재잘재잘 떠들기 시작했다.
"그래? 길영이랑 유승이 정말 대단한걸?"
"헤헤,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어요!"
김독자의 양쪽 다리에 찰싹붙은 채로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무용담처럼 늘어놓는 이길영과 신유승은 김독자의 칭찬에 헤벌쭉 웃었다.
꼬르르륵......
김독자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울려퍼지자 아이들이 까르르 웃으며 주방으로 김독자를 이끌었다.
"저희가 저녁 차려놨어요!"
"얼른 드세요!"
"정말? 우리 길영이랑 유승이 다 컸네."
그들이 이끌고 간 주방에는 계란찜과 반찬들이 준비되어있었다.
그 정성스레 차려진 식사 뒤로 엉망이 된 싱크대가 슬쩍 보였지만 그건 중요한게 아니었다.
김독자와 유상아는 하루의 피곤함과 스트레스가 순식간에 날아가는 게 느껴졌다.
가장 어린 비유가 도도도 달려가 밥그릇과 수저를 들고왔다.
김독자는 그런 비유의 이마에 입을 살짝 맞춰주었다.
"잘 먹을게, 얘들아."
"기대해도 되지?"
아이들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둘은 계란찜을 한술 떠서 입에 넣었다.
그러나......
"큽......"
"음, 으음......"
"어때요? 완전 맛있죠?"
둘은 힘겹게 미소지었다. 다름이 아니라 계란찜의 간이 이상했다. 마치 소금대신 설탕을 넣은 것 처럼......
"얘, 얘들아, 혹시......설탕을 넣었니?"
"네!"
"왜...그랬을까?"
"독자형 핫초코 좋아하시잖아요! 그러니까 달달하게 설탕을 넣었어요."
"푸흣... 푸하하하하!!"
"큽, 크흠, 흠...그, 그러니? 맛...있구나. 고마워."
당당하게 대답하는 이길영이 너무 귀여웠던 유상아는 웃음이 빵 터졌고 김독자는 힘겹게 대답해주었다.
"다음에도 해드릴게요!"
"아, 아냐아냐 괜찮아, 괜찮아. 다음에는 내가 할게."
신유승이 거들자 김독자는 손사래를 치며 그들을 말렸다.
그렇게 유상아의 웃음소리와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 속 또 하루가 저물어갔다.
.
.
.
"어우......"
"푸흡...괜찮으세요?"
"네...먹을만...해요."
아이들을 재우고 설거지를 한 뒤, 김독자와 유상아는 옷을 갈아입고는 침대에 풀썩 걸터앉았다.
순식간에 초췌해진 김독자가 귀여워보인 유상아는 그런 그의 볼살을 꼬집었다.
"......왜 그러십니까."
"후후, 독자씨가 너무 귀여워보여서요. 그 무섭다는 해결사가 아이들 앞에선 아무것도 못하고 있으니까요."
"상아씨도 마찬가지지 않습니까?"
"당연하죠. 누가 저 아이들을 보고 함부로 할 수 있을까요?"
유상아는 잠시 저 아이들을 처음 만났을 때를 회상했다.
과거, 유중혁 팀에서 비밀스레 의뢰가 들어왔었다. 의뢰는 증거수집 및 현장조사.
김독자와 유상아는 조심스럽게 현장에 도착했다.
인적이 드물 것이라 예상했던 곳에는......
검은 정장을 입은 무리와, 외국인들 처럼 보이는 무리가 있었다.
둘은 침착하게 현장을 주시했다.
그리고, 곧 조폭의 무리에서 3명의 아이가 끌려나왔다. 아이들의 꼴은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있었다.
아무리 살인을 하는 그들이었지만, 의뢰에도 암묵적인 '선'은 존재했다.
가령, 아이들은 건들지 않는다...라던지.
순간적으로 끌어오르는 분노를 진정시킨 둘은, 침착하게 그들을 척살했다.
그렇게, 현장에는 아이들을 제외한 누구도 살아있지 못했다.
한쪽 구석에서 벌벌 떨고있는 아이들을 김독자와 유상아가 진정시켜주었다.
그때만해도 아이들은 다른사람의 손길을 극도로 꺼려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죠. 그러면 안되죠."
"......"
다행히도 여느 또래 아이들과 다를 것 없이 천진난만하게 잘 자란 아이들이었다.
"씩씩하고 건강하게만 자라주면 좋겠는데......"
"독자씨 완전 아빠 다 되셨는데요?"
"그, 그렇습니까?"
"물론이죠."
김독자는 머쓱하게 웃었다.
그런 그를 가만히 바라보던 유상아는 드러누운 김독자 위에 순식간에 올라탔다.
"상, 상아씨?"
"가만히 있어봐요. 아까 마사지 해드린다고 했잖아요."
"마사지가 원래 이랬나요?"
"네, 유상아식 마사지니까요."
"그런것도 있었습니까......"
김독자 위에 올라탄 유상아는 장난스럽게 김독자를 내려다보며 히죽 웃었다.
"정말 상아씨는 못 이기겠네요..."
"진심이신가요? 그럼 오늘부터 제가 이 도시 최고의 해결사네요. 이를 어떡한다?"
"......누가 못 이긴다고 했습니까?"
김독자는 장난스레 웃는 저 유상아를 얄밉게 바라보았다.
곧, 얼굴이 가까워지고 진한 입맞춤이 시작되었다.
"파하......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죠."
"독자씨가 긴건 저도 아는데요?"
"......"
"얼굴 빨개지셨어요, ㅎㅎ."
그들의 밤도 천천히 깊어져만 갔다.
.
.
.
똑똑똑
쿵쿵쿵
아저씨! 언니! 아침이에요!
"음냐......헉, 독자씨! 독자씨! 어서 일어나요!"
"으음? 아, 네!"
둘은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옷을 챙겨입었다.
마치 임무를 나서기 전, 장비를 챙기는 것처럼 순식간에 간단하게 세수를 하고 외출복을 입었다.
그들은 의뢰가 있을 경우에만 활동하기 때문에 느긋하게 껴안고 뒹굴어도 되겠지만......그들에게는 아이들이 있었다.
"늦잠 주무시면 어떡해요!"
"미안하구나, 어서 빵이라도 먹자."
허둥지둥 식빵에 잼을 발라주고 머리를 묶어주는 김독자와 유상아였다.
둘은 어째선지 의뢰보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아침 출근 시간이 훨씬 힘들게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비유 아버님, 오늘 무슨 날인지 아시죠?"
"물론입니다. 비유가 일주일 전부터 자랑해서 모를 수가 없더라구요."
"네~.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비유야 인사드려야지."
"...다녀오겠습니다아."
"잘 다녀와~."
"꼭......오셔야해요."
비유의 유치원 선생님과 김독자는 수줍어하는 비유의 모습에 잠시 웃음이 나왔다.
"물론, 우리 비유를 위해서라면 꼭 가야지요."
비유는 그제서야 베시시 웃으며 버스에 올랐다.
자리에 앉고는 자신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비유에게 김독자는 마주 손을 흔들어주었다.
"......"
김독자는 비유의 천진난만한 미소에 흐뭇하게 미소지었다.
'잘 웃지 않던 아이였는데......다행이다.'
김독자는 오늘 저녁이 기대되었다.
물론 길영이와 유승이를 데려다주고 있는 유상아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비유의 7살 마지막 재롱잔치는 훌륭하게 끝났다.
김독자와 유상아는 무대 위의 비유를 연신 촬영하며 올라가는 미소를 참지 못했다.
"비유 너무 귀엽다!"
"고...고맙습니다..."
유상아가 내려온 비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자 비유는 수줍어하며 대답했다.
그런 모습도 너무 귀여웠다.
그 뒤로, 가족끼리 단체사진을 찍는 시간이 왔을 때, 비유가 둘을 어디론가 이끌고 가더니 선생님에게 아빠와 엄마랑 같이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둘은 놀라 잠시 시선을 교환했고, 곧 웃으면서 비유를 안아올렸다.
잠시 후, 셔터소리가 몇번 찰칵였고 선생님에게 두분 부모님 너무 잘 어울린다는 소리를 들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그럼 저흰 이만 가보겠습니다."
"네! 아버님, 어머님 조심히 들어가세요. 다음주에 보자 비유야."
"안녕히계세요."
유치원을 나온 그들은 차를 몰아 그들의 집으로 향했다.
아이들은 피곤했던지 그새 골아떨어져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자고 있었다.
그리고 유상아는 김독자를 바라보며
"왜 그렇게 웃으십니까?"
씨익 웃었다.
"아뇨, 그냥...저희가 진짜 부부가 되면 어떨지 상상해봤어요."
"이 정도면 식 안올린 부부 아녔습니까?"
"독자씨도 참...저희 일은 어쩌고요."
"그럼 그냥 은퇴할까요?"
이미 둘의 계좌에는 의뢰비로 번돈만 1백억은 넘었다.
애초에 둘의 성격이 검소하기도 했고, 장비나 무기말고는 딱히 쓸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물론 아이들이 생기고 나선 지출이 조금 늘었지만 그게 전부였다.
"이 참에 가상화폐나 한 번 시도해볼까요?"
"차라리 빌딩을 사는 건 어때요?"
"빌딩이라...팔자에도 없는 건물주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아니면......"
그렇게 집으로 가는 동안, 둘은 어떻게 하면 돈을 효율적으로 쓸지 쓸데없는 고민을 시작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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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뒤, 비유의 유치원 졸업식이 끝난 후, 김독자와 유상아는 아이들에게 선물을 하나씩 주었다.
그러나 선물은 편지봉투 안에 담겨져 있었다.
길영이는 문화상품권일까 기대했지만......
"입양......신고서..."
"...정말이에요?"
그 안에서 나온것은 입양신고서였다.
아이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서로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누구 먼저 할 것 없이 김독자와 유상아의 품에 안겼다.
"동의해주겠니?"
"흑...네...백번이든 천번이든 동의할게요."
"울지마렴. 이 기분좋은 날에 왜 울어."
아이들은 소리내어 울었다.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한 비유와 11살의 길영이와 유승이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아빠 엄마라고 불러줄 수 있니?"
유상아가 아이들을 진정시킨 뒤, 기대심에 물었다.
그러자 코를 흥 풀며 우렁차게 "고마워요. 아빠! 엄마!"하고 크게 외치는 그들이었다.
어렸을 적 부모의 얼굴도 모른채 이곳저곳 팔려가며 하루하루 죽어가던 아이들은 마침내 진짜 구원을 만났다.
끝
ㅡㅡㅡㅡㅡ
어제 어린이 날이어서 길영, 유승, 비유가 행복하게 사는 게 보고싶었음
물론 어린이날은 이미 늦었지만 그건 상관없겠지?
암튼 해결사 독자랑 상아는 몇년 뒤, 해결사를 조용히 은퇴하고 결혼식을 올렸음
참석한 건 소식을 들은 유중혁 팀과 해결사 동기 몇명이었기 때문에 조촐하게 진행되었음
항상 부족한 글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