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혁씨, 그거 내려놔요."

 "벌써 24시간이나 못 먹었다."

 중혁이 든 걸 보고 상아가 단호하게 말했다. 중혁이 억지를 부리며 바구니에 냉동 무림만두를 넣었다. 그거에 호응하듯 상아가 무림만두를 집어다가 원래 자리로 돌려놓았다. 예전의 중혁이었다면 억지로라도 사게 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옆에서 자신의 선택을 막는 여자는 본인의 연인인 유상아인데다, 그녀가 사주지 않으면 살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한 때 회귀자로, 패왕으로서 누릴 수 있는 건 다 누리고 살던 과거의 자신과 비교되게 그는 마치 사료를 눈 앞에 두고도 먹지 못하는 처량한 강아지 같이 되어버렸다. 손에는 무림만두 포장지를 든 채 고개를 떨구어 어딘가 귀여운 느낌을 받은 상아가 손을 올려 중혁의 머리를 쓰다듬은 후 그의 손에 들려져 있던 무림만두를 바구니에 넣었다.

 "이번만이에요."

 그러자 중혁이 한 번에 기운을 차려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중혁이 무림만두 밖에 안 들어있는 바구니를 상아의 손에서 넘겨 받았다. 그러자 상아가 그런 중혁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어 주었다. 예전이었다면 손을 잘라버렸을 그가 지금은 얌전히, 아니 더욱 그 손길을 받기 위해 자세를 낮췄다. 그의 뺨이 상아의 머리 정도로 내려오자 상아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는 걸 멈췄다. 중혁이 그 것에 의문을 품을 때 즈음 그의 뺨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촉촉한 감도 있었다. 순간 훅하고 몸이 떠오르는 느낌도 들 정도로 포근한 감각이었다. 아주 잠깐이었음에도 그 감각은 오래 남는다. 이윽고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착각도 든다.

 중혁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자 상아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여기선 여기까지만···읍!"

 그가 상아의 허리를 확 채가듯 잡더니 입을 맞췄다. 평소 침대에서나 하던 그 키스 정도의 짙음에 상아의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이윽고 밀려오는 혀를 본능적으로 섞으면서도 손은 이성적으로 그를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최상위, 아니 웬만한 신화급 성좌들조차 손 쉽게 이길 그를 밀어내는 건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그의 옷을 꽉 쥐는 게 다였다.

 중혁이 아차싶어 입술을 떼자 상아가 추적하듯 까치발까지 들며 그에게 입술을 거칠게 밀어붙였다. 평소의 그 샌님 같던 상아가 아니었다. 순간 당황을 한 그였으나 공격적으로 들어온 입술과 다르게 조심스레 밀고 들어오는 혀를 자신의 혀로 느끼고는 그 혀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5분 가량의 긴 키스가 이어졌다. 주변 시선따위는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둘이서 혀로 밀었다 당기는 줄다리기를 할 뿐이었다.

 그리고 끝내 입술이 떨어졌다. 침으로 이어진 투명한 다리가 끊어지고 둘은 서로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끝내 상아가 중혁의 팔에 팔짱을 끼고는 말했다.

 "도저히 못 참겠어요, 그냥 집으로 가요."

 그러자 중혁이 자신을 당기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멍하니 말했다.

 "하지만 사야 할 게···."

 "나중에 사면 되잖아요."

 그녀의 목소리가 평소와 달랐다. 무언가 유혹하듯 촉촉하고 감싸 쥐는 듯한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중혁은 상아의 진의를 파악했다. 그리고는 그녀가 당기는 방향으로 걸음을 하며 말했다.

 "오늘은 살살 하길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어머, 오늘은 안 재울 생각인데요?"

*

 "후우, 도대체 얼마나 해댔길래 질벽이 다 망가졌어요?"

 설화의 꾸중에 상아와 중혁은 그저 고개를 내린 채 혼만 날 뿐이었다.




개인 사정 때문에 늦었다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