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동거를 한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소나기가 끝나고 후끈한 열기만 남았음에도, 에어컨이 안 달려 있는 내 집에서 그녀는 생활하고 있다. 몇 번인가 돌아갈 생각 없냐고 물어보기도 했지만 그녀는 그저 생각 없다고만 할 뿐이었다. 그런 생활이 일 주일이 지나자 결국 나는 그녀를 받아들였다. 나는 그녀에게 집과 돈 등을 내어주고, 그녀는 내게 노동력을 내어주는 계약 관계지만 말이다. 그녀가 웬만한 사람들보다 집안일 같은 걸 잘 하기도 하고, 어머니 쪽에서 보내오는 돈이 어마어마하기도 하니 내 쪽에선 딱히 문제가 없었다.
"선배, 이번 주말에 선약 없죠?"
유상아가 물었다. 질문은 잘 하지 않던 그녀였기에 의문점이 많기도 했고 무슨 내용일지 궁금하기도 해 읽다 만 책 페이지에서 눈길을 떼 유상아에게 시선을 옮겼다. 유상아가 내 방 문고리에 손을 올린 채 문 벽에 익숙한 듯 기대어 있었다. 내 방에는 눈 길도 주지 않던 그녀였기에 또 새로운 느낌이었다. 그녀가 차갑다면 차갑고, 따뜻하다면 따뜻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순간 뭘 잘못 했나 생각했지만 이내 답을 기다리는 거란 걸 떠올렸다.
"아, 응. 선약은 없는데."
그러자 일직선을 유지했던 입꼬리가 살짝 위로 움직였다. 언제 봐도 그림 같은 미소였다.
그녀가 문을 닫으며 호의를 담아 말했다.
"내일 번화가 갈 테니 준비해두세요."
"···뭐?"
그녀가 내 대답도 듣지 않고 문을 닫아버렸다. 어째서 인지 그 문을 열고 싶진 않았다. 어차피 한가하기도 했고, 공부를 열심히 하지도 않으니 괜찮을 것이란 게 내 생각이었다. 그녀도 여자애기 때문에 화장품이나 악세서리를 사고 싶은 거겠다는 가벼운 생각도 했다.
닫힌 방 문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다시 책으로 시선을 내리 꽂았다. 그녀의 미소가 눈에 아른거린다. 자연스레 올라간 입꼬리와 행복감이 어느정도 섞여 예쁜 빛을 내는 눈동자, 그리고 그 화사함에 눈 앞에서 아른거렸다. 덕분에 독서는 물러간 것 같았다.
*
"선배, 이 반지도 껴봐요."
유상아가 내게 반지를 여러 개 건네주었다. 손가락이 비교적 얇았던 내게 거의 모든 반지가 다 맞았지만 그닥 어울리는 반지는 없었다. 10분간 반지만 고르던 유상아가 아쉬운 듯 진열대를 눈으로 훑다가 액세서리 하나를 보고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카운터에게 말했다.
"이걸로 두 개 주세요."
그녀가 가르킨 물건은 액세서리로서의 예쁨을 잘 머금고 있었다. 반지나, 팔찌 같은 게 아니었다. 작은 나무 조각이 보석인 것 마냥 조각 되어 꿰어져 있는 투박하다면 투박한, 예쁘다면 예쁜 목걸이였다. 돈을 내려는 나를 유상아가 막고는 예전에 내어준, 일종의 용돈을 넣는 카드를 꺼내 결제를 했다. 카운터가 결제를 끝내고 진열대에서 목걸이를 꺼내주었다. 유상아가 그걸 받은 후 빤히 바라보더니 내 쪽으로 시선을 홱 돌렸다. 그리고는 내 손목을 잡고 의자쪽으로 끌어당겼다. 그에 호응하듯 다리를 그녀가 당기는 방향으로 내딛었다.
의자 앞에 도착하자 유상아가 내 어깨에 손을 얹고 꾹 눌렀다.
"앉아봐요."
그녀의 말에 따라 의자에 앉았다. 딱딱한 감각이 좋진 않았지만 참을 만 했다. 유상아가 내 뒤로 가서 목걸이를 내 목에 가져다 댔다. 살짝 살짝 닿는 부드러운 피부와 따뜻한 손길에 정신이 몽롱해졌다. 그 것도 잠시, 금방 그녀가 "끝."이라는 말로 내 정신을 깨웠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유상아가 자리에 앉았다. 무슨 의미일까 생각하고 있을 찰나 그녀의 손이 내 앞으로 왔다.
"저도 해주세요."
그녀의 손이 살짝 풀리자 예쁜 목걸이가 눈 앞에 나타났다. 나는 그걸 받아서 그녀의 뒤로 돌아갔다. 유상아가 긴 머리카락을 밑에서부터 올려 희고 얇은 목을 보여주었다. 코 끝을 스치는 샴푸향이 좋은 기분을 내게 만들어주었다. 목걸이를 만져보는 것도, 심지어 누군가에게 채워주는 건 또 처음이었다. 나는 받은 목걸이를 그녀의 목에 둘렀다. 살짝살짝 손에 닿는 감각이 꽤나 부드러웠다. 어찌나 부드럽고 연한 피부인지 닿자마자 소름이 오소소 들기까지 했다. 겨우 목걸이를 다 채우고 줄을 놓자 유상아가 더듬더듬 자신의 목을 감싼 목걸이를 만져보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내 쪽을 보고 평소보다 해맑은 미소를 보였다.
"만족스러운 목걸이네요."
"정말 이런 걸로 괜찮겠어?"
"이거 진짜 예뻐서 좋아요!"
나는 가슴께에 위치한 나무장식을 보았다. 투박하고, 비싼 감이 없는 염색도 되어 있었기에 이게 맘에 드는 게 맞을까 싶은 의문이 들었다. 거기다 이걸 내 것까지 산 게 조금 걸리기도 했다. 떄문에 당사자인 그녀에게 물어봤지만 그저 '방세의 일부' 라는 말이 돌아 올 뿐이었다. 길게 생각하고 그러는 건 내게 맞지 않았기에 그냥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이제 어딜 가야 할까 고민하던 내게 유상아가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그 것에 반응 해 그녀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옅은 미소를 띄며 물었다.
"떡볶이, 좋아해요?"
떡볶이, 먹어 본 적은 별로 없다. 분식을 하고 그럴 겨를도 없었고, 어머니께 돈을 받기 전, 그니까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 때는 돈도 부족했다. 돈을 받기 시작했을 때는 그런 걸 먹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맛을 모른다. 하지만 깊은 뇌 속에 남은 기억으로는 싫어하진 않았던 것 같다.
"싫어하진 않아."
"그럼 먹으러 갈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