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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숙소로 올라가 이지혜를 방에 눕히고 나도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는 아직도 불이 켜져 있었다.
방 안에 놓여진 작은 책상, 그 앞에 놓여진 작은 의자에 누군가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조용히 다가가 말을 걸었다.
"아직 다 못 쓴 거야?"
그리고 그 '누군가' 는 화난 듯한 말투로 말했다.
"소설은 다 썼고, 여기 앉아봐. 김독자."
불길하다.
"수영아, 왜?"
"몰라서 묻는 거야 진짜? 뒤질래?"
한수영은 그 한 마디를 던진 후 말을 멈췄다.
잠시 고개를 숙였다 다시 올린 그녀의 눈에는 작은 물방울 하나가 반짝였다.
"어떻게 날 두고 바람을 필 수가 있어?"
"어?"
"대답해 봐. 김독자. 당장 헤어지고 싶지 않으면."
당연히 나는 바람을 핀 적이 없었기에 우물쭈물댈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한수영은 내 행동을 변명조차 포기한 것으로 받아들인 게 분명하다.
"하... 너 진짜 나랑 그만하겠다는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럼!!! 그게 아니면 뭔데 김독자 이 개새끼야!!"
머릿속이 하얘졌다. 마치 주마등처럼 지난 일들을 머릿속으로 훑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바람을 핀 적이 없었다.
"수영아."
"뭐."
"나 바람 핀 적 없는데?"
"하… 바람 핀 적 없다고? 끝까지 거짓말하는 거야? 정 떨어진다 진짜."
"진짜 없어."
"그럼 이건 뭔데?"
자신의 노트북으로 다가간 한수영은 녹음 파일을 하나 틀었다.
"…아저씨 첫사랑이 누군데?..."
"….너…"
한수영의 노트북에서 흘러나온 대화는 방금 전, 지혜와 내가 나눈 대화였다.
"이래도? 이래도 바람 핀 적이 없어?"
한수영이 따져 물었지만, 내 머릿속엔 방 안에서 소설을 쓰던 한수영이 저걸 어떻게 알았으며, 저 내용이 어떻게 녹음이 되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맴돌았다.
"수영아."
"더 할 말이 남았나 봐?"
"저건 그냥, 중학생 시절 내 첫사랑 얘기야. 옆방에서 자고 있는 이지혜가 아니라, 천재 미소녀 작가 한수영이 쓴 멸살법의 등장인물 이지혜."
"그럼, 지혜가 고백한 건 왜 거절 안 한 건데?"
대체 한수영이 저걸 어떻게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걸 신경 쓸 때는 아니지.
"이지혜가 저 말 하고 나서 바로 잠들어서 그래. 당연히 이지혜가 깨어 있었으면 거절했겠지."
"진짜?"
한수영은 아직도 화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약간은 표정이 풀린 듯했다.
"그리고, 내 옆에 나만을 위해 소설을 써 준 천재 미소녀 작가가 있는데 내가 어떻게 한눈을 팔 수 있겠어."
한수영의 얼굴이 살짝 빨개졌다. 아무래도 기분이 거의 풀린 모양이다. 안도감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오해할 만 하긴 했네. 내가 미안해, 수영아."
"...워"
"뭐라고?"
"고마워."
"뭐가 고마워?"
"그냥… 별 일 아니었는데도 화낸 거 내가 잘못한 건데 내가 화내는 거 받아줘서..."
둘이 있을 때 한수영은 참 귀엽다. 얼굴을 붉히며 고맙다고 말하는 한수영을 나는 말없이 꼭 안았다.
그렇게 한참을 안고 있다가 내가 말을 꺼냈다.
"수영아, 앞으로 이런 일 안 생기게 우리 공개연애 할까?"
"...그래"
한수영과 오해를 푼 후, 달달해진 우리 사이의 분위기를 느끼며 나는 잠에 빠지려 했다.
하지만,
"바로 잘거야?"
"응?"
"아니, 아까 유중혁이랑 이설화도 그렇고, 정희원이랑 이현성도 그렇고 지들끼리 방에 들어가길래."
지금 한수영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남자는 없었다.
"씻고 올게."
휴가의 밤은, 길어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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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보다 분량이 조금 적음. 일단 2편은 계획했던 대로 독수로. 3편은 독수 원하는 전붕이들이 더 많아서 독수로 가고 if로 독혜 엔딩을 쓸 생각임. 아주아주 소프트한 얀데레 한수영을 넣고 싶었는데 생각대로 안 되니까 슬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