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https://arca.live/b/reader/31991421?category=%EC%B0%BD%EC%9E%91&p=1
이번 편은 쉬어가는 느낌이라 좀 재미없다.. 미안
그래도 다음 편부터 본편 시작이니까 많은 반응 해주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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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 구원의 마왕..님?]
무겁게 떨리는 비형의 두 눈
그 까닭이 내 격에 대한 공포인지,
자신의 은인에 대한 공경인지는 중요치 않았다.
비형은 우리를 도울 수 밖에 없으니까.
"도깨비 왕 비형. 우리는 너의 도움이 필요해."
비형은 썬베드에서 내려와 짧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구, 구원의 마왕님 정말 뵙고싶었습니다..!! 마왕님 덕분에
하급 도깨비를 전전하던 제가 도깨비 왕이 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비형. 내 말에 대답이나 해. 우리 세계선을 도와줘."
[도움이요..? 무, 무슨..]
"모르는 척 하지마, 비유에게 다 설명들었으면서"
단호한 나의 어조에, 나의 설화들은 더 강렬히 소리치며 존재감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그.. 그게 아무리 마왕님 부탁이라고 해도.. 세계선에 간섭하는게 워낙 좀..]
"그래서 안돕겠다는건가?"
"도깨비들은 한번 입은 은혜는 절대 잊지 않는다고 했는데, 너는 아닌가보군."
쉬잉 하는 소리와 함께 검집에서 부러지지 않는 신념을 뽑아 들었다.
부러지지 않는 신념에 백청강기의 마력이 스며들었다.
[히익!!]
나는 진언까지 발해 비형에게 물었다.
[비형. 마지막으로 묻겠다. 우리 세계선을 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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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다시 원래 세계선으로 돌아간다?]
비유가 방주의 계기판을 점검하며 물었다.
그 옆에는 바람빠진 풍선마냥 비틀비틀 거리는 비형이 앉아있었다.
[아.. 내 완벽한 노후계획이.. 내 노후계획이..]
흐리머텅한 눈으로 뭐라뭐라 중얼거리는 비형의 모습은
정말 안쓰럽기 그지 없었다.
"야, 뭐야 어떻게 한거야?"
안전벨트를 메고,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한수영이 물었다.
"그냥, 뭐.. 내가 좀 호감상이라..?"
"닥쳐라 김독자."
[자, 다들 잡담 그만하고 이제 진짜 출발한다.]
쿠웅 하는 소리와 함께 방주가 또 다시 하늘 위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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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우우웅
"아 씨.. 진짜 골이 다 울리네"
한수영이 불평하며 방주의 문을 거칠게 열었다.
"야, 비형 빨리 내려!!"
한수영은 밍기적거리는 비형의 한 쪽 뿔을 강하게 움켜쥐고 방주에서 내렸다.
[아!! 아!! 아파!! 아 내가 알아서 내릴게!! 이 못된 악마놈아!!]
한수영에게 끌려가는 비형의 모습을 보고
3회차 세계선의 비형의 마지막이 떠올랐다.
-「네 설화를 끝까지 보고 싶었다.」
무수히 빛나던 밤하늘의 별들,
자랑스럽게 웃고 있던 비형의 얼굴,
피가 흐르던 내 두 주먹들,
그때의 기억들이 감정의 사막에서 하나의 모래폭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아빠.]
내 기분을 헤아린 듯, 비유가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엄마에게 설명 다 해놨으니까, 난 바로 꿈 장악력을 수집하러 갈게.]
"그래.."
비유는 팟 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나는 옷매무새를 대충 정돈하고, 유중혁을 따라 방주 밖으로 나섰다.
"독자씨!"
"독자 형!!"
"아저씨!!"
날 반기는 김독자 컴퍼니의 이들.
하지만 그곳엔 그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무심한 듯 칼을 닦고 있는 고려제일검,
이지혜의 옆에서서 호탕하게 웃음을 내뱉고 있는 해상전신,
이쪽을 보며 손을 흔드는 황산벌의 마지막 영웅과 흥무대왕, 그리고 외눈 미륵,
멀리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두 어머니.
그들 뿐만이 아니였다. 환한 대낮이지만 수르야의 태양 빛을 가릴 정도의
상당수의 성좌가 집 앞에서 자신의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독자 씨!!"
"아, 유상아 씨."
멀리서 상아 씨가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무사히 돌아오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근데.."
유상아는 우물쭈물하며 말을 이어갔다.
"성좌 분들의 소재가 워낙 불분명하고.. 아예 연락을 거절하시는 분들도 많아서.."
확실히 이 곳에 모인 성좌의 수는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 [살아있는 불꽃]이나, [은밀한 모략가] 수준의 적을 상대하기에는 병력이 많이 모자란 편이었다.
"일단은..괜찮습니다. 저희는 적을 쓰러뜨리는게 목적이 아니라, 최대한 버티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일단은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엘과 제천대성, 흑염룡은 아직 균열 속에 있나요?"
"네, 어제 저녁에 무사하다고 연락하셨어요. 아직 전투 중 이실거에요."
"네,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유상아는 싱긋 미소를 보이며 오랜만에 만나 한껏 들뜬 성좌들을 진정시키며, 집 안으로 들였다.
"수영아, 유중혁. 우리도 들어가자."
"그리고 비형, 농땡이 피우지 말고 잘해."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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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래서 내가 그때.."
"어머, 정말요?"
"그렇게 하는게 아니지! 잘 봐, 이건.."
"..."
"..."
정말 많은 성좌들이 모인 탓인지,
큰 집은 정말로 한 시라도 조용해질 틈 없이 저마다의 이야기로 빈 공간을 메우고 있었다.
"제자야."
왁자지껄한 거실 속에서 나를 부르는 한 목소리가 들렸다.
"넌 정말 사고쳤을 때 아니면 연락을 안하는구나"
파천검성의 어깨에 걸터앉은 스승님이 나를 다그쳤다.
"하하.. 제가 좀 바빠서.."
"정말 제자 다 키워봤자 소용이 없다."
다그침과 하소연이 뒤섞인 스승님을 적당히 어루어 달래고,
물을 마시러 부엌으로 갔다.
"얘들아, 괜찮다니까? 내가 주는건 마셔도 돼."
그곳엔 디오니소스가 고등학생이 된 이길영과 신유승을 앉혀놓고, 자신이 빚은 포도주를 권하고 있었다.
'저 미친 성좌가..!'
나는 디오니소스가 신유승에게 건네는 술잔을 낚아챘다.
"유승아, 길영아. 너넨 방으로 올라가 있어"
"네.."
"넵.."
터덜터덜 2층으로 올라가는 신유승과 이길영의 모습,
해상전신에게 자신의 요리를 대접하겠다며 접시를 깨뜨린 이지혜의 모습,
술판을 벌인 디오니소스와 여러 성좌들,
그 중심에서 인상을 한껏 찌푸린 유중혁이 흑천마도를 빼들었다.
"역시 다 죽였어야 했군."
난장판이 된 집 안의 모습은 멸망을 앞둔 이들의 모습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즐겁고, 행복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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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스러웠던 거실에 성좌들이 모두 각자의 자리를 찾아 잠에 든 늦은 새벽,
난 잠이 오지 않아 집 밖을 나서 마당에 있는 벤치에 앉아 서울의 풍경을 감상했다.
"야, 뭐하냐?"
어둠 속에서 후드를 뒤집어 쓴 한수영이 말을 건넸다.
"그냥.. 잠이 안와서, 넌 왜 여태까지 안잤냐."
한수영은 내 옆에 앉은 후, 입에 레몬사탕 하나를 까넣고 대답했다.
"정희원이 영 불안하다고, 불침번 세워서 너 토끼나 안토끼나 감시하래."
"하하.."
내 어색한 미소를 끝으로, 아직 쌀쌀한 새벽 바람이 부는 소리만이 나와 한수영의 사이를 채웠다.
병원에서의 일 이후로 연인이 된 나와 한수영.
별이 한없이 우리를 비추던 그 어둠 사이, 맞닿은 두 손에서 한수영의 온기가 느껴졌다.
[스타 스트림]의 신은 나였지만, 그날 밤 나는 신에게 간절히 빌었다.
이 순간이 영원할 수 있게 해달라고, 나의 작은 고집을 그저 들어만 달라고, 나를 포함한 이 모든이가 상처받지 않게 해달라고.
[마..마왕님!! 큰일 났습니다!!]
"독자 씨!! 우리엘한테서 연락이 왔는데!!!.."
하지만 그 소원이 무색하게도, 곧 세상에 멸망이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