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픽 미 업!'과의 크로스 오버







*


"...여기는 또 어디야..."

[최 근다른차 원에많 이가는것같 아?]

"살천성을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40만년이지 났어.]

"..."

[아무 래 도,시 간감 각이무 뎌졌나보네.]

"40만 년이라…. 처음으로 봤던 그 알몸의 남자를 제외하면 이렇게 오래 산 사람은 없겠지?"

[이 번차원에는,있 어.]

"...뭐?"

[어 쩌면,네가`가 장오래 된꿈`의권 능을못쓴다 면,질수 도있는초월 자가있 는세상.]

"...이번엔 얼마나 있어야 해."

[어차 피말해봤 자,시간개념 이이상하니까.의 미없 어.]


내가 혀를 차자, 지하철의 문이 열렸다.


지하철의 문밖으로 발을 내딛자, 차원의 모습이 눈에 보였다.


"...지구?"


내가 도착한 곳은, 평범한 지구였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평범한 인도와, 8차선의 차도.


나는, 평범하게 인도 위에 서 있었다.

물론 허리춤에 찬 칼이랑, 코트는 평범하지 않았지만.


"평범한 지구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

[온 다.]

"뭐?!"


나는 당황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쾅!


무언가가 들이박는 소리가 나자, 나는 왼쪽을 돌아봤다.


"운전은 오랜만이라서 말이지."


그곳에는, 한 남자가 있었다.

스포츠카의 문이 위로 열리자, 최고급 정장을 입고 선글라스를 낀 남성이 차에서 내렸다.


"...암케나?"

"네?"

"아니, 암케나 같은 기운이..."


남자가 그렇게 말하자, 나는 나를 봤다.

대체, 눈앞의 남자는 누구이며, `암케나`는 누구인가.


"뭐야, 왜 너한테서 신격의 기운이 느껴지는 거지?"

"..."


어느샌가, 생글생글 웃고 있던 남자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얼굴이 일그러졌다기 보다는, 그래. 완벽한 무표정이다.


"...내가 없던 사이, 또 다른 신격이 생긴건가? 아닌데, 지구는 그렇게 시간이 지나지 않았을텐데..."


왼손을 입가에 가져다대고, 나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아. 알겠다."

"네?"

"뫼비우스 밖에서 왔구나. 그것도 상위차원에서."

"...무슨 말인지..."


눈앞의 남자는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뫼비우스 밖."


눈앞의 남자는 말했다.


"격도 그런 거 같고. 레벨도 나 정도로 높고, 이름표도 이상하게 뜨네."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 좀."

"네가, 파편을 보냈구나."


남자의 얼굴에는 약간의 증오와, 분노가 섞여 있었다.


"비프로스트."


남자가 싸늘하게 읊자, 무언가가 강대한 격을 가진 존재가 날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은 칠흑의 검이었다.


성급하게 발을 뒤로 빼자, 내가 방금까지 있었던 자리에 검이 박혔다.


-쾅!!


굉음을 내자, 주변 공간이 변함을 느꼈다.


"역시, 너구나. 파편과 결정을 보낸 게."

"자, 잠깐,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 좀..."


주변을 둘러보자, 이질감이 느껴졌다.

나와 남자 이외에, 모든 시간이 정지됐다.


나는 칼집에 박힌 검의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눈앞의 남자는 어느샌가 가죽 갑옷을 입고 있었다.


"용린검."


손에서 검은색의 검이 뽑혀져 나오더니, 이내 그것을 오른손으로 쥐었다.


"이름이 뭐냐."

"...감독자입니다."

"그래?"

"구원의 마왕, 빛과 어둠의 감시자, 긴고아의 죄수. 마지막으로 가장 오래된 꿈이라는 이름까지 갖고 있습니다."

"아, 그래?"

"...이름이 무엇입니까."


남자는 가죽 장갑으로 입을 가리고, 하늘을 바라봤다.


"...많은 이름이 있었지."

"..."

"가장 처음으로 불린 이름은 이스라티오 알 라그나. 허나, 얼마 안 가 한 이스라트라고 불리게 되었지."

"..."

"그 이후, 한서진이 되었고, 로키가 되었다. 마스터 오브 마스터가 되었다가, 다시 한 이스라트가 되었지. 지금은, 경계의 왕, 발할라의 왕, 이름 없는 신이란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

"그래, 지금까지 많은 이름이 있었지만."


남자는 가죽 장갑을 입으로 물더니, 왼손에 씌어진 가죽 장갑을 벗겼다.


"나는, `로키`다."


남자의, 로키의 모습은 더 이상 사람이 아니였다.

칠흑이었던 그의 머리가 백발이 되었고, 이마에는 하얀 뿔이 솟아났다.


등 뒤에는 푸른 날개가 자랐으며, 장갑을 벗어 던진 오른손에는 용의 비늘이 자라있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천사화(天使化)`를 발동합니다.]

[`마왕화(魔王化)`를 발동합니다.]


이마가 찢어지고, 등이 찢어졌다.


이마에는 로키의 뿔과는 상반되게 붉은 뿔이 자랐고, 등 뒤에는 네 장의 날개가 펄럭였다.


"그게 네 진모습인건가."

"...저는 왜 싸워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싸워야 하냐니, 그걸 물을 거면, 내가 싸우기 전에, 그러니까 2조 하고 8000만 년 정도는 전에 물었어야, 내가 회유됐을 거다."

"...당신은, 얼마나 많은 세월을 살아온 겁니까."

"나도 몰라, 기억이 지워지고, 인격이 사라진 적이 길어서."


그렇게 말하자, 남자는 순식간에 내 눈앞에 있었다.

검을 휘두르는 자세로.


"일억 배."


알 수 없는 말을 하자, 주변이 변하는 것을 느꼈다.


검이 휘둘러져, 내 몸을 강타했다.

검의 옆면으로 때렸다.

그렇기에, 나는 피해를 받으면서 뒤로 날아갔다.


...이걸 날아갔다고 말할 수 있을까.

흡사, 발사되었다고 말해야 할 수준이였다.


"뭐야, 왜 그거에 날아가. 여기 지구라 부서지면 골치 아파서 힘도 얼마 안 쓰고 약하게 때렸는데."

"쿱, 쿨럭, 흡..."


갈비뼈가 부러졌다.

이게 약하게 친 거라는 걸까?


`신화급 성좌`라 불리는 나조차도 반응하지 못한 속도.

거기에, 약하게 때렸다는 이 일격까지.


`밸런스 패치 누가 했어...`


확실한 건, 그냥 있다가는 내가 진다는 거다.


로키를 바라보며, `가장 오래된 꿈`의 권능을 사용했다.


남자가, 로키가 사라지는 것을 생각했다.

모든 것에는 아주 약간이라도, 한없이 0에 수렴할지라도 가능성이라도 있다.

그러니까, 한없이 0에 수렴할지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면, 가장 오래된 꿈의 권능은 그 가능성을 100%의 확률로 일으킨다.


과거에, 내가 성좌들에게 당했던 운명의 발동과도 같다.


그러니, 나는 로키에게 `지금 당장 소멸한다`라는 운명을 실현하게 했다.


[특성, `운명을 초월한 자`에 의하여 `권능`이 무효화됩니다!]


`미친?!`


나는 곧 재생된 몸을 일으켰다.


"야, 분명히 아까 `질 수 도`라고 하지 않았냐? 무조건 지겠는데?"


내가 제4의 벽에게 말을 걸자, 제4의 벽이 말했다.


[몰 라레후.]

"이 시발..."


문제는 그게 아니다.

순식간에, 아까처럼 로키가 내 눈앞으로 이동해, 다시 검을 휘두르려 하고 있었다.


나는 발을 들어올려 로키를 찼다.


[해당 영웅은 물리 공격 면역입니다!]


"일 경."


로키가 왼쪽 주먹을 휘두르며 말했고, 나는 급하게 `부러지지 않는 신념`을 들어서 주먹을 막았다.

하지만 이내 검이 부러지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나는 벽에 처박혔다.


"아악!"


비명을 질렀다.

...


"후, 후우..."


벽에 쳐박힌 채로, 호흡을 가다듬으며 생각했다.

`운명을 초월한 자`라는 특성 때문인지, 내 권능에 영향을 받지 않는 듯하다.


그러니까,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특성 때문이다.


`직접적이라면 막히겠지만, 간접적이라면 막을 수 없겠지.`


[현재 꿈 장악률은 1%입니다.]


하필이면 꿈 장악률도 낮아졌다.

100%라면, 현실 조작을 사용할 수 있을 텐데.


...


쉬운 길이 없어진 거지, 죽음을, 고통을, 회귀를 감내하고 싸운다면, 지지는 않을 것이다.

죽으면 다시 싸우면 된다.


`거기다가, 시간은 내 편이거든.`


[현재 꿈 장악률이 1.2%입니다.]


"후우..."


몸을 뜯어고친다.

단순히 재생을 할 뿐만 아니라, 몸이 한계를 돌파하게 한다.


날개가 다시금 펼쳐지고, 부러진 뿔이 돋아난다.


[권능.]


아까 로키가 부러트린 `부러지지 않는 신념`을 향해 손을 뻗고, 권능을 실현하게 한다.


검이 과거의 모습으로 복원되며, 내 손을 향해 날아와, 내 오른손에 안착했다.


[당신의 육체에 세계가 깃듭니다.]

[당신의 에테르가 세계를 지배합니다.]

[알 수 없는 기운이 당신의 육체를 헤집고 다닙니다!]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바람이 일렁거렸다.

일렁거리던 바람들이, 내 손에 잡혔다.


멈춰버린 세계 속에서, 빛이 요동쳤다.

손에서 번개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전용 스킬, `바람의 길`이 발동합니다.]

[전용 스킬, `전인화(電人化)`가 발동합니다.]


[이봐, 로키.]


검은 눈동자가 옅게 떠지며, 로키와의 거리를 잰다.


[너는 악인가?]

"너는 수많은 세계를 헤집고 다녔으면서, 나에게 악이라 묻는 거냐?"

[그닥 중요한 질문이 아니니까, 대답해.]

"..."


로키는 잠시 고민하듯이 입 주변을 왼손으로 가렸다.


"악에게 대항하는 존재가 선이라 한다면 나는 분명히 선이겠지만, 악을 끝없이, 악이 되면서까지 악을 죽인 나를 선이라 부를 수 있는가? 나는 확실하게 악이다."

[다행이네.]


나는 허공을 향해 중얼거렸다.

하지만 분명히, 그 말은 로키에게 닿았다. 나는 그렇게 느낀다.


[전용 스킬, `책갈피`를 발동합니다!]


[정희원을 선택하겠다.]


[전용 스킬, `심판의 시간`이 활성화됩니다.]

[해당 세계선에는 절대선 계통의 성좌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전용 스킬, `심판의 시간`이 `가장 오래된 꿈`의 가호를 받습니다.]


육체가 한계를 돌파했다.

하지만 이번 돌파의 감각은 분명 이전의 것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훨씬 강했구나.`


내 생각보다도 강한 존재였다.


땅을 박차고 오른손의 `부러지지 않는 신념`에 에테르를 담는다.


[신념의 칼날이 발동합니다!]

[에테르 속성이 혼돈으로 변환됩니다.]


멈춰버린 세계 속에서, 나는 로키의 목을 베고자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로키는 몸을 비틀어서 내 공격을 피함과 동시에, 오른손의 용린검으로 내 검을 쳐내려 한다.

하지만 나 역시 검의 궤도를 틀어서 목이 아는 용의 비늘이 뒤덮고 있는 로키의 왼팔을 벤다.


[해당 영웅은 물리 공격 면역입니다!]


`알고 있어.`


[당신이 세계의 법칙을 무시합니다!]


로키가 운명을 뛰어넘은 것처럼, 나 역시 세계의 법칙을 뛰어넘었다.


로키 왼팔이 잘렸음에도, 흥분하지 않고 뒤로 물러난다.


"...내 왼팔을 잘라내다니, 인간이긴 한 건가?"


그렇게 말하는 로키에게서, 왼팔이 새로 돋아났다.


무한한 재생력.

하지만 상관없다.

로키의 무한을 흡수하면 되는 법이다.


[심판의 시간의 제한 시간은 4분입니다.]


4분.

만족스러운 시간이다.

그 안에,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전용 스킬, `신살(神殺)`이 발동합니다!]


땅에 떨어진 왼팔을 나는 주웠다.


[특성 `라마르크의 기린`의 효과로 설화의 힘을 흡수합니다.]


내가 들고 있던 로키의 왼팔이 내게 흡수되었다.


"...무한의 잔?"

[아쉽게도, 무한이 아니지.]

"그렇다면 내가 이길 수 있겠군."


로키의 힘의 일부를 흡수했다.


로키는 땅을 박차고 나에게 날아와 검을 휘둘렀다.


나는 부러지지 않는 신념의 옆면으로 검을 흘려낸다.

전처럼 어이없게 부러지지는 않는다.


"내 힘이군."

[그래, 분명 당신의 힘이지.]

"그동안 수없이 타인의 힘을 먹어왔는데, 빼앗긴 건 이번이 처음이군."

[영광인걸.]


하지만 승기는 이미 나에게 깃들었다.


[심판의 시간의 제한 시간이 조정됩니다.]

[심판의 시간의 제한 시간은 8분입니다.]


로키의 이야기를 흡수함으로써, 심판의 시간의 시간이 늘었다.


[윽.]


그와 동시에, 로키의 이야기가 머리속으로 흘러들어온다.


"내 힘을 빼앗았다면, 내 기억까지도 앗아갔겠지."

[...당신은.]

"잡담은 여기까지."


로키는 얼마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순식간에 내 앞까지 다가와서 오른손의 검을 휘두른다.

나는 부러지지 않는 신념을 양손으로 잡으며 검격을 흘려내면서 공격을 하려고 한다.


"일 억."


그와 동시에 로키는 왼손으로 내 복부를 내려쳤고, 나는 자세가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검을 쥐는 자세가 무너진 건 로키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발로 로키의 명치 부근을 차자, 로키는 뒤로 물러나게 되었다.


자세를 고쳐 잡으며, 그가 자세를 고쳐잡는 동안 자세를 숙이고 로키에게 달려들어, 오른손의 부러지지 않는 신념으로 그의 뿔을 잘라낸다.


동시에, 왼손을 꽉 쥐고, 얼굴을 내려친다.


하지만 로키도 호락호락하게 당하지는 않는지, 왼손으로 그의 얼굴을 강타하려던 내 왼손을 막아내고, 오른손의 `용린검`으로 내 날개를 찔렀다.


"윽."


뒤로 물러나면서, 거리를 좁히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검을 한번 휘둘렀다.


로키 역시 내 검에 베이지 않기 위해 몸을 뒤로 내뺐다.


그러면서, 나는 땅으로 떨어지고 있던 로키의 뿔을 주웠다.


[특성 `라마르크의 기린`의 효과로 설화의 힘을 흡수합니다.]


로키가 가진 힘을 흡수한다.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고, 우주의 공간이 느껴진다.


[시공간 조정이라니, 미친 능력이군.]

"그래, 말도 안 되는 능력이지."


그의 이마에선 새로이 뿔이 돋아났다.


주변의 시간이 멈춘 지구.


그 속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싸웠다.


로키의 힘은 가히 신비로웠다.

분명히 전세는 내가 이기고 있는데, 그는 한순간 한순간마다 스스로를 초월했다.

끊임없이 강해졌다.


....


*


시간의 개념이 망가져, 얼마나 긴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겠다.


마침내, 나는 그를 죽였다.


그와 내 모습은 엉망진창이었다.


날개는 완벽하게 찢어졌고, 메마른 피와, 상처로부터 흐른 고름은 몸에서 악취를 풍기게 했다.


더는 재생이 되지 않기에 찢어진 내 왼손 사이로 피가 계속해서 흐르고 있었다.

왼손뿐만이 아니다.

다리도 어느샌가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되었고, 몸의 장기들은 뒤틀리고 망가졌다.

심장 역시도 상처를 입어서 계속해서 뛰고 있는 것이 기적이라 말할 수 있는 상황


정신 역시도 괜찮지 않다.

로키의 기억들이 끊임없이 내 기억을 혼탁하게 만든다.


로키의 모습은 그야말로 참담이란 단어로는 담을 수 없다.


하반신과 상반신은 분리되어 장기가 끄집어진 모습이며, 가슴에는 거대한 구멍이 뚫려있고, 그 안에 심장은 이미 터져 있었다.

왼손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지 오래다.

또, 머리에는 `초체검`이 꽂혀 있었다.


다시는 재생하지 못하도록, 말뚝을 박듯이 로키의 오른손에 `사인참사검`을 꽂는다.


"하...씨발."


그런데도, 로키는 죽지 않았다.


절단된 하반신과 상반신은 다시 붙었으며, 왼팔은 새로 돋아났다.

새로이 돋아난 왼손으로 오른손에 박힌 `사인참사검`을 뽑고, 움직일 수 있게 된 오른손으로 머리에 꽂힌 `초체검`을 뽑아낸다.


그러고는, 다시금 일어난다.


"...용린검."


로키의 왼손에서 `용린검`이 돋아났고, 검을 휘두를 자세를 다시금 취했다.


"...이봐, 구원의 마왕."

[음?]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겠다. 달아날 기회를."

[...무엇을?]

"나에게서."


그는 한번 죽다가 살아나서, 나에게 도망갈 기회를 주겠다 말했다.

보통의 경우라면 어이가 없어 웃었겠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죽는다. 무조건 죽는다.


하지만 달아날 수 없다. 세계선에서 벗어날 때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그를 죽여야 한다.


[거절, 하지.]

"...그런가."


로키는 하늘을 잠깐 바라보고, 중얼거렸다.


[신격.]


그는 오른손에 쥔 검을 굳게 쥐고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봐, 구원의 마왕."

[뭐지?]

"나는 너를 이길 수 없다."

[...]

"그렇기에, 나는 너와 영원의 시간 동안 싸울 것이다."

[...]

"영원히, 우리는 무승부의 싸움을 할 것이다. 네가 죽을 때까지, 나는 너를 죽이려고 할 것이며, 너는 나를 죽일 때마다, 나는 되살아날 것이다."

[...잡담은 그만하지.]

"그래, 좋은 생각이야."


그와 나의, 영원에 가까운 싸움이 시작되었다.


*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가늠할 수 없다.

영원에 가까운 시간? 그것은 훨씬 더 지루한 것이었다.

영원에 가까운 시간 동안, 우리는 서로를 죽고 죽여왔다.

결국, 그 끝에는 로키가 죽었지만, 로키는 다시금 일어났다.


[어째서 그렇게까지 나를 죽이려 하는 거지?]

"그렇다면 너는 어째서 파편들을 보내며 세계를 부수려 하는 거지?"

[의미를 모른다.]

"그래, 이게 무슨 뜻이었는지는 나도 더이상 기억하지 못한다."


억겁에 가까운 시간 동안, 우리는 점차 서로를 잊어갔다.

나는 누구지, 나는 어째서 싸우는 거지.


하지만 결국 프로그래밍 된 것처럼, 끝없이 싸움을 이어간다.

1초를 계속해서 쪼개고, 쪼개진 시간 속에서 쪼개진 시간보다 빠르게 검을 휘두른다.

불필요한 모든 감각을 지운다. 최소한의 청각만. 최소한의 시각만. 최소한의 감각만을 살려둔다.


억겁의 시간 동안, 우리는 1초조차도 억겁에 가까울 정도로 쪼개어 싸운다.


검을 맞대고, 검이 살을 포 뜨며, 상대의 검을 조각내고, 조각내 검으로 싸우고, 검이 바스러지면 새로이 검을 만든다.


그의 눈동자는 이미 텅 비었다.

그리고, 나 역시도 의식을 잃어가며 싸우고 있다.

인격을 잃어가며 싸워간다.


[...그만하지.]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이 흘렀을 때, 나는 조용히 말했다.


"무엇을? 우리의 싸움을?"

[그래.]

"나는 그럴 수 없다. 나도 검을 멈추고 싶지만…. 네 놈만큼은 죽여야 한다. 아니, 이곳에 묶어놔야 한다고 본능이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살겠다. 살아서, 이곳을 나가겠다.]

"허락하지 않겠다."


서로가 뜻만을 알아차릴 수 있게, 단어를 말해가며 대화한다.

이러는 와중에도, 우리는 검을 멈추지 않았다.

서로를 죽이고, 계속해서 검을 맞대었다.


[제4의 벽.]

[제4의 벽이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을 읊어줄까`라 말합니다.]

[오랜만이네.]

[제4의 벽이 불만을 토로합니다.]

[미안, 지루했냐?]

[제4의 벽이 그렇다고 합니다.]


검을 맞대다가, 나는 제4의 벽에게 말했다.


[기억을 지워줘, 이놈과 나의.]

[제4의 벽이 `로키의 특성 때문에 할 수 없다`라고 항변합니다.]

[아니, 내가 흡수한 힘이라면 할 수 있어.]


로키의 검을 튕겨내며, 자세를 낮춤과 동시에 그의 복부를 검으로 꿰뚫어낸다.


[제4의 벽이 그러기 위해선 다시금 억겁의 시간이 걸릴 거라고 합니다.]

[상관없어.]

[그 런가.]


벽 위에 글자가 써졌다.


[당신의 꿈 장악력은 100%입니다.]


나는 그 문구를 보고, 옅게 웃었다.


[로키.]

"무엇인가."

[다시금, 억겁의 시간 동안 싸우자.]


로키는 코웃음을 내뱉었다.


"나쁘지 않군."


*


"윽."


로키는, 한서진은 잠에서 깼다.

아니, 잠이 아니라 기절이였다.


그는 오랜만에 지구에 돌아와서 차를 끌다가 실수로 벽에 들이 받았으니.


"누가 있었던 것만 같은데..."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누가 주변에 있었다면 곤란했겠지.


"나중에 유르넷에게 말해야겠네."


한서진은 그렇게 말하며 부서진 벽을 뒤로하곤 다시금 차를 몰았다.

그의 마스터, `암케나`를 만나러 가기 위해서.


...


한서진은, 아니, 로키는 모르고 있다.

그가 잊은, 김독자를.

차의 뒷좌석에, 그가 김독자와 싸웠다는 증거인 `부러지지 않는 신념`의 조각을.


하지만 만약, 그가 김독자와 억겁에 가까운 시간 동안 싸웠다는 걸 깨닫더라도.

그는 쓴웃음을 짓지 않을까?

적어도 나는 그가 얼굴을 일그러트리진 않을 거라 생각한다.


*


"제4의 벽, 내가 얼마나 싸운 거야?"

[몰 라. 10 0 억 년 을 넘 을때부 터 안셌어]

"그런가."


아주나도 긴 시간이었다.

하지만 나도, 그도 우리가 싸웠다는 걸 기억하지 못한다.

우리는 싸운 기억 중, 아주나도 작은 기억의 편린들만을 기억하게 되었으니.


"...나는 앞으로 몇년동안 지하철에 있어야 하는걸까."

[몰 라. 하지만, 로 키와 싸 운 시간보다 길 거야.]

"...나쁘지 않군."


긴 시간 동안, 나는 혼자가 아닐 것이다.

여러 차원의 절대자를 만날 수 있을 것 이다.


그때까지, 나는 계속해서 꿈을 꾸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