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줘! 밥주라고! 둘이 원숭이놀이 그만해!"
동태눈을 하고 반은 잠든 유상아가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오빠.. 그만 하고... 채아 밥..."
그리고 유상아는 이내 정신을 놓고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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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왜 안먹어?"
"아빠는 이미 더 맛있는 걸 먹었어."
"엄마도 같이 먹었어?"
"엄마는 먹혔는데?"
"저기 잘 살아있잖아!"
"그 먹는게 네가 생각하는 먹는게 아니야."
평소였다면 유상아가 미쳤냐며 내 입을 막았겠지만 유상아는 쓰러져서 자고있었다.
"아, 아빠 오늘 가스검침 온대!"
"음 그래? 엄마는 어떻게 하지?"
"그냥 저기서 재우면 안돼?"
"어..."
유상아가 자고 있는 침대를 보자, 나와 그녀의 체액으로 더럽혀진 이불이 보였다.
"일단 저거부터 빨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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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채아야! 문 열어드려! 아빠는 엄마 네 방으로 옮겨두게!"
"알았어!"
그리고 채아가 문을 열자, 사나운 인상을 가진 거구의 남성이 집으로 들어섰다.
"안녕하세요! 가스 검침 왔습니다."
"아, 네 그럼 여..."
순간 가슴이 쿵 가라앉았다. 그 남자를 보는 순간, 잊어갔던 기억들이 내 머릿속에서 생생히 재생됐다.
송민우. 내가 학생일때 매일같이 나를 때리던 일진이었다.
"어... 네, 여기인가요?"
"아, 아 네..."
송민우가 미심쩍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가스를 확인하러 찬찬히 걸어갔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바닥에 누워있는 유상아에게 꽂혔다.
"부인 분이 미인이시네요!"
"아, 감사합니다."
"아빠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컵에 물 좀 따라줘. 기사님 드리게."
"응!"
채아가 해맑게 웃으며 주방으로 달려갔다.
"다 확인했습니다. 여기 서명만 해주시면 돼요."
"...네."
그리고 나는 서명에 똑똑히 적었다. 김독자라는 이름을.
"김..독자.. 하하."
"아빠! 물 가져왔어!"
나는 채아에게 받은 물을 송민우에게 건넸다.
"좀 마시시죠. 그래도 물도 안 드리긴 좀 그래서."
"...우리 얘기 할 게 좀 있.."
"난 없어."
"...그게.."
송민우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하는 표정. 하지만 나는 그걸 들을 생각이 없었다.
"여기 서명도 해 드렸으니까 나가주실수 있을까요? 아내가 낯을 좀 많이 가려서요."
그 말을 들은 채아가 내게 소리쳤다.
"아빠가 할 말은 아니잖아! 엄마는 인싸고 아빠는 아싸인데!"
"...잠깐만, 정말 잠시라도 좋아."
그리고 간절하게 말하는 그 목소리에, 결국 나는 채아를 집에 놔두고 송민우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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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을 나서자마자, 송민우가 내게 무릎을 꿇었다.
"...무슨."
"미안해. 줄곧 죄책감 갖고 있었어. 정말..."
"...네 죄책감을 덜기 위해 나를 이용하지 마. 나는 사과 받을 마음 없어."
"...알아. 그래도 전해야하는 말이잖아."
송민우가 고개를 푹 숙였다.
"미안하다."
"그럼 이제 꺼져. 난 사과받았다고 바로 사람 용서하는 성인이 아니라서."
그 말에 송민우가 말 없이 일어서 엘리베이터에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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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기분 안 좋아?"
"아니야, 채아가 이뻐서 기분 좋아."
"...내가 엄만줄 알아? 그런 말에 속아주게?"
"...너희 엄마가 너보다 똑똑한 이유는 그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해줘서 그런거야."
그 말을 들은 채아가 볼을 부풀렸다.
"그럼 아빠는 왜 기분 안 좋아?"
"채아는 채아 때리던 친구가 어느날 다시 채아 앞에 나타나면 어떨 것 같아?"
"나는 누가 날 괴롭히게 두지 않아."
"가정하는거잖아..."
채아가 나를 보더니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그니까 방금 찾아온 저 사람이 아빠 괴롭히던 사람인거지?"
"오... 맞아. 아빠한테 가장 큰 흉터를 남긴 사람이거든."
만약 유상아가 이걸 본다면, 그걸 왜 무덤덤하게 말하냐며 울먹였을것이다. 하지만 나는 유상아를 울리고 싶지 않다. 이럴때는 오히려 이 애늙은이의 조언이 도움이 될 때도 있고 말이다.
"흉터가 왜 흉터인지 알아?"
"글쎄?"
"안 사라지니까 흉터야."
왠지 모르겠지만 나를 가만히 바라보는 채아의 그 눈에, 현기가 어려보였다.
"...그래서?"
"굳이 흉터를 치료할 필요가 있어? 지금 아빠 옆에 흉터가 있는 아빠 그대로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잖아."
"너희 엄마는 내가 흉터를 가진지도 모를걸."
"아빠가 그랬잖아. 엄마가 똑똑한건 다 알고도 모른척 해주는 거 때문이라고."
"...그러네."
나는 할 말을 잃었다. 할 수 있는 말도 없었고, 할 말이 더 필요하지도 않았다.
유상아는 무슨 꿈을 꾸는지 헤실대며 자고있었다.
"억지로 감추려고 하지는 마. 원래 나을지 안나을지 모르는게 흉터거든."
"...그래 알았다."
내가 수긍하자, 채아도 활짝 웃음을 지었다. 유상아를 닮은 그 얼굴에 웃음꽃이 피는 모습을 보자, 나 역시 웃음을 짓지 않고서는 배길 수가 없어 미소를 지어보였다.
"웃지 마. 아빠는 어깨 좁아서 웃으면 머리가 더 커보여."
"너는 참 이상한 부분에서 성장이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