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오자, 하루종일 자던 유상아가 잠에서 깨어났다.
"...잘 잤다..."
"엄마! 왜 지금까지 자?"
유상아가 말없이 채아를 안더니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 순간, 휴대폰에 알림이 울렸다.
-독자 씨, 나 한성우 팀장이네. 지금 프로그래밍팀 비상나서... 염치 없는건 알지만 회사 와 줄 수 있겠나?
"...나 잠깐 회사 가봐야 할 것 같은데..."
그 말을 들은 유상아가 눈을 가늘게 떴다.
"오늘 반차낸거 아니야?"
"그렇긴 한데... 프로그래밍 팀에 비상걸렸대서... 가봐야 할 것 같아."
"...알았어! 얼른 갖다 와."
유상아가 축 쳐진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
.
.
*
채아가 유상아를 자꾸 힐끔거리며 쳐다보더니,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엄마! 나 물어볼거 있어!"
"응? 뭔데?"
"아빠가 엄마 괴롭혀?"
"...응?"
유상아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왜...? 아빠가 엄마 괴롭히는걸로 보여?"
"...응! 사실 어제 엄마 아빠 원숭이 놀이 하는 것 같아서 내가 봤거든?"
"......어?"
"문이 잠겨서 소리만 들었는데 엄마가 막 비명을 질렀어!"
"...어 그게.."
"막 '흐아악!' 이라던가 '하으으.. ' 라던가 '하지 마!' 라던가..."
유상아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 민망한지 채아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땅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아빠가 아까 엄마를 먹었댔어! 막 원숭이 놀이 하면서 엄마 깨문거야?"
"...아빠가 그랬다고?"
*
갑자기 온 몸에 오한이 끼친다. 주말에 회사에 나와서 그런가?
"독자 씨.. 진짜 미안해. QA팀에서 오류가 이번에 너무 많이 와서..."
"괜찮습니다."
QA팀은 여전히 엉망이다. 덕분에 프로그래밍 팀은 때 지난 버그 분석에 한창이다.
"저.. 근데 이제 12시인데..."
"...딱 30분만 더 하고 다 같이 퇴근하지."
곳곳에서 안도의 한숨이 들려왔다. 아마 지금 온 버그의 양이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수준이 아니기에 다들 회사에서 밤을 샐 거라고 생각했을것이다.
"그럼 얼른 하지!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잖아!"
"애초에 안 던지면 좋을텐데요."
"...그러게 말일세."
.
.
.
시계를 보자, 11월 17일이라는 글자 밑에 12시 30분이라는 시간이 적혀있었다.
"전 그럼 이만 퇴근하겠습니다."
"저, 저도 같이 가요, 대리님!"
"나 차 안가지고 와서 못 태워줘."
"...안녕히 가십시오!"
그리고 짐을 챙겨 회사를 나오자, 앞에 익숙한 차 한대와 옆에 달라붙는 회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눈에 띄었다.
"...유상아?"
순간 가슴이 쿵 떨어지는 느낌과 함께, 나는 차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아, 오빠...!"
"괜찮아? 어디 다친데는... 사고는 안 났고? 차 어디 긁거나 그러진 않았지?"
"...나도 면허 가지고 있거든요?"
그렇지. 면허야 가지고 있지. 단지 18번 도전해서 겨우 성공하고, 두번이나 사고를 낸 사람이 차를 운전하고 온다면 누구나 놀랄것이다.
"...진짜 괜찮아?"
"괜찮다니까? 오빠 힘들었으니까 이번엔 내가 운전할게!"
"아, 아니요! 하나도 힘들지가 않아요! 저녁에 가서 얼마 일하지도 않아서 제가 운전 할 수 있습니다!"
"...그러시던지요."
유상아가 얼굴을 비죽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고작 유상아의 기분을 위해 목숨을 걸 수는 없으니까.
.
.
.
"오빠, 자?"
"아, 아니야 안 자."
순간 졸았다. 이럴거면 유상아한테 운전을 부탁하는게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그러게 내가 운전한다니까."
"...미안."
유상아가 그 말을 듣고 가만히 나를 바라보더니 갑자기 내 볼에 입술을 포개었다.
"...잠이 확 깨네."
"졸면 또 뽀뽀할거야!"
"그럼 졸아야겠는데?"
"..."
유상아가 부끄러운지 얼굴을 창 밖으로 돌렸다.
.
.
.
집에 들어서자, 거만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채아가 보였다.
"너, 너 안잤어?"
"하, 6살 짜리가 자는 척 하는데 그걸 못 알아보는 엄마가 이상한거지! 그리고 아빠는 뭐? 엄마가 알면서 모르는 척 해주는게 똑똑한거라고?"
"...뭔 소리야! 얼른 자!"
채아가 유상아의 말을 듣고 툴툴대면서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유상아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듯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 먹으니까 맛있어?"
"...응?"
"애한테 나 먹었다고 했다면서?"
"어.. 어 그게... 채아 밥 많이 먹이려고..."
"..."
유상아가 싱긋 웃었다. 나 역시 유상아를 따라 싱긋 웃어보였다. 그리고 잠시간 웃음을 짓고 있던 유상아가 내게 달려들었다.
"진짜 애한테 이상한걸 가르쳐!"
유상아가 내게 달려들어 나는 쇼파 위로 넘어졌고, 유상아는 내 위에 올라탄 모양새가 됐다.
"아, 이건..."
"생각해보니까 아직 못한 게 있네. 안 그래? 상아야."
"...어?"
나는 유상아를 들고 침실로 들어갔고, 밤새도록 침실에선 신음소리가 퍼져나왔다.
.
.
.
"..."
일어나자 밖에서 새가 짹짹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8시였다. 회사 출근 시간은 9시니까 아직 시간은 좀 남아있다.
"...상아야, 일어나봐."
밑을 보자 알몸으로 수갑을 차고 잠든 유상아가 눈에 보였다.
"..."
순간 섹스로 깨울까 생각도 들었지만, 밖에서 채아가 뛰어다니는 소리에 그만두고 유상아의 수갑을 풀어주었다.
그리고 문을 열자, 채아가 뛰쳐들어왔다.
"아빠! 잘 잤어?"
"넌 8시인데 왜 벌써 일어났어?"
"몰라. 엄마는 왜 옷을 다 벗고있어? 또 둘이 나 재우고 떡쳤지?"
"......"
순간 머릿속이 당혹감에 가득찼다.
"...원숭이 놀이...했어."
"그게 떡친거잖아!"
"...그거 누가 알려줬어."
"아빠 노트북! 어떤 아저씨가 어떤 누나랑 원숭이놀이 하면서 '나랑 떡치니까 좋지?' 이러더라고! 원숭이 놀이가 떡치는거 맞지?"
"어..."
죽는다. 만약 유상아가 이걸 안다면 정말 나를 죽이려고 할지도 모른다.
"채아야. 그건 이제 나쁜 말이니까... 아니다. 너는 그걸 이제..."
"오빠 뭐해?"
"엄마!"
"아구, 채아 잘 잤어?"
유상아가 웃으며 이불로 몸을 덮고 채아를 안아줬다. 평소였다면 행복함에 미소지었을 광경이었지만, 불안감에 그럴 수 없었다.
"엄마! 배고파!"
"그래, 밥 먹자!"
그리고 유상아가 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갔다.
"내가 한 번 봐준거야! 나중에 갚아."
"...그래."
채아가 내게 윙크를 하더니 유상아를 따라 밖으로 뛰쳐나갔다.
"...커서 대체 뭐가 되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