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는, 가장 나약한 신이 있었다.
신은, 상상으로 생을 나아갔고,
이야기를, 갉아 먹으며 간신히 연명하였다.
그 아이는, 자신의 아비에게 맞으며,
아비를 잃고, 어미를. 잃고
친구를, 또 사랑을 잃었다.
조용한 적막만이 감도는 먼지투성이의 방에서 나약한 신이 구슬픈 곡소리를 내었다.
소리는, 텅빈 방에 있는 환상의 결계에 메아리쳐, 결국은 다시금 그의 귀로 들어왔다. 벽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안심하며 그는 그 속에서 작은 상상으로 커다란 세계선을 만들었다. 그 사이의 비극에 위로 받으며 아주 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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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신이 장대한 비극의 이야기를 접했을때, 신이 느꼈던 감정은 무엇이였을까.
신이 아닌 자는 그 아득하고도 머나먼 그 감정을 결코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을 테지만, 신의 분신으로서 그 감정을 짐작해본다.
처음은, 아무래도 슬펐을 것이다. 작은 모니터 안에서 작은 등장인물이 조용히 비극을 맞이하는 것을보며 그 감정에 동질감을 느끼며 슬퍼했을 것이다.
그 다음은 기쁨이였을 것이다. 짐작하건데, 자신의 비극과 그 비극에 동질감을 느끼며 슬퍼하고 동시에 위로를 받았을 것이다. 저 비극은 나를 위해 존재하는 비극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신에게 완벽한 비극이였다. 완벽한 시간, 완벽한 공간, 완벽한 차원, 그 완벽하고도 달콤한 비극에 신은 발을 내딛었다.
사랑을 잊었을때, 그는 남은 사랑을 모두 비극에게 쏟아부었다.
우정을 잊었을때, 그는 남은 우정을 모두 그 장대한 비극에게 쏟아부었다.
그렇게 집착에 집착을 키우고 또 키워가며 진득하게 그 비극에게 들러붙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장대하고도 커다란 이야기에 종장이라는 괴물이 다가왔을때.
신은,
무슨 기분이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