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붕대를 감은 발목이 욱신거렸다. 어찌나 욱신거리는 지 한 걸음조차 제대로 못 걸을 정도였다.
"...망할."
크게 다친 것은 아니었다. 그 정도야 곧 나을 것에 불과한 것 뿐이었으니.
그러나 문제가 단 한 가지 있다면 그 '곧'이 적어도 하루 정도는 된다는 것이 문제였다.
온통 하얗기만 한 복도보다도 단조롭기 짝이 없어 심심할 뿐인 의무실에서 하루 종일 있어야 한다는 것은 최악이었다.
물론 인터넷을 하면 되지 않겠냐며 물을 수도 있겠으나, 그런 건 환자는 심신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이유로 빼앗긴 지 오래였다.
...하루 만에 퇴원 할 텐데 심신 안정은 무슨, 심심해 죽는 꼴이 보고 싶어서 그러는 거겠지.
차라리 날씨가 좋지 않았다면 나 혼자서만 고생하는 게 아니라며 위로라도 할 수 있겠지만, 푸른 하늘은 속도 모르고 맑기만 했다.
"어휴."
몇번째로 내쉬는 지도 모를 한숨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가만히 침대에 누워만 있으려니 좀이 쑤시는 기분이다.
가만히 누워있으니 처량한 기분이 들며 눈가가 시큰거렸다. 혼자서만 더럽게 심심하다는 것도 때로는 서러운 일이 되는 법이다.
원래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다는 말처럼, 의무실에서 누워 있는 것도 장점은 있는 법이다. 단 한 가지의 장점이 있다면 합법적인 농땡이를 칠 수가 있다는 것.
그러나 이것도 상사에 따라 달라진다. 깐깐한 서기관은 손목이 무사하고 머리를 쓸 수 있는 상태이면 서류와 볼펜을 선물로 준다. 심신 안정이라는 네 글자는 이상하게도 그때만 되면 사라지기 마련이다. 블랙 기업이라는 말에 어울리기 짝이 없는 행실이었다.
가브리엘이 누워만 있을 수 있는 것은 순전히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하는 것 보다는 낫지 않냐며 스스로를 달래보지만 다들 놀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억울하기만 했다.
쾅!
문이 부딪치며 난 큰 소리가 들렸다.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평소에는 웬수가 따로 없지만, 적어도 이때만큼은 보고 싶었던 얼굴이었다.
"야, 가브리엘! 다쳤다면서, 괜찮아?"
"가브리엘, 괜찮음?"
"걱정되서 찾아왔다, 몸은 좀 괜찮나?"
걱정하는 목소리, 일 없이 노는 날임에도 찾아와준 예상도 못했던 방문.
거의 모든 날을 투닥거려도 친구라며 찾아와 준 것은 상당히 기분 좋은 일이었다.
"아, 크게 다친 건 아니라서 괜찮..."
"아이고, 도대체 어떻게 다쳤길래 얼굴이 이 꼴이야."
...야.
"바닥에 구르기라도 했음? 왜 이렇게 크게 다친거임? 얼굴이 완전 떡이 됐음."
야.
"크게 다쳤으면 크게 다쳤다고 사실대로 말해도 괜찮다. 그리고 연고라도 바르는 게 나을 거다."
......
침대의 난간을 잡은 손이 파들파들 떨렸다.
표정이라도 웃는 낯이었으면 덜 얄밉기라도 하지, 진심으로 걱정하는 듯한 얼굴에 오장육부가 다 뒤틀리는 기분이다.
온몸을 파르르 떨던 가브리엘이 허탈하게 웃었다.
'개■끼들.'
세상에는 몇 마디 말 만으로도 사람을 열 받게 하는 부류가 있다.
예를 들자면, 지금 제 눈 앞에 서 있는 그들이 꼭 그러했다.
그쯤에서 멈췄다면 차라리 덜 밉기라도 하지 저 한결같은 모습이 더 얄미웠다.
한결같이 남 놀려먹는 건 더럽게 잘하는 녀석들.
망할 녀석들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지만, 꼭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아니, 경험으로 망할 녀석들이라는 걸 알고 있는 것이 더 서러웠다.
입술을 꽉 깨문 가브리엘이 소리를 질렀다.
"다 꺼져 ■발 새■들아!"
하늘이 맑았던 어느 하루였다.
속도 모르고 더 없이 맑은 하늘에 억울한 마음도 없잖아 있었으나 그딴 건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차라리 하늘이라도 맑아야지.
어휴.
+넣고 싶은 데 넣기에 좀 어정쩡해서 못 넣은 대사
"다친 건 발목이라고, 니들 눈깔은 눈알사탕하고 바꿔 처 먹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