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잘못된 것 같아요. 거친 숨을 내쉬며 병원으로 뛰어 들어온 정희원이 처음으로 한 말이었다. 제대로 된 주어 하나 없던 말이지만, 이설화는 그 말이 누구를 가르키는 지 알 수 있었다.
우리엘한테 무슨 일이 생긴걸까. 정희원의 얼굴은 심각하다는 듯 굳어있었다. 뭐가 되었든 간단한 사항은 아닐 것 같았다.
"희원 씨, 무슨 일이에요?"
"우리엘이 묵시룡 시나리오 이후를 기억하지 못해요. 게다가 1865회차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1864회차에서 있었던 시나리오에요."
특정 시점 이후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역행성 기억상실일 가능성이 높았다. 이설화는 속으로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기억상실으로 인해 잃어버린 기억은 일생이 끝날 때 까지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모든 기억이 돌아오는 것은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였고, 최면 치료라는 방법이 있기는 하나 그조차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그나마 순행성 기억상실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다음 날 우리엘이 오늘을 기억할 지는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순행성일 가능성을 무시하고 역행성 기억상실이라고 가정한다면 차라리 부분 건망인 게 전건망보다는 나았다.
"그 이후로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나요?"
"네. 아예 자신이 기억을 잃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해요."
정희원의 말에 따르면 역행성 중 전건망일 가능성이 높았다. 많은 기억을 잃은 것은 끔찍한 것이었지만 그보다는 새로운 기억을 잃는 순행성이 더욱 절망적인 것이었다. 최악은 피했지만, 확실하지 않았는 데다 감히 낫다고는 할 수 없었다.
"한참 동안요?"
"깨고 나서 시간이 꽤 지났는 데도 그랬어요."
머리에 심한 충격이 가해졌을 때는 일시적으로 기억상실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역행성인 경우도, 순행성인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한참 동안이나 그랬다면 일시적인 현상일 확률은 거의 없었다.
"...좀 더 상태를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제대로 된 진단을 내리기에는 너무 정보가 부족해서요. 적어도 몇일은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다른 분들께도 간단히 정리해서 문자를 넣을게요."
뻔하다면 뻔할 수도 있는 말 이었지만 할 수 있었던 말은 그것 뿐이었다. 정희원을 돌려보낸 이설화는 한숨을 내쉬었다. 심하게 다쳤으니 죽지 않고 이 정도에서 그친 게 다행이라는 사실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제발 순행성 기억상실 만은 아니었으면 좋을 텐데. 덜 잔혹한 것이 과연 있겠냐마는, 새롭게 겪을 일들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수명이 정해지지 않는 성좌한테는 더욱 잔혹했다. 계속해서 과거에만 머물러 있는 것을 살아있다고 할 수는 있을까. 의사로서는 그렇게 말할 수 있더라도 한 명의 사람으로서는 그렇게 말할 수 없었다.
우리엘이 기억 상실증에 걸린 것 같아요. 1864회차에서 있었던 묵시룡 시나리오까지 기억한다고 했으니 대화를 잘 따라가지 못해도 섭섭해 하지는 말아요. 잊은 기억을 떠올리려고 하면 두통을 호소할 수도 있으니 주의하시고요. 자세한 건 좀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요.
단체 메세지로 간단히 문자를 보내자 요란한 알림음이 들려왔다. 아마도 더 자세한 설명을 원하는 문자일 것이다. 들리는 알림음 하나 하나가 무거운 추 같기만 했다.
이설화는 들리는 알림음을 무시하고 창밖을 바라봤다. 어두운 하늘 아래 정희원이 홀로 걸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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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이이잉.
진동으로 맞춰 놓았던 핸드폰이 짧게 진동했다. 이설화가 보낸 문자였다. 문자를 잠시 훑어보던 정희원은 공단을 향해서 다시 걸었다.
우리엘한테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기억을 잃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할까. 조금전의 일을 설명해야 하니 적어도 기억을 잃었다는 것 정도는 알려줘야 할 것이다. 만일 그렇게 한다면 어디까지 알려줘야 할까. 전부? 아니면 일부만? 너무 많은 기억을 잃었는 데 그 전부를 한 번에 알려준다면 혼란스러워 하지는 않을까?
공단을 향해 걸으면서 고민한 생각의 결론은 기억을 잃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조금씩 기억을 알려준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간단한 결론을 내렸을 때는 공단 주변에 닿아있었다.
그대로 공단을 향해 걷던 정희원은 잠시 걸음을 멈췄다. 공단 주변에 서 있던 나무 위에서 검은 빛을 띄는 무언가가 반짝이고 있었다.
나무 위로 손을 뻗자 손에 카메라가 잡혔다. 기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영상 촬영용 카메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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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내용 더 붙여서 다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