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멸살법의 최종화를 읽었다. 3149화라는 긴 연재가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허무한 결말이였다. 당황스러움이 마음속에서 사무쳤다. 정신없이 지하철에서 내려서 집에 왔을 때, 김독자는 텅빈 집 안을 보며 생각했다. 비로서 멸살법을 보며 존재했던 김독자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종장, 김독자는 멸살법을 읽으며 한번도 그것에 대하여 생각해보지 않았다. 마치 영원과도 같았던 그 소설.
김독자가 검은 눈으로 집을 응시했다. 창문 너머에 술에 취한 사람의 고성방가가 들렸고, 옅은 담배 냄새가 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끔찍한 현실. 그것을 느끼며 김독자는 침대에 주저앉아 잠에 들었다. 내일은, 외전이 올라오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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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김독자는 아주 이상한 꿈을 꾸었다. 어딘가 모를 종착지로 달려가는 지하철 속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바라보는 자신. 그 많은 이야기들을 바라보며 김독자는 존재한다는 안정감을 느꼈다. 그렇게 그 이야기들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을 때, 그곳에서는 한명의 여자가 담배를 태우며 의자에 앉아있었다. 여자는 담배를 툭툭 턴뒤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이야기를 읽고 있는 김독자에게 말했다.
"....재밌냐? 질릴 만큼 봤으면서"
물에 빠진듯 투명하지 않은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들은 김독자는 저도 모르게 그 여자를 향해 한손을 뻗었다. 작은 아이의 손처럼 작고 여린 손. 그 손이 여자를 향해 힘없이 뻗어지자, 김독자는 깨어났다. 보이는 것은 회색 천장이였다. 그 기묘한 꿈에 대하여 생각해보고 싶었지만 김독자에게는 그럴 시간이 없었다. 세수를 하려고 화장실로 가서 거울을 보았다. 한참을 운듯이 붉은 자국이 남은 김독자의 눈이 보였다.
"....뭐야"
김독자는 찬물로 짓무른 눈가를 식힌 뒤에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바쁜 사람들의 사이로 들어가자 어제 까지만 해도 느껴지지 않던 현실이 다가오는 것 같았다. 지하철로 내려가, 의자 한쪽에 앉았다. 김독자는 습관처럼 핸드폰을 꺼내 멸살법을 켰다.
[총 편수::3149화]
김독자는 핸드폰을 확인한뒤 헛웃음을 쳤다. 진짜 끝났구나
"....재밌냐? 질릴 만큼 봤으면서"
순간 꿈속에 들었던 그 여자의 목소리가 기억이 났다. 온몸에 소름이 돋아서 무심코 지하철 반대편을 처다보았다. 사람들이 북적이며 그곳에 있었다. 누군가 씩 웃는 잔상이 남았던 것 같기도 했다.
"...."
김독자는 그곳에서 눈을 때지 못하고 있었다.
-덜컹
[ 이번 역은-]
익숙한 스피커 음성이 들리고 김독자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북적이는 지하철에서 빠져나와 길거리로 나갔다. 여전히 회사 주변엔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김독자를 찾고 있는 이는 없었다.
이야기와 멀리 동떨어진 기분. 마치 나만의 세상에 홀로 존재하는 듯 했다.
김독자는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
-
오늘 하루는 업무가 손에 들어오지 않았다. 덕분에 상사에게 크게 혼나기도 했고. 컴퓨터에 입력해야하는 텍스트를 입력하는 것이 힘들었고 자꾸만 꿈속의 여자가 생각났다. 김독자는 또다시 챗바퀴 같은 삶을 돌아 집으로 돌아왔다.
너무나도 피곤해서 김독자는 침대로 가기도 전에 잠이 들어버렸다.
...
또다, 똑같은 그 지하철.
여전히 덜컹거리며 어딘가로 향하는 지하철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김독자는 다시 그 여자가 있을까봐 반대편을 황급히 처다보았다.
이번에는 그 여자와 두명의 아이가 옆에 있었다. 소녀와 소년. 그 둘은 눈물을 흘리는 듯했다.
"형, 거기가 더 좋은거야? 빨리 나와"
"아저씨. 아저씨가 너무나도 그리워요."
또다시 똑같은 그 음성이 들렸고, 김독자는 이번에는 일어나서 그 쪽으로 다가갔다. 세 사람에 다가갔을 때, 그 순간에 또 김독자는 잠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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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김독자는 자꾸만 같은 꿈을 꾸었다. 지하철 한쪽의 사람들이 자신을 찾는 꿈. 매일매일 시간이 지날 수록 사람들이 늘어났다. 며칠동안 사람이 추가 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매번 다른 방법을 시도해 보았지만, 마치 벽에 둘러쌓인 듯 김독자는 그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마치 그곳은 김독자가 아니라는 듯이 김독자는 꿈에서 깨어났다.
그렇게 꿈을 꾼지 1달이 다 되어 갈 때쯤, 무심코 들어간 웹소설 사이트에서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다.
| 독자 님이 추가하신 관심 작품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 (UP) |
한동안 잊고 지냈던 멸살법의 외전이 업로드 된 것이다.
지하철에서 그것을 본 김독자는 놀라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 김독자는 떨리는 소리로 그 버튼을 클릭했다.
[제 3150화]
가장 오래된 꿈, 세계의 정점에서서 모든 것을 지켜보는 한 신이 있었다.
불행 속에 불행을 갉아먹던 그 꿈은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아, 작은 세계에 멸망을 일으켰다.
그것을 지켜보며 자신의 멸망을 위안했다. 그리고 그들을 동정했다.
가장 오래된 꿈. 그것은 무엇인가. 꿈으로 현실을 벽에 기록하는 존재. 고로, 그의 꿈은 곧 현실이고, 그의 현실은 망상에 불과했다.
그곳까지 읽자, 지하철의 공기가 마치 물처럼 변했다. 세상이 물로 가득 차, 모든것이 둥둥 떠다녔다.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사람들은 없어져있었고, 어디선가 올라오는 물방울만이 김독자의 손에 닿아 톡 터졌다. 김독자가 놀라 주변을 둘러보자 그의 앞에 수많은 이야기가 보였다.
"....재밌냐? 질릴 만큼 봤으면서"
"형, 거기가 더 좋은거야? 빨리 나와"
"아저씨. 아저씨가 너무나도 그리워요."
"검이 되어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주인이 검을 떠나면 어떻게해요"
"탄피를 잃어버리지 않겠다 했는데."
"보고싶네요, 독자씨"
"김독자, 헛된 망상에서 빠져나와라. 그것은 그저 꿈일 뿐이다"
선명해지는 목소리. 마치 자신이 현실이라는 듯 소리치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김독자는 한쪽에 모여있는 사람들에게 달려갔다. 벽이 환상이라는 듯 흩어졌고, 김독자는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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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 ‘왕이 없는 세계의 왕’이 다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