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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편
ㅡㅡㅡㅡㅡ
남자는 평범한 성인 남성이었다.
그녀 자신처럼 회사를 다니고, 사회에 이리저리 치이는 그런 사람.
지친 인생에 유일한 낙인 웹소설을 읽으며 살아가던 그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스마트폰에 집중하며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그만 자동차 사고를 당했다.
그는 누가 손쓸새도 없이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머리를 기댄채로 눈을 감았다.
그가 눈을 뜨자 보인 것은...
"!!!"
"!!!"
괴상한 언어를 외치고 있는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었고.
자신이 지구가 아닌 다른 세계에 '소환' 당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자신을 소환한 음침한 자들은 머지않아 '성황청'이란 신성 단체에 전부 체포당했다. 체포대상에는, 한국에 살던 남성 김독자도 포함이었다.
체포 후 성황청에 이송되기 전, 사역마의 낙인은 신관들의 신성력에 지워졌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사지가 구속된 채로 발버둥치는 남자.
......그 고통은 전신을 불로 태우는 것만 같은 감각이었을 것이다.
상아는 자신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모습들을 지켜보았다. 마치 파노라마처럼 순식간에 지나가는 폭력적이고 잔인한 상황들.
그 모습들은 전부 김독자의 '불행'을 비추고 있었다.
독자는 제발 그만하라고, 잘못했다고 울부짖었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불완전한 언어는,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했고, 악마의 언어라며 그의 턱을 발로 강하게 걷어찼다.
상아는 턱뼈와 이빨이 부러진채 신음하는 독자를 차마 바라보다 못하고 눈을 돌렸다.
도대체 왜 이 사람은 이런 고문을 당했어야 했던거지?
상아는 이제 그만 꿈 속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쳤다. 그렇게 마음먹자 시야가 새하얗게 점멸하기 시작했다.
[잘 잤어? 좋은 아침~]
낯익은 천장, 사람을 짜증나게 만드는 정신파.
상아는 이 사태의 원흉이 누구인지를 깨달았다.
.
.
.
한참동안 꽃돌이를 추궁한 상아.
꽃돌이는 '몬스터 플라워'의 종들 중 하나.
근처의 먹이에게 수면향을 뿜어내 먹이가 잠들었을 때 포식하는 식인 꽃이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꽃돌이가 김독자의 명령을 따르고 있었기 때문에 상아는 잡아먹히지 않았다고......
"너 소름끼쳐!"
[히히, 그래도 푹 잤지? 내가 사람 잠 재우는데는 달인이라고.]
"으...그럼 그 꿈은 뭐야?"
[아아, 그거? 니가 어제 주인님 과거를 좀 궁금해하는 거 같길래 살짝 맛만 보여줬지. 그게 내 특기들 중 하나거든.]
"그게...전부 실제로 독자씨가 겪었던 일이라고?"
꽃돌이의 끄덕임에 상아는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정도가 '살짝' 맛만 보여준거라고?
상아는 그의 과거를 지레짐작 할 수 조차 없었다.
그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그때, 꽃돌이가 말했다.
[어, 주인님이 부르시네? 뭔가 할 말이라도 있는 건가봐.]
"그러면 너한테 말하게 하면 안되는 거야?"
[내가 느낄 수 있는 건 내가 필요하다는 것뿐, 정확한 의도파악은 불가능해.]
"그러니까 휴대전화는 아니라는거네..."
[휴대...전화? 그건 뭔데?]
"있어, 멀리서도 서로 말할 수 있는 거."
꽃돌이는 그렇구나...라며 고개를 주억거리는 동안, 상아는 침대에서 일어나 착잡한 마음을 이끌고 꽃돌이와 방을 나섰다.
***
성황청의 가장 깊숙한 정원.
그 정원의 한 가운데에는 신전 바깥에서도 보일만큼 거대한 크기의 나무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신의 나무 아래에. 은백색 갑주를 입은 채 무장한 성기사들과 고위 사제들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로 신목을 주시하며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 그때, 신목의 줄기가 고치의 형태를 띄기 시작했고.
"윽...눈부셔..."
"으으..."
"아으, 머리야..."
"....."
새로운 용사들이 신목 앞에 소환되기 시작했다.
다부진 체격의 육군 중위, 이현성.
바텐더를 운영하던 여사장, 정희원.
고등학생 검도 국가대표, 이지혜.
프로게이머, 유중혁.
의사, 이설화.
프로작가, 한수영.
무려 6명의 용사들이 가호 아래 동시에 이세계에 소환된 날이었다.
***
상아는 독자에게서 6인의 용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처럼 모종의 사고를 겪은 채 이세계에 소환된 사람들.
독자는 곧 그 원인이 자신에게 있음을 유추했다.
자신이 상아를 납치했고, 마계에는 신의 시야가 닿지 않는 곳이라 상아의 생사는 오리무중.
그러나 신목은 상아가 사망했다고 판단했는지 다른 용사들을 소환했다는 것.
"대체 그 신이라는 건 무엇이죠?"
"상아씨는 그 존재와 조우하지 않았습니까?"
"...아니요, 생각해보니 목소리는 들었지만 어떤 존재인지는 보지 못했어요."
"그렇습니까......"
독자는 잠시 침묵하다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 세계의 신이라는 존재는...컴퓨터 프로그램 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컴퓨터 프로그램이요?"
독자는 자신이 지금까지 겪었던 상황을 예시로 들며 설명을 시작했다.
"상아씨도 알 겁니다. 프로그램에는 특정한 행동패턴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 존재가 원하는 것은...균형이라고 생각합니다."
"균형...말인가요?"
"예. 마족들의 힘이 강해지는 경우가 생긴다면, 반드시 인간들 사이에서 영웅이라 불릴 정도의 재능이나 무력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소위말하는 천재죠. 제가 따로 조사해보니 과거 대전쟁 시절에도 타이밍에 맞춰 영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상아는 독자의 말을 경청했다.
"그러나, 영웅이 아닌 다른 존재가 활약하던 때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게 용사들이군요."
"네. 그전에 설명드려야 할게 있습니다. 상아씨는 마물과 마족의 차이를 아시나요?"
"음...정확히는 모르겠어요."
독자는 마물과 마족에 대해 상아에게 설명해주었다.
"마물들은 지능이나 이성이 없습니다. 그저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들이죠. 반면에 마족은 지능이 있습니다. 도구를 다루는 것은 물론이며 마법까지 능통합니다. 그리고 이 마족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힘을 얻어 강해지면 고위마족이 될 수 있습니다."
"고위마족 위에는 마왕이 있는 거군요."
"그랗습니다. 마족이 평민, 고위마족은 귀족, 마왕은 말 그대로 왕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런데 마왕과 용사는 무슨 상관이 있는거죠?"
독자는 고개를 끄덕인 뒤 말했다.
"지금부터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이 세계는 균형이란 큰 틀에 갇힌 세계. 그러나 마왕같은 존재들은 틀을 깨부순 존재들입니다. 일종의 벽이라고 할까요. 이 벽을 넘은 존재들은 틀에 얽매이지 않는 존재들로만 맞설 수 있습니다."
"다른 차원에서 온 용사..."
상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질문했다.
"그렇다면...독자씨도...그런 존재이신 건가요?"
독자는 상아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선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네. 저는 몇년전에 벽을 넘었습니다."
"...그게 직접 느껴지는 건가요?"
"네. 저는 공포나 두려움을 극복했습니다."
"그게 다 인가요?"
"그건 사람마다 다르다고 합니다."
누군가는 악몽 속 괴물을 완전히 물리친다거나, 또 누군가는 전사나 마법사로서의 어떤 경지를 올랐다거나, 일종의 정신적 육체적 초월을 말한다고 한다.
"상아씨는 마법을 잘 다루시니...아크 메이지 같은 존재가 되실 수도 있겠군요."
"......"
둘은 잠시 침묵했다.
몇분이 지났을까, 독자가 입을 열었다.
"상아씨."
"네?"
"이대로면 더 많은 사람들이 소환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요?"
"용사가 되어주십시오."
"그 말은..."
"저에게서 기적적으로 탈출한 것으로 해주세요. 상아씨깨서 그분들을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상아는 독자를 바라봤다.
독자의 눈에서 일종의 열기가 느껴졌다.
일종의 광기가...
독자는, 아니 마왕은.
자신을 죽일 용사들을 훈련시킬 생각이었다.
실전이라는 전투 아래에서.
다음에 계속
ㅡㅡㅡㅡㅡ
아이디어가 안 떠올라서 좀 늦었다
상아 말고도 다른 용사들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