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 성좌들이 당신을 보며 긴장합니다.]


나중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보통 이런 메세지가 뜬 다음에는 위험이 닥쳐온다고 한다. 


물론 이때의 내가 그런 사실을 알 리가 없었으므로 나는 상자에 들어있는 아이템들을 보고 헤헤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 녀석이 누구라도 느낄 수 있을 만큼 가까이 다가오자 갑자기 온몸에 드는 오싹한 기운에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둠 파수꾼'이 나타났습니다]


[서브 시나리오가 갱신되었습니다.]


[서브 시나리오 '파수꾼 퇴치'가 시작됩니다.]




<서브 시나리오 ― 파수꾼 퇴치>


분류 : 서브


난이도 : C


클리어 조건 : 어둠 파수꾼을 무력화시키시오. 


제한시간 : 없음


보상 : 500코인


실패시 : ???




왜 내가 이녀석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분명 이녀석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야 하는데


['어둠 파수꾼'이 공포를 발산합니다.]


정신을 보전해주는 스킬이 하나도 없던 나는 그 즉시 발산하는 공포에 빠져버렸다.


아, 이대로 내 인생은 끝나는건가. 좋은 아이디어로 들어와 아이템에만 빠져있던 탓인가? 아니면 김독자 일행에 얹혀가지 못한거? 천인호 패거리에 붙은거? 아니면 유상아의 자전거를 훔친거?


"카뮨, 데르, 이투르."


저게 무슨 뜻이였지... 엄마가......보고싶다. 


정확한 뜻을 기억하지 못한 나는 엄마라는 말이 기억나자마자 그냥 엄마가 보고싶을 뿐이었다. 


그렇게 내 삶을 체념하고 있는 사이 갑자기 등 뒤에서 엄청난 기운이 느껴졌다. 


기감이 좋지 않은 나조차 느낄 수 있는 강력한 어둠의 기운.


그러자 공포에 빠져있던 나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렇게 무섭게만 보이던 어둠 파수꾼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종은 다르지만 어떻게 보던 저 표정은... 명백한... 공포였다.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 





-잠시후-


기절한 지 한참만에 깨어난 나는 눈을 뜨자마자 내 뺨을 꼬집기도 하고 내 목을 매만지며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고 속으로 환호했다. 


내가 도대체 어떻게 산거지? 분명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기절해있었기 때문에 상황을 알지 못하는 나는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때 허공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일어나셨군요. 화신 한명오.]


도깨비였다. 하지만 평소에 보던 도깨비와는 다른 놈이었다. 단정한 정장을 입고 머리에 작은 뿔 두개가 달린 녀석.


"방금 무슨 일이 있던거지? 내가 어떻게 살아남은거야?"


혹시 놈이라면 알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사건의 경위를 물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도깨비의 대답은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었다. 


[흐음, 역시 기억하지는 못하시는거군요. 오히려 다행입니다. 당신은 앞으로 방금의 일이 없었던듯이 시나리오에 임해주시면 됩니다.]


왜? 뭔일이 있었길래 그러는거지?


[저는 이만 바빠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도깨비는 사라졌다. 


무슨 일인지 조금도 감이 안잡혔던 나는 쌓여있던 성좌들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서브 시나리오 클리어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500코인을 획득합니다.]


[성좌, '절름발이 사기꾼'이 매우 놀랍니다.]


[성좌, '태양과 달의 산파'가 당신을 불길하게 쳐다봅니다.]


[마왕, '정욕과 격노의 마신'이 크게 웃습니다.]


[절대선 계열의 성좌들이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습니다.]


[상당수의 성좌들이 '정욕과 격노의 마신'을 비난합니다.]


[절대악 계열의 일부 성좌들이 '정욕과 격노의 마신'의 경솔함을 탓합니다.]


[성좌, '은밀한 모략가'가 당신을 흥미롭게 지켜봅니다.]


[300코인을 획득합니다.]


[현재 코인 : 1600코인]


무슨 일이 있었는지 채널에는 평소보다 몇배는 더 많은 성좌들이 들어와있었고 알 수 없는 반응을 하고 있었다. 


성좌들의 반응을 살펴보다가 주위를 둘러본 나는 깜짝 놀랐다. 


땅강아쥐 무리가 나를 에워싸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예전과는 묘하게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그들은 나를 공격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마지 나를 향해 머리를 조아리는 느낌이었다. 


심지어 아까 있던 어둠 파수꾼은 저 멀리에서 나를 지켜보기만 하고 있었다. 


내 앞에는 아이템들이 들어있는 상자가 들어있었다. 


어떻게 된건진 모르겠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상자에 있는 아이템들을 챙겼다. 


[마력 회복 팔찌]


[낡은 철제 방패]


[중급 체력 회복의 물약]


[초급 마력 회복의 물약]


[근력 강화 앰플]


[랜덤 코인 주머니]


[요술 맷돌-레플리카]


[마력 화로]


[스킬북 : 절대 감각]


상자에는 꽤나 많은 아이템들이 있었다. 대부분은 이름만 봐도 용도를 알 수 있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 아이템이 하나 있었다. 


요술 맷돌? 저건 뭐에 쓰는거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나는 아이템의 설명을 읽어보았다. 




<아이템 정보> 


이름 : 요술 맷돌-레플리카

등급 : C 

설명 : 원하는 것을 나오라고 하면서 돌리면 그만 나오라고 할 때까지 계속 나온다. 가품이기 때문에 양념류만 나온다. 




어릴때 전래동화에서 봤던 그 맷돌인가? 


이럴때 양념이 나오는 맷돌따윈 별로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땅강아쥐의 다리를 구워먹을 때나 다른 상황에서 양념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았기에 사이즈도 부담스럽지 않아 챙기기로 했다. 


방패는 당장 쓸일도 없고 낡은 방패라고 하니 버리고 가기로 하고 나머지는 모두 챙겼다. 


필요한 아이템을 모두 챙기고 들어왔던 곳으로 다시 가려 했는데 아까와는 느낌이 달랐다. 


원래는 들어왔던 방식 그대로 나가려고 기는 자세로 몸을 집어넣었는데 아까와는 다르게 희미하게나마 길의 구조가 보였다. 


아마 아까 획득한 스킬북의 스킬, 절대 감각의 효과일 것이라 생각했다. 


따라서 나는 편하게 걸어서 굴을 통과했다. 


지하철 철로로 돌아오자마자 나를 반기는것은 땅강아쥐 두마리였다. 


아까처럼 무리지어있을 때는 무섭지만 이제 두마리정도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잠시 후-


그 사이 근력을 5레벨이나 올려서 그런지 생각보다 쉬운 전투였다. 


이번 싸움에서 무기연마도 1레벨 올랐고 스킬북에서 배운 절대 감각도 싸울 때 꽤나 도움이 되었다. 


[소수의 성좌들이 너무 쉬운 싸움에 불평합니다.]


성좌들이 보기에도 쉬웠을 정도면 나도 많이 성장했다 싶었다. 


일단 배가 고팠으므로 잡은 땅강아쥐의 다리를 잘라내 마력 화로에 굽기 시작했다. 


요술 맷돌에서 소금과 후추를 꺼내서 익은 고기 위에 뿌려먹었다. 


직접 잡은 고기를 요리해 먹은 소감은 지금까지 먹었던 그 어떤 고기보다도 맛있었다. 


[서브 시나리오 클리어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500코인을 획득합니다.]


[현재 코인 : 2100코인]


나는 고기를 뜯으면서 얻은 아이템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먼저 마력 회복의 팔찌는 팔에 장착하고 물약들은 언제든 꺼내먹을 수 있게 주머니에 넣어놓았다. 


남은건 근력 강화 앰플과 랜덤 코인 주머니인데...


먼저 코인 주머니의 설명을 읽어보았다. 




<아이템 정보> 


이름 : 랜덤 코인 주머니

등급 : C 

설명 : 열면 랜덤으로 10~10000코인이 나온다. 




10000코인?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는 몰라도 엄청난 금액이다. 빨리 열어봐야지.


10000코인이라는 숫자를 보고 기대에 빠진 나는 주머니를 열었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 또한 큰법


[500코인을 획득했습니다.]


500코인이면 적지 않은 금액임에도 불구하고 10000코인을 기대하고있던 나에게는 큰 실망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모르고 있었다. 


훗날 이 아이템이 폐지되면서 나온 확률표에는 300코인 이상 나올 확률이 5%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무튼 500코인을 획득한 나는 코인을 대부분 근력에 쏟아부었다. 


[근력에 2000코인을 투자했습니다.]


[근력 Lv.15 -> 근력 Lv.20]


[현재 코인 : 600코인]


싸울 때 가장 확실히 체감되는게 근력이었기에 근력에 우선적으로 능력치를 찍었다. 


그리고 근력 강화 앰플


[근력 Lv.20 -> 근력 Lv.21]


이정도라면 아까 그 어둠 파수꾼이랑 붙어도 이기는 거 아닌가?


지나고 나서 보면 얼토당토 않은 생각이었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고기를 먹었다. 


요즘은 움직임이 많아서 그런지 예전보다 훨씬 많이 먹는것 같았다. 


말그대로 뱃속에 뭔가 들어있는 듯 평소보다 식욕도 왕성해졌다. 


그렇게 평소보다 많은 양을 다 먹고 나니 왠지 모르게 배가 약간 아픈 것 같았다. 


딱히 무리해서 먹은 느낌은 아니었는데 왜 배가 아픈지 모르겠다. 


배를 잘 보니 평소보다 꽤나 나와있었다. 


요새 그렇게 많이 먹지도 못하고 맨날 굶고 다녔는데 왜 배가 나온거지?


그냥 아파서 부은거라고 생각한 나는 잠깐 쉬다가 삼각지역을 향해 출발했다. 



내가 지나치게 한명오를 쎄게 만드는 중인거 같긴 한데...

뭐 이정도 개연성은 시나리오 진행되면서 차차 상쇄되겠지 뭐


요술 맷돌은 전명시 오리지널 아이템임 ㅇㅇ

중혁이가 털어간 땅강아쥐 보물창고에도 저거 있었으면 중혁이가 되게 좋아했을듯 ㅇ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