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무슨 소리지?”
회귀자가 의사의 말을 듣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반문했다.
의사는 심각한 표정으로 아직 깨어나지 못한 마왕을 바라보았다.
외상은 대부분 치료 되었다.
아니, 설화팩을 두 팩이나 썼으니 내상은 물론이거니와 있던 지병도 사라져 마땅했다.
하지만 두 팩 밖에 없었기에 치료할 수 없었던 부분이 있었다.
검에 당한 흔적도, 화살이 꿰뚫은 상처도 회귀자의 대처로 늦지 않았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그녀를 전부 치료할 수 없었다.
차라리 조금 늦더라도 의사에게 데려갔다면 마왕은 이미 멀쩡히 일어나 매번 그랬던 것처럼 회귀자에게 웃어줬을 터였다.
의사는 착잡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남은 상흔을 읇었다.
“눈에 뿌려진 독은 성살독星殺毒으로 성좌에게 통하는 몇 안 되는 독이더군요. 다행······인 점은 설화팩이 다행히 전신으로 퍼져 독이 깊게는 안 들었다는 점이고, 안 좋은 점은······.”
의사의 말은 회귀자의 기분을 오락가락하게 하였다.
독이 깊게 들지 않아 목숨에 지장이 생기거나 하진 않는단 점은 정말 그가 울 수도 있을 정도로 다행인 점이었다.
그러나 깊게 들지 않았다는 건 들기는 들었다는 뜻, 의사의 입에서 나온 말은 회귀자를 또 다시 슬픔에 잠기게 만들었다.
“독이 시신경을 녹여버린 것 같아요. 설화팩으로 치료는 불가능하구요.”
시신경을 녹였다는 말은 곧 실명이라는 말이다.
그도 그걸 잘 알고 있었지만 믿을 수 없었다.
결국 회귀자는 현실을 부정할 수밖에 없다는 게 분해 앉아있던 책상에 주먹을 내리쳤다.
“치료······할 방법은 있나? 아니, 있다고 말해라.”
그가 책상에 상흔을 남긴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의사는 그런 회귀자를 보며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현재로서는 이식 밖에 없어요, 그렇지만······.”
그녀가 또 다시 말을 하다 말았다.
회귀자는 더 이상 참기 힘들다는 듯 의사의 멱살을 잡고 소리쳤다.
“내 눈을 주면 되는 거 아닌가?! 이까짓 눈 뿐만 아니라 심장까지 내어줄테니······!”
“아뇨, 그런 쉬운 문제가 아녜요.”
의사가 이럴 줄 알았다는 듯 좋지 못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독자씨의 몸은 일반적인 화신체도, 진체도 아니에요. 그렇기에 중혁씨의 눈을 써도, 성좌들의 눈을 써도 치료할 순 없어요.”
회귀자는 더 이상 화낼 기운도 없는 듯 허망한 표정으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실성한 듯 작게 웃기 시작했다.
“프흐······흐하하하하하!”
그러고는 책상을 잡아 엎으며 소리쳤다.
“젠장······! 젠장!!”
*
마왕이 눈을 뜨지 못한 지 일 주일이 지났을 때 즈음이었다.
회귀자는 그녀의 곁을 지켰다.
의사조차 그의 허락 없이는 마왕이 누워있는 방에 손을 댈 수 없었기에 다른 동료들은 근처에도 갈 수 없었다.
그녀가 깨어난 건 그 일 주일이 된 시점이었다.
마왕이 눈을 뜨자마자 보인 건 칠흑같은 어둠이었다.
몸은 마치 물을 잔뜩 먹은 솜덩어리 같았고 머리는 예전에 먹었던 설화고기를 먹었을 때처럼 어지러웠다.
그러나 그런 것에 신경 쓰지 못할 정도로 그녀의 정신은 순간적인 충격으로 무너져내렸다.
몸이 바스라지는 건 느껴보았다.
물론 몸이 구워지는 것도, 무력감에 무너져 내려보기도 했다.
하지만 뭔가 달랐다.
몸의 감각은 멀쩡히 살아있다.
침대를 짚으면 폭신한 감각이 느껴진다.
천천히 몸을 더듬으면 그 감각도 느껴진다.
피부를 스치는 공기, 똑딱대는 시계소리, 근육의 움직임까지 죄다 느껴졌으나 눈 앞은 여전히 어둠이었다.
새로운 공포였다.
눈을 감았다 떠도 눈 앞이 보이지 않았다.
불이 꺼져 있다한들 이렇게 아예 시각이 없는 건 처음이었다.
새하얬다.
머릿속이 텅 빈 듯 상황이 파악 되지 않았다.
그녀는 혹시 눈을 감고 있나 싶어 눈도 깜박여 보았다.
역시나 눈은 제대로 뜨고 있었다.
그럼 어째서?
마왕은 실명이라는 새로운 경우를 떠올렸다.
하지만 이상했다.
눈을 공격당한 적은 딱 한 번, 이상한 독이 눈에 뿌려진 게 끝이었다.
그걸로 실명이 됐다면 설화팩으로 치료하면 됐다.
하지만 치료되지 않았다.
마왕은 순간 겁을 먹었다.
전철에서 자신보다 큰 사람들의 주의를 몰았을 때도, 중2병과 싸울 때도, 회귀자에게 위협 당했을 때도, 금호역에서, 충무로에서, 코인농장에서도 꺾이지 않은 그녀가 꺾인 것 같았다.
시야의 부재는 그녀를 점점 갉아먹은 것 같았다.
타인을 원한 적도, 오히려 멀리 했던 그녀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사람에게 기대기 시작했는지 지금의 그녀는 약해져 있었다.
주변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상황이 그녀를 밖에선 송민우에게, 안에선 사촌들에게 당했던 약해빠지고 별 볼일 없는 고등학생 김독자로 만들었다.
마왕이 더 이상 버티기 힘든 듯 몸을 떨었다.
“흑, 흐윽!”
결국 그녀의 눈이 촉촉해지더니 눈물이 또륵 흘렀다.
작게 흐느끼는 소리가 방 안을 채우자 잠시 눈을 붙였던 회귀자가 눈을 번뜩 떴다.
“김······독자?”
그의 목소리는 마왕의 귀에도 들렸다.
마왕은 침대를 더듬어가며 그를 불렀다.
“중, 중혁아! 어딨어?”
훌쩍이던 목소리 그대로 바닥을 더듬거리는 마왕의 손을 회귀자가 잡았다.
그의 손이 어찌나 차던지 방금 깨어난 마왕보다도 차 앞이 보이지 않는 그녀를 놀라게 했다.
그녀에겐 보일 리 없었다.
죄책감과 기다림에 흘린 눈물로 얼룩진 회귀자가 마왕에게는 보일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마왕은 그저 차디 찬 그의 손을 잡은 채 팔을 더듬거릴 뿐이었다.
*
“그렇······구나······.”
마왕이 아까보다는 진정 된 목소리로 답했다.
회귀자는 그녀의 멍한 눈동자를 제대로 볼 수 없었기에 본인 손 위에 겹친 그녀의 손을 보며 말을 이었다.
“미안하다. 내가 좀만 더 신중하게 판단했다면······.”
그는 분을 못 이기고 메트리스를 주먹으로 쾅 쳤다.
순간 메트리스가 출렁 하고 흔들렸으나 마왕은 크게 놀라지 않은 채 그의 뺨에 천천히 손을 댔다.
“아냐, 네 잘못 하나 없어. 숨도 잘 쉬어지고 목소리도 잘 나오는데다 오체 멀쩡하면 됐지.”
그러면서도 회귀자 뺨에 닿은 그녀의 손은 차가웠고, 살짝 떨고 있었다.
회귀자는 마왕의 손을 살짝 잡아 내리며 말했다.
“꼭, 꼭 고쳐주겠다.”
“믿을게.”
마왕이 애써 웃으며 답하자 회귀자는 그녀를 꽉 안았다.
그녀는 보이지 않기에 살짝 놀랐다가, 회귀자의 등으로 손을 가져간 후 토닥였다.
“그렇다고 너무 무리하지는 마. 너 아픈 거 싫어.”
회귀자가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왕은 그의 눈물로 어깨가 적셔지는 걸 느끼면서도 그가 눈물을 그칠 때까지 등을 두드려주었다.
*
“아, 설화씨.”
마왕이 깨어난 이후 공단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회귀자에 의해 마치 아슬아슬하게, 부숴질 듯한 분위기를 유지하던 공단은 마왕이 깨어난 것으로 풀어졌다.
“독자씨, 오늘 기분은 좀 어때요?”
그녀가 깨어난 후 매일 회귀자는 치료방법을 어떻게든 찾아 나가서 밤 늦게 들어왔다.
그렇기에 이 방을 제일 자주 오가는 이는 의사 뿐이었다.
의사는 앞이 보이지 않을 그녀를 위해 자주 들어와 말동무가 되어주었다.
물론 회귀자도 밤에 들어와 자려하는 그녀의 곁을 지켰다.
덕분에 마왕은 눈이 보이지 않더라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다.
물론 아침에 깨어났을 때 가끔 상태가 안 좋을 때도 있지만.
의사는 그 때를 떠올리며 회귀자가 아침 일찍 나가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마왕의 팔에 연결된 링거액을 교체했다.
처음에는 시야가 없다는 사실에 그녀가 의도치 않게 안절부절해 하여 오래 걸렸던 아침 진료는 어느 새 약과 링거 주기와 컨디션 묻기 정도로 끝내게 되었다.
물론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조금 더 오래 걸리지만.
오늘의 그녀는 다행히 상태가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링거를 교체할 때도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으며, 불안증세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의사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너무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과, 너무 불안해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마왕이어도 시야가 사라지면 불안해하고, 의도치 않은 움직임을 보인다.
그것은 아마 명의인 그녀에게 상식일 터였다.
그러나 너무나도 비정상적인 이들 사이에서 지내다보니 상식이란 것을 점차 잊고 있었다.
의사가 이상하리만큼 얌전하다고 생각할 때 즈음, 의사는 혹시 라는 마음을 가지며 마지막인 질의응답을 하기 위해 마왕을 불렀다.
“독자씨.”
이상했다.
그녀가 아무리 상태가 좋지 않더라도 10초 내에는 짧은 답을 내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벌써 10초가 훌쩍 지난 시점이었다.
“독자씨?”
“설······화 씨. 흐으······!”
마왕이 순간 가슴을 부여잡고 거친 숨을 뱉었다.
그러면서도 중간중간 섞여들어간 고통스럽고 무거운 신음은 그녀의 상태가 좋지 못하단 걸 전해주었다.
“이런······!”
의사는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리고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웠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니, 의사는 자책을 하면서도 그녀를 진찰했다.
부여잡고 있던 심장부의 옷을 북 찢었다.
그러자 보인 건 보랏빛으로 물든 피부였다.
링거로 천천히 남은 독을 해독해 몸에 생기는 과부하를 줄이려 한 의사의 실책이었다.
피부에 벌써 독이 들어났으니 이미 속은 뒤집히다못해 망가져 회생 불가가 될 지도 몰랐다.
의사는 다른 생각은 하지도 않은 채 작가를 불렀다.
“수영 씨!!!”
“왜?!”
그녀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는지 작가가 부리나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그리고는 의사의 옆에 서서 그녀에게 묻기도 전에 작가는 왜 부른 건지 알 수 있었다.
“뭐가 필요한데?”
의사는 보랏빛 피부를 보다가 말했다.
“제 수술 세트랑 야나스프레타의 수액, 시독 코뿔소의 정제독, 설화팩 서너 개를 가져다 주세요.”
작가는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수술세트? 여기서 수술하게······?”
의사가 결심이 선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작가는 착잡한 것처럼 머리를 흐트러뜨리며 ‘아바타’를 뽑아냈다.
“얘 꼭 살려라. 못 살리면 그 자식보다 내가 먼저 네 목 딸 거니까.”
그러고는 아바타들을 보내 의사가 말한 것들을 가져오게 했다.
그걸 기다리는 동안 마왕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큰······ 문제가 생겼나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공허한 눈동자를 떨었다.
작가와 의사는 그 말에 당당히 말했다.
“걱정마, 너 뒤지면 따라갈 놈들 투성이니까.”
“제가 꼭 낫게 해드릴게요.”
말은 달랐지만 둘 다 마왕을 안심시켜주었다.
그러는 동안 아바타들은 빠르게 그것들을 가져왔고, 의사는 라텍스 장갑을 끼고 핀셋으로 소독 솜을 집어 그녀의 보라색 피부 위에 덧칠했다.
그 후 그 위에 마취제를 주사하며 말했다.
“수술, 시작하겠습니다.”
*
그 날 밤이었다.
회귀자는 평소와 같이 마왕이 잠들어있는 방에 들어갔다.
그리고는 급하게 나와 의사의 방을 찾았다.
쿵쿵 두드리는 소리에 의사는 잠에서 깨 비몽사몽한 채로 나와 그를 보았다.
“중혁······”
그 순간 그녀의 얇고 하얀 목이 회귀자의 커다란 손에 붙잡혔다.
“켁! 켁! 중······혁 씨······!”
그녀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회귀자는 실소를 뱉으며 싸늘하게 행동의 답을 말해주었다.
“네 년, 김독자에게 무슨 짓을 한 거지?”
오래 기다려준 게이들아 미안하다
내 능력이 부족해서 이정도가 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