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avxbfuDi_HY






김독자의 첫 기억은 너무나도 흐릿하다. 

눈부신 빛과, 그 빛에서 뻗어나온 목소리. 


[인간은 너무나도 약하니, 그대가 인계로 내려가, 인간을 보은하고 보호하라. 그것이 네 삶의 이유고 숙명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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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기억도 안나는 세월을 끊임없이 살아왔다. 

끊임없이 인간을 위해 몸을 던지고, 그들을 구하다보니

그에게 [구원의 마왕]이라는 이름이 붙었더라. 


 김독자는 커다랗고 오래된 벚나무를 자신의 터전 삼아 살아왔다.

대가야의 변두리, 그곳을 지키는 오랜 거목, 그것을 사람들이 신성한 신처럼 여겼다. 

그러던 어느날, 그 벚나무에 한 아이가 찾아왔다. 

벚나무의 그늘에 아이가 앉았다. 


흑단같은 검은 머리에 눈동자를 가진 그 아이를 가만히 보던 괜히 장난이 치고 싶어져, 벚나무의 꼭대기에서 흰벚을 흩뿌렸다. 

아이의 머리의에 흰 벚이 내리앉자, 아이가 벚나무의 위를 처다보았다. 


"너 거기, 누구야?"


아이가 흰 옷을 입은체 자신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고 있는 김독자를 향해 말했다. 


"나? 김독자야. 독자."


"푸핫, 이름 엄청 특이하네, 내 이름은 한수영이야."


한수영이 웃음을 터뜨리며 김독자를 처다보았다. 


"넌 여기 왜 찾아왔어?"


김독자가 한수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버찌 따러 왔어. 엄마가 며칠째 굶고 있는데, 밥을 살 돈이 없거든. 우리 엄마는 버찌를 정말 좋아해"


김독자가 그 말을 듣고 한수영을 다시 바라보았다. 

낡고 헤진 옷, 행색을 보니 한수영은 대가야의 노비거나, 다른 나라의 포로일 것이다. 


한수영의 머리위로 버찌 몇개가 떨어졌다. 


"야! 너 왜 자꾸 내 머리 위에 던져?"


김독자가 성내는 한수영을 보며 미소지었다. 


"그래도, 뭐, 고마워. 내일 또와도 되지?"


"....당연하지."


김독자의 심장이 박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어디선가 내린 붉은 실이 김독자와 한수영의 손끝을 옭아맸다. 


-


김독자의 벚나무에 한수영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왔고, 김독자는 그럴 때마다 버찌와 벚꽃을 한수영에게 주었다. 

김독자가 한수영을 볼때, 김독자의 심장이 두근거렸고, 그와 동시에 김독자는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꼈다. 

수천년의 시간을 살아오며 어찌 잊었을 수도 있는 자신의 생명. 그것을 한수영이 느끼게 해주었다. 




"역습이다!"


한밤중, 가야의 밤에 환한 횃불을 든 사람들이 처들어왔다.

사람들이 가야의 국민을 처참히 배었다. 


"김독자!"


한수영이 누구의 것인지 모를 피를 얼굴에 잔뜩 맞은 체 절뚝이며 벚나무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한수영?"


한수영이 김독자의 품에 폭 안겼다. 


"김독자, 살려줘, 저기, 허억, 제발!"


한수영이 눈물과 피를 줄줄 흘리며 김독자를 끌어안았다. 


-푸욱


"콜록!"


한수영의 가슴이 누군가의 검에 꽤뚫렸다. 


"....한수영?"


한수영이 김독자의 흰 옷에 검붉은 피를 토해내었다. 


"끅, 컥, 흑, 쿨럭,"


한수영의 몸이 힘없이 김독자에게서 떨어졌다. 

김독자가 고개를 들자 그의 앞에는 신라의 군사 수십명이 마을을 불태우고 있었다. 


인간은 약하다


"..한수영?"


약한 인간을 보은하고


"일어나, 한수영"


보호하라


김독자의 검집에서 검이 뽑혔다. 매화나뭇가지 처럼 생긴 검에 새얀 광휘가 뒤덮였다. 

밤하늘에 내린 별과 같은 광채를 내뿜는 검이 순식간에 가야를 쓸었고 

모든것이 사라졌다. 


[그것이 너의 삶의 이유고]


[숙명이리라]



-



어쩌면 한수영이 없어졌던 그때, 김독자의 심장이 멈추었던 그때

김독자는 이미 죽었을 지도 모른다.

그저 자신을 다시금 살릴 한수영을 찾으며, 이미 죽어버린 자신을 그 작은 벚나무에 붉은 실로 묶어버린 것일 수도 있다.

신의 사랑.

신의 사랑을 받는자는, 죽음에 이른다.

그렇기에, 이루어질 수 없는 단어. 

그리고, 신을 영멸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단어. 

신의 사랑은 불가능하기에 신의 영멸또한 불가능하다.


김독자는 너무나도 오랜 시간을 벚나무에서 기다렸기에, 멸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