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지고 해가 밝자, 또 다시 시녀가 방문 앞으로 찾아와 한수영에게 말을 건네었다. 


"...아씨, 어제 일 때문에 많이 심란하시겠지만, 사당에 꼭 들르셔야 합니다. 사당에 들르시지 않으면 구원의 마왕께서 크게 노하실 거-"


-쾅!


"시발! 간다고 간다고!"


한수영이 눈 밑에 거뭇한 다크 서클을 단체로 소매도 단정히 하지 않고 방을 뛰쳐나가 빠른 걸음으로 사당을 향해 걸었다. 


"아씨! 기다리세요!"


-


한달음에 사당에 도착한 한수영은 망설임없이 문을 열었다. 


"...."


검을 그러쥔 남자를 향해 한수영이 말했다. 


"늦었네, 수영아"


"미안..합니다,"


"존댓말. 쓰지마"


잠시동안 대화가 오가고 다시 대화가 단절되었다.


"너, 그러니까, 구원의 마왕인거야?"


"응"


"내가 니 신부인거고"


"응 당연하지 수영아, 수만년이 지나도 너는 나의 신부야"


김독자의 목소리에 미미한 그리움이 묻어났다. 


"내가 너랑 결혼을 하지 않으면 넌 없어지는거야?"


"음, 그건 나도 잘 모르겠지만. 너와 나, 그 사이에 얽힌 그 불은 실이 나의 생명을 놓아주질 않고 있으니 그게 없어지면, 나는 죽지 않을까"


김독자가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붉은 실을 메만졌다. 

그러곤 다시 말을 이었다. 


"수영아, 우리는 꼭 연인이 되어야만해. 너와 내가 연인이 되어야, 내가 인간의 몸을 얻고 이 사당을 나갈 수 있거든. 그리고 나는....꼭 이 사당 밖에서 해야하는 일이 있어."


"시발, 누구 맘대로 너랑 내가 연인이야?"


한수영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나를 사랑해줘 수영아, 그래야 내가 이 지긋지긋한 사당을 벗어날 수 있어"


김독자가 한수영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김독자가 한수영의 손을 잡고 그곳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뭐, 뭔"


한수영의 손에 만개한 매화나무의 나뭇가지 하나가 쥐어져있었다. 


"오늘은 이쯤에서 끝내자. 수영아, 나는 너를 사랑해. 정말로"


김독자가 한수영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어제보다도 더욱 화려하게 핀 벚나무에서 흰빛의 매화들이 즐거운듯 춤을 추며 바닥에 떨어졌다. 

그 아래에 선 김독자와 한수영은 향긋한 꽃내를 맡을 수 있었다. 


그런 낭만적인 분위기와는 다르게, 한수영의 머릿속은 가히 엉망진창이였다. 


사랑? 구원의 마왕을 사랑하라고? 

허, 사랑이 말장난인가 뭐, 사랑해주세요 라 하면 사랑이 뚝 떨어지나? 어이가 없네

난 연하남이 취향이라고. 근데 저 새낀...족히 20000살은 더 먹지 않았나.


한수영은 손에 들린 벚 나뭇가지를 그러쥔 체로 빠르게 사당을 나섰다. 

문을 쾅 닫자, 겨울의 매서운 바람이, 아까 있던 봄은 꿈이라는 듯 몰아쳤다. 

소매를 고쳐입은 한수영이 매화 나뭇가지를 바라보았다. 


"...어?"


꽃과 나뭇가지가 썩고, 이끼와 곰팡이가 잔뜩 있는 나뭇가지가 한수영의 손에 들려있었다. 


"윽!...이게 뭐야"


한수영이 나뭇가지를 떨어트렸다. 떨어트리자마자 나뭇가지는 허무하게 바스러졌다. 

그 관경을 보자 한수영의 등골에 소름이 끼쳤다. 

나뭇가지의 시간의 흐름. 

저 사당 안의 시간흐름은 비정상적이다


그리고, 멈추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