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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영이 한씨 가옥에 다가가자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집안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을 잡고 한수영이 물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 왜 이리 분주하느냐?"


시종이 말했다. 


"대감께서, 한양에서 귀환하시는 중, 외군사들의 습격을 받으셨습니다. 지금 난리도 아닌데. 아씨께선 어디계시다 오신겁니까?"


"뭐? 외군사? 외군사들이 한양까지 들어왔냔 말이느냐?"


"지금 전쟁통입니다. 한씨 사옥이 변방이라서 다행이지, 윤씨랑 백씨 사옥은 이미 불타 재가 되었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한수영의 시녀가 달려왔다.


"아씨! 어디 계셨던 거에요! 아씨께서 어디서 죽어나간 줄 알고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요?"


"미안하다."


한수영이 시녀의 어께를 토닥여주었다. 


"아씨, 당분간은 집앞 사당도 들르지 마셔야합니다. 가옥 밖은 발도 내딛으시면 안됩니다."


시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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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독자는 해가 지기 시작했을 때, 눈을 떴다. 

사당의 천장을 통해 붉은 해의 빛이 느껴졌다. 

어제보다 훨씬 풀린 날씨가 느껴졌다. 


"....봄이 오려나 보구나."


김독자는 조용히 땅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꽤 지나고, 날이 졌다. 

캄캄한 어둠속에서, 눈을 말똥히 뜬 김독자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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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독자는 어둠속에서 계속해서 한수영을 기다렸다. 

그녀가 내일오지 않을까. 내일 와서, 저에게 무슨 이야기를 할까.

내심 기대하며, 다시금 기다렸다. 


날이 다시 한번 지고, 다시 한번 해가 떴을 때도 한수영은 오지 않았다. 

벚 나뭇가지가 트드득 소리를 내며 부패하여 바닥에 떨어졌다. 

벚꽃들이 원을 그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 아래에, 흰 옷을 입은 김독자가 누워있었다. 

해가 지는것을 텅빈 눈으로 바라보며 한수영을 기다리는 김독자는 지독히도 외로워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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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영이 냉기가 맴도는 제 방에 누워 하늘의 별들을 헤아렸다. 

신은 하늘에 별자리를 만들어 살아간다지?

그렇다면 김독자의 별자리는 무엇일까.

가장 찬란하고 빛이나는 별이 있다면 그것이 김독자의 것이리라. 

한수영이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김독자를 보러가고 싶은 마음은 하늘과도 같았지만.

괜스레 나갔다 개죽음이라도 당하면 어쩌겠나?


한수영은 그저 조용히 방안에서 곰방대 재를 탁탁 털며 김독자를 상상했다. 

그 따듯한 손으로 저를 안아주면 얼마나 따듯할까. 

그리고, 얼마나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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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계절 속에서 살아가는 두 사람은 결코 서로에게 닿지 못한다. 

봄과 겨울은 확실히 구분되어있고, 그 둘이 만나는 접점은 존재하지 않으니. 

한수영과 김독자는 닿으려하면 멀어지는 그런 비극과도 같은 연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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