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글이 점점 더 급전개되는 느낌인데.. 원래 급전개긴 했는데;; 쩝. 뭐 쨌든 걍 써봄. 알아서 장면 상상하면서 읽어!!(당당)




....

''죽어...''

한수영이 자면서 중얼거렸다.
해가 이미 하늘 높이 떠 있었지만 커튼을 쳐놔서 전혀 빛이 들어오지 않았다.

''김독자...죽어...''

그런 어두컴컴한 방안에서 ''죽어...''라고 잠 덜깬 어딘가 메인 듯한 목소리는 한층 더 기괴하게 느껴졌다.
한수영이 이불을 깔아뭉개고 뒤척이고 있을 때, 한수영의 휴대폰이 요란스럽게 울렸다.

ㅡ그대 어디있나요~ 밤하늘 별하나 날 바라보죠~

''으음...으...아씹!! 휴일인데 누구야!!''

한수영은 소리를 지르며 일어났다.
얼굴을 고양이처럼 손으로 문지르면서 휴대폰을 바라본 한수영은 허겁지겁 전화를 받았다.

''....김독자? 갑자기 무슨 일이야?''

''한수영. 4시까지 옥상으로 나와.''

''뭐? ...야?!''

김독자는 그 말만 남기고선 전화를 끊었다.
영문을 몰라 한수영이 멍하니 앉아있다가 정신을 차리고선 시계를 보니

ㅡ3시 45분

''이런 김독자 같은 새끼. 준비 시간도 제대로 안 주냐...''

한수영은 허겁지겁 화장실로 들어가 씻고선 옷을 갈아입었다.
머리가 살짝 젖어있는 채로 코트를 손에 들고선 옥상으로 뛰어올라가 문을 열어젖혔다.

''왔냐?''

또 입꼬리를 살짝 들어올리고선 웃고 있는 김독자를 보던 한수영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늘 자신만만하게 씨익 하던 김독자의 웃음이 유난히 움찔움찔 거리는 느낌이었다.
조금 두근두근하던 마음이 가라앉은 한수영은 퉁명스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왜 불렀는데? 김독자.''

''갈 데가 있으니까.''

''너랑 나 둘만?''

''응. 동료들한테는 서점 간다고 하고서 밖으로 나간 뒤에 올라왔으니까 모를거야.''

''흐응? 그렇게까지 해서 갈 곳이 있단 말이지?''

''그래. 그러니까, 빨리 와.''

''왜? 차 안 타?''

''오늘은 특별코스니까. 너... 나 치면 안 된다?''

''뭐? ....야아아아아악?!''

어느새 한수영의 옆으로 다가온 김독자가 한수영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면서 두 손으로 들었다.
흡사 공주님 안기를 당해서 멍하니 있던 한수영의 눈앞에 흰 코트와 대비되는 검은 날개가 펼쳐지더니 두 다리 사이로 장난감 모형처럼 작게 건물들이 보였다.

''야, 너 이게 무슨....''

''꽉 잡는 게 좋을 걸?''

한수영이 말을 끝마치기 전에 김독자가 갑자기 가속했다.
구름이 스쳐 지나가는 속도가 무척이나 빠른 탓에 살짝 놀란 한수영이 손에 힘을 살짝 주는 사이, 이번엔 흰색 날개가 펼쳐지더니 속도가 훅 줄었다.

김독자와 한수영이 도착한 곳은 어딘지 모르는, 건물 잔해가 이젠 다 숲으로 뒤덮인 어느 땅끝 가장자리.
뒤로는 숲이 있고 앞으로는 절벽과 그 밑에 바다가 펼쳐졌으며 저 멀리 빛나는 빙하가 보이는 곳이었다.

''....밤에, 적어도 해가 지는 때에 왔으면 더 좋았을텐데.''

한수영은 무심코 중얼거렸다.
그러자 옆에 나란히 서 있던 김독자가 절벽 끄트머리에 걸터 앉아 옆에 앉으라는 듯 툭 두드리고서 말했다.

''여긴 낮이랑 저녁, 밤의 모습이 다 다르거든. 언제 한번 돌아다니다가 발견해서 가끔 머물다 가는 곳이야.''

''네가 저번에 사라졌을 때냐?''

''....아닌데?''

''맞구만. 야!! 그러고보니 그때 덜 맞은 것 같은데 지금 맞아야지 않겠냐?''

''나중에 다 맞아줄 테니까, 지금은 좀 참아주라.''

''....''

그렇게 말하는 김독자의 모습이 평소와 달라서 한수영은 들어올렸던 주먹을 슬그머니 내렸다.

''그래서? 여긴 왜 온 건데?''

''좀 긴데, 어차피 들을거지?''

''(끄덕)''

''으음...그러니까ᆢ''

김독자의 입에서 문장들이 흘러나온다. 이미 한번 보고 읽었던 이야기. 그리고 옆에서 같이 경험했던 이야기까지.
한수영은 점점 저물어가는 햇빛에 물드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잠자코 김독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모든 이야기가 끝난 후 였음에도 김독자 자신이 어떤 상태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김독자의 얼굴은 왠지 이전보다 더 나아보였다.
이윽고 김독자가 동료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하나하나 말해주고 나서 마지막으로 그녀에 대해서 앞선 이들보다 길게 말을 늘여놓는다는 걸 깨달았을 때, 그녀는 김독자의 옆얼굴을 보고 있었다.

''ᆢ했어. 그래서 나는, 내가 생각하기로는 내가 널ㅡ''

여기다.
한수영은 생각했다.
이후에 나올 말은 아마 십중팔구 그 말이겠지.
그리고 한수영이 자제하기도 전에 제멋대로 그녀의 입에서 말이 튀어나왔다.

''좋아하는 ㄱㅡ''

''야, 김독자.''

''ㅡ?''

''너 클리셰 싫어한다했지?''

''...그랬지. 근데?''

''이거 클리셰야, 주인공이 꼭 자신이 구한, 주변에 있는 인물이랑 이어진다는 클리셰. 클리셰 싫어한다더니 말이 다르네?''

''...핫.''

한수영은 그 말을 하고선 웃었다.

김독자도 한수영의 얼굴을 돌아보곤 웃었다.

한수영이 다시 말을 이었다.

''결국 너도 어쩔 수 없나보네? 거봐, 내가 이겼지?''

김독자는 한수영의 살짝 가늘게 휜 눈을 바라보다 말했다.

''...그래. 이 클리셰는 나도 질 수 밖에 없나보다.''

''그래서? 아까 하던 말 마무리 해야지?''

''후...너 진짜...''

장난기 가득한 한수영의 말에 김독자는 웃음 섞인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다시 고개를 든 김독자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지어져있었다.

''난 한수영, 널 좋아...하는 것 같아. 그러니까..''

''하는 것 같아?''

''...널 좋아해. 그러니까, 사귀자.''

살짝 휘었던 한수영의 눈이 조금 더 가늘어지고 입가에는 여느 때처럼 자신만만한 미소가, 그러나 어딘가 김독자를 닮은 미소가 지어졌다.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에 김독자가 눈을 잠깐 감은 사이, 김독자의 볼에서 잠깐 스치는 듯한 감촉이 느껴졌다.

눈을 뜬 김독자의 앞엔, 한 손가락으로 입술을 잠깐 눌렀다 때는 한수영이 있었다.

''대답은 이걸로 됐지?''

그 말을 들은 김독자는대답하지 않고 웃었다. 그냥 웃었다. 여느 때처럼 씨익 하고 웃는 것도, 곤란한 듯이 웃는 것도, 뭔가 생각하다가 웃는 것도 아닌, 그저 순수한 웃음.
그리고 김독자는 어느새 옆에 나란히 앉은 한수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한수영도 가만히 손길을 받아들이면서 해를 쳐다보았다.

한동안 둘이서 아무 말 없이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그렇게 앞을 보다가, 김독자가 말했다.

''...그러고보니, 그때도 이렇게 네 머리 쓰다듬은 적이 있었는데 말이지.''

''....그랬나?''

''그, 운석 찾으러 가기 전에.. 기억 안나?''

''음...글쎄? 더 얘기해봐.''


어느새 자연스레 붙어서 얘기하는 두 사람의 말소리가 노을 진 수평선 위를 뒤덮은 밤하늘 아래서 속삭였다.

...다른 별들보다 가장 먼저 나타난, 가장 밝은 별 두개가 모여서 이어진 듯이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