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닷.
민첩을 올린 덕분에 순발력이 올라 바닥에 착지하는데 성공한 김독자.
그는 속으로 자신을 칭찬하면서도,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출렁이는 바다와 서서히 움직이는 구름.
그리고.
"우읍."
웨에에엑!
그들이 타고 있는 아주 커다란 배.
본래라면 그 세가지만으로 어떤 영화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어야 정상이겠지만, 그는 다름 아닌 김독자였다.
김독자는 '그'가 클리어 하지 않았던 영화들 중 지금 상황과 가장 알맞는 것을 금방 유추해냈다.
"타이타닉이군요."
"헤엑! 헤엑..! 타… 타이타닉? 그거 배 침몰하는 영화 아니….. 우웁!"
"맞아."
그 말을 들은 정희원은 곧바로 자신의 모습을 보더니 이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스스로도 모르는 새에 벌어진 일이긴 했지만, 허름한 판초우의 따위가 아닌 아름다운 드레스로 갈아입혀진 채였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본 김독자는 여주인공 역할을 그녀가 맡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거 못 가져가나?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아까 그것보다는 훨씬 나은데."
"못 가져가니까 포기하시죠."
"쳇!"
그때, 어느새 얼굴이 헬쓱하게 변해버린 이지혜가 좀비처럼 으어어 소리를 내며 그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오며 물었다.
"여주인공은 언니인 것 같고…. 남주인공은 누구에요?"
그 질문에, 정희원은 빠르게 김독자의 위 아래를 훓더니, 이내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왠지 억울하면서도 울컥한 김독자였지만, 그는 애써 해명해봤자 자신만 손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굳이 입을 열지 않았다.
".....응? 그럼 남자 주인공이 누구지? 나는 당연히 아니고, 아저씨도 아니라면……."
이지혜는 설마하는 눈빛으로 이길영을 돌아보았다.
그 순간.
"잽 도슨!"
.
.
.
"으읍! 으브븝!"
"이제 어떻게 하면 돼?/되죠?"
정희원과 이지혜, 그리고 이길영이 그 남성의 주변을 빙 두른 채 김독자에게 물었다.
김독자는 이래도 되는 건가 싶었지만, 그렇다고 다른 방법이 떠오른 건 아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이지혜가 망설임 없이 남성의 가슴에 칼을 꽂아넣었다.
푸욱!
"커허억!"
이지혜의 칼에 가슴을 관통당한 남성은 몸을 부르르 떨더니, 이내 고개를 툭 하고 떨구고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푸른 창이 그들의 앞에 떴다.
[극장 주인이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은 주인공과 여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라고 말하며 바뀐 엔딩에 불만을 표합니다!]
"사, 사랑 이야기?"
순식간에 남성의 가슴에서 칼을 뽑아낸 이지혜는 당황하며 어떻게든 해보라는 듯 김독자를 보았으나,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던 것은 김독자 또한 마찬가지였기에 그는 난처한 표정을 지음으로서 자신에게도 방법이 없음을 알렸다.
그러자 이지혜가 자신의 손톱을 잘근잘근 씹으며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독자가 미래에 벌어질 일들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정희원은 그를 노려보았다.
김독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김독자에게는 한가지 방법이 있긴 했다.
하지만.
그 방법은 조금.
아니, 많이 곤란했다.
어차피 세계가 멸망해버린 마당에 도덕이 무슨 상관이 있겠냐만은, 김독자가 생각하기에 '정희원'이라는 인물은 그 상관없는 도덕을 무척이나 지키려고 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매서운 눈초리를 계속 받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김독자는 어쩔 수 없이 그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자.
"아저씨 미쳤어?!!"
"독자 씨, 미치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