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방이다.
멸망까지는 3시간이 채 남지 않았고, 작전이 성공했다면 이미 나와서 저녁까지 먹고 있을 시간이다.
그리고 내가 들어가야 한다는 말은 최악의 상황이라는 뜻이다.

방 안은 역시나 가관이다.
공을 들고 있는 사람, 막 16분을 넘긴 녹음기, 널부러진 종이와 펜, 쏟아진 물컵,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 같은 의자까지.
그대로 멈춰 있다.
내가 좋아하는 컨셉은 아녔는데.
종이에 뭐라고 썼는지나 보자.
높으신 양반들인데, 뭐라도 있겠지

'공을 들면 우리 모두가 멈춘다.'
얼마나 세게 썼는지 종이가 찢어져 있다.
좋은 선택이다.
물론 나는 혼자니까 의미가 없겠지.

아마...동의어 반복이 가장 처음이였을 거다.
안전 요원도 그 정도는 알고 있다고.

"나는 "
아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되면 위험하다.
종이에 적어 보자.

시발
'우리 모두'에 종이는 넣었으면서 나는 뺐냐?
꺼져 나도 니네 필요없어

"저것은 종이이다"
그래. 나쁘지 않아
"종이는 섬유질..?로 만든 물체다"
음...이건 멸망이랑은 상관이 없겠지?
2시간이랑...조금 더 남았네

"종이는 원ㅈ"
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
이건 아녔어 취소해줘

그래 거꾸로 생각해 보자
멸망은 뭐지?
멸망은 종말이다
멸망은 끝이다
멸망은 죽음이다

야 이거 아냐
내가 저걸 건드리면 음...안될거야
멸망의 개념이 뭘까



멸망은 개념이다

개념이라니 뭔가 느낌이 좋아
이거보다 나은 건 없겠지

취소
찢어진 종이 중에 '개념'이라고 적힌 조각이 눈에 들어왔다.
하여튼 개년들 도움은 못 되면서 훈수만 많아요

다시 해보자
멸망은.............
포기할까?
아냐

멸망 멸망 멸망 멸망 멸망
멸망을 멈춰야 하는데.....?
멈춰?

멸망을 멈춰야 한다.
저 인간들은 멈췄다.
이거 냄새가 난다.

이제 저 역겨운 인간들과 멸망의 공통점을 찾아보자

생각해 보니 웃기넼ㅋㅋㅋㅋㅋ
어렸을 때 내가 히어로 되고 싶다고 했는데
소원성취 아니냐?ㅋㅋㅋㅋㅋ

정신 차리자 시간은 많지 않다
시간은 금이니까

멸망은...역겹나?

???????????????????

잠깐 이게 되는 걸까?
생각을 다시 해보자
이렇게 될 거 같지는 않아

아냐 너는 천재야
너는 방금 지구를 구한 익명의 히어로가 되었다고

"저 인간들은 역겹다"

기분 탓인지 더 역겨워 보이는 것 같다.

"멸망은 역겹다"

아 멸망을 정의해 줘야 하는구나

"멸망은 약 1시간 20"

씨발
병신아 너는 방금 1시간 20분 후를 멈출 뻔 했어

"멸망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ㅊ'

인간이 낫나?
아냐 생명체로 가자

"멸망은 지구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바뀌는 현상이다"

음 좋아
있어 보이잖아

"멸망은 역겹다"
그렇지
근데 이걸로 보너스 받게 되면 지금보다는 덜 역겨울거야

"따라서 저 인간들은 멸마"
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 절대 안돼.
순서를 조심하자

"저 인간들은 멈춰 있다"
그래 이거지

"따라서 역겨운 것은 멈춰 있는다."
이제 하나밖에 안 남았어

"그러므로 멸망은 멈춰 있는다."

그래
이제 됐어

아무런 변화도 없다
원래 그런 거니까

멸망 씨들
그대로 공을 들고 멈춰 있어줘
나는 치킨이나 먹으러 갈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