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소설은 백합입니다. 백합물이 싫으시면 뒤로 가주세요!

스토리

3. D - 724

푸우욱...


두근.. 두근.. 두근..


오늘도 어김없이 언니보다 먼저 일어나서 심장 소리를 듣는다.


"헤헤.. 언니 잠꾸러기.."


의사가 늦잠을 자면 어쩌자는 거야 대체..


"후우웅.."

"..진짜 예쁘다."


매일 봤지만.. 볼 때마다 놀라는 얼굴이야..


스르륵..


"앗.. 일어났어?"

"우웅.. 하아아암.."


그렇게 방금 잠에서 깬 언니가 비몽사몽 한 상태로 나를 쳐다보고,


쪽-


"흐에?!"

"우웅?"


쪽쪽- 쪽-


"하..하지마..! 기분 이상해..!!"

"그게 좋은 거야 세라야!"


심장은 빠르게 뛰고, 언니한테 꼬오옥.. 잡혀서 벗어나지도 못하고,


그렇게 20분 동안 언니한테 뽀뽀만 받았다.


"하아.. 만족!"

"히끅.. 기..기분 이상해에.."


뭐..뭔가 가득 채워지는 느낌이야..


"어..언니.. 나 조금만 더.."

"..!"


꽈아악-


"우우웁! 우브브븝.."

"하아아..! 너무 귀여워..!!!"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언니가 날 가슴에 묻고, 꽈아악.. 안아준다.


기..기분 죠아..


"나.. 나 조금만.."

"알겠어~ 원하는 만큼 해줄게?"


헤.. 헤헤헤...


*


..내 하루 절반 어디 갔지?


정신을 차리고 시계를 보니까.. 벌써 4시.


내가 10시쯤에 일어나니까.. 어...


8시간 동안 안겨있던 거야?!


"어..언니.."

"응? 왜~ 더 안기고 싶어?"

"아..아니.. 그.. 미안.."

"엥? 갑자기?"

"언니를 너무 방해한 거 같..아서..?"


푸우욱..


"우웁.."

"아주 그냥 착해서 탈이야. 착해서. 응?"


으..응..?


"화 안 났어..?"

"난 오히려 좋았는걸? 세라의 귀여운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말이야~"


..그냥 나만의 착각이었구나...


"..언니, 그러면 나 부탁 하나만 들어줄 수 있어..?"
"그럼! 당연하지!"

"나.. 나아.. 아침..이랑 저녁마다 방금까지 해준 거 해줄 수 있..어..?"


슥슥슥슥-


"아이구~ 그걸 그렇게나 받고 싶었어?"

"기..기분 좋았단 말이야! 처음 느껴보기도 하는 기분이었고.."


뭔가.. 엄청 기분 좋았어.. 헤헤..


"완전 애기야 애기.."

"..응애! 맘마 줘!"


훌렁-


"꺄아아악!!"

"자~ 맘마 먹자~"


휘익-


가슴이 보일 정도로 위까지 올린 언니의 옷을 다시 내리고,


"이..이런 건 장난으로 넘어가라고!"

"힝.."

"힝은 뭐가 힝이야!"


진짜...


너무 놀랐어..


"아, 맞다 세라야."

"웅?"

"버킷리스트 써볼래?"

"버킷리스트?"


그거 시한부 소설에서 많이 나오ㄴ...


아, 그게 나구나?


"응!"

"좋았어~ 여기!"


그리고, 나한테 쥐어지는 작은 공책과 펜.


"그러면 쓰고 있어? 저녁 만들고 있을게~"

"아, 오늘 저녁 뭐야?"

"갈비찜!"

"야호!"


헤헤, 갈비찜이다~


끼이익-


"앗..."


언니 나갔어..


"그렇다면..!"


촤라라락-


빠르게 공책을 피고, 천천히 생각하면서,


끄적끄적..


"이거랑.."


끄적..


"아.. 잘 못 썼다.."


슥슥슥-


"아, 이것도 할래."


내 인생을 최대한 즐길 플랜을 새운다.


*


"다 썼다..."


어우.. 힘드러..


풀서억...


끼이익-


앗.. 방금 누웠는뎅..


"다 썼어?"

"응!"

"그래? 어디 보자.."

"안 돼!!"


덥석- 휙-


"왜, 왜..?"

"언니한테도 비밀이야!"


나만의 비밀이라구!


"너가 적어놓은 걸 봐야 뭘 할지 아는데..?"

"싫어! 내 비밀이야!"

"아, 알겠어.."


휴.. 간신히 막는 거 성공!


"이제 밥 머글래!"

"그래, 자!"


팔을 쫙! 펼치고 있는 언니한테..


와락-


그대로 폴짝!


"자~ 밥 먹으러 가자~"

"와아~"


그리고, 그 상태로 안겨서 테이블까지!


"읏차.."

"킁킁... 맛있는 냄새.."


잘 익은 고기 냄새와 달달한 소스 냄새...


달그락- 화아아-


"우와아아..."


그리고 뚜껑을 여니까 나오는 방금 막 됐다는 뜻의 따듯한 김과 더욱 강하게 나는 맛있는 냄새...


꿀꺽..


"아.. 아아아..!"

"푸흡, 조금만 기다려~"


빠..빨리 머고시퍼..


"손!"

"여..여기..!"

"옳지 착하다~"


슥슥슥-


그렇게 언니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아아~"

"아아..!!"


냐아암..!!


"흐우우웁..!!"

"맛있어?"


끄덕끄덕끄덕-


"에구, 머리 빠지겠다. 그 정도로 맛있어?"

"꿀꺼억.. 최고야..!"


하아아.. 너무 맛있다...


고기도 너무 부드러워서 바로 녹듯이 사라지고..


그 아래에 따듯한 쌀밥.. 거기에 양념이 잘 배어든 감자까지..


이게 최고지..


"머리!"

"머리..? 음.. 얍!"


언니 손이 내 머리 위에 있어서 머리를 들어 언니의 손에 가져다 댔다.


"옳지~"


..나 뭔가 냥이 된 거 같은데...


..댕댕이인가?


"언니.. 나 애완동물이야?"

"응!"

"어?!"

"아, 아니야! 세라는 내 귀여운 동생이야~"


..방금 애완동물 맞다고 한 거 같은데..?


"언니, 솔직하게 말ㅎ..."

"아아~"

"아아아..!"


냐아암..!


흐으응..!


"코!"

"코..코..? 으응.."


콕-


"옳지~"


냐암..!


...나 진짜 뭔가 애완동물 된 거 같은데..


마..맛있는 거 먹으니까.. 괜찮을 거야..  응...


*


"코오오..."

"잠들었네.."


꼬옥.. 쪽-


하아.. 너무 귀여워.. 진짜.


그럼 어디보자아..


찾았다.


"어디~ 세라의 버킷 리스트를 봐볼까~"


촤라라락-


으흠?


'언니랑 여행 가보기.'

'언니한테 숨 막힐 정도로 안겨보기.'

'언니랑 같이 영화보기'


...왜 다 나랑 관련된 건데..


그리고 그렇게 15개의 리스트를 더 봤지만...


모든게 나랑 같 하고 싶은 거였다.


혼자 원하는 건 없어.. 다 나랑 같이 하고 싶은 것들이야.


'언니랑 결혼하기.'


"딸꾹.."


겨, 결혼..


그, 그치.. 겨, 결혼도 해봐야지..


다, 다른 거..


"..응?"


또 보다 보니 점선으로 나눠어 있고, '19 리스트'라고 써져 있다.


"꿀꺽.."


어디어디...


'언니한테 깔려ㅂ...'


촤악-


"..더 이상은 못 보겠다."


보기가 두려워..


투욱-


꼬오옥...


"하아아.. 좋다.."


내 수면 인형..


내 하나뿐인 환자..


내 하나뿐인 사람...


"잃기 싫어...."


고작.. 그 질병 하나로...


"널 잃기 싫어...."


정작.. 병의 걸린 건 넌데.. 왜 슬퍼하는 건 나일까...


내 인생 처음인 휴식을 너랑 보내고 있는데..


그런 의미있는 너를... 잃기 싫어...


"하아아아..."


어째서 세상은.. 이리 불공평할까..


"이런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왜 이렇게 큰 시련을 받아야 되는 건가요.."


가끔은 이런 내가 증오스럽다.


병원의 원장인 놈이, 고작 질병 하나 못 고쳐서, 이런 어린아이를 고통받게 놔둔다는 그 현실이.


그 압박감이, 날 짓누른다.


"세상 참.. 뭐같네.."


그저... 최악이다.


"이건.. 아무리 신이라고 한들 못 고치겠지.."


하아..


"자자..."


그리고 내일도, 내 본심을 숨기면서.


"행복하게 해 줘야지.."


세라야, 너만 행복하다면.


내가 평생 거짓말을 하더라도 괜찮아.


그러니까..


"앞으로.. 좋은 추억 많이 만들자.."


너가 죽기 전까지.


최선을 다 해볼게.


남은 인생, 후회 없이 보내게 해줄게.


병약 혹은 시한부 소설의 국룰인 버킷리스트 등장!

하지만.. 직접 보여 드리진 않을 겁니다. 같이 찾아가는 거죠~

아, '이게 최고지..' 이후로는 조금 이상할 수 있습니다. 조금이지만 술 먹고 썼거든요.. 헤헿..

그럼~ 작가는 이만 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