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1-20. 공포를 내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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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펠리 남작이 말했다.


“호흡법을 따라 혈액의 흐름을 만들어낸 파문 에너지가 괴물의 조직을 갈기갈기 파괴한 것이지! 죠죠! 놈의 뇌 전체를 재생이 불가능하도록 녹이는 걸세. 흡혈귀를 쓰러뜨릴 방법은 그것뿐이야!!”


좀비는 높게 점프하여 오래전부터 터널 천장에 박혀 있던 녹슨 검을 잡아당기며 셋을 바라보았다. 좀비의 눈에서 고통의 눈물이 흘렀다.


“네놈들 감히! 반드시 죽여버리겠다!! 기필코 송송 썰어서 먹어버릴 테다!!”


벽의 일부가 열리며 비밀통로가 드러나자 좀비는 그 안으로 사라졌다.


“윽, 벽에 비밀통로가!”


“이 마을은 중세시대에 왕을 섬기는 기사들을 훈련하던 곳이라고 들었어! 저 통로도 기사들을 위한 비밀통로겠지!”


스피드왜건은 구멍 너머 한줄기 빛조차 없는 어둠에 공포를 느꼈다.


“설마 이 을씨년스러운 구멍 속으로 놈을 따라가진 않겠지?!”


“갈 수밖에 없잖나… 놈이 우리를 유인하는데…”


체펠리 남작은 도대체 어디서 새로 난 것인지 모를 와인을 다시 잔에 따랐다.


“하지만! 거는 것은 죠죠 혼자일세.”


체펠리 남작은 와인을 따른 잔을 죠나단에게 던졌다. 죠나단은 그것을 안전하게 받았다.


“죠죠! 그 와인을 잔에서 한 방울도 흘리지 말고 놈을 쓰러뜨리고 오게!!”


스피드왜건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 이 인간이 뭐라는 거야?!”


“죠죠, 싸움의 사고방식 제3번 일세!! 북쪽 노르웨이에 이런 속담이 있지… ‘북풍이 용사 바이킹을 만들었다.’ 그 와인을 잔에서 단 한 방울이라도 흘린다면! 설령 놈을 쓰러뜨린다 해도 나는 자네를 버리겠네!”


스피드왜건은 체펠리 남작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격렬히 항의했다.


“이 아저씨가 진짜! 당신 여기 장난하러 온 거야?! 제정신이냐고, 인간아!”


“자넨 잠자코 있으라니까!”


“잠깐, 스피드왜건! 알겠습니다. 체펠리 씨… ‘북풍이 바이킹을 만들었다.’고 하셨죠?”


죠나단은 와인잔을 든 채 통로로 사라졌다.


“죠스타 씨!”


스피드왜건이 죠나단을 불렀지만 죠나단은 대답조차 하지 않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혹독한 북풍은 기게 있는 용사 바이킹을 낳았네! 저 와인은 바이킹을 만들어낼 걸세! 그렇지 않고 서는 애초에 디오를 이기지 못해!!”


죠나단은 횃불 하나에 의지한 채 와인을 들고 통로를 걸어갔다.


“미로 로군… 불빛을 비추어도 반드시 어두운 부분이 생기는 구조다.”


죠나단은 알아차렸다, 여기서 불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그와 동시에 좀비가 기묘한 도구 같은 것을 들고 날아왔다.


“이 불은 절호의 표적이야!”


죠나단은 몸을 날려 기계를 피했다. 좀비가 다루는 기계는 단숨에 죠나단 뒤에 있던 기둥을 썰어버리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칼날에 배인 죠나단의 몸에서 피가 흐르자 죠나단은 고통을 삼키며 와인이 무사한 것을 본 뒤 표적이 될 뿐인 불을 꺼트렸다.


“그러고보니… 써는 데에서 삶의 희열을 느끼는 자였지! 조금전의 나이프 괴물 같은 무기는 중세의 고문도구를 개조한 물건일까?! 놈은 타격을 받아 약해졌을 테니… 기습할 작정이다! 하지만 불을 끈 지금, 어디에서 나타날지 나도 알 수 없다!!”


좀비는 죠나단이 서있는 복도 바로 맞은편 벽에 있었다.


‘불을 꺼도 알 수 있다! 더 가까이 와라! 냄새가 난다! 피 냄새가! 따끈한 피 냄새다. 거리까지 알 수 있다고! 흐흐, 앞으로 2미터. 좀더 다가와라. 토막토막 썰어주지!!’


조금 나아가던 죠나단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심호흡을 했다.


‘체펠리 씨가 말했던 싸움의 사고방식 제1번, ‘적의 입장에서 생각하라!’… 가까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고방식 제2번. ‘공포를 내 것으로 삼아라!'’

"그러면 호흡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더! 더 가까이 와라! 앞으로 1미터! 찰싹 달라붙어 경동맥을 물어뜯고 혈관을 끄집어내주지! 그래! 조금만 더!! 그 모퉁이까지 와!!’


그 순간, 죠나단은 깨달았다! 체펠리 남작이 준 와인에서 일정한 형태의 파문이 일고 있었다!


“이… 이것은! 파문?! 그렇구나! 체펠리 씨가 말했던 ‘북풍’은 이 ‘와인’이었어! 와인의 파문이 느껴진다! 잔을 따라서… 팔을 따라서! 몸을 따라서! 지면을 따라서! 놈의 생명의 진동이 느껴진다! 이 와인은 파문 탐지기였어!!”

코오오오오오오

“떨려온다 하-트! 불타버릴 만큼 히-트!! 거기 있구나! 흡혈 좀비!! 벽을 타고 흘러라! 파문! 선도 파문 질주(오버드라이브)!!”


죠나단의 온몸에서 일어난 노란 불꽃은 죠나단의 주먹으로 모이더니 이내 죠나단이 친 벽에 파문을 일으키며 전달되었다.


‘얼른 와라! 쭈욱쭈욱 먹어주마!!’


그 순간, 좀비는 벽을 타고 전해진 죠나단의 파문을 그대로 맞고 날아갔다! 그리고…


“크르야아아악!!”


좀비는 일말의 괴성과 함께 흔적도 없이 녹아버렸다. 그 찬란한 빛이 어두운 미로를 넘어 터널까지 반짝이자 체펠리 남작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와인의 뜻을 이해한 모양이군, 죠죠! 좋아, ‘바람이 바이킹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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