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4, 3, 2, 1. 심호흡, 빨라진 심박수는 대부분 이정도면 진정이 된다. 하지만... 유독 오늘따라 진정이 되질 않았다, 죽음을 코앞에 둬서? 아니었다. 처음으로 쪽도 못 쓰고 완벽하게 압도당한다는 느낌에 처음으로 느끼는 스릴인걸까? 어떤 것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으나, 심장이 당장 터질 것 같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드윌리가 천천히 일어서려고 시도한다,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드윌리의 A.D.D가 점차 뚜렷해진 정신력과 함께 형상도 더욱 뚜렷하게 바뀌었다. 턱주가리가 꽤 세게 돌아가 마치 넉아웃을 맞은 것 마냥 제대로 정신을 차리기가 힘든 상황일텐데도, 빌은 꿋꿋이 일어서서 악을 쓰며 스탠드를 꺼낸 것이다.


불리한 상황인데, 결국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니 이쪽도 덩달아 희망을 가지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증폭해버린 인위적인 희망이 아니라, 정말로 제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순수 희망이었다. 절로 그 모습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꿋꿋이 일어서는 빌을 보며 잠시 방심했던 그 순간에, 맥 케이지의 맹렬한 스탠드 공격이 이쪽을 향하기 시작했다. 역시 막을 생각조차 못한 채 갑작스럽게 날아오는 공격이었는 지라 순간 방심하였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또 한번 ' 무의식 '의 도움을 받았다. 막을 생각조차 하기도 전에 플레이어즈가 문라이트의 손을 붙잡았고, 맥 케이지가 또 한 번 방심한 틈을 타 그대로 빈 복부를 한 손으로 세네 번, 공격해보였다.


또 한 번 방심해버려 강력한 유효타를 허용해버린 맥 케이지는 플레이어즈의 파괴력에 잠깐이지만 노출 당해버렸고, 비틀거리며 문라이트의 형체가 잠깐 사라지며 맥 케이지는 뒤로 밀려나갔다.


아직 완벽하게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저 몇 방의 유효타로는 어림도 없다는 걸 이쪽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무의식이 다시금 도왔다, 하지만... 지금 그의 공격을 의식하기 시작한 순간 무의식이 금방 다시 나오긴 어렵다는 건 알고 있었다. 최대한 버텨야 한다. 방법을 찾을 때까지 버텨야 이기는데.


도저히 머리를 쥐어짜내도 어떻게 이겨야 하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무의식이 해답이라는 건 알겠는데, 이미 그걸 의식한 순간부터 무의식을 쥐어짜낸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럼 결국 승산따윈 없다는 거잖아.


그와의 거리를 벌린 틈에 천천히 이쪽도 몸뚱이를 일으켜세우나, 머릿속은 이미 해답을 찾느라 복잡해졌다. 어떻게 해야 하지? 이대로 어떻게 이겨야 하느냔 말이다. 압도적인 승산을 이쪽으로 기울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건데.


피해를 입었지만, 여전히 덤덤한 모습으로 문라이트를 이끌며 다가오는 맥 케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내 앞에 기다리는 건 패배 뿐이었다. 그럼 어떻게? 어떻게 이 위기를 벗어나야 하는거지?


고민하는 순간에도 문라이트의 따라올 수 없는 스피드와 함께 맹렬하게 날아오는 공격이 보였다. 공격을 의식한 상태에서 막으려 들어도 유효타를 맞게 될 건 뻔했다. 눈동자가 처음으로 떨렸다. 눈앞에 날아오는 공격에도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한다니.


순간이었다, 맥 케이지의 얼굴에서 식은 땀이 흐르기 시작하며, 점차 문라이트의 형체가 흐트러지며 희미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의 표정은 마치 지구가 무너져야만 볼 수 있을 정도의 절망을 품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감정 변화에 유리하던 상황마저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할 정도로 불안감에 떨고 있던 맥 케이지는, 두 다리를 부들부들 떨어대며 방금까지 죽도록 팼던 이쪽을 보고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한 상황, 그리고 그 상황은 드윌리의 두 눈을 보자마자 단박에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 난 어릴 때부터 결심했어, 소중한 사람에게 희망을 품게 해줄 수 있는 강한 사람이 될거라고. 그렇게 마음을 굳게 먹은 순간 기적적으로 A.D.D가 내 곁을 찾아와줬다.


여섯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부모에게 버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두 살 차이인 여동생을 이끌며 돈을 벌고 학교에 보낼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희망을 키울 수 있는 A.D.D가 있었기 때문이다. 굴하지 않는 내 정신력이 내 스스로를 키운거다, 가정교육을 독학했던 탓에 나도, 여동생도 그리 곱게 자라진 못했지만 말이야.


하지만! 비단 우리를 낳아준 이들만이 어머니, 아버지가 아니야. 최선을 다해 키워준 듬직한 기둥과 같은 사람이 진정한 어머니 아버지인거다!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하나님 아버지를 숭배하는 이유 또한 거기서 비롯된거라 믿어 의심치 않아. 정신적으로 의지가 되어주고, 우리에게 희망을 불어넣어주니까.


A.D.D가, 내 정신력이 곧 내 아버지이자 기둥이었고, 여동생의 기둥은 바로 나였지. 덕분에 어떻게든 희망을 가지며 끝까지 살아나갈 수 있었던 거였어! 난 무엇보다 나를, 그리고 내 정신력을 굳게 믿었다! 그리고 지금, 기적적으로 내 신뢰에 대한 보답을 또 한 번 받은 것 같은데. "



' 무의식 ', 한 번 문라이트에게 제대로 공격 받았던 전투 극초반, 비단 문라이트만 드윌리를 공격했던 것은 아니었다.


무의식이었다. 무의식적으로 공격을 받았던 순간 드윌리의 A.D.D가 문라이트의 팔뚝을 잠깐 건들였던 것이었다. 손이 접촉한 순간부터 대상의 정신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이것을 제때 눈치챈 드윌리는 역시나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맥 케이지의 정신 상태를 극한의 절망까지 치닫도록 만들어준 탓에 정신력조차 흐트러져 스탠드도 제대로 꺼내지 못하는, 일발역전의 상황이 운 좋게 만들어진 것이었다. 



" 나이스 샷, 빌, 무의식이 키 포인트였어. 생각치 못한 순간에도 우릴 보호할 수 있는 인간의 최고의 능력이지 않을까 싶다. 


자아, 그럼... 받은 만큼 그대로 갚아줄까, 불안감에 떨어 스탠드조차 꺼내지 못하는 저 인간에게 말이야. "



플레이어즈의 형체가 다시금 나타나, 맥 케이지가 일행들에게 그랬던 것 처럼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했다. 상황이 그대로 역전되는 기분을 그가 역으로 느낄 수 있게끔 만들어주었다. 인위적인 절망의 힘이 행동마저 제한시킬 정도로 강력해질 수 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맥 케이지에게 가까이 다가와, 한 발자국 남은 상황에서, 플레이어즈는 굳게 주먹을 쥐었다. 잡아족친다. 이런 생각만 지금 가득할 뿐이었다. 그거 말고는 더이상 생각나지 않았다.



RRRRRRRRRRRRRRRRRRR! 혀를 떠는 프라임 타임 플레이어즈의 기합 소리와 함께 무력화된 맥 케이지에게 강력한 러시를 쏟아부으며, 아까처럼 피할 것을 대비하여 남겨둔 강력한 한 방을 준비하는 듯 싶었다.


정말로 죽이는건가? 멀리서 지켜보던 게리도 조금은 걱정스러운 눈빛이였으나, 역시 예상과는 다르게 반쯤 떡이 된 맥 케이지에게 손을 내미는 노암의 플레이어즈였다. 이미 재기불능이나 다름 없는 상태니 죽이는 것 또한 의미 없었다. 무엇보다 일행을 도울 수 있는 강력한 조력자가 한 명 사라져버리는 리스크를 겪을 순 없었다.



" 이정도면, 테스트는 통과인거지? "



실컷 줘패놓고 자비를 주는 꼴이 조금 이상하긴 했으나, 애초부터 죽일 의도는 없었고 받은 만큼 돌려줄 생각 뿐이었으니... 노암과 드윌리가 입었던 피해 만큼만 그에게 돌려주고 살려주는 것이 계획이었다. 그래야 테스트 통과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곧 이어, 가누기조차 힘든 몸을 겨우 일으켜세우며 고통에 신음을 하던 맥 케이지는 이내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테스트를 통과하는 것을 두 눈으로 지켜본 게리가 그제서야 안심하며 부상을 입은 셋을 치료하러 마중 나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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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받아라, 노암 제이콥스. "



외마디 말과 함께 사각형의 무언가를 던져주는 맥 케이지, 노암이 곧 던진 물건을 받아내며 확인해보니, 영화에서 경찰, 특수부대들이나 쓸 법한 무전기였던 것이었다. 



" 호출 용도인가? "


" 그래, 무전기를 써야 될 최적의 시간이 언제인지는 싸워봤으니 알거라 믿으마, 얘야. 해가 지는 시각, 무전기로 연락만 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1초도 안되어 도착할테니. "



얼마나 먼 거리든... 1초도 안돼서 도착한다고? 아무리 밤에만 한정된다는 조건이 있다고 한들, 그게 가능한 소리인건가? 그런거라면, 여태까지 우리에게 문라이트가 보여준 속력은 맥 케이지의 기준에선 그저 애들 장난 수준에 불과한 것이었다.


여태까지의 했던 싸움이 봐준 것이었단 것을 알아챈 노암은 말 없이 그를 바라보며 헛웃음을 지어보였다. 역시나 죽일 작정이었단 건 그저 겁을 주기 위한 빈 소리였다는 건가.



" 아, 그렇지. 네 친구가 보여준 정신력과 그... 정신을 조작하는 능력을 다루는 실력은 개인적으로 많이 놀랐다. 이건 진심이야. 좋은 동료를 둔 것을 천운으로 여겨라. "



노암은 그의 한 마디에 말 없이 웃음만을 지을 뿐이었다.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마치 이 모든 것이 놀이였다는 것이 여전히 믿기지 않는 눈치였다. 그래도, 마음 한 켠으론 이것이 실전이 아닌 테스트여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곱씹어보기도 했다.


노암, 곧 피곤함에 기지개를 쭉 켜며, 천천히 드윌리와 게리 쪽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드윌리는 들리는 발소리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잠시 노암과 눈을 마주치며 서로 생각을 주고받는 듯 싶었다.


테스트를 통과한 것에 기쁜 것인지, 아니면 여태까지의 역경을 뚫고 나선 서로가 자랑스러운 것인지, 둘은 다시금 웃음을 지어보이더니 서로 주먹을 맞대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이걸로 드윌리 스스로가 언급한 임시적 협력 관계는 벗어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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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질문과 피드백은 적극적으로 받을 예정이야! 채찍질 열심히 부탁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