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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 https://arca.live/b/lastorigin/30055745


2편 : https://arca.live/b/lastorigin/30209595


3편 : https://arca.live/b/lastorigin/30369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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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그는 함장실 의자에 앉아 발을 책상에 올려놓은 채 앉은건지, 누운건지 구별이 안가는 자세로 수많은 서류를 저장한 사령관의 패널을 뒤적거렸다.


“흠.. 목욕탕 확장 계획서, 전투식량 개선안, 프로젝트 오르카..? 이건 또 뭐야.”


프로젝트 오르카란 파일에 들어가자 스카이나이츠 대원들와 뮤즈의 개인정보들과 무대 설계도 등을 보곤 그는 인상을 구겼다.


“아이돌 프로젝트라고? 아주 지랄을 하는군.”


그는 복지관련 서류를 전부 삭제 시키려고 했으나 사령관이 걸어둔 잠금을 풀지 못하고 결국 포기했다.

이 물렁한 인간은 바이오로이드 사용법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

제작이 가능한 병력, 명령이면 목숨도 바치는 충성심, 강화된 육체. 바이오로이드 병력을 사용하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10을 주고 100을 빼앗는 전술이라고 생각하며 오르카호의 병력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양산형인 브라우니들로 발을 묶은 뒤, 둠브링어의 화력을 이용하면 이들이 무서워하는 별의 아이인지 달의 아이인지도 인류의 곁으로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브라우니 역시 길동무가 되겠지만 아무렴 어떤가, 중요한건 승리인 것을.


“그나저나, 원래 함장실에 아무도 없었나?”


그는 기억을 더듬어 사령관이 함장실에서 업무 볼 때를 떠올렸다.

시끄러운 컴패니언 축생들과 업무를 보좌하던 배틀메이드들이 분명히 있었을텐데, 어째서인지 자신의 곁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레오나, 레오나..

그는 자신을 위해 계획을 짜둔 레오나의 차가운 얼굴을 떠올렸다.

돌이켜보면, 그녀는 자신이 말을 걸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받아주었다. 께름칙하다. 너무 모든 일이 수월하게 돌아갔다. 그리고 사령관이 내리자마자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니, 애초에 바이오로이드가 주인을 배신하던가? 물론 아니다. 바이오로이드는 주인에게 맞고, 모욕당할지언정 발을 핥는 수고로움조차 마다하지 않는 존재다.

그는 한쪽 입꼬리를 말아올려 그녀들의 무지함을 비웃었다.


“가능성이 높단 말이지..”


그녀들은 그에대해 잘 모르고 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멸망하기 전, 과거까지도..



#14. 피크닉 준비를 해요.



컴패니언의 숙소.

라비아타는 리리스와 마주 앉아 차를 한잔 두고 얘기를 나눈다.


“리리스양, 컴패니언측에선 호위를 맡을 수 없다는 입장인가요?”


라비아타가 묻자 리리스는 찻잔을 내려두고 노란 눈으로 라비아타를 쳐다본다.


“여러분의 뜻은 알고 있어요. 그게 주인님 위함이라는 것도요. 그래도 저희는 두명의 주인님을 모실 수 없어요.


“호위하는 척 연기만 하면 되는데, 어려울까요?”


리리스는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쉽고 어려움을 말하는게 아니예요. 다른 분들을 폄하하는건 아니지만 우리 아이들은 동물 유전자가 섞여서 충성심이 유별나요. 컴패니언 소속 모두가 그렇죠. 저희끼리는 그것을 ‘각인’이라고 부르는데, 한번 주인님이라고 정했다면 그 무엇도 대체할 수 없어요. 하물며 그것이 주인의 자리를 꿰차고 앉아있다면, 적개심을 숨길 수 없을거예요."


“이해해요. 컴패니언은 평소 업무도 많았으니, 단체 휴가를 낸 것으로 할테니 이 기회에 푹 쉬어두는게 좋겠네요.”


리리스는 두 눈을 감았다. 자신의 주인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었지만 애석하게도 불가능한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죄송해요, 다들 고생하는데 컴패니언이 짐이 됐네요.”


리리스의 사과에 라비아타는 괜찮다며 미소 지었다.


“그럼 명목상 호위 업무 역시 저희 배틀메이드측에서 맡도록 할게요.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어차피 연기일 뿐이니까요.”


라비아타는 자리에서 일어나 차 잘 마셨다며 감사를 표하자 리리스 역시 일어나 연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찻잔을 치우러 온 하치코가 방실방실 웃자 라비아타는 하치코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헤헤.. 라비아타는 항상 친절해서 좋아요!”


“하치코, 아이들을 모아줄래? 다같이 피크닉 가자.”


리리스의 말에 하치코는 눈을 반짝이며 꼬리를 흔들었다.


“우와! 진짜요? 하치코가 전부 불러올게요!”


자신이 찻잔을 가지러왔다는 것조차 잊은채 달려가는 하치코의 뒷모습을 보며 생긴 리리스의 미소를 보고 라비아타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모두 주인님이 없었으면 꿈조차 꾸지 못했을 일상이다. 그러니 반드시 지켜내야 할 것들이다.

라비아타는 계획이 옳은지에 대해 생각하며 걸음을 옮겼다.

그에게 권력을 쥐어준 것은 라비아타의 제안으로, 다소 위험하지만 그가 어떤 자인지 판단하기 위함이었다.

인간은 힘이 생겼을 때 본성이 드러난다. 분명 높은 확률로 멸망 전 인류와 같겠지만, 조금, 아주 조금이라도 자신의 주인에게 힘이 될 수 있다면..


“애덤, 부디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그녀는 죽은 부모를 떠올리는 자식의 마음으로 간절히 중얼거렸다. 이미 주사위는 굴러갔으니 운명은 어떻게든 흐를것이다.

라비아타는 그 흐름이 긍정적이길 기도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15. 최고다 사령관!



“주군! 오랜만이군! 그동안 평안하셨는가!”


사령관은 천막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에 눈을 뜨곤 자신의 앞에서 호탕하게 웃으며 아침인사를 건네는 것이 요안나라는 것을 인지하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으응, 요안나. 잘 지냈어?”


부스스한 머리를 긁으며 길게 하품을 하며 묻자 요안나는 물론이지! 라고 호탕하게 웃는다.


“지금이 몇시인 줄 아는가? 잠이 많은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닐세.”


“좀 봐줘. 마음 편히 잔게.. 하암..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나니까.”


사령관이 어기적 어기적 가방에 짐을 챙기고 앉아서 군화를 신자 요안나는 사령관 옆에 놓여져있던 가방을 가볍게 들어올린다.


“그건 내가 들어도 돼. 이리 줘.”


“그럴 순 없지. 주군의 방패로써 어찌 주군의 고행을 지켜만 보겠나? 짐은 내가 챙길테니, 주군은 관광이나 하게나.”


요안나의 말에 쩝 하고 입맛을 다신 사령관은 군화 끈을 맨 뒤 개인화기를 챙기곤 천막 밖으로 나갔다.

아침 해를 기대했으나 해는 이미 정수리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오래자긴 했나보네.”


가방을 들쳐맨 요안나까지 천막에서 나오자 어디선가 부대- 차렷! 하는 큰 소리가 울리는 바람에 사령관은 흠칫 놀랐다.


“사령관님께 대하여, 경례!”


“승!리!”


천막을 돌아나가자 요안나가 데리고 온 대원들이 4열 종대로 선 채 자신을 향해 경례를 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승리, 쉬어. 뭐야 요안나? 왜 대원들을 데려왔어?”


경례를 받아주고서야 대원들은 손을 일사분란하게 내렸다.

사령관은 요안나에게 귓속말을 했으나 이 호탕한 기사님은 귓속말이라는 것을 모르는 모양인지 큰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하하! 많다니, 이것도 적어 송구할 뿐이네! 사령관을 호위하는데 나 혼자 왔을리는 없지 않은가!”


스틸라인 대원들 답게 각진 모습을 보니 조금 두통이 몰려오는 기분이다. 혼자만의 휴가라 생각해서 이런 호사스러운 호위는 생각치도 못했다.


“주군, 대원들에게 한마디 해주지 않겠나?”


요안나의 말에 사령관은 정신을 차리고 자신을 지켜주기 위해 먼길 마다하지 않고 달려온 대원들을 보며 방긋 웃었다.


“이른 시간..은 아니지만 나를 위해 여기까지 와주어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해. 사령관은 한동안 여기서 지낼 예정이니 어려워하지 말고 편하게 생활해주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더 신경 써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고마워."


사령관이 웃으며 말을 마치자 브라우니 중 한명이 최곱니다! 사령관님! 이라는 소리를 내지르는 것을 시작으로 순식간에 콘서트장마냥 박수 소리와 환호성이 여기저기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그만, 그만. 주군 슬슬 베이스캠프로 이동하지 않겠나. 지금부터 움직이면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는 도착할걸세."


요안나가 대원들을 진정시키고 사령관에게 말하자 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철수하게나 대원들! 주군을 베이스캠프까지 안전히 호위하라!"


요안나가 검을 빼어들고 크게 소리치자 대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령관은 나지막히 한숨 쉬며 이럴 필요까진 없다니까.. 하고 중얼거리지만 요안나는 그것을 들었는지, 듣지 못했는지 호탕하게 웃기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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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인간은 최대한 설정붕괴가 없도록 하고 싶은데 어렵네요 ㅠㅠ 사소한 설정붕괴는 가벼운 마음으로 넘어가주시며뉴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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