틋순이는 평민이지만, 특별 전형을 통해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마력을 감지할 줄 아는 한 귀족의 추천서였다. 폭주하는 마력을 중화하고 희석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대나 뭐래나.

 

틋순이는 당황에 빠졌다. 마법이니 마력이니 그런 것따위 전혀 몰랐다.

 

그저 평범하게 아등바등 살아왔을 뿐인데, 갑자기 귀족 영애들께서 득시글거리는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만 것이다.

 

때문에 틋순이는 입학 첫날, 긴장감에 구토를 하고 말았다.

 

안 그래도 평민이라는 신분에 아가씨들과 동등하게 서 있는 것부터가 눈엣가시일 텐데, 신성한 아카데미에서 그런 짓을 저지르고 말다니.

 

틋순이는 비호감으로 낙인찍혀 순탄치 못할 제 미래를 걱정했다.

 

그러나 괴롭힘인지 무엇인지. 영애들께서는 틋순이를 귀여워했다.

 

평범한 진도를 따라잡지 못해 모두의 앞에서 비난받았을 때도, 마력을 쓸 줄 몰라 실기 시험을 망쳤을 때도, 심지어 체력까지 부족해 신체 단련 중 꼴사납게 넘어져 침을 질질 흘렸을 때도.

 

아카데미의 많은 영애께서는 ‘귀여워’ 같은 비명과 함께 틋순이의 볼을 주물러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눈치가 느린 틋순이는 몇 주가 지나고서야 알아챘다. 자신이 인간 이하, 애완동물 취급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시아 아가씨는 아카데미의 여왕이었다. 틋순이를 가장 아끼고, 가장 가까이 두지만, 다른 영애들께서도 시아 아가씨를 좋아했다. 용모도, 신분도, 성적도 아카데미에서 첫 번째로 꼽히는 인물이기 때문일 터였다.

 

틋순이는 시아 아가씨마저도 저를 애완동물처럼 여기는 것을 알았다.

 

다른 영애들이 점차 스킨십의 강도를 높이고, 결국 가슴까지 틀어쥐려 들었을 때, 그녀들을 제지하고 위로하듯 등을 쓰다듬어준 것마저도 사실은 ‘내 것’에 대한 소유욕, 그리고 지배욕, 정복욕 때문이었다는 것도 알았다.

 

아카데미의 모든 학생은 그녀의 통제 하에 있었다. 그녀는 고고하고, 순결하고, 아름답지만 잔혹한 영애였다. 그녀는 그런 자신의 위치를 즐길 뿐이었다.

 

틋순이는 계속되는 마력 통제 실패와 괴롭힘 아닌 괴롭힘, 성추행과 도를 넘는 장난에 점점 지쳐갔다. 그래서, 시아 아가씨가 저를 정말로 어여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를 찾아가 부탁했다.

 

이런 건 싫어요. 다들… 저를 장난감 취급하세요. 저도 사람처럼 지내고 싶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시아 아가씨.

 

틋순이가 손을 꼼지락거리며 어설프게 예의 차린 말로 부탁하자, 시아 아가씨는 부채를 펼쳐 제 얼굴을 가렸다.

 

표정을 짐작할 수 없었다.

 

“귀엽다, 귀엽다 해주니까 주제를 모르고 기어오르네?”

“……네?”

 

시아 아가씨는 부채를 살랑이며 말했다.

 

“사람 취급을 받고 싶다는 거니?”

“네, 네에…….”

“좋아. 가서 영애들께 전해. ‘저는 여러분의 귀여운 틋순이가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입니다’라고.”

 

틋순이는 또다시 영애들에게 둘러싸였을 때, 시아 아가씨께서 시킨 대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말했다. 시아 아가씨께서 시키신 일이라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틋순이는, 그 말을 뱉은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후회하게 됐다.

 

“버러지 같은 새끼가.”

“아직도 마력을 못 다룬다지?”

“우읏, 더러워…… 네 손이 내 교복에 닿았잖아!”

“평민 주제에 귀족 영애에게 손을 댄 것은 크나큰 죄지요. 엄벌로 다스려야 합니다.”

“제발 씻고 다닐래? 냄새 나는 것 같은데.”

“아, 쓰레기 냄새가 지워지질 않는가보군?”

“마력 중화는 아직이니? 이러다 폭주에 휩쓸려 죽는 거 아닌가 몰라.”

 

저를 쓰다듬던 손길이 모두 사라졌다. 대신, 비난과 경멸이 쏟아졌다.

 

이제는 애완동물이 아닌 평민, 그것도 구제불능으로 취급당하게 됐다. 오물을 뒤집어쓰거나 가벼운 쓰레기에 맞는 것도 일상이 됐다.

 

시아 아가씨는, 여전히 차분한 눈으로 틋순이를 지켜봤다. 틋순이는 시아 아가씨 앞에서 무릎을 꿇고 눈을 마주치지 못하도록 재교육받았다. 그것이 평민이 취해야 할 자세였기 때문에.

 

“이제 마음에 드니?”

 

틋순이는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러게 왜 기어올랐어.”

“……다시, 돌아가고 싶니?”

 

시아 아가씨는 치마를 들어올리고, 구두를 신은 발로 틋순이의 정수리를 가볍게 밟았다. 틋순이는 바닥에 고개를 처박은 채로 구둣발에 자근자근, 머리를 짓밟혔다.



쓰고 나니 안꼴류네요


특별하고 특이한 건 모두 제 것이어야만 하는 시아 아가씨가 보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