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 TS衛生兵さんの成り上がり (syoset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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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 서부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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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 마슈데일 철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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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슈데일 방위전 7일 차.

 

 저와 케일 씨를 비롯한 젊은 관계자들이 시내로 철수한 지 이틀이 지났습니다.

 

 전우들도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었던 모양이지만 수에 의한 우세는 뒤집히지 않았습니다.

 

 조금이라도 모두에게 보탬이 되고자 저희도 필사적으로 치료를 계속했습니다만, 

 

 

「모든 보루가 공략됐다」

「……이미 적에게 성벽이 포격당하기 시작했다고 하더군」

「아아, 이 도시도 얼마 버티지 못하겠지」

 

 

 이날, 최후의 보루마저 제압당하고 결국 시가지에 체크(*장군)가 걸렸습니다.

 

 그리고 그걸 정면에서 요격할 만한 전력 같은 건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패전이다────」

 

 그건 즉, 우리 오스틴 군의 마슈데일에서의 패배가 거의 확정되었음을 의미했습니다.

 

 

 

 

 

 

 

 

 

 

 시내 의료본부에선 썩은 내로 인해 숨이 턱 막히고 있었습니다.

 

 저희의 철수로 인해 전선에서의 트리아지가 사라진 결과, 대량의 사상자가 운반되어 들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처음 예정대로 넘쳐나는 시체의 산을 정성스럽게 늘어놓을 여유가 없어 1층 창고에 던져놓고 있었습니다만……, 이건 저의 판단 착오였습니다.

 

 밀폐된 공간에 시체가 쌓이는 바람에 작전본부에 늘어진 분변과 썩은 고기 냄새가 진동하게 된 것입니다.

 

 

「시체는 밧줄로 묶어서 무너지지 않도록 쌓아 올려라」

 

 

 서부전선이었다면 체액은 대지에 스며들고 부패한 신체는 땅속의 벌레에게 분해되었을 테니, 최악의 경우 방치하고 있어도 어떻게든 해결됩니다.

 

 그러나 실내에 대량의 사체를 방치하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좋지 못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전우의 시체들은 골목을 막는 모양새로 설치해놓도록」

「……네」

「그걸 널빤지로 받치면, 자. 인간방벽 완성이다」

 

 렘벨 소령께선 창고의 시체를 운반하라 명령하셨습니다.

 

 그는 사후 경직이 시작된 시체를 쌓아 올려 사낭을 대신하도록 지시를 내린 것입니다.

 

「거리엔 벽이 매우 부족하다네. 사낭 같은 건 갑작스레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니 말이지」

「……」

「건물 내의 탈취도 가능하고 일석이조라 할 수 있겠군. 내 젊은 시절에도 자주 아군의 시체를 화살 방패 대신 사용하여 견디곤 했다네」

 

 소령의 지시에 따라 천으로 감싼 시체는 아무렇게나 묶여서 끈적끈적 미끄러지는 육벽으로 변모했습니다.

 

 저 중에 제 소중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터질 것만 같습니다.

 

「그럼 이제 최종 결전이다. 이 악물라고 토우리 위생병」

「네, 소령님」

 

 

 ────그리고 아무도 없어진 의료본부에서.

 

 저는 렘벨 소령님의 뒤에서 조용히 거리 안을 살피고 있었습니다.

 

 

 

 

 

 

 어제 최후의 보루가 함락된 순간, 렘벨 소령님께선 의료 관계자를 포함한 비전투원 전원의 퇴거를 명했습니다.

 

 쿠마 씨를 포함한 의료팀을 비롯해 전투에 견딜 수 없는 부상병, 비품 운반 등 잡일을 위해 남아 준 민간 협력자들을 우선적으로 대피시킨 겁니다.

 

 따라서 이곳에 남은 건…….

 

「아리아 소위. 전황은 어떻게 되어가나」

「예, 적 마도병의 포격이 시작되고 3시간, 일부 성벽이 붕괴되어 침입이 가능한 상태입니다」

「피해는」

「자세히는 알 수 없습니다만 어느 정도는……」

「좋아. 성벽은 포기하게. 거리로 철수하고 지연전으로 이행하도록」

 

 죽을 각오가 되어 있는 군인뿐인 게 됩니다.

 

 

 

『웃기지 마, 그 아이를 남겨두고 도망갈 수 있겠냐』

 

 아니나 다를까, 저 혼자 남는다는 걸 알게 된 순간 쿠마 씨 일행들이 소란을 피웠지만…….

 

 그 부분은 제가 머리를 숙여 납득을 받아냈습니다.

 

『이래 봬도 저는 군인입니다. 4~5일 정도라면 밤새워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저는 여기에 남더라도 적한테서 도망칠 자신이 있습니다』

 

 민간 협력자인 쿠마 씨 일행과 군인인 저 사이의 가장 큰 차이는 체력입니다.

 

 고작 반년이긴 해도 저는 가백 소대장님의 지옥 같은 시련을 견뎌내어 나름대로 단련되어 있습니다.

 

 특히 지구력에 관해서라면 몸집이 작고 가벼운 저는 상당한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며칠 동안은 달리면서 고속행군까지 가능합니다. 저는 충분히 남겨질 만한 겁니다.

 

『만약 소령께 무슨 일이 생겼을 때를 대비해 저는 남아야 합니다』

 

 그리고 아마도 저는 언제나처럼 구급상자 역할이겠죠.

 

 저는 렘벨 소령님께서 부상을 입었을 때를 대비해 치료를 위해 남겨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어딘가의 소대장님과는 다르게 렘벨 소령님의 역할은 최후방에서 자리를 지키는 것입니다. 위험해지면 제일 먼저 철수하시겠죠.

 

 분명 제가 나설 차례는 적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질문입니다, 소령님. 지연전에선 어느 정도의 시간을 상정하고 계십니까?」

「하루면 충분하겠지. 아무리 그래도 일주일이나 시간을 벌었으니 이대로 도망쳐도 위에서 볼멘소리를 내진 않을 게다」

 

 이 시각, 적이 취할 만한 작전이라 하면 여러 개가 있었습니다.

 

 그중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는 것은 성벽을 확보한 후에도 곧장 침공해 오지 않고, 한번 시내를 포격해오는 작전입니다.

 

 시내를 궤멸시킴으로써 우리에게 게릴라전을 하지 못하게 하는 작전이군요. 사바트 군 입장에선 아군이 피해 입을 확률이 가장 적고 견실한 작전입니다.

 

 적이 이 작전을 들고 오는 낌새를 보였다면 저희는 즉시 거리를 내주고 철수할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원래부터 시간벌기가 목적이었기 때문에 적이 느긋하게 포격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목표 달성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반대로, 성가신 것은 적이 쳐들어와서 수로 압도하는 패턴입니다.

 

 건물이나 물자를 그대로 꿀꺽하기 위해 폭격을 아예 하지 않는 케이스네요.

 

 이 경우엔 지금 부지런히 도망가고 있는 쿠마 씨 일행을 위해서 우리가 지연전을 치러야만 합니다.

 

 기껏 여태까지 살아남은 아군 부대를 다시 한계까지 몰아붙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겁니다.

 

 가능하다면 적에게 시간을 들여서 느긋하게 포격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소령님, 보고입니다」

 

 사바트의 공세 개시로부터 반나절 정도가 흘렀습니다.

 

「적이 성벽 내부로 침입해왔습니다」

「그런가」

 

 낙관적인 생각은 도움이 안 되는 법입니다.

 

 그 보고가 끝나자마자 성벽 방향에서 격렬한 격발음과 비명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포격해주지 않은 건가……」

 

 유감스럽게도 적은 성벽의 확보에 만족하지 못하고 시내로 진입해왔습니다.

 

 사바트 군은 게릴라전을 원하는 모양입니다.

 

「수읽기에 실패했군요」

「어쩌면 적들에겐 더 이상 마석이 남아 있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군」

 

 물론 저희도 적이 돌격해 올 가능성에 대비해 최대한의 방비는 해 두었습니다.

 

 곳곳에 마법 함정을 설치했고, 건물이나 골목에 병사들을 숨긴 채 요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시 수에는 답이 없습니다.

 

 적의 침공을 저지할 수 있으리라고 도저히 생각되지 않습니다.

 

「소령님, 바로 대피하시겠습니까」

「……아니, 아니지. 아슬아슬해질 때까지 버텨보자고. 지휘관이 제일 먼저 토껴버려서야 부하에게 본보기가 못 되지」

 

 작전본부는 거리의 중심부에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불이 타오르는 소리와 폭발음이 저 멀리서 들려오고 있으니, 평범한 지휘관이었다면 도망칠 방법을 구상할 단계였겠죠.

 

「뭐, 젊은 아가씨에겐 미안하지만 최악의 경우엔 여기서 죽어주게나. 이곳에서 벌어낸 시간이 그대로 오스틴의 미래의 재산이 되는 게다」

「물론 여차할 때 목숨을 아낄 생각은 없습니다」

 

 역시 저는 렘벨 소령님이 무엇을 생각하고 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그는 무언가 확신을 두고 이 마슈데일에서 시간을 벌고 있는 눈치였습니다.

 

 이 넓은 작전본부에는 이제 사람이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싸울 수 있는 자들은 전부 밖으로 나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지금, 작전본부에 있는 것은 노쇠한 렘벨 소령님과 그 호위까지 2명, 그리고 저뿐이었습니다.

 

「이래 봬도 나는 옛적엔 맹장으로 유명했었다네. 배틀엑스의 렘벨이라 해서, 중장비 기병부대를 이끌고 있었다고」

「그 위명은 익히 들어왔습니다」

「시대가 좋았어. 적한테서 날아오는 무기는 화살과 돌멩이 정도였지. 무거운 갑옷을 뒤집어쓰고 움직일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무적이었다네」

 

 소령님은 자랑스럽게 옛날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군인은 후배에게 본인의 무용담을 들려줄 때가 가장 즐거운 순간이라고 들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나는 가장 힘이 세서 말이다, 풀 플레이트를 걸치고도 이 거대한 도끼를 휘두를 여력이 있었지」

「대단하십니다」

「그 시절엔 그게 정석이었다네. 강한 놈이 정직하게 파고들어 적을 부숴간다. 전장에서 죽는 건 약한 놈, 도망치는 건 겁쟁이 새끼」

 

 그리 말하곤 소령님은 벽에 기대어 뒀던 전투도끼를 한 손으로 들어 올리시곤 어깨에 짊어지셨습니다.

 

「총 같은 흉흉한 무기만 나오지 않았다면 전쟁이란 녀석은 좀 더 빨리 결판이 났을 테지. 적을 날려버리고, 몰아붙여서 항복시키고, 그러고 끝. 지금처럼 10년씩이나 구멍 속에 틀어박혀서 깔짝깔짝 싸우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고」

「……」

「심지어 총격전에서 정면에 서는 건 강한 놈이 아니라 약한 놈이다. 신병이 최전방에서 총을 겨누고 우리 같은 전 세대의 유물들은 후방에서 뻗대며 지시만 내려대지. 그런 거, 어긋나있잖나」

 

 렘벨 소령님은 어딘가 쓸쓸해 보이는 얼굴로 도끼를 짊어진 채 걷기 시작하셨습니다.

 

 저와 호위병은 그런 소령님의 뒤를 쫓아 발을 옮겼습니다.

 

「위에서의 명령은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어라, 다. 그 사이에 여러모로 외교 전략을 다듬는다던가」

「그건. 그 정보를 저희에게 들려주셔도 괜찮은 겁니까」

「상관없겠지. 제 목숨을 버리는 의미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나」

 

 소령님은 껄껄 웃으며 제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무언가 기대하게 하는 건 나쁘다고 생각해서 말이다. 지원군이 온다든가, 기사회생의 비책이 있다던가, 그런 희망적인 요소는 이 마슈데일에 아무것도 없는 게다」

「……네,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이 도시마저 뚫리면 수도까지 일직선으로 침공당하니까 말이지. 우리는 수도의 높으신 분들이 우왕좌왕할 시간을 벌기 위해 죽는 게야」

「그랬던 건가요」

「허나, 군인인 이상 도망쳐선 안 되네. 어떤 바보 같은 명령이라도 그 진의를 말단이 이해할 셈으로 멋대로 행동하는 것은 군인으로서 가장 부끄러워할 행동이니 말일세」

 

 그 말을 듣고, 저는 그제서야 소령님의 진의를 알아챈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뭐, 서부전선을 포기하고 도망간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말이지」

 

 이분은 무언가를 노리고 마슈데일에서 지구전을 벌이고 계셨던 게 아닙니다.

 

 렘벨 소령님은 그저 정부로부터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줘』라는 간청을 받고 따랐을 뿐인 겁니다.

 

「위생병이란 건 전장에서 가장 도움이 되는 병과다. 보병을 몇 명이고 되살릴 수 있는 너희들은 보병의 몇 배는 되는 가치가 있지」

「……감사합니다」

「그러니 기대하고 있다고, 토우리 일등위생병」

 

 저는 군인입니다.

 

 아무리 바보 같은 명령으로 보여도 의문을 품지 않고 목숨을 걸어 실행해내야 합니다.

 

「윗선의 명령대로 여기서 전력으로 일하고, 그러고 죽어주게 아가씨. 적어도 나는 은근슬쩍 도망치거나 하지 않으니까」

「……」

「민간인을 지키기 위해 죽는 것이 군인의 명예다. 화려하게 목숨을 흩날려 이 전쟁의 종언에 피의 꽃을 장식해주자꾸나」

 

 즉, 제가 여기에 남겨진 이유는 『쿠마 씨 일행을 도망치게 하기 위한 시간 벌이, 버림말』.

 

 쿠마 씨는 저를 어린애 취급하고 계셨습니다만, 소령님께선 저를 군인으로 대해주고 계셨던 모양입니다.

 

「동감입니다, 소령님」

 

 저는 겁쟁이입니다. 본심을 말하자면 죽고 싶지 않은 데다, 빨리 여기서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저에게 있어서도 유일하게 남겨진 혈육과 같은 『전우』들을 두고 도망치는 쪽이 훨씬 마음이 불편합니다.

 

「저는 이곳에서 죽더라도 분명 소령님을 원망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냐, 고맙구나」

「그렇지만……」

 

 단 하나만.

 

 그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는 게 있다면.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결코 살아남는 것을 결코 포기할 생각이 없습니다」

「……」

「아직 젊은 아가씨니까요」

「……다하하핫! 그렇지, 그도 그렇군. 힘내게 토우리 일등위생병!」

 

 수많은 목숨에 구원받아 온 제 목숨을 그리 쉽사리 내줄 생각은 없습니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전우를 살리고, 싸워내고, 그런 다음 의기양양하게 철수해 보이겠습니다.

 

 그것이 제가 선택한 길입니다.

 

 

 

 

 

「우리도 나가지. 응전하면서 철수한다」

 

 렘벨 소령님은 후퇴하는 아군과 발을 맞추며 철수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도망치지 않는 지휘관은 드뭅니다. 이는 분명 렘벨 소령님께서 고지식한 지휘관이시기 때문이겠죠.

 

 뭣하면 소령님 자신도 적에게 접근하여 도끼로 싸울 생각 가득이신 것 같았습니다.

 

「이미 지고 있는데 지휘관이 앞장서서 도망쳐서 뭘 할 수 있겠나. 어차피 전후에 처형될 게 뻔한데」

 

 그렇다는 모양입니다.

 

 

 

 

 마슈데일 거리에선 이미 수많은 희생자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오스틴 군은 길바닥에 적의 시체를 쌓아 올리며 용감하게 응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총격전에 있어선 수가 전부입니다. 어떤 총의 달인이 와도 2대 1의 싸움에선 이길 수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아군은 고지대에서 저격하거나 좁은 골목으로 숨어들어 게릴라전을 펼치고 있지만, 한 명, 또 한 명씩 스러져갑니다.

 

 

「소령님, 부상자입니다」

「치료해주게나. 내 몫의 마력 같은 건 남겨두지 않아도 돼」

 

 

 렘벨 소령님은 소대장님과는 다르게 적극적으로 아군에게 치료 허가를 내주셨습니다.

 

「총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내가 살아남는 것보다 젊은 것이 살아남아 응전하는 게 훨씬 낫다!」

 

 그건 렘벨 소령님께서 현대전 경험이 너무나도 적기 때문이겠죠.

 

 그는 지휘관입니다. 그의 역할은 손에 총을 쥐고 참호에 틀어박히는 게 아닙니다.

 

「이곳에서는 머릿속에 도끼를 휘두르는 것밖에 없는 내가 가장 치료 우선도가 낮은 거라네!」

 

 그리고 소령님께선 어쩌면.

 

 이 싸움을 끝으로 순직하실 생각이셨을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목숨에는 시간제한이 걸려 있습니다.

 

 정부의 고위 인사들이 사바트 연방에 손바닥을 비비고, 허리를 굽실거리며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협상 기간을 만들어내야만 합니다.

 

 수도가 사바트에게 불타면 그 피해자 수는 어마무시하겠죠.

 

 그 비극까지의 카운트다운을 저희가 목숨을 걸고 늦추고 있는 겁니다.

 

「우오오오오오옷!! 이 몸이 대장이다. 덤벼봐라 이 졸병 놈들아!!」

 

 

 늙어서도 건재. 렘벨 소령님께선 적군을 보고서 겁을 먹기는커녕 도발을 하고 계십니다.

 

 전신에 갑옷을 두르고 커다란 도끼를 붕붕 휘둘러 적을 때려잡는 그 모습은 과연 전 세대의 영웅과도 같았습니다.

 

 

「소령님을 죽게 하지 마라! 목숨 걸고 맞서 싸워!」

「아버지, 무리하시는 게 아니신지!」

 

 

 그 웅장한 모습은 부하의 눈에 어떻게 비쳤을까요.

 

「소령님께서도 우리와 함께 목숨 걸고 싸우고 계신다!! 그 기개에 보답해라!」

 

 적어도 저 혼자서만 철수하는 상관보다는 훨씬 믿음직스러웠을 겁니다.

 

「그아, 아악! 다리가, 아아아!」

「읏, 괜찮습니다, 아직 살릴 수 있어요」

「젠장, 좀만 더 젊었더라면!」

 

 그러나 아무리 소령님이 용감하시다고는 하나, 총화기 앞에서 도끼는 무력합니다.

 

 결국 렘벨 소령님은 저격에 의해 다리를 다치시고 말았습니다.

 

「……그대로 움직이지 말아주세요. 【순(盾)】」

 

 소령님은 돌로 만들어진 길바닥 위에 다리를 붙잡고 쓰러져버리셨습니다.

 

 사방팔방에서는 총성이 울리고 있습니다. 뒤에선 이쪽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는 사바트 병사도 보입니다.

 

 지금 노려지면 피할 수가 없습니다.

 

「어이, 지금 치료 같은 걸 하면 죽는다네!」

「네, 그러니 부디 조용히 하시길. 쓸데없이 시간만 잡아먹습니다」

 

 그렇지만 제 머릿속의 최우선 치료 대상은 현재로선 렘벨 소령님이십니다.

 

 그를 살림으로써 병사들의 사기가 얼마나 유지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에게 가백 소대장님처럼 바보 같은 강함은 없지만,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병사들의 정신적 지주라는 가장 중대한 역할을 가지고 계십니다.

 

「【유(癒)】. 이걸로 피는 멈출 겁니다. 부디 빨리 일어나주세요」

「미, 미안하네. 칠칠치 못했군……」

「괜찮습니다」

 

 다행히도 뒤에서 날아온 총탄이 소령님을 꿰뚫는 일은 없었습니다.

 

 만약을 위해 시전해 둔 【순(盾)】 덕분일까요.

 

 이 주문을 가르쳐 주신 소대장님과 게일 씨에게 감사드립니다.

 

 

「……어라?」

 

 렘벨 소령님이 일어선 것을 확인하고 저도 철수를 재개하려 무릎을 세운 순간.

 

 갑작스레 심한 현기증이 덮치며 저는 무심코 손바닥을 땅에 붙이고 말았습니다.

 

「……」

 

 다리가 납덩이처럼 무겁고, 아랫배가 타오르듯이 뜨겁습니다.

 

 지끈지끈, 욱신욱신, 박동하는 격통이 몸을 침식해갑니다.

 

「토우리 일등위생병……!」

「소령님, 걱정치 마시고 빨리 철수해주세요」

 

 이마에 식은땀이 흐릅니다.

 

 천천히 시선을 내리자, 저는 자신이 복부에 총을 맞고 피를 뚝뚝 흘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소령님」

「……ㅁ, 미안!」

 

 그것을 자각한 순간, 더 이상 서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빙그르르, 하고 빈혈이라도 일었을 때처럼 땅바닥에 몸이 내동댕이쳐집니다.

 

 서서히 배에서부터 붉은 액체가 퍼져 나갑니다.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 무시무시한 전투력을 자랑하는 소대장님께 지켜졌기 때문입니다.

 

 그의 비호가 사라진 지금, 이런 넓은 장소에서 틈을 보이면 이렇게 돼버리는 게 당연합니다.

 

「미안하네……!!」

 

 

 시선 끝에 먼저 달려나가는 렘벨 소령님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는 저를 버리고 도망간다는 결정을 내린 모양입니다.

 

 

「……」

 

 

 그대로, 저는 전신의 힘을 빼고.

 

 다가오는 적병의 군화 소리에 몸을 맡기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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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칭, 말투 등을 좀 더 일관성 있게 바꿔봤습니다.

이전 화들도 수정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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