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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괴문서

캐붕 주의

저퀄 주의

세대 구분 잘 모름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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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은 처음이었습니다.

아니, 그 때 당시의 그 분을 사람이라고 해도 될까 싶어요.

정말 그 정도로 특이했습니다.

 

공허한 눈에는 아무것도 비쳐지지 않았습니다.

몸도 완전히 말라서 미라가 놓여진 건 줄 알았어요.

들어오는 배도 없는 텅 비어있는 항구를 그저 멍하니,

하염없이 쳐다보고 계셨어요.

 

무척이나 어렸던 제가 보기에도 그 분은 위태로워 보였어요.

불안해 보였고, 저와 같은 우마무스메가 살짝만 건드려도

먼지가 되어버릴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저, 저기이...”

 

저는 그 분께 용기를 내서 다가가보았습니다.

그 분은 아직 살아는 계셨던 건지 제 목소리에 반응해주셨습니다.

 

그저 탁해보이는 눈동자만을 살짝 옆으로 굴리는 기괴한 움직임.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제 반응을 알아채신 듯 그 분은 조심스럽게 웃어주셨습니다.

 

공허한 눈으로

절망에 가득찬 표정으로

일어서 있기도 힘들어 보이는 몸으로

금세라도 바스라질 듯 한 몸으로

 

어린 저를 배려해서 미소를 지어주셨어요.

상냥한 미소를.

하지만 덧없어 보이는 미소를.

 

저는 그 분께 여쭤보았습니다.

여기에는 무슨 일이시냐고.

 

“그냥, 도망치다보니 여기에 와버렸네. 하하...”

 

목소리는 겁에 질린 듯 살짝 떨리는 목소리였습니다.

 

“나는 글러먹은 어른이라서, 노력해도 안되는 어른이라서 결국 도망쳤거든. 물론 히토미미라서 도망쳐도 느려서 금세 잡히기 일쑤지만.”

 

그 분은 저를 배려하려는 듯 자조적인 웃음을 흘리셨습니다.

어째서 이 분은 이렇게 힘들어 보이는데도 저를 배려해서, 광대를 자처하시는 걸까요?

 

저희 가문에 대해서 알고 계시는 분인 걸까요?

 

그건 아닌 것 같았습니다.

눈을 보면 알 수 있었습니다.

아무런 기대도, 희망도 없는 눈이었습니다.

 

“뭐어, 이대로 도망치다가 도망치다가...”

 

그 분께서는 품에서 무언가 꺼내려 하시다가

무언가 떠오른 듯 머쓱한 미소를 지어보이시더니

빈 손으로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시고는 허탈하게

머리를 한 번 쓰윽 쓸어올리셨습니다.

 

“그렇게 결국 어딘가로 또 도망치지 않을까?”

 

저는 그 분을 가만히 내버려둘 수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도, 도망치시는 거라면, 많이... 바쁘신가요...?”

 

제 말에 그 분은 괜찮다는 듯이 부드러운 미소로 뒷말을 기다려주셨습니다.

 

“저기, 저... 제가 좋아하는 영상이 있는데... 가, 같이...봐주셨으면 해요!”

 

그 분은 문득 밤하늘을 올려다보시더니, 다시 저를 부드러운 미소로 바라봐주셨습니다.

 

“어린 아이가 부탁하는 데 거절하는 어른이 어딨겠어?”

 

스마트폰의 자그마한 화면을 같이 보는 어른과 어린아이.

무척이나 이상한 그림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떠오릅니다.

 

덧없어 보이는 모습.

손대면 바스라질 것 같은 느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만,

세간에서는 그걸 퇴폐미라고 부른다고 하더라구요.

 

“하아...”

 

그랬던 오빠는 지금에 와서야 그냥 우마무스메 오타쿠가 되었습니다.

 

“키타쨩! 방금 달리기 좋...았어! 코너링에서 조금 미스가 있었다거나, 멍 때린 탓인지 스퍼트 타이밍이 조금 늦었지만 좋았어!”

 

이런 부분을 보면 확실히 밝고 멋진 트레이너가 되셨습니다만...

 

“아, 그래도 괜찮아! 방금은 키타쨩도 컨디션이라든가 집중력 떨어진 거라든가 여러 문제가 있던 건 알고 있으니까!”

 

이전이 퇴폐미라고 한다면, 지금은 어딘지 모르게...

 

“키타쨩의 승리를 믿고 있어! 한 번 더 해보자!”

 

강아지과, 라고 해두면 좋을까요?

 

어릴 때 제가 본 그건 환상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하지만 순간, 오빠가 저에게 스포츠 드링크를 내밀며

눈을 가늘게 뜨고 미소 지으셨을 때

저는 보았습니다.

 

퇴폐미는 많이 사라졌지만

그 날의 본 미소를.

 

위태롭지는 않지만

여전히 익숙한 미소를.

 

저를 안심시키기 위해 짓는 미소.

저를 배려해주는 미소.

 

“...트레이너씨...”

 

“응? 키타쨩 뭐라고 했어?”

 

다행히 중얼거리는 건 제대로 들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니에요! 에헤헤~.”

 

“키타키타 키타...”

 

“오빠 자꾸 그러면 저도 화낼거에요!?”

 

저 미소가 계속 저를 향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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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만 쓰려했는데 너무 갑자기 확 떠올라서

추가로 더 썼음


사실 같은 테이오 동경하는 동지인 트레이너와 키타쨩을 쓰고 싶었는데...

주인공 계기를 생각하면 테이오만 동경하는 것도 좀 이상하다 싶어져서 바꿈


근데 괜히 바꿨나? 싶기도 하고?


아무튼 키타쨩 독점력 터져서 우마무스메 오타쿠인 트레이너를

독점 왓쇼이 해버리는 거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