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키 셔틀의 전례로 봤을때 금발 캐릭터는 밤색 말 중에서도 갈기가 몸통보다 옅은 색인 尾花栗毛Flaxen chestnut.

굉장히 드문 종류이니만큼 GI급 말 중에서 찾다보니 스페셜 위크의 아들 토호우 자칼이 먼저 생각났지만..

이번엔 시대를 꽤 거슬러 올라가는게 정답이었다. 그 정체는 '오전 10시의 남자'로 불리던 늦잠꾸러기 금발 경주마 골드 시티.

1984년 심볼리 루돌프가 그 이름을 떨치기 시작하던 시절에 태어난 말이다. 

클럽 마주 법인인 유슌友駿 호스 클럽의 관명인 -시티 앞에 금발의 특징을 따서 지어진 이름.


캐릭터의 복장은 넥타이 색은 몸통, 원피스 색은 소매에서 가져왔다. 흰색 가로줄 세개도 플러스.

오른앞발만 빼면 다 희기 때문에 오른손만 맨손인 것도 포인트.


인상적인 금발 갈기와 이마부터 코까지 내려오는 뚜렷한 유성 덕에 

당시부터 현재까지 외모가 출중했던 말을 뽑으면 항상 빠지지 않는 말이기도 하다.


골드 시티는 몬베츠의 영세 목장인 타나카 목장에서 태어났다. 아명은 '헤밍웨이'.

아버지는 캐나다에서 날렸지만 일본에 수입된 후 퇴물 취급받던 씨수말 바이스 리갈,

어머니는 유슌 클럽 소유로 7전 1승의 보잘것없는 전적후 번식암말로 예탁중이던 이탈리안 시티.

태어난 목장도 그렇고, 부모의 실적도 그렇고 혈통면에서 기대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목장주는 '헤밍웨이'의 장래에 대해서는 큰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외모 하나는 출중하니까 경주마로 가망이 없으면 디즈니랜드라도 보내버리자!' 하는 생각이었다고.

기질이 격하고 폭력적이라 눈만 떼면 다른 동기 말들을 (물리적으로) 괴롭히는 버릇이 있었지만

건강면에서는 반대로 손 댈 곳 하나 없이 튼튼하게 자라 경주마로도 기대가 높아져서

디즈니랜드에 갈 일은 없이 유슌 호스 클럽의 소유마로 데뷔하게 된다.

시미즈 이즈미 조교사는 처음 골드 시티를 봤을때 그 소질과 격한 성미를 보고

'이 말은 굉장히 대성하던가, 아니면 일찍 끝장나던가, 둘중 하나다'라고 직감했다고 한다.


마방에 들어가 훈련을 시작하면서 골드 시티는 능력보다는 악명으로 먼저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는데

다른 말들은 보통 오전 6~8시부터 아침 조교를 시작하는데

이 말은 일찍 일어나는걸 끔찍히도 싫어해 그 시간에 깨웠다간 그야말로 대 난동을 부리고,

실제로 훈련장에 나오는건 다른 말들 다 들어갔을때쯤인 10시경이었다고.

그래서 야유를 섞어 붙여진 별명이 '오전 10시의 남자'. 사람으로 치면 오후 등교반 정도..?


86년 6월 삿포로에서 데뷔, 내리 4전을 더트에서 뛰며 1승 및 2착 2회를 기록했으나

혼다 마사루 기수의 세심한 조정 끝에 점점 볼만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고

5전째에 터프 주로에 첫 도전, 코스모스상에서 뒷날 더비를 우승하는 메리 나이스 등과 겨루며

낙승을 거두고 그 재능을 처음 증명했다.


5전을 치르고 3개월을 푹 쉰후 진영이 잡은 타겟은 한신 3세 스테이크스(GI).

현재 2세 암말 챔피언을 결정하는 한신 쥬브나일 필리스의 전신으로

당시는 암말 only가 아니라 관서 한정의 3세(현재 기준 2세)마 챔피언을 가리는 경주였다.

장기 휴식으로 인한 부적응, 특유의 보스 기질 덕에 일찌감치 선두에 서려는 본능,

그리고 선두에 서자마자 방심해서 힘을 빼는 버릇까지,

여러가지로 기수를 괴롭힌 골드 시티였지만 혼다가 필사적으로 제어하고

직선에 들어서자 그 격한 투지가 플러스가 되었는지 다시 뻗어나오며 승리,



86년 관서 지역의 3세마 정점에 오른다. 기수, 조교사, 클럽, 생산자에게 모두 처음인 GI 타이틀. 

관동에선 메리 나이스가 아사히배를 제패했고,

연도대표마 시상에선 그 둘이 최우수 3세마 부문을 공동 수상했다.


그러나 3세마(현 2세마) 시즌은 주니어 체급, 본편은 87년의 클래식 무대.

골드 시티는 복귀전으로 사츠키상 전초전인 스프링 스테이크스(GII, 1800m)를 택했지만 

아직 조교가 완성되지 않아 인기가 낮았고 실제로도 6착에 그쳤다.



그리고 이 경주에서 골드 시티와 메리 나이스를 모두 격파, 

역사에 회자되는 추입을 보여주며 우승을 따낸 말이


심볼리 목장 오너 와다 토모히로 최후의 비밀 병기, 마테리얼.

심볼리 루돌프를 찬양하고 미스터 CB식의 극단적인 추입을 경멸하는 오카베 유키오를 태우고도

믿을수 없는 추입으로 우승한 후 오카베가 '오늘은 미스터 CB 해버렸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게 할 정도.


그리고 또다른 사츠키상 전초전인 야요이상(GII, 2000m)에선


사쿠라 군단의 신성 사쿠라 스타 오가 아즈마 신지를 태우고 낙승, 클래식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다.


거기에 메리 나이스까지 더해 유력한 주자들이 득시글거리는 가운데 열린 사츠키상 당일,

골드 시티의 컨디션은 그야말로 개판이었다. 4일 전에 산통(疝痛:복통)을 앓고, 패덕에선 대난동.

다들 틀렸다고 생각했는지 단승 인기도 20마리중 11번째로 급 하락. 인기 최고는 마테리얼.


그러나 실전에선 저 난동이 전화위복이 되었다.

평소같으면 일찌감치 선두로 나가려고 용을 쓰던 골드 시티가

힘이 빠졌는지 별다른 저항 없이 자연스레 후미로 쳐졌고,

혼다가 굳이 고삐를 당기며 제압할 필요없이 힘을 아끼게 된 것.

컨디션 최고조였던 사쿠라 스타 오가 직선에서 먼저 승부를 걸고 독주, 2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문전에서 마테리얼을 간발의 차이로 따돌리며 2착에 성공했다.

우승 사쿠라 스타 오. 2착 골드 시티. 3착 마테리얼.

이 때만 해도 이 셋이 더비를 놓고 자웅을 가리리라 모두가 생각했지만...


예측하지 않았던 불행이 이 셋에게 연달아 찾아드는 건 이때부터였다.


먼저 사쿠라 스타 오가 사츠키상 직후 경주 능력에 치명적인 계인대염에 걸려 은퇴의 기로에 몰렸다.

사쿠라 스타 오가 사라진 더비 무대에선 마테리얼이 단연 인기 1위, 골드 시티가 2위에 올랐지만


마테리얼은 와다 오너의 독단적인 육성 방침에 적응하지 못하고 상태가 악화되고 있었다.

더비를 쉬게 하고 싶다는 조교사와 기수의 의향이 무시된채 강행 출전한 더비는 18착의 대패.


골드 시티는 2코너에서 돌연 달릴 의욕을 전혀 내지 않으며 갑자기 실속, 후반의 재가속에도 4착이 고작이었다.

이 패배의 책임을 지고 혼다는 골드 시티의 안장에서 내리게 되었다. 

이후 사루하시 시게토시가 두차례 기승했으나 고베 신문배에서는 3착, 교토 신문배에서는 사행으로 실격.

그래서 클래식 최종전인 킷카상(GI, 3000m)는 관서의 명기수 카와치 히로시가 핀치 히터로 기승했다.


킷카상에 사츠키상 상위 3마리가 모두 참가했지만 봄과는 형편이 완전히 달랐다.

유일하게 건재하던 골드 시티는 성격 문제로 더비마 메리 나이스에 밀려 인기 2위.

사쿠라 스타 오는 은퇴를 거부하고 온천에서 재활치료를 한 끝에 기어이 복귀했지만 

무려 6개월 반만에 GI 레이스에서 복귀했다는 점을 들어 인기 9위.

마테리얼은 아직 기대가 높아 인기 4위였지만 

여전히 오너가 조교사를 무시하고 목장과 마방을 와리가리시킨 탓에 황폐해진 상태.


그리고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뒤집는 레이스였다.

슬로 페이스로 진행된 덕에 메리 나이스는 페이스 조절을 못하고 자멸,

2바퀴째에서 일찍 승부를 건 사쿠라 스타오가 먼저 선두로 치고 나가고,

모처럼 흥분도 저항도 하지 않은 골드 시티는 기수의 의도대로 대기하다 직선에서 승부,


직선에서 맹추격했으나 사쿠라 스타 오를 약 반마신차로 따라잡지 못하고 2착을 기록했다.

"국화의 계절에 벚꽃이 만개! 사쿠라 스타 오입니다!"라는 실황으로 대표되는

기적의 부활극의 조연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골드 시티는 이후 나루오 기념(GII, 2500m)에 나서지만 뜻밖의 6착 패배를 당한다.

참고로 이 경주에서 우승한 것은 뒤늦게 개화한 동기, 타마모 크로스.

이 패배를 끝으로 골드 시티는 아리마 기념을 거르고 휴식에 들어가고,


킷카상에서 부활한 사쿠라 스타 오는 자신만만하게 아리마 기념(GI, 2500m) 제패에 도전했지만..

4코너를 돌아나오는 순간 다리가 부서졌다. 왼쪽 앞다리 계인대 단열 및 탈구.

안락사 처분을 할 정도의 중상이었지만 말을 살리고 싶다는 팬들과 마주의 강력한 희망으로

대수술후 반년간의 장기 투병이 이어졌다. 각계의 응원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88년 5월 12일, 체중을 버티지 못하고 오른쪽 앞다리가 마저 망가지며 결국 안락사.

라이벌이 세상을 떠난 그 즈음부터 우승은 없지만 건투하고 있던 골드 시티도 능력이 급감,

점차 두자릿수 착순을 기록하는 일이 늘더니 89년 다카라즈카 기념 10착을 끝으로 은퇴한다.


한편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바닥을 기고 있던 마테리얼은

와다가 기대를 접고 조교사에게 일임을 하자 드디어 컨디션이 회복조를 보였다.

경쟁자들이 모두 무대를 떠난 89년 9월 10일 어텀 핸디캡(GIII)에서 왕년의 콤비 오카베 유키오와 재회,

종전과는 다르게 선행 패턴으로 진행한 끝에 2년 6개월만의 승리를 거뒀지만..

승리 직후 이상을 느낀 오카베가 말에서 내렸고, 진단 결과는 오른 앞다리의 종자골 골절.

안락사 처분을 거부한 와다 오너의 결단으로 수술했지만 수술의 스트레스로 출혈성 대장염이 발병,

9월 14일에 치료도 소용 없이 세상을 떠났다.


유일하게 멀쩡히 살아서 은퇴한 골드 시티도 여생이 편하지는 않았다.

혈통면으로도 매력이 떨어지고, GI 실적도 3세때의 한번이 끝, 씨수말로 들어갈 가망은 없었다.

그런 그에게 열린 길은 승마용 말로의 길. JRA 미야자키 목장에서 장애물 비월용으로 훈련을 받게 되었다.

인기 없는 씨수말이 수년 내에 용도폐기되고 실종, 심하면 고기가 되는 운명보다는 낫다고 할수도 있었겠지만

정작 골드 시티는 승마 훈련, 그리고 미야자키 목장에서의 생활에 전혀 적응하지 못했다.


유아독존 스타일로 성정이 격한 골드 시티는 먼저 와 있던 말들이 자신을 신참 취급하는 걸 견디지 못했다.

매일매일이 싸움, 싸움, 싸움. 그 결과 무리에서 자연스럽게 고립되고 괴롭힘을 당하게 됐다.

그러기를 반년, 90년 5월 1일. 노동절로 스탭들이 대거 휴가를 떠나 보는 눈이 적었던 그때,


방목장에서 들려오는 구슬픈 소리에 놀라 뛰어나간 사람들이 본 것은

세 다리로 선 채 고통스러워하며 두 눈에 눈물이 가득한 골드 시티였다고 한다.

X레이 결과는 오른쪽 앞다리 상박부 골절. 5월 2일 안락사되었다.

다리가 부러진 순간을 아무도 보지 못해 싸우다 다쳤는지, 달리다 부딪히거나 넘어졌는지, 혹은 자해였는지는 미스터리. 


출처 : 우마무스메 캐릭터 소개 39 - 골드 시티(ゴールドシチー) - 우마무스메 갤러리 (dcinsi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