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의 보라색을 로브의 안감으로, 몸통의 마름모무늬를 

로브 아랫단, 머리끝, 모자에 장식한 마녀 학생의 의상.

마녀 컨셉은 어머니 타바사 토쇼, 외조모 서맨사 토쇼가

모두 60년대에 히트한 미국 드라마 Bewitched(일본명 : 아내는 마녀)의 등장인물에서 따온 이름이고,

스윕 토쇼의 sweep은 빗자루질하다는 의미와 통했기 때문이다.

이름만으로도 훌륭하게 3대를 잇는 마녀 가문.



통산 24전 8승에 GI이 3승. 그중 하나는 암말에게 힘들다는 한신 경마장 2200m의

타카라즈카 기념. 39년만에 암말의 몸으로 타카라즈카 기념을 제패하고

그 보드카나 부에나 비스타도 얻지 못한 그랑프리 호스의 칭호를 얻은 말.

2000미터 이상의 중장거리에서 라스트 3F(600m)를 32초대로 끊을 수 있는 쾌속의 스퍼트.


이정도면 역대 암말 중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는 반드시 꼽힐 명마이지만,

그를 회고할때 기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조교사는 반쯤 허탈하게 웃으며,

목장장은 타카라즈카 기념 우승때 '왜 진작 저렇게 뛰지 않았어!'라고 생각했다는 말.

뛰어난 소질과 상반되는 성격으로 모든 관계자를 고생시킨 암말이 바로 스윕 토쇼다. 


시즈나이의 명문 토쇼 목장에서 태어난 스윕 토쇼는 

아버지인 엔드 스윕으로부터 포티 나이너계의 피를,

어머니인 타바사 토쇼로부터 댄싱 브레이브와 '천마' 토쇼 보이의 피를 이어받았다.

미국·유럽·일본의 날리던 혈맥이 모였지만, 우수한 단거리마를 내던 엔드 스윕쪽보다는

막판 스퍼트가 강력한 댄싱 브레이브의 피를 진하게 물려받은 듯한 느낌.


데뷔 전 목장에서부터 그 보통 아닌 성격의 일면이 드러났는데

마방에 들어앉아서 나올 생각을 전혀 안한다던지,

끌고 나오려고 들어가면 손을 피해서 잡혀주지 않는다던지...

아무튼 어지간한 괴짜로 평판이 자자했다.


당세(출생년도) 때의 스윕 토쇼


2003년에 와타나베 사카에 조교사 마방에 들어가 안장에 츠노다 코이치를 태우고 데뷔,

2세 신마전과 판타지 스테이크스를 연승했지만 이 판타지 스테이크스에서

별안간 멈춰 움직이지 않음+스타트 지연이라는 양대 골칫거리를 동시에 일으켰다.

그리고 2세 암말 챔피언전인 한신 쥬브나일 필리스(GI, 1600m)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업고 나섰지만, 직선에서 나갈 길을 찾지 못하며 헤매다 5착으로 패배했다.


3세, 클래식 시즌을 맞이한 2004년의 스윕 토쇼.

코우바이 스테이크스를 승리한뒤 와타나베 조교사가 정년 은퇴하면서

츠루도메 아키오 조교사의 마방으로 이적, 그리고 이때 주전 기수도 바뀐다.

이후 은퇴까지 20전에 걸쳐 고락을 함께하는 그 기수의 이름은 이케조에 켄이치.

커리어에 비해 유독 GI에서 강한 기수지만 이전에 오페르브와 다른 글에서 언급했듯이

한 성질하는 말들에게 호구취급받고 개고생하는 걸로 유명하기도 한 기수다.


츠루도메가 이 말을 넘겨받고, 이케조에가 이 말을 타기 시작하면서 겪은 고생담은

일일이 다 언급할 수 없을정도로 많으나 패턴을 나눠서 간단히 정리한다.


1. 부동(不動) - 말 그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유는 알 수 없다. 그저 기분을 거슬렀을 때 별안간 그 자리에 우뚝 선다.

위에 올라앉은 놈이 맘에 안 들던지, 발 아래의 더트 코스가 맘에 안들던지.

오늘은 왠지 언덕 코스 연습을 하기 싫다던지...

멈춰서 버티는 시간은 5분에서 최장 한시간. 그 동안엔 몇명이 와서 끌고 밀던 버티고 선다.


-Case 1. 겨울철 조교.

눈내리는 날, 언덕 코스 훈련을 하러 들어가던 스윕 토쇼는 코스 입구에서 멈춰선다.

하필 그날의 저항은 역대 최장 기록인 한시간. 안장에 앉아 있던 이케조에는 눈사람이 되었다.


-Case 2. 2005년 천황상·秋.

아키히토 부부가 직접 와서 관람했던 어전 경주.

이케조에를 태운 채로 입장 직전에서 우뚝 멈춰 버린 스윕 토쇼.

등짝에 이놈을 얹은 채로는 절대로 들어가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아키히토 부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결국 관리사의 손에 맡겨 말만 앞서 보내고 

이케조에는 터벅터벅 혼자 출발점까지 뛰어갔다. 추정 거리 최소 700m 이상.


2. 게이트 진입 거부.

위의 부동과 함께 은퇴할때까지 고치지 못한 양대 버릇. 혼자서 경주 출발을 몇분 지연시키는건 일도 아니다.

덕분에 게이트 순서와 상관없이 항상 맨 처음에 진입 시도를 하는 특권 아닌 특권을 누렸다.

나중에 진입 시도를 하면 이미 들어간 말들은 한참 갇혀 있어야 하니까.

덕분에 이케조에는 주변 기수들에게 "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라고 고개 숙이는게 일과였다고.

이 문제로 게이트 재심사의 단골 대상이었지만 괴이하게도 재심사 때는 항상 문제없이 통과했다.


-Case 1. 2004년 슈카상.

평소처럼 게이트 진입거부로 힘을 뺄까봐 아예 눈을 천으로 덮어서 깜깜이를 만들고 억지로 집어넣었다.


-Case 2. 2006년 아리마 기념.

딥 임팩트의 은퇴전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은 경주. 하필 출전 멤버 중에 스윕 토쇼가 있었다.

통상적인 순번을 무시하고 맨 먼저 게이트 진입을 시도하지만 필사적인 거부.

전혀 들어갈 생각 없는 스윕 토쇼의 고삐와 꼬리를 부여잡고 안간힘을 쓰던 이케조에의 모습이 전국 방송을 탔다.


(5:00부터 시작되는 필사적인 노력, 2분 넘게 똥꼬쇼를 해야 했던 이케조에)


-Case 3. 2007년 빅토리아 마일

천황상·秋와같은 도쿄 경마장, 진입 때 갑자기 더트 코스로 뛰어들며 

이케조에를 땅바닥에 내던져 버렸다. 게이트 진입 거부는 덤.

게이트 입장을 재촉하는 진행위원의 채찍에 기분이 상했는지 완전 대패.


3. 조교 혐오

끔찍할 정도로 조교를 싫어했다. 특히 언덕 코스를 싫어했는지 

걸핏하면 언덕 코스 앞에서 멈춰 언덕을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다고.

말년이 될수록 이 성향이 심해져 언덕 조교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뉴스가 되기도 했다.


-Case 1. 2007년 교토 대상전.

가을철 복귀전으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필사적인 조교 거부로

'출전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다'는 사유로 출전 취소.


3-1. 그러므로 실전이 훈련이다

경주마들 가운데 복귀 후 실전 감각이 늦게 올라온다는 이유로

본경주 앞에 스텝 레이스를 하나 정해 뛰게 하는 말들이 있는데

스윕 토쇼는 조교를 만족스럽게 소화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서든 복귀 후 한 경주는 훈련을 대신하는 실전이었다.


-Case 1. 2004년 오크스.

엔드 스윕의 혈통상 마일러라고 평가되던 스윕 토쇼는 1600m의 오카상이 찬스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당일 게이트 진입 거부로 뒷걸음질로 간신히 집어넣더니, 별반 힘을 못쓰며 5착 패배.

오히려 길어서 무리일 거라고 생각되던 한달 뒤의 오크스.

2400m의 긴 거리가 상관없다는 듯 폭발적인 스퍼트를 보이며 간발의 차로 2착, 선전했다.


-Case 2. 2004년 슈카상.

전초전인 로즈 스테이크스에서 복귀했으나 부진해 3착. 한달 후 같은 거리인 슈카상에서 괜찮을까 싶었지만


그동안 이겨본적이 없던 강적 댄스 인 더 무드, 야마닌 슈크르 등을 모조리 직선에서 제치고 승리.


-Case 3. 2005년 상반기

복귀전인 오픈 경주에서 5착으로 패배하더니,

다음 경주인 야스다 기념(GI, 1600m)에선 2착으로 건투.

그 다음 경주인 타카라즈카 기념(GI, 2200m)에서 암말로는 39년만에 우승.

이 경주에선 당시 최강 수말들인 탭 댄스 시티, 링컨, 하츠 크라이가 모두 참전해 있었는데


선행의 탭 댄스 시티, 중단에서 선입하는 링컨, 후방에서 추입하는 하츠 크라이.

각각 장기의 각질을 구사하는 말들을 모조리 제치고 승리했다.

암말에게 버거운 마장이라는 한신 경마장에서 거둔 승리기에 더욱 의미있던 승리.


4. 스타트 지연, 그리고 극단적인 최후방에서의 경마

2~3세때는 고질적인 스타트 지연으로 자연스럽게 후방에서 추입을 노리는 경주 스타일이 되었다.

스타트 지연 덕에 이길수 있는 경주도 진 케이스가 많다보니 고치려고 꽤나 고생을 했는데,

정작 버릇이 고쳐진 4세 이후에도 후방 포지션에서 추입하는 각질만큼은 고치질 못했다.

타카라즈카 기념에선 웬일로 중단에서의 선입을 성공시켰는데,

그 덕분에 목장장이 TV로 보다가 "저렇게 할수 있었는데 왜!"라고 외친 건 덤.


반면 그 추입 각질 덕에 승리할 때는 그야말로 직선에서 질풍같이 달리며 시원하게 이겼는데,

대표적인 케이스가 2005년 엘리자베스 여왕배(GI, 2200m).

오스미 하루카가 완벽한 대도주를 성공시키면서 이기는가 했는데


도저히 잡을 수 없을 것 같은 격차를 순식간에 직선에서 좁혀버리며 반마신차의 역전승을 거뒀다.




이렇듯 조교는 항상 불완전했지만 소질만으로도 세 차례나 GI을 이겼고,

후방에서의 경마밖에 할 수 없었지만 그 반대로 멋진 스퍼트를 보여줬으며

매번 팬들에게 '오늘은 무사히 입장할수 있을까' '게이트엔 잘 들어갈까'하고 마음졸이게 했지만

역으로 그 츤데레같은 매력에 빠져 헤어나올수 없게 만든 암말이었다.


은퇴 후 바로 번식 암말로 전업, 2010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새끼들을 내보내고 있다.

아그네스 타키온과의 사이에서 낳았던 첫 자식 때는 한시도 자식과 떨어지려고 하지 않아 애를 먹였는데,

두달 후엔 언제 그랬냐는 듯 방치 플레이, 별 문제 없이 새끼를 떼놓을 수 있었다고...

2015년 토쇼 목장 파산 이후로는 노던 팜으로 매각되어 거기서 지내고 있다.


지금까지 경마장에 내보낸 새끼들 중에 두각을 보이는 말은 없었지만,

올해 하반기에 데뷔할 새끼가 혈통상으로 큰 눈길을 끈다.

2015년에 출생한 오르페브르와의 자식. 


데뷔만 하면 이케조에를 죽이러 갈 기세의 눈빛이다. 경마 팬들도 '역시 이케조에를 태워야 하지 않을까'하는 심술궃은 기대중.


출처 : 우마무스메 캐릭터 소개 48 - 스윕 토쇼(スイープトウショウ) - 우마무스메 갤러리 (dcinsi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