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RA 2012년 CM 스프린터즈 스테이크스 편 



벚꽃을 연상시키는 핑크색에 흰색 가로줄 패턴을 리어레인지한 복장.

이름에 오(王)가 붙어선지 루돌프나 테이오처럼 어깨에 에폴렛을 달고 있다.

왼앞발과 오른뒷발이 희기 때문에 손발은 모두 짝짝이.

허벅지와 발목, 단추에서 나타나는 하트인듯 다이아몬드인듯 둘다 아닌 무늬는..


미간에서 조그맣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유성에서 따온듯하다.



사쿠라 군단의 폭진왕(爆進王). 일본 경마 최초의 전문 스프린터.

이전까지 일본 경마에선 딱히 거리 적성이랄 것 없이 잘 뛰는 말은 어느 거리에서나 뛰었고

JRA에서 단거리마 부문을 따로 시상한 이후에도 마일과 스프린트를 뭉뚱그려 단거리로 취급했지만

이 말의 등장과 활약으로 스프린트와 마일 노선의 분리와 정비가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쿠라의 관명을 쓰는 사쿠라 커머스의 초대 오너는 故전연식. 

경남 고성 출신의 총련계 재일 교포로 파칭코와 요식업 등으로 거부가 되었지만

재일 교포 북송 사업에 깊이 관여하고 최고인민회의 의원까지 됐던 어둠도 있는 인물이다.

파칭코 가게 중에 S·PARK·Le란 간판이 달려 있으면 이쪽 소유.


아무튼 이 양반은 경마에도 발을 들여 수십년간 마주로도 이름을 떨쳤는데,

데뷔시키는 해마다 가장 싹수가 좋아 보이는 말 이름 뒤에 오(王)를 붙이는 습관이 있었다.

사쿠라 치요노 오, 사쿠라 유타카 오, 사쿠라 스타 오 등등...

하지만 89년생의 사쿠라 군단 중에 왕의 이름을 받은건 뜻밖에도 '무료'로 받은 말이었다.

사쿠라 유타카 오와 사쿠라 하고로모의 자식.


사쿠라의 경주마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던 조교사 사카이 카츠타로에 의하면

샤다이 팜의 번식암말로 쓸 사쿠라 하고로모를 3년 조건으로 대여했으나

2년만 경주에서 쓰고 조기에 반납한 대신 하고로모의 첫 자식을 공짜로 받았다고 하고,

다른 글에선 전연식이 샤다이 팜에서 산 말이 몇년간 계속 실패하자

샤다이 팜에서 아예 한 마리를 공짜로 줬다는 설도 있다.

어느 쪽의 설이 사실이든간에 바쿠신 오의 인수 금액은 공식적으로 '0엔'이다.


거기다 왕의 이름을 단 것과는 달리 진영의 기대도 별로 높지 않았는데,

어릴 때는 어떻게 봐도 잘 뛸것 같아보이지 않은 마체였다고 한다.

오너인 전연식도 별로 맘에 들지 않았는지 데뷔전을 압승하고서도

겨울털이 빽빽하게 자란 모습을 트집잡아 '이런 시궁쥐 같은 말이...'

하고 투덜거리고 있었다던가.


사쿠라 전문 기수인 코지마 후토시, 사쿠라 전문 조교사 사카이의 페어로

4세(현재 기준 3세)인 92년 1월에 더트 1200m로 데뷔 승리, 3전 2승을 거두고

사츠키상 트라이얼인 스프링 스테이크스(GII, 1800m)에 나섰지만

괴물 미호노 부르봉을 쫓는 가혹한 전개에 휘말려 12착으로 완패,

1800m조차도 길다는 적성 문제를 실감하고 클래식을 포기, 단거리 노선으로 전향했다.


이후 연말까지 단거리 경주를 집중적으로 출전했지만

이때만 해도 순탄한 전적을 보여주진 못했다.

아직 몸이 완성되지 않은 탓도 있었지만

이때부터 이미 1400m 이하의 경주와 1600m 경주의 성적은 극과 극이었다.

1400m 이하의 3경주는 전승. 1600m의 3경주는 7착, 3착, 7착.

마일 경주조차도 미묘하게 긴 스프린터의 적성을 이미 드러내고 있었던 것.


위와 같은 성적을 거두고 92년 연말 스프린터즈 스테이크스(GI, 1200m)에 출전,

첫 단거리 GI 획득 도전에 나섰다. 어린 나이임에도 적성을 주목받아 3번 인기에 올랐지만


같은 나이인 니시노 플라워가 53kg의 낮은 핸디캡의 이점을 업고 외곽에서 강습, 승리를 낚아갔다.

초반부터 선행하다가 직선에서 힘이 떨어진 바쿠신 오는 6착.


4세 시즌의 기복은 완성되지 않은 마체, 도주 일변도의 각질,

신호를 하면 순식간에 탑 기어로 올라가는 반응,

그리고 정작 그 탑 기어를 오래 유지 못하는 능력의 문제에 있었다.


스프린터즈 S가 끝나고 다리 불안과 피로로 장기 휴양에 들어갔지만,

전화위복으로 이때의 휴양과 재조정을 통해 종전과 완전히 다른 말로 변했다.

맨 앞이 아니라 어느정도 페이스를 억누를 수 있는 선행 패턴을 익혔고,

체중도 10kg 이상 늘어 490kg대의 당당한 체형이 된 것은 물론,

약점이었던 발도 마침 새로 생긴 우드칩 코스의 도움을 받아 강화된것.


5세 시즌인 93년은 10월에야 복귀했지만 작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4전 중 3전을 승리했으며 나머지 1전은 1600m였던 아일랜드 트로피에서의 4착.

93년 마지막 경주였던 스프린터즈 스테이크스를 8일 앞두고 마주인 전연식이 사망,

사쿠라의 주전으로 뛰며 전연식을 '아버지'라 부를정도로 각별한 관계였던 코지마는

그의 영전에 승리를 바치겠다고 맹세했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상대로는 전년도 스프린터즈 S 2착 및 야스다 기념 2년 연속 우승, 천황상·秋 우승에 빛나는 야마닌 제퍼,

그리고 작년 이 경주의 챔피언인 니시노 플라워가 꼽혔으나


직선에서 뛰어나오는 폭진왕의 박력은 다른 두 마리와 차원이 달랐고,

혼자 1분 7초 대의 기록을 내며 첫 GI 타이틀을 차지했다.


이듬해 94년의 단거리 전선은 그야말로 나와바리 싸움이었다.

1400m 이하를 완전히 정복한 사쿠라 바쿠신 오가 슬슬 그 위의 영역을 노리는 참에

마일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암말 노스 플라이트가 마일은 자신의 영역임을 주장하고 나선 것.

아직까지 스프린트 GI이 스프린터즈 S밖에 없던 시절이라, GI을 추가 획득하려면

마일 GI인 야스다 기념과 마일 챔피언십에도 도전할 수 밖에 없었다.

첫 도전에선 노스 플라이트가 승리를 거두는 가운데 4착에 머물렀고,


주특기 1400m인 스완 스테이크스(GII)에선 59kg의 고중량을 달고서도 1분 19초 9로 우승. 

일본에선 처음으로 1400m에서 1분 20초 아래의 기록을 내며 노스 플라이트를 격파했다.

이어진 마일 챔피언십에서는 역으로 노스 플라이트가 레코드를 갱신하며 우승,

서로의 나와바리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로 상대를 2등으로 밀어내는 모습을 보였다.


그 외엔 간만에 1800m인 마이니치 왕관(GII)에도 도전했으나 4착.

전반 1000m를 57.5의 하이페이스로 달렸으면서도 우승마와 0.4초 차이로 버텼다는 게 위안.


그리고 연말, 은퇴전이면서 2연패가 걸린 94년 스프린터즈 스테이크스.

이때 처음으로 국제 레이스로 승격돼 외국말도 3두나 참가했지만

스완 S에서의 압도적인 퍼포먼스에 감화된 팬들은 1.6배의 압도적 인기로

사쿠라 바쿠신 오의 우승을 예상하고 있었다.

경주에선 4번째~5번째 포지션에서 힘을 모으고 있다 4코너를 돌며 앞으로 나가기 시작,


직선에서 압권의 스퍼트를 보이며 은퇴전을 승리로 장식하고, 스프린터즈 S 2연패에 성공했다.

타임은 1분 7초 1로 일본 레코드. 2착인 비코 페가수스와는 4마신 차의 압승.

코지마 후토시도 이 은퇴 레이스를 바쿠신 오의 베스트 레이스로 꼽았다.


통산 21전 11승,

그 중 1400m 이하 경주만 추리면 12전 11승의 무시무시한 위력을 보였으나

1600m 이상은 우승 없음, 2착 2번, 3착 1번, 4착 3번.

단 200m 차이로 극과 극의 성적을 내면서 

당시 일본에 처음으로 스프린트와 마일의 적성 차이를 인지시킨 말이다.

이후 스프린트 노선의 정비가 논의되면서 타카마츠노미야배를 1200m로 바꾸고 GI으로 승격시켰으나

정작 사쿠라 바쿠신 오는 은퇴한 뒤라 그 대회엔 나설 수 없었다.

조금 늦게 태어났다면 GI 우승 횟수가 두 배로 늘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현역 시절의 스프린터로서의 퍼포먼스는 매우 인상깊었기 때문에

GI 우승횟수와는 상관없이 역대 최강의 1200m 경주마를 꼽을땐 과반수 이상이 지목하는 명마다.


현역 시절의 활약보다도 어떤 의미로는 더 인상 깊은 것은 씨수말로의 활동.

선데이 사일런스, 토니 빈, 브라이언즈 타임 같은 최고 성골 외국산 씨수말이 주류이던

샤다이 스탤리온 스테이션에 당당히 입성하는데 성공했다.

현대 경마에 반드시 필요한 스피드, 그 스피드에서 절대적인 강점을 갖고 있었기에 선택받은것.

첫 해부터 100마리 이상의 암말과 교배하며 기대를 받았고,

그 기대에 부응하며 체형과, 스피드, 그리고 단거리 적성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강력한 유전력을 보여줬다.


그 결과 1400m 이하 부문에선 2000년부터 선데이 사일런스와 근소한 차이로 2위에 오르더니

2001년부터 단거리 말로는 유일하게 리딩 사이어 랭킹 10위 안에 꾸준히 드는 위업을 과시했고,

국내산 씨수말로는 사상 세번째로 자식들의 통산 승수가 1000승을 넘겼다. (2017년 현재 1400승 돌파)

쇼난 캄프, 그랑프리 보스, 빅 아서 등의 단거리 GI 우승마들을 포함해

생산자의 의도에 부합하는 성과를 냈기 때문에 인기가 줄지 않아

16년 연속 100마리 이상과 교배하는 왕성한 활동을 보내다

2011년 4월 30일, 22세의 나이로 교배 도중 심부전을 일으켜 복상사했다.


2016년 JRA 연도대표마이자 2017년 현재 일본 중장거리 최강인 키타산 블랙의 외조부가 사쿠라 바쿠신 오다.

외조부보다 더 큰 540kg의 근육덩어리 거체인데도 불구하고 2000~3200m까지 소화하는 돌연변이.


출처 : 우마무스메 캐릭터 소개 51 - 사쿠라 바쿠신 오(サクラバクシンオー) - 우마무스메 갤러리 (dcinsi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