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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상인(pedlar) 프레데릭(Frederick)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는 3일간 이 저주받은 도로를 따라 이동하였고, 그 동안 마을이나 소규모 정착지 하나 발견하지 못했다. 그의 망토는 먼지투성이였고, 그의 조랑말은 지쳐있었다. 그는 실바니아의 어두운 숲들에 진저리가 난 상태였다. 이 비틀린 길들은 어디에도 통하지 않는 것 처럼 보였다. 하지만 마침내 그는 한 마을을 발견했다.


지평선에 핏빛 태양이 비치는 동안(해가 저물 때), 프레데릭은 말을 타고 마을 관문을 통과했다. 관문은 녹슨 경첩에 매달려 있었고, 마치 오랜 시간 열린 적이 없었다는 듯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이 작은 마을의 집들은 지저분할 뿐만 아니라 상당수는 지붕조차 없었다. 창문은 깨져 있었고, 영 좋지 못한 악취가 마을 전역에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누가 마을에 들어서는지 확인하고자 마을 주민들이 창문을 열어제꼈다. 저 못생긴 주민들의 구부정한 몸뚱아리에는 반점들과 종기, 그리고 명백한 돌연변이의 흔적이 가득했다. 그 중 한 명이 외눈으로 프레데릭을 응시했다. 그 자는 기형으로 뒤틀린 손을 들어올렸고, 프레데릭은 저게 환영 인사를 표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프레데릭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예전에도 프레데릭은 저런 인간 쓰레기들을 본 적이 있었고, 왜 저렇게 되었는지도 알고 있었다. 고립된 마을에선 친족끼리의 근친이 흔한 편이었고, 그 결과는 종종 끔찍했다. 하지만 프레데릭은 주민들을 심판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그는 상품을 팔고 스티어란트(Stirland)로 돌아가기 위해 이 지역에 온 것이었다. 다른 상인들은 실바니아에서 거래하는 행위 자체를 두려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프레데릭 한센은 겁쟁이가 아니었다. 그는 겁먹은 늙은 여인이나 중얼거리는 성직자가 들려주는 이야기 따위에 신경쓰지 않았다. 혹독한 겨울 때문에 제국 전역은 기근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가 가져온 곡물은 여기서 좋은 값에 팔릴 것이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이 곳은 농사가 대흉이었을테니까.


여관을 찾기 위해 말을 몰고 마을 광장으로 나아가가던 프레데릭은, 벽 주변에 뭔가가 있음을 인지했다. 어린 소녀가 마치 쓰러진 것처럼 땅바닥에 누워있었다. 그 녀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그 옷은 마치 망자를 땅에 묻기 전에 입히는 수의와도 같았다. 오물이 덕지덕지 묻은 누더기를 걸친 한 사내가 소녀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그 녀를 도우려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여기선 소녀의 얼굴을 제대로 인지할 수 없었다.


갑자기 프레데릭은 으드득하는 소리를 들었다. 마치 뭔가 부러지는 듯한 소음이었다. 그는 소녀가 심하게 부상을 입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달려나갔다. 그는 그 사내가 그러지 않기를 바랐다. 쭈그리고 앉아 있던 사내는 프레데릭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머릿털이 없는 얼굴의 빛을 발하는 두 눈알이 프레데릭을 응시했다. 차가운 검은 피가 사내의 입에서 흘러내렸다. 그자의 손아귀에는 어린 소녀의 머리가 들려져 있었다. 프레데릭은 역겨움을 느꼈다.











"구울이다!" 프레데릭은 생각했다. 그 역시 실바니아의 시체 파먹는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저 악몽과도 같은 식인귀와 마주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휘청거리며 일어선 그 생명체는 프레데릭에게 다가갔다. 그 자의 갈라진 입술은 날카롭게 다듬어진 것처럼 보이는 치열을 드러냈다.


메스꺼움을 간신히 참으며, 행상인은 망토 아래에서 숨겨진 숏쇼드를 꺼내들었다. 길가에서 오랜 세월을 보내면서 그는 거의 모든 상황에 대비해야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는 자신의 얼굴에 접근하던 구울의 손을 빠르게 잘라냈다. 그 구울이 잘린 부위를 들고 비명을 지르는 동안 프레데릭은 그 놈을 뛰어넘었다. 행상인은 신경질적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공포스럽게도, 마을 사람들이 집에서 기어나와 그를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몸이 구부정한 못생긴 남녀와 끔찍하게 생긴 어린이 무리들이 곧 그를 포위했다.


공황상태에 빠진 프레데릭은 탈출로를 확인했다. 하지만 살 길이 없었다. 공포에 질린 조랑말은 히히힝울더니 갑자기 달아나버렸다. 하지만 울부짖는 구울 무리들이 조랑말을 끌어내렸고,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이 저 불운한 동물을 찢어발겼다. 안장 주머니가 찢어졌고, 구울이 고기를 포식하는 동안, 귀중한 곡물들이 진흙 투성이 바닥에서 짓밟혔다.


포위망은 천천히 프레데릭에게 접근했다. 그는 검을 크게 휘둘러 저 생명체들의 접근을 저지하고자 했다. 갑자기 뒤에서 뭔가가 그의 다리를 붙잡았다. 몸을 돌린 그는 어린 소년이 뒤에서 기어와 광적으로 그의 다리를 붙잡고 있음을 발견했다. 소년은 작고 날카로운 이빨을 허벅지에 박아넣었고, 프레데릭은 검으로 소년의 머리통을 쪼개버렸다. 사방에 뇌와 체액이 흩뿌려졌다. 하지만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분투하던 프레데릭은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즉시 악취나는 생명체들이 그에게 달려들었고, 그가 크게 휘두르던 검을 손에서 빼앗았다. 자비로운 어둠이 그에게 드리우기 직전에 행상인 프레데릭이 마지막으로 본 존재는 한 구울 여성이었다. 오물로 뒤덮인 나체 여성은 자신의 갈라진 입술을 햝고 있었다. 그리고 따뜻하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큰 고깃덩어리를 갈라내기 위해서 프레데릭의 가슴팍을 향해 몸을 구부렸다.......













그렇게 실바니아에서 블루 오션을 개척하고자 했던 프레데릭은 구울 밥이 되었다.


출처는 뱀파이어 카운트 5판 아미북. 1999년 세기말에 나온 설정이라 그런지 요즘 것들에 비해서 수위가 좀 있네.


퍼가는건 자유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