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시 채널

 레이시는 지독한 불면증이었다. 물론 그녀의 탓은 아니었다. 사령관에게 구조된 후 좋은 침대와 부드럽고 푹신한 배게 그리고 조용한 방까지. 숙면을 취하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하지만 그런 점은 아주 사소한 일이었다. 가장 큰 문제인 그녀의 서클렛은 숙면에 있어 걸리적거리는 존재를 떠나 끔찍한 물건이었다.


 물론 그녀 스스로도 이 아이러니를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장치가 생명을 갉아먹는 장치가 되리라고는 생각치도 못했을 것이다. 사령관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를 대려온 순간 부터 레이시의 서클렛은 언젠가 큰 장애가 될 것이라고 여겼기에.


 그래서 사령관은 갖은 수를 써보기 시작했다. 잠이 잘오게 만드는 허브차부터 수면제, 동화책 읽어주기, 숙면 음악 틀기 등. 결국 모두 도움이 안되는 가짓수들이었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그와 관계를 맺은 모든 대원들 모두 조용히 잠을 청했다는 것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어느정도 일리가 있는 생각이었다. 결국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육체의 피로감을 쌓게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생명체는 피로감이 쌓이면 잠을 청한다. 이 황당하지만 들어맞는 논리를 시작으로 그는 레이시와 관계를 맺었다.


 그 결과, 사령관은 자신의 절륜함을 증명할 수 있었고 레이시는 충분한 수면을 취할 수 있었다. 물론 땀이 식고 시트가 젖어 조금 추웠지만, 충분한 숙면을 취할 수 있었던 사실 만으로도 서로에게 만족스러운 해결책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자고 있는 사령관의 볼을 손가락으로 콕콕 찔러보았다. 허리가 조금 욱신거렸지만, 어느 정도 참을만 했다. 그 날 이후로 그녀는 조금씩 웃기 시작했다.


작가: 레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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