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6월 15일 0429시, 북대서양, 미 해군 호위함 '스타인'


어제 아침 NATO 해군의 원정전단이 무방비로 미사일을 얻어맞은 뒤로 거의 20시간 동안 대서양의 NATO군 수상함은 플레처의 함대와 상선대를 호위하는 함선 30여 척밖에 남지 않았다. 시애틀과 아나폴리스, 샌디에이고와 진주만에서 태평양 함대가 출항했지만 그 함대가 대서양에 나타날 때까지는 아무리 빨라도 일주일은 걸릴 것이다. 스타인의 플레처 함장은 과연 스타인과 그의 승조원들이 그때까지 무사히 살아있을지 의문이었다...


"이건 진짜라고 생각합니다, 함장님."

ASW(Anti-Submarine Warfare, 대잠전) 사관이 조용히 말했다.


소나 화면에 밝은 선이 나타나고 7분간 계속되었다. 방위는 천천히 함미 방향으로 바뀌고 있었으며, 마치 이 탐지목표가 스타인이 아니라 선단 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 같았다.


녹스급 호위함인 스타인은 12노트로 항행하고 있었다. 오늘은 소나를 좀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수심 100m 위치에 눈에 띄는 수온층이 있어 수상함의 소나를 방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스타인은 소나를 그 층 밑으로 돌릴 수 있으며, 그곳의 수온은 소나의 효과를 최상으로 끌어올려 주고 있었다. 욱 다행인 것은 수상함의 소너가 이 수온층을 뚫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잠수함의 소나도 그렇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층 밑에 있는 잠수함이 스타인을 탐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이었다.


"점차 분명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거리에 의문이 있습니다. 해수의 상황과 우리들의 소너 성능을 고려할 때, 소너의 탐지목표까지의 추측거리는 직선으로 8km에서 14km로 예상되지만..."

대잠전 사관이 말했다.


"의견은?"

플레처 함장이 물었다. 공격관제관이 우선 말했다.


"헬리콥터를 띄워 가까운 곳에서 이 친구를 찾아보고, 그런 다음 멀리서 오라이언을 부르는 겁니다."


"그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대잠수함전 사관도 동의했다.


5분도 지나기 전에 스타인에 탑재된 시스프라이트 헬리콥터가 8km 앞으로 날아가 소노부이를 투하했다. 수면을 뚫고 들어가자마자 이들 소형 소나는 미리 선택한 심도에서 전개됐다. 이 경우 목표가 얼마나 가까운지를 알아보기 위해 모든 소나는 수온층 위에 머무른다. 데이터가 스타인의 CIC로 보내졌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소나 표시는 여전히 잠수함이나 잠수함 비슷한 소리를 내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곧 헬리콥터는 소노부이를 투하하면서 바깥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곧 오라이언이 도착했다. 그 대잠초계기 펭귄 7은 스타인이 보고한 목표의 방위를 따라 저공으로 날았다. 오라이언은 50개 이상의 소노부이를 탑재하고 있으며, 이제 막 온도층 위아래로 그것을 투하하기 시작했다.


"6번이 약한 시그널을, 5번이 중간 정도의 시그널을 포착했습니다."

소나 조작담당자가 보고했다. 목소리에 흥분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라저, 확인했다."


펭귄 7의 전술항공사가 시인했다. 그는 최근 7년간 대잠전 훈련을 받고 실전에서 복무하고 있었지만 그 또한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MAD(자기탐지 장치)를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우리 헬리콥터로 백업할까요?"


"부탁합니다. 그러나 저공을 유지하도록 전해 주시오."


몇 초 후 '팔리스'의 헬리콥터 SH-2 시 스프라이트는 기체 우측에서 내려진 케이블로 MAD(Magnetic Anomaly Detector, 자기이상감지기)를 끌면서 북쪽을 향해 날았다. 본질적으로는 상당히 강도가 높은 자력계인 MAD는 잠수함의 선체와 같이 커다란 쇳덩이에 의해 발생하는 지구 자기장의 교란을 찾아낼 수 있다.


"6번의 시그널은 현재 중간 정도의 감도. 7번의 시그널이 중간 정도."

잠수함이 남쪽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실효거리 판명."

대잠전 사관이 공격관제관에게 말했다. 


"1만 2천에서 1만 5천 미터. 방위는 3_4_0에서 3_3_6."

스타인은 이것을 즉각 오라이언에게 통지했다.


그들이 레이더로 지켜보는 가운데 스타인의 소너 데이터에 의해 잠수함의 개략적인 위치로 지정된 해역을 오라이언은 상당히 정확하고 치밀한 항로로 날며 수색했다. 컴퓨터 시스템이 몇 개의 선을 그리며, 그것이 점차 남쪽으로 확대되어 나갔다.


"스타인, 이쪽은 펭귄, 우리들의 정보로는 이 해역에 아군 잠수함은 없는 것으로 되어 있다. 확인 바람, 오버."


"맞다, 펭귄. 이 근처에 아군이 있다는 보고는 없다."

플레처는 30분 전에 그 사실을 이미 조사해 두었다.


"6번의 시그널 감도가 증대되고 있다. 5번의 시그널은 약해졌다. 7번은 소멸."

조작담당관이 프로답게 냉정하게 말했다.


"거리가 확정되고 있음. 목표의 추정속력 대략 8노트, 거리 13km."


"돌발음. 돌발음입니다!"

함정의 소나 조작담당자가 소리쳤다. 금속성의 소리가 목표 방향으로부터 들어오고 있었다. 해치를 닫았는가, 도구를 떨어뜨렸는가, 어뢰 발사관의 문을 열었는가... 어쨌든 틀림없이 어떤 이유에 의해 인간이 내는 소리가 난 것이다.


"돌발음 확인하라. 5번 및 6번 부이로 포착."

오라이언이 전해왔다.


"확인했다."

스타인의 공격관제관이 응답했다.


"예함 소나로도 포착. 탐지목표를 이번에는 틀림없이 잠수함이라고 평가한다."


"이쪽도 마찬가지다."


"확실히 소련 잠수함으로 식별..."


"노벰버급 잠수함에는 음향 흡수제가 칠해지지 않았습니다."

대잠전 사관이 화면을 가리키며 조용히 말했다.


"그 항적을 확인한 것은 약 46km의 거리에서였습니다."

공격관제관이 말했다.


"잡아 보자고."

플레처가 말했다.


스타인에 탑재된 헬리콥터는 전속으로 남서쪽을 향하고 있었다. 다른 P-3C 오라이언, 펭귄 7도 동쪽으로부터 기준점으로 접근중이었다. 2대 모두, 아군 함정 1척을 침몰시키고 1척을 대파시킨 잠수함을 습격하기 위해 저공으로 날고 있었다.


그 소련 잠수함은 속도를 올린 것이 큰 잘못이었다. 선단을 추적하여 데이터를 다른 잠수함에게도 송신하도록 하라는 명령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또는 추적해서 다시 한번 공격할 생각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유는 어떠하든, 원자로 펌프가 맹렬하게 작동하며, 결코 숨길 수 없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잠망경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에 항공기의 하방수색 레이더에 탐지당하기 쉬웠다. 헬리콥터가 보다 가까운 위치에 있었고 조종사는 오라이언의 전술항공사와 교신하고 있었다.


제대로만 되면 교과서적인 공격이 될 것 같았다.


"오케이, 펭귄. 우리들은 지금 5km 위치에 있음. 그쪽의 위치를 가르쳐 주게."


"그쪽 후방 3km야. 비춰!"


조작담당자가 레이더 스위치의 커버를 벗기고 대기상태로부터 작동상태로 바꾸었다. 동시에 헬리콥터 기수 밑에 붙었던 레이더 발신기로부터 에너지가 방출되기 시작했다.


"탐지. 레이더 탐지. 방위 1_6_5, 거리 1천 1백 미터!"


"MAD를 사용하라!"


조종사가 탐지목표로 돌진하기 위해 속도를 높였다.


"우리도 탐지했다."


전술항공사가 곧바로 전했다. 옆자리의 중사가 1개의 어뢰 안전장치를 풀고 심도를 50m로 설정했다.


헬리콥터의 충돌방지등에 불이 들어왔다. 어둠속에 붉은 라이트가 빛났다. 이제 진입을 감추어도 의미가 없었다. 적 잠수함은 이쪽의 레이더 신호를 감지하고, 지금은 허둥지둥 잠항을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걸린다.


"매드맨, 매드맨, 스모크 투하! MAD로 탐지했음!"

조작담당관이 외쳤다.


어두운 밤에 연기는 보이지 않지만 짧은 녹색의 불길은 틀림없는 표지가 된다. 헬리콥터는 좌측으로 선회하고 이제 후방 500m 지점으로 다가온 오라이언에게 길을 비켰다.


P-3C 오라이언의 강력한 탐조등이 켜지고, 이미 보이지 않는 잠망경이 남긴 항적을 발견했다. MAD가 탐지한 그대로라고 조종사는 알아보았다. 오라이언의 무장창이 열리고 어두운 바다로 어뢰와 소노부이가 투하되었다.


"소나 탐지. 잠수함으로 확인함!"


소나 보드 조작담당관이 인터폰으로 말했다. 스크린에 표시된 선은 고속으로 항주하는 적 잠수함과 탐신 소나를 발하면서 잠수함을 뒤쫓는 어뢰의 거리를 분명히 나타내고 있었다.


"어뢰는 목표로 급속히 접근 중... 잘하네, 전술항공사. 접근... 명중!"


잠수함에 접근하던 어뢰음이 잠수함의 그것과 겹치고, 디스플레이에 빛나는 반점이 나타났다. 오라이언의 조작담당자가 소노부이를 탐신 모드에서 청음 모드로 바꾸고 어뢰 탄두가 폭발하는 소리를 기록했다. 잠수함의 스크루 소리가 멎었다. 어뢰는 '탐신 청음' 모드로부터 연속적으로 탐신 음파를 내는 모드로 전환하여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잠수함을 쫓아 아래쪽으로 원을 그리며 나가고 있었다. 온도층을 통과할 때 일시적으로 놓치기는 했지만 더욱 차가운 깊은 물속으로 들어가자 다시 포착하여 급속하게 거리를 줄여 나가고 있었다. 잠수함은 노이즈를 방출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다시 1개가 발사통에 장전되었다. 너무 늦었다. 어뢰는 잠수함의 좌측 스크루에 명중하여 폭발했다.


"됐어!"

하사관이 소나담당자들에게 외쳤다.


"탄두가 폭발했어. 해치웠어!"


"충격이 왔다. 폭발했다."

헬리콥터가 확인했다.


"대기해 주게. 엔진은 완전히 멈추지 않았어. 다시 추진 노이즈...... 덜컹거리고 있어. 에어 블로, 탱크로부터 배수중. 부상, 목표는 부상한다. 해면에 거품. 봐, 나왔어!"


공격관제관은 그다지 열광하지 않았다.

"해치운 것은 멍청한 짓을 한 노벰버급 1척입니다. 그 친구는 추적하며 보고하라는 명령을 받았기 때문에 우리들이 포착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요?"


"글쎄."

플레처는 끄덕였다.


"러시아 놈들이 함장들에게 저런 짓을 시키다니... 어쨌든 그들은 중앙에서 통제하기를 좋아하니까. 그러나 그렇게 해봐야 아까운 잠수함만 버린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그것도 바뀌겠지. 일찍이 우리들도 그런 교훈을 몸으로 배운 거야."


노벰버급 잠수함의 함수가 해면을 뚫고 부상했다. 헬리콥터가 상처받은 잠수함 위를 늑대처럼 선회했다.


스타인은 목표로 접근하기 위해 5인치 포를 조준한 채로 북쪽으로 진로를 돌렸다. 포는 필요 없었다. 잠수함 해치가 열리고 승무원들이 필사적으로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잠수함에는 물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잠수함이 시커멓고 차디찬 수면 밑으로 가라앉기까지 모두 10명이 탈출했다. 몇 초 후에 다시 1명이 수면 위에 나타났지만, 그런 다음에는 잠잠해졌다.


헬리콥터가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는 소련 승무원들에게 구명 장비를 투하했다. 구조용 로프를 갖춘 헬리콥터가 2명을 끌어올렸을 때 스타인이 도착했다.


플레처는 함교에서 구조를 지켜보았다. 구조용 보트가 수면에 내려졌고 소련 병사들을 건져 올리기 시작했다. 소련 병사는 넋을 잃고 저항하지 않았다. 그 다음 헬리콥터가 주변을 철저히 수색했다. 11명 모두를 수용한 보트는 함으로 되돌아왔다. 갑판에는 소위가 조용히 서서 작업을 지휘하고 있었다.


스타인에 이렇게 될 가능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전에는 다들 잠수함이 어뢰에 맞으면-그만한 심도에서는-바로 가라앉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포로라니! 포로를 어떻게 해야 하지? 그들은 어디에서 지내며, 어떻게 다뤄야 할까? 결정해야 한다. 어떻게 심문해야 하는가? 함내에 러시아어를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을까? 플레처는 조함 지휘를 부함장에게 맡기고, 후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에는 이미 무장한 수병들이 M14 소총을 어색하게 차고 신기한 듯이 보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소련병은 그리 결연해 보이지는 않았으며, 간신히 죽음을 면한 데서 오는 엄청난 충격에 빠진 사람들이었다. 플레처가 살펴보자 장교가 3명 있었다. 그중 한 사람은 함장인 것 같았다. 그는 하사관인 클라크에게 명령을 귓속말로 속삭였다.


하사관은 무장한 수병들을 뒤쪽으로 물러나게 한 다음 주머니에서 피리를 꺼냈다. 보트가 격납되자 그는 피리를 불고는 상관이 승함했을 때처럼 소련 함장을 향해 경례했다.


상대방은 놀라움의 반응을 보였다. 플레처는 그가 보트에서 내리는 것을 돕기 위해 앞으로 나갔다.


"미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함장. 나는 미 해군의 플레처 중령입니다."



1985년 6월 15일 1218시, 우크라이나 공화국 키예프


"좋은 소식입니다."

사령부의 해군 장교가 말했다.


"우리 폭격기가 항공모함 2척, 상륙함 1척, 순양함 1척, 구축함 5척, 호위함 2척을 격침시켰다는 보고입니다."

바투틴과 그의 상관은 얼굴을 마주보았다. 항공대 친구들은 콧대가 높아질 것이다.


"그 평가는 어느 정도 확실한가?"

독일전선군 총사령관이 물었다.


"공격 직전에 찍은 위성사진에 따르면 함대에 항공모함처럼 생긴 함정이 3척 있었습니다. 그런 다음, 공격 8시간 후에 위성이 통과했을 때는 1척밖에 없었습니다. 호위하던 순양함 1척과 구축함 2척도 사라졌습니다. 결정적으로, 브르타뉴와 스코틀랜드의 공군기지에 미국의 함재기가 다수 착륙했다는 정보보고가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원자력 잠수함은 잔존 함대를 습격할 수도 없었지만... 1척이 격침됐다고 합니다. 그러나, 최초의 해공전은 우리 쪽의 대승입니다. 우리들은 여러분을 위해 대서양을 봉쇄시켜 드릴 겁니다, 여러분."

그 대령은 예언했다.


대령이 물러간 다음, 바투틴이 말했다.

"봉쇄할 필요가 있을 것 같군요."


총사령관은 신음하듯 동의했다.


독일에서는 제대로 되어 가고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소련 공군의 손해는 우려하던 것 이상으로 엄청났으며 그 결과 지상에서의 작전도 한참 늦어지고 있었다. 전쟁 4일째가 되어도 소련군은 겨우 1일째의 목표만 달성했으며, 그것조차도 함부르크 20km 동쪽에서 상당한 반격을 마주치고 있었다. 제공권은 위태로워지고 수많은 부대가 예기했던 것 이상으로 격렬한 공습을 받고 있다고 보고되어 있었다. 그나마 위안거리라면 전선 전역에서 전차의 손실이 예상치의 150%가 넘었지만 미군과 독일군의 최신 전차를 900대 넘게 잡아 NATO군 제1진의 기갑부대를 거의 격파해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한편, 첫날 얻어맞은 엘베 강의 다리는 현재까지 절반밖에 복구되지 않았다. 급조한 가교로는 튼튼한 고속도로 다리를 통과하는 것과 같은 양의 장비를 건너게 할 수 없었다.


NATO군은 아직 최대 병력에 이르지 않았다. 미국의 병력은 하루에 수천 명씩 람슈타인에 투입되고 있으며, 벨기에군과 영국군은 사전에 비축해 두었던 장비로 무장하고 있다. 소련의 제1진은 출혈하고 있으며 제2진은 아직도 4분의 1이 엘베 강 후방에 못박힌 상태였다. 이대로라면 모레로 예정된 돌파 공세 전까지 제2진을 합류시키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좋은 소식입니다."

바르샤바 조약기구 총사령부에서의 연락이었다.


"이번엔 또 뭔가?"


"우리 서부전선군이 헝가리군과 함께 빈을 점령했다는 보고입니다. 오스트리아는 항복했습니다. 체코슬로바키아군도 맹렬한 폭격을 받았습니다만, 레겐스부르크와 파사우에서 도나우 강을 도하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독일전선군 총사령관은 얼굴을 손에 파묻었다.

"우리만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군, 빅터. 주말까지 베저 강을 밟지 못하면 난 숙청당할 거야."


"...그는 41년에 모스크바를 지켰고, 45년에 베를린으로 나아갔다..."

사령부에도 우렁찬 군가가 울려 퍼졌지만 바투틴은 웃을 수 없었다. 이제 시작이었다.



1985년 6월 16일 0847시, 북해, 미 해군 잠수함 헬레나


카터 함장은 잠깐 화장실을 사용한 다음 지휘센터로 돌아왔다. 커피는 졸음을 쫓아 준다. 카페인 덕을 톡톡히 보고 있지만 방광도 항상 가득 채워 꽤 불쾌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일은 제대로 풀려가고 있지 않았다. '우발적 사태'를 피하기 위해 미국의 잠수함을 바렌츠 해로부터 모두 물러나도록 하자고 어떤 천재가 결정했기 때문에 소련 항구를 토마호크 미사일로 날려버릴 수 있는 잠수함은 깨끗이 사라졌다. 그것이 바로 전쟁이 터지던 바로 그때였는데도 말이다. 카터는 자신도 그 명령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는 사실은 잊어버리고 안타까워했다.


작전이 예정대로 되었다면 지금쯤은 소련 해군을 혼내 주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련 SSBN(SS-Ballistic missile-N, 탄도미사일 원자력 잠수함)의 배치를 예측하는 데 완전히 실패한 것이다. 그 결과 지금 그가 알고 있는 대로는 이렇다 할 전과를 올린 잠수함은 없었다. 무르만스크 협만으로부터 밖으로 나온 소련 잠수함들은 예상대로 남쪽 노르웨이 해안에서 수동적인 방어에 나서지 않았다.


그린란드로부터 아이슬란드, 영국에 이르는 SOSUS(소나감시시스템) 라인이 아이슬란드의 스테이션이 처참히 파괴되며 무력화됐기 때문에 우리의 계획이 큰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 


USS 헬레나는 노르웨이의 바위투성이 해안선으로부터 대략 160km 서쪽, 북위 59도 선의 약간 북쪽에서 250m 깊이로 잠항하고 있었다. 노르웨이의 통상동력식 잠수함들은 그 동쪽에서 자기 나라 해안을 지키는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제까지 아무것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카터는 걱정스러웠다. 그런 걱정은 예상했던 것이므로 인내할 수 있다. 평소의 훈련을 믿는 것이다.


그는 자기 잠수함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훤히 알고 있으며 소련 잠수함의 능력에 대해서도 상당히 정통했다. 이쪽이 능력은 앞서지만 놈들이 언제든 행운을 만날 가능성이 있다. 이것은 전쟁이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상황이며, 심판이나 규칙으로 승패가 갈리는하는 게임이 아니다. 이제 실수는, 상관으로부터 문서로 비난당하는 게 아닌 것이다. 


카터는 부하들을 둘러보았다. 그들 또한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확신했다. 그러나 모두가 그에게 기대를 하고 있다.


카터는 미함 헬레나라는 공격 원자력 잠수함의 함장이며 인생에서 처음으로 두려울 정도의 책임이 그에게 지워져 있었다. 만약 그가 실수를 한다면 이 청년들은 모두 죽게 된다. 그리고 그 역시 죽을 것이다. 자기가 그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냉혹한 바닷물 속에서 뼈저리게 깨달으면서.


그런 식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카터는 자신에게 타일렀다. 통신문이 들어왔다. 좋다. 전투태세를 취하면 눈앞의 일에만 사고를 한정시킬 수 있다. 그는 통신문을 들여다보았다.


[기밀]

NATO 잠수함 타격함대 사령관

USS 헬레나 (SSN-721)


1, 소련의 대규모 함대가 칼리닌그라드를 6월 15일 2350시에 출발했다는 보고가 있음. 부대편성은 상륙함 20여 척, 아드미랄 우샤코프, 노보로시스크, 마샬 우스티노프를 포함한 전투함 15척. 항공기에 의한 엄중한, 반복, 엄중한 대잠지원 있음. 소련 해군의 SS/SSN도 이 전단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됨. 침로는 서쪽, 고속.


2, 이 전단의 예상 목적지는 셸란.


3, 순항 속력으로 발트해에 진입해 북위 54도, 동경 13도로 향할 것.


4, 교전하여 파괴하라. 가능하다면 공격 전에 탐지상황을 보고하라. 노르웨이 해군과 영국 해군의 SS/SSN도 이 해역을 향함. 수상함의 지원은 기대할 수 없음, 반복, 기대할 수 없음. 스웨덴과 덴마크가 참전한다면 항공지원 가능성 있으나 미 공군의 항공지원을 기대할 수 없음.


5, 이 전단에 관한 세부사항은 추후 통지함.



=Comment=

1. 연중의 느낌이 씨게 든다... 두 챕터밖에 못쓰다니...(덴마크 공수전 써줄 사람...?)





[극지의 폭풍]

1부

1화 도화선

https://arca.live/b/writingnovel/1113207

2화 화마

https://arca.live/b/writingnovel/1114834

3화 기만

https://arca.live/b/writingnovel/1122227

4화 계략

https://arca.live/b/writingnovel/1124265

5화 사냥 계획

https://arca.live/b/writingnovel/1142563


2부

1화 선동

https://arca.live/b/writingnovel/1145269

2화 급변

https://arca.live/b/writingnovel/1147587

3화 위기

https://arca.live/b/writingnovel/1147628

4화 절정

https://arca.live/b/writingnovel/1148211

5화 나이트호크

https://arca.live/b/writingnovel/1150478

6화 붉은 영광

https://arca.live/b/writingnovel/1152052

7화 라인의 범람

https://arca.live/b/writingnovel/1153970

8화 사냥(1)

https://arca.live/b/writingnovel/1161962

9화 사냥(2)

https://arca.live/b/writingnovel/1163096


3부

1화 시작

https://arca.live/b/writingnovel/1167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