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은 죽었습니다. 예상했던 일이죠. 이 우주에선 그 누구도 진정한 의미의 불멸을 누릴 수는 없으니까요. 만약 여러분이 여러분의 인생을 바쳐서라도 끝을 보지 못한 것에 대해 영원이나 무한 같은 수식어를 붙이신다면, 그건 그저 여러분이 그런 일에도 끝을 내지 못할 정도로 짧은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증명만 할 뿐입니다. 그러니 너무 집착하지는 마세요. 죽으면 잊히니까요. 대신 어떻게 잊혀지느냐를 생각하세요. 꿈꾸세요. 마치 별처럼, 죽어서도 빛만은 남아  어두운 우주를 비추며 사라지던 그 한 줄기 빛들처럼, 나도 그대라는 작은 우주를 비추어주며 스려져 가고 싶습니다.

죽는다 하더라도.

장엄한 은하. 빛나는 별아.

우리는 이 우주에서 1이라도 될 수 있을까.'






내 키가 5피트도 되지 않던 때, 그러니까 지루하던 익숙함은 없고 오직 궁금증과 신비함으로만 세상이 가득 차던 때. 초등학교 교과서도 내게 있어선 흥미로운 존재였을 때. 

그때 책이 내 안에 들어왔다. 몇 번의 이사로 방이 줄어들다 결국 거실과 하나가 되었을 때도, 머릿속은 점점 커져갈 수 있게 도와준 친구이자, 스승님. 먼지 대신 손때를 지그시 견디어 내며 묵묵하게 있어준 가족이며 어느 순간 말도 않고 훨훨 떠나버린 동반자. 이제는 제목도, 내용도 빛바래 건들면  기억마저 상할까 쉽사리 다가가지도 못해 그날 이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책이여. 어쩌면 그 빛은 나를 스친 뒤 사라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책은 내 정신을 살찌웠지만 안타깝게도 내 몸과 내 가족들은 살찌우지 못하였다. 높이 치솟던 머리를 낮추어 나와 내 가족을 보았을때, 검은 허공과 닫지도 못할 돌덩이와 불덩이를 바라보며 괭이질을 한다는 것이 더 이상 나와 내 가족들에게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이제야 막 굳은살이 올라오려 하는 두 손을 지긋이 바라보며 그 자리에 청진기와 주사기를 올려놓아야만 했다. 하지만 상심하진 않았다. 범위가 줄어들었을 뿐, 나는 여전히 별과 우주를 만지며 그 안을 들여다보기에. 작은 소우주, 뇌를. 검은 베일 안에 덮여있어 보기 힘든것, 그렇지만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것은 그 유사함과 잠재력에 있어서 우주라는 명칭을 붙이기에 충분하기에.






별들이 연결되어 은하가, 은하들이 연결되어 은하군, 더 나아가 은하단, 결국에는 초은하단이 되어 우주를 채우는 것처럼, 뉴런에서 시작해 전두엽, 측두엽 등이 만들어져 대뇌라는 뇌의 일부분을 구성하는 것처럼, 우주를 꿈꾸는 나의 뇌는 이토록 유사하게 우주와 닮아있다. 이처럼 나의 뇌가 바라며 나의 우주가 원하는 그녀 또한 뇌도, 우주도 나와 같이 우주와 닮아있는가?






나는 사랑을 믿는다. 자식과 부모 간의, 형제자매간의, 친구와 친구 간의, 마지막으로 연인과 연인간의 사랑을. 

그래서 난 그녀를 믿는다. 






별들은 빛날수록 빨리 죽는다.






혜성은 외로운 존재이다. 그러나 다른 별들과 행성들이 그러하듯 그 또한 별에서 나온 존재이다. 이런 이유로 혜성은 별과 행성에게 끌려 다가가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속지마라. 별은 너의 몸을 녹이고, 너를 잡아당겨 집어먹어도 결코 배부름을 모르는 탐욕스러운 존재이니까. 별, 너 또한 조심해라. 혜성에게 네가 그랬듯이 너 또한 그리될 수 있으니까. 

오늘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별들이 이처럼 반짝이며 빛을 내려주지만 오히려 우주가 너무나 창백하고 차갑게 느껴졌기에.






더 이상 고개 들어 차가운 우주를 보지 말자. 대신 고개 숙여

김이 모락모락 나오는 따뜻한 우주를 보자. 검은 베일에 쌓여있는 분홍빛의 우주를. 내가 사랑하는 우주를.



......#.....



차가운 기운이 올라오는 공간, 특히 타월로 사방이 매워져 있는 공간은 오랫동안 자기 적합한 곳은 아닐것이다.  온몸이 묶여있다면 더더욱. 의자에 앉긴 상태로 머리는 약간 뒤로 젖혀있고, 팔은 의자의 받침대 부분에, 다리는 의자 다리와 함께 묶여있던 그 기묘한 자세는 적어도 그녀가 이 공간에선 잘 수 없다는 것을 말하는 듯 보였다. 그녀는 눈을 떴지만 뜨든 감든 간에 스스로의 힘으로 팔 하나 다리 한 짝 움직일 수 없는건 여전히 동일했다. 분노보다 먼저 혼란이라는 감정을 일으키며 그녀의 뇌는 그나마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눈동자를 이용해 이리저리 제한된 정보나마 얻으려 들었다.


아무도 없어요? 저기요?


배가 들어가며 공기를 빨아들였고 그 공기들은 그녀를 통해 의미를 지닌 소리가 되어나갔다. 타월에 메아리치던 소리처럼 뒤쪽에서 철제 문짝이 낡아버린 경첩을 비틀어대며 그녀의 소리에 화답했고 이는 그녀외의 누군가가 이 곳에 있다는걸 증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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