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하나 올려 봅니다. 제목은 느낌대로.


마치 잠에서 깨어나는 것처럼 눈을 떴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눈을 뜨는 것과 눈을 감은 것 중 오히려 눈을 감은 것이 오히려 무언가 더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주변에 무언가 있는지 확인하고자 손을 휘저어 보았지만, 느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당연히 느껴져야 할 손에 휘저어지는 공기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숨이 막혀왔다. 지금까지는 아무 이상이 없었건만, 공기가 없다는 것을 깨닫자 숨을 쉴 수 없었다. 정신이 점점 아득해져 갔다. 아니, 그냥 생각을 뿐이었다. 아득해져간다는 생각. 숨을 쉴 수 없다는 생각. 몸에는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

  그래, 이건 그저 꿈일 뿐이었다. 아무 의미도 없는, 잠에서 깨어나면 주변 사람들에게나 한 번쯤 말해주고는 잊어버릴 그런 꿈일 뿐이었따. 하지만, 나는 이 꿈에서 지독하게 일어나지 못 했다.

  나는 이걸 꿈이라 여기며, 언젠가 찾아올 기상을 기다렸다. 이것이 꿈인 이상 언젠가는 깨어날 것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확실한 것은 정말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갔다는 것이다.

  나는 어느순간 걷기 시작했다. 이유는 없었다. 너무 오랜 시간 가만히 있어 좀이 쑤신 것일수도, 아니면 아무것도 없는 이 공간에 끝이 있을 것이라 여긴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저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내가 걸을 수 있다는 사실 하나 뿐이었다.

  걸음을 옮기다 보니 조금은 땅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주변과 아주 조금의 차이이지만, 조금 더 밝은 무언가가 지평선까지 이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주 평평하고 광활한 평지였다.

  나는 그렇게 한참을 걸었다. 발걸음을 하나씩 세어보다가, 발걸음을 내딛으면 한참을 숫자를 읽어야 하는 걸음을 걷다가, 모든 것을 내려두고 그저 걸었다.

  저 너머에 한 사람이 보였다. 놀랍게도 사람이 보였다. 나는 뛰었다. 숨 쉬는 것을 그만둔 지 그토록이나 오래되었건만, 숨이 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뛰었다.

  그렇게 나는 지독히도 오랫만에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그것은 그녀였다. 그녀는 나를 보지 못 했다. 그저 내 목소리만을 들을 수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런 공간에 떨어진 우리는 그런 것을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나는 그녀에게 얼마나 오래 있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확실할 수 없지만, 하루쯤 지난 것 같다고 말했다. 겨우 하루! 그녀는 그것을 아주 대단한 것인마냥 말했다. 아주 힘들었던 하루라고 마치 수 년을 여기에 있었던 것처럼 말했다. 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그녀에게 화를 내지는 않았다.

 나는 아주 약간이나마 화를 담은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녀가 여기 오기 전을 기억하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굳이 이유를 찾아보자면, 잠에 든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거나하여 죽어서 이곳에 온 것이 아닐까 한다고 대답했다.

  나는 절망했다. 그녀의 대답에서 무언가 중요한 것을 깨달아서가 아니었다. 내가 겪은 것과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아마 나도 이곳에 죽어서 왔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내가 보이느냐고 물었다. 만약 그렇다면 나의 모습에 대해서 이야기해 달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런 것을 뭐하러 묻는지 궁금한 눈치였지만, 흔쾌히 대답해 주었다. 그녀는 내가 아주 고생한 것처럼 보이는 중년의 남성인 것 같다고 말했다. 수염은 덥수룩하고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해 더 늙은 것처럼 보이지만, 목소리로 보아 중년이나, 그보다 어린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녀의 말은 아주 그럴 듯 했다. 그럴지도 몰랐다. 아니,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되었다. 

  이번에는 그녀가 물어왔다. 이 곳은 어떤 곳이냐고. 나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없는 곳이라고 대답했다. 내가 평생을 걸어왔지만, 끝이라는 곳은 존재하지 않았던 세상이라고 대답했다.

  나는 곧 그녀와 헤어졌다. 그녀는 나를 붙잡지 않았다. 그녀는 어느새인가 사라져있었다. 내가 그녀와 헤어지고자 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언제는 내가 아는 것이 있었나 싶다. 아마이지만, 나의 생각을 추측해보자면, 그녀를 질투했던 것 같다. 이제 겨우 하루밖에 지내지 않은 그녀를 질투했었다. 내가 고생한 세월 동안 편안하게 살았던 그녀를 질추했었다. 그리고 그럼과 동시에 그녀가 고통받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오랜 허무의 시간이 그녀를 망가트리는 것을 바라보고 싶지는 않았다. 아직 이 곳에 익숙해지지 못 해 지어보이던 그 멍청하고 순진한 얼굴이 괴로움으로 일그러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또 다시 걸었다. 언젠가 비슷한 만남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걸었다. 

  그 만남 이후로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다. 내가 여기에 와서 그녀를 만났을 때까지 걸린 시간과 비슷한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나는 그 만남을 의심했다. 그것이 진정으로 내 기억이 맞는지 의심했다. 나는 그저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걸어오기만 한 것이 아닌지 의심되었다. 내가 그 기억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겠냐는 논리에서였다. 너무도 외롭고 쓸쓸한 나머지, 희망을 가져보고자 머릿속에서 그녀를 만들어냈고 내가 나 자신과 대화한 것이 아니겠냐는 논리였다. 생각보다 그럴 듯 했다. 생각해 볼수록 더욱 그럴싸해 보였다. 내 모습은 어느새 그녀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그에 나는 더욱 확신을 가졌다. 아주 오래전의 나는, 더 오래전의 나와 대화를 나눈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말했던 중년의 고생한 듯 보이는 남성은 내가 만들어낸, 만약 영화나 소설에서 이런 고생을 한다면 주인공의 모습이 어떨 것 같은지 생각해서는 만들어낸 이미지가 아니었겠내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그 생각을 믿기 시작하여 완전히 결론을 내린 다음에도 또 다른 만남을 가졌다.

  이번에는 한 남성이 보였다. 저 멀리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한 남성이 보였다. 나는 전혀 기뻐하지 못했다. 또 나와 대화를 하는 것이다. 어쩌면 내가 점점 미쳐가는 것일지도 몰랐다. 저것이 그저 내가 만들어낸 하나의 환상일 수도 있었다. 다가가면 사라져 버릴수도 있을 것이었다.

  나는 천천히 그에게로 다가갔다. 이번에는 의외로 그도 나를 알아채고는 나에게로 뛰어왔다. 숨까지 헐떡거리며 뛰어왔다.

  나는 그에게 말을 건다.

  “여기에 얼마나 오래 있었나요.”

  “네? 아, 하루 정도? 그정도 있었던 거 같아요.”

  그가 잠시 의문을 가지더니 대답했다.

  나는 또 다시 묻는다.

  “제가 보이나요? 보인다면 어떻게 보이죠?”

  “네? 당연히 보이죠. 그리고 음, 굉장히 신비로워 보이는 분위기의 여성이시네요. 뭔가 이해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어요.”

  그가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물었다.

  “어쩌다 여기에 온 건지 기억나시나요? 저는 잠에 들었는데 아마 죽어서 이곳으로 오게 된 거 같아요.”

  “흠, 저는. 음, 가족과 말다툼을 하다가 이곳에 온 것 같아요. 싸운 이유는 이제는 너무 사소해져서 기억조차 나지 않네요. 싸우는 와중에 전부 잊어버렸어요. 처음에는 말다툼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나중에는 싸움으로 번졌죠. 너무 화가 나서 먼저 밀었어요. 바닥에 넘어진 그 녀석이 일어나더니 저를 더 세게 밀더군요. 그래서 뒤로 넘어갔는데 식탁에 머리가 부딪혔어요. 그리고 의식을 잃고는 여기에 있는 것 같아요.”

  그가 대답했다. 나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내가 아무 말도 없이 발걸음을 돌리자, 그는 나를 불렀다. 하지만,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가 뭐라고 소리쳤지만, 나는 싱경쓰지 않았다.

  이번에 만난 그는 내가 만들어낸 것이 아닌 듯 했다. 만약 내가 만들어냈다면 죽은 이유는 서로 같아야 했다. 자동으로 내가 만난 여성이 내가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에 도달했다. 하지만 나는 그 여성과 모습이 같았다. 그렇기에 나는 문득 떠오른 그 생각을 깨달음이라 믿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머릿속은 복잡해져가기만 했다. 이런저런 생각이 뒤엉키고 꼬여서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판단의 근거가 부족했다. 자료가 부족했다. 경험이 부족했다. 

  나는 생각을 이어나가며 계속 걸었다. 같은 생각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해 본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확실한 것이 없었다.

  어느덧 모든 생각을 벗어던지고 그저 걷기만 하던 나는 땅이 이제는 완전히 선명해졌디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평선까지 곧게 뻗어있고, 평평한 지평선이 온 주위를 전부 매웠다. 하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 별로 달라질 것이 없었다. 이곳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앞으로도 아무것도 없을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또 한참이 지난 후에야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이번에는 여성이었다. 저 멀리에 보이는 것은 앉아 있는 어린 여자아이였다.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할법한 어린 여자아이였다.

  나는 그녀가 가엽게만 여겨졌다. 그렇기에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말을 건다.

  “꼬마야, 누나가 물어보는 거 몇가지만 대답해 줄 수 있겠니?”

  “응? 언니 누구야? 엄마가 모르는 사람이랑 이야기하지 말랬는데, 언니는 예쁘니까 괜찮아.”

  꼬마가 말했다. 무척이나 지쳐보이는 얼굴이었지만, 애써 웃으면서 활기차게 말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묻는다.

  “여기에 온 지 얼마나 되었는지 기억하니?”

  “응? 시계가 없어서 몰라. 그런데 아까까지 서 있었는데, 다리가 너무 아파서 앉아 있었어.”

  그녀가 말했다. 나는 또 다시 묻는다.

  “응, 그렇구나. 그러면 이 누나는 어떻게 보이니?”

  “음, 언니는 엄청 예뻐. 뗄레비에 나오는 연예인 누나만큼 예뻐. 눈도 크고 몸매도 좋아서 나도 크면 그렇게 되고 싶어. 아, 그리고 눈이랑 머리카락은 염색이야? 파란색이 너무 예뻐.”

  그녀가 신이 나서 말했다. 나는 그녀가 한참을 떠들게 내버려 두었다. 그녀는 자신의 가족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엄마가 요즘 들어서 계속 주름이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와, 아빠가 너무 바빠서 자주 못 찾아온다는 이야기였다.

  “응. 많이 서운하겠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며 꼬마아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곧 그 녀석은 울먹이며 나에게 물어온다.

  “언니, 나 죽은 거지? 그치? 나 죽어서 저승에서 데리러 온 거지?”

  나는 당황하며 말한다.

  “아니야, 그런 거…”

  나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 했다. 무엇이든 위로의 말을 건네야 되는지 고민했다. 머릿속에서 고르고 골라 가장 무난한 위로를 던지려는 찰나 그녀가 말한다.

  “아니야. 나 사실 알고 있었어. 요즘에 자꾸 엄마가 의사 선생님이랑 이야기할 때 표정이 어두워졌는걸. 요즘 엄마가 먹으라는 약도 늘어났었고, 몸도 막 여기저기 아프고 그랬어. 그러니까, 나는 안 슬퍼. 나는 하나도 안 슬퍼.”

  꼬마아이는 울먹였다. 훌쩍거렸다.

  나는 그런 아이를 바라보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피해서 도망친다. 차마 달래줄 수 없었다. 엉엉 울고 있는 꼬마아이를 내버려두고 발걸음을 옮겼다. 마음 한 켠에 죄책감이 무겁게 자리잡는다. 그녀를 돌보는 게 내 의무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곳에서 영원히 떠돌면서 슬퍼할 그녀를 데리고 다닐 자신이 없었다.

  나는 그 꼬마아이에 대한 생각들을 피하려는 듯이 오래전부터 계속해 오던 생각에 빠져들었다. 적어도 남자와 여자아이는 내가 만들어낸 인물이 아닌 것이 확실했다. 아니,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죽은 이유를 내가 만들어냈을지도 모르는 노릇이었다. 내가 느낀 의문점에 대하여 나 스스로가 변명을 만든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끝이 없기에 일단, 확실하다고 믿었다.

  그럼과 동시에 내가 만난 여성이 나 자신이었다는 것은 확실했다. 그 증거로는 나의 모습을 들 수 있었다. 

  이 두가지 모두가 엄연한 사실이었다. 나는 나 자신과 대화하는 누군가를 만들었지만, 그 동시에 이 곳에 다른 누군가가 가끔씩 도착한다는 것이었다. 모든 것에 너무 틈이 많았다. 모든 것이 확실하지 못 했다.

  이번에는 한 늙은 남성이었다. 40에서 50정도 되어 보이는 남성이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같은 세가지를 물어보았다. 그는 하루 정도 지났다고 말했으며 내가 자기 딸 뻘 정도 되어 보이는 여성이라고 말했으며, 모르겠다고 말했다.

  나는 그런 대답을 하는 그에게 아마도 죽었을 것이란 말을 했다. 지금까지 두 명은 자신의 죽음을 어느정도 감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죽음에 대해 부인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는 나의 말에 대하여 부인하고는 자신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저 그런 인생 이야기였다. 그는 자신에게 두 딸과 늦둥이 막내 아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말을 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자신이 죽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나의 고민에 대해 물었다. 확실한 것 두 개가 있지만, 두 개 모두를 믿기는 힘들 때, 나는 어떻게 하면 되냐고.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두 개 모두가 확실하다면, 두 개 모두를 믿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나는 그의 무책임한 말에 화를 내려다가 말을 꺼내지 못 했다. 어차피 이곳에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조용히 일어났다. 그에게서 점점 멀어져갔다. 그러자 그는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 장소는 어디이며 무엇을 위한 장소인가에 대한 물음이었다.

  나는 그에게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며, 아무것도 없을 공간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나에게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해 물었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마시느냐는 물음이었다.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적어도 나에게 숨을 쉬는 것은 필요하지 않았다. 먹는 것? 마시는 것? 그런 것은 전혀 필요없었다. 나는 지금까지 그저 살아왔다. 

  나는 그 자리를 떠났다. 그에 그는 나에게 화를 냈다. 나는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르다고. 죽을 것만 같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를 슬쩍 돌아보고는 이 돗에는 아무것도 없고, 그저 영원히 계속되는 지평선만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나는 떠났다. 하지만 의문은 남았다. 먹고 마시는 것을 원한다는 그의 말에서 비롯된 의문이었다. 지금까지 만난 이들은 전부 이 장소에 온 지 하루정도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들의 느낌이기에 정확하진 않더라도 아마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하루보다 조금 더 길거나 어쩌면 이틀일 것이다. 나는 왜 그보다 더 오래 지냈던 사람은 만나지 못 했던 것일까.

  그는 먹고 마시는 것을 원했다. 원했다는 것은 결국 필요하다는 소리이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나 이외의 사람에게 먹고 마시는 것이 필요하다면, 분명 끔찍한 일들이 벌어졌을 것이다. 내가 만났던 이들이, 그리고 내가 만나지 못한 이들이 어딘가에서 갈증으로 죽어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갈증으로 죽어 어딘가에 쓰러져 썩어가고 있을지도 몰랐다.

  나는 그런 생각을 떨쳐내고자 했다. 내가 필요하지 않으니 다른 이들도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가 목마르고 배고픈 것은 그저 그의 몸이 아직 이 환경에 적응하지 못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내 머릿속에서는 확신이 들 뿐이었다.

  나는 반쯤은 넋이 나간 상태로 걸었다. 나는 왜 특별한가. 그런 의문이 머리에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왜 죽지 않는가. 나는 왜 먹고 자는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가. 나 자신에게 수없이 물었지만,당연히 결론은 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꽤나 빠르게 다시 한 사람을 만났다. 겨우 일주일이나 지났을 무렵이었다. 하지만, 나는 사람을 보고 싶지 않았다. 나는 저 멀리 보이는 그를 피해 걸었다. 

 그는 나를 천천히 따라왔다. 나를 향해 손짓하고 불렀다. 나는 그에 어쩔 수 없이 그와 대화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자, 나는 언제나 그랬던 세 가지를 질문했다. 여기에 얼마나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일주일을 버텼다고 말했다. 나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어떻게 보이느냐는 말에는 갸날프고 여린 여성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어떻게 오게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그의 모른다는 말에 반박을 하기보다는 어떻게 일주일을 버텼는가에 대하여 물었다. 그는 나에게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는 희망을 가지며 그에게 배가 고픈지 물었다.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는 나에게 배고픔과 목마름을 채울 수 있는 수단이 있는지 물어왔다. 물이 있는 장소를 아는 것인지, 음식을 구할 수 있는 장소를 아는 것인지 물어보았다. 나는 그에 생각에 잠겼다.

  그는 잠시 이런저런 헛소리를 하더니 나에게 화를 내며 달려들었다. 나를 때리며 목을 조르며 나를 죽이고자 시도했다. 

  나는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딱히 저항하고 싶지도 않았다. 오히려 죽으면 끝나지 않을까하고 기대했다. 

 눈을 뜨니 아무것도 없었다. 다치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