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계 XX년, 평화로웠던 시절이 계속 될것만 같았던 중간계에 마왕이 세상에 나타났다. 마왕군의 갑작스러운 습격으로 오랜 평화를 누리고 있던 타종족들은 비명을 지른 채 힘없이 쓰려져 죽어가면서 차가운 송장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마왕은 자신한테 저항하는 종족들을 잔인하게 처형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인간계에서 가장 거대한 영토와 국력을 가진 성왕국이 마왕군을 향해 계속된 저항을 하자 성왕국의 활약을 본 모든 인간과 종족들은 잔인한 마왕군 앞에도 용기를 잃지 않는 성왕국 군단의 활약을 보고 듣고는 자발적으로 성왕국군을 돕기로 마음먹고 얼마 안가 마왕군과 필적한 규모를 이루어냈다. 이에 마왕은 자신의 판세를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한가지 묘책을 세웠다. 그것은 성왕국의 왕이 가장 아끼는 딸을 납치하여 협상카드로 만들어 규모를 뒤집는 것이었다. 마왕은 계획대로 공주를 납치한 뒤 연합군이 자멸하기만을 기다렸다. 


그 때, 성왕국의 공주가 납치되었다는 소문을 돌았는지 전국에 유명한 기사단과 용병대, 엘프, 마법사들, 심지어 이름없는 의용군이 마왕의 영토에 몰래 침범하여 마왕성에 접근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왕은 자신한테 유리한 입장에 서있음에도 자신을 쓰러트리고 공주를 구하려는 자들을 보고는 최후의 발악이라 여기면서 비웃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도 떼울 겸 자신의 부하들을 시켜서 자신의 성에 쳐들어오는 침입자들이 죽어가는 걸 구경하기로 했다. 제 아무리 마족들사이에서도 강한 용사가 온다해도 자신의 정예부대가 있는 한 그들이 겪을 것은 죽음 아니면 죽음 이상의 고통이 있을 뿐이었다. 

 

라고 마왕은 그런 생각을 했었다.


마왕의 해골병사들을 물리치고 복도에 들어온 적발의 짦은 머리를 한 전사는 자신의 앞길을 막는 가면을 쓴 암살자와 싸우던 도중 가면을 부쉈다. 그 암살자의 맨 얼굴이 들어났을 때 전사는 자신의 두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고 암살하려 했던 암살자의 정체가 자신이 도둑이라는 누명을 벗기고 변호해준 길고 아름다운 검은 장발의 여자였다는 사실을...


전사 "세실리아. 어째서 네가 마왕군 밑에 있는거야!?"

 

암살자 "미안해. 제이.  널 속일 생각은 없었어. 설마 네가 공주를 구하러 여기까지 왔을 줄은 몰랐어."

 

전사는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여자가 자신을 죽이려는 모습에 충격받고는 이제껏 모든 걸 함께 해온 시간이 거짓이었다는 것 자체를 믿을 수가 없었다. 암살자 마찬가지로 전사를 죽이려 했지만 전사의 진실한 사랑 앞에서는 점점 더 마음이 약해져가고 있었다. 

 

전사 "대체 왜 그랬어! 난 너를 진심으로 사랑했는데 날 속여왔던거야?!"


암살자 "맞아. 널 속여온 건 사실이야. 내가 맡은 임무를 끝내기 위해서 널 이용해먹은 거야. 이제 난 더 이상 너와 함께 할 수 없어."

하지만 암살자는 마왕군이라는 중간계의 공통된 적이라는 입장에 서 있었다. 만일 여기서 전사와 사랑을 나누었단 사실이 발각된다면 마왕을 이기고 공주를 데려온다해도 이단으로 규정받을 게 뻔했다. 그녀는 눈물을 머금은 채로 거짓시인을 하고는 전사와의 행복한 추억을 간직한 채로 죽음을 맞이하려 했다. 

 

전사 "이 바보야!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니! 더 이상 마왕군 밑에 있을 필요는 없어! 난 네가 마족이건 암살자건 상관안해!!"

 

암살자 "제이!"


전사 "세실리아! 너랑 같이 살고 싶어!!"


암살자 "나도야! 사랑해!! 제이!! 네 말이 맞아! 나 마왕군 그만둘께."


하지만 전사는 암살자의 말이 거짓말이라는 걸 간파하였다. 아무리 냉혹한 암살자이자 마족이라고 해도 전사한테 있어서 암살자는 사랑스러운 여인이었다. 그런 전사의 고백에 암살자는 눈물을 터트리고는 단도를 땅에 떨어트리고 전사의 품에 안겼다. 지금 이 자리에서 사는 곳과 종족이 달랐던 전사와 암살자는 서로간의 싸움을 그만두고는 같이 마왕성 밖으로 나갔다. 싸움도 전쟁도 다툼도 없는 조용한 장소를 찾아서...


 

"XX년, XX월, XX일에 성녀는 흑기사한테 죽임을 당할 것이다."

 

결국 예언대로 난 여기서 죽는건가... 

결국 난 그녀를 죽일 수밖에 없는건가...


인간들은 물론 엘프, 드워프, 심지어 드래곤들조차도 신의 천사라고 불릴 정도로 강력한 성마법과 그에 맞는 선한 도덕성을 가진 연갈색의 중간머리를 한 성녀와 강대한 힘으로 적들은 물론 같은 마족조차도 두려워할 정도로 강인한 금발과 적안을 한 흑기사는 서로를 대치하면서도 순간 이상한 생각이 스쳐갔다. 성녀와 흑기사는 자신이 가진 전력을 쏟아붓는 과정에서 성 안의 주변은 기둥 파편과 움푹꺼진 바닥이 생길 정도였다. 서로의 힘이 너무 대등한 탓인지 마력과 체력을 소모한 두 사람은 회복약을 마시면서 체력이 회복될때까지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 때 흑기사는 성녀한테 질문 하나를 입 밖에 내뱉었다.



흑기사 "성녀여. 너는 그때 어째서 숲속에서 부상입었던 날 치료해줬었지?"

성녀 "저도 모르겠어요... 어째서인지 당신을 죽게 내버려두면 안될거 같은 마음이 들었거든요.."


그당시 성녀는 자신이 죽는다는 예언을 들은 후로는 정해진 죽음에 절망하면서 신을 저주하고 세상을 증오했다. 그렇게 망연자실하면서 마의 숲 속으로 들어가 헤메이던 그 때, 한 남자가 수많은 고블린의 시체와 같이 쓰러져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성녀는 그 남자한테 뿔이 달려있는 것을 보고는 그가 마족이라는 것을 알았다. 성녀는 그 다친 사람이 마족이란 걸 안 이상 그냥 죽게 내버려두려고 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자신의 마음에 무언의 꾸중이 들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는 마음을 바꿔먹었는지 그 마족을 온 힘을 다해서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런 노력덕분인지 흑기사는 정신을 차리고는 성녀와 함께 숲에서 빠져나가기로 했다. 


두 사람은 마의 숲에서 출구를 찾아 헤매던 과정에서 섬뜩한 침묵을 꺠기 위해 서로 자신의 과거와 마음 속 어둠을 털어놓았다.. 흑기사는 자신의 강대한 마력때문에 주변 마족들한테 무시당하던 과거를, 성녀는 자신의 죽음에 관한 예언을 대한 공포를 털어놓았다. 흑기사와 성녀는 자신들의 과거를 털어놓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동병상련을 느끼고 또 자신의 마음에 있는 무언가를 느끼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렇게 상대의 마음 속 응어리와 고민을 풀어주줄 때즘에 출구를 찾은 두 사람은 숲에 빠져나오자마자 그 자리에서 바로 헤어졌다. 서로 전장에서 적으로 만나지 않기를 빌면서. 

 

흑기사 "후회하는가. 성녀여. 이 나를 살린 것을? 지금 난 마왕군에 있는 거 자체가 후회스럽다."

 

성녀 "저도 후회해요... 조금만 더 당신을 알았으면 좋았다는 후회를요. 그래도... 당신을 여기서 다시 만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흑기사는 그후 전장에 다시 참여하면서 마왕군을 이끌며 인간군과 싸워 다녔다. 그리고 성녀가 있을법한 성당과 그녀가 자란 고향을 침략하지 않았고, 성녀와의 전투를 일절 피하게 되었다. 그런 노력이 무색하게도 흑기사는 지금 공주를 구하러 온 성녀를 죽일지도 모르는 상황에 있었다. 성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신을 원망하지 않고 있다. 죽기 전에 흑기사를 만날 수 있기에. 그리고 흑기사는 체력을 다 회복했는지 성녀 앞으로 다가가고는 칼을 내밀었다.

 

흑기사 "그런가. 그럼 이제 끝이다."

 

흑기사가 자신 앞에서 칼을 휘두르자 성녀는 한줄기 눈물을 흘리면서 눈을 감았다. 그런데 성녀는 자신한테 아무런 고통이 없자 눈을 살며시 떴다. 흑기사는 성녀 자신의 복부 대신 모포만을 찢은 채로 자기의 손에 상처를 낸 피로 더럽힌 채로. 그리고는 자신의 뿔을 칼로 내려찍어서 잘라버렸다. 마족한테 있어 뿔은 마력의 원천이었지만 흑기사한테는 뿔 이상으로 성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흑기사 "이 날 이후부터 넌 내 손에 죽었다. 나 흑기사도 성녀와 싸우다 죽었다."

 

성녀 "아아... 흑기사님."

 

흑기사 "지금부터 난 너만의 기사로 다시 태어났다."

 

성녀 "그럼 저도 당신만의 마녀로 다시 태어나겠어요."

 

그 날 흑기사는 예언대로 성녀를 죽이고 자신도 싸우다 죽었다라는 말을 거짓말을 하였다. 성녀 역시 그 예언대로 성녀로서가 아닌 흑기사의 아내로 다시 태어났다. 흑기사는 성녀를 끌어안은채로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말을 타고 마왕성에서 떠나갔다. 예언은 이로서 두 사람을 하나의 붉은 실로 이어붙이고 구속의 사슬을 끊어내었다.


 

긴 푸른 머리를 한 긴 귀의 엘프궁사는 자신의 활에 팔과 다리를 다친 우락부락한 근육을 가진 오크 대전사를 도저히 활을 쏠 수 없었다. 그 오크 대전사는 도적들의 비열한 함정에 빠져 성노예로 전락할 뻔한 자신과 일족을 구해주었기 때문이다. 지금껏 마왕군 밑에 있는 마족 중 가장 난폭하고 잔인하다고 알려진 오크족에 대한 혐오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난폭하고 저열한 생명체를 오크라는 인식이 몸에 베어있었다. 오크는 사랑도 모른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어째서 왜인지 그 오크를 죽이고 싶지 않았다.


오크 대전사 "어서 날 쏴라. 엘프여.. 지금 너희 엘프들이 경멸해마지 않는 오크가 눈 앞에 있다. 적어도... 네 손으로 내 숨통을 끊어라."

 

오크 대전사는 그 엘프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보고는 그녀가 얼마나 망설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어릴 때 무식하고 과격하고 난폭한 종족이란 오명을 받은 채로 타종족들, 특히 엘프들로부터 무시를 받으며 살아왔다. 그래서 오크 대전사는 자신의 분노를 전장에서 풀어내어 세월을 지낼 때 그 엘프의 비명소리를 들었다. 자기들을 난폭한 종족이라고 박대한 엘프족이었지만 어째서인지 몸이 제멋대로 움직이면서 인간 도적들을 박살내고 그들을 구해내버렸다. 오크 대전사는 그런 자신의 변덕을 이해하지 못한 채로 그녀의 활이 자신의 이마를 뚫기를 기다렸다.

 

엘프 궁사 "어째서... 어째서... 널 죽여야하는거냐고... 너같이 좋은 녀석이 있었다는 걸 알았다면... 오크들을 무시하지는 않았을거란 말이야!" 

 

그런 오크 대전사의 선한 모습을 오랫동안 각인이 박힌 엘프 궁사는 활시위를 하늘에 쏘아올리고는 활을 바닥에 떨어트려 대전사를 끌어안으면서 눈물을 펑펑 흘렀다. 오크 대전사는 도도하면서 고품있는 엘프 궁사가 그런 자신을 위해 우는 모습을 보이자 순간 당황하면서 감동을 먹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엘프의 눈물을 닦아내고는 그녀를 달랬다.

 

오크 대전사 "맞아, 너 같이 오크들을 좋게 보는 엘프들이 있었다면 마왕군에 있을 필요는 없었을텐데. 너무 늦은거 같군"

 

엘프 궁사 "아니, 지금도 늦지는 않았어. 우리 다 같이 이 싸움을 그만두자. 우리 고향에 가서 우리 엘프들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자."

 

오크 대전사 "그런가, 아직 난 늦지 않았던건가... 우선... 손을 같이 잡고 갈까?"


엘프 궁사 "그러자. 그리고 우리 하나둘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고 그 다음은..."

 

오크 대전사는 엘프의 말대로 도끼를 땅바닥에 내리고는 마왕군을 그만두고 엘프 궁사가 살고 있는 마을을 향해 같이 걸어가기 시작했다. 엘프도 오크 대전사의 제안대로 자기보다 큰 손바닥을 어루만지자 오크 대전사도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서로간의 오해와 반목이 깊었던 두 종족의 남녀의 사랑은 엘프들의 가치관에 큰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마왕성의 넓디 넓은 대광장에는 중간계와의 분위기에 맞지 않은 한 짦은 더벅머리의 소년이 전설의 지팡이를 들면서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그 소년의 앞에는 삼천년전 드래곤 중의 드래곤이라 불리는 데빌 드래곤이 자신의 거대한 날개로 강력한 풍량을 일으켜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었다. 데빌 드래곤은 제아무리 숙련된 드래곤 슬레이어와 대마법사라도 두려워할 정도로 잔인하고 교활한 드래곤인데, 정작 그 소년은 공포에 떨기는 커녕 해맑게 웃으면서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왜냐하면 소년은 알고 있었다. 현실세계에서 따돌림을 받고 공부만을 강요한 부모님과 중간계에 소환되고는 잘못 소환되었다고 혀를 차는 신관들과는 다르게 그녀만이 자신의 가치를 알아준 스승이자 첫사랑이었기 때문이다.

 

이고깽 마사 "데빌 드래곤씨!! 정말 오랜만이에요!! 당신을 만난 덕분에 제 가치를 이 세계에서 찾을 수 있었어요!!"

 

데빌 드래곤은 자신한테 감사의 말을 한 소년을 지긋이 보더니 미소를 지으면서 마법주문을 외워 은색 장발과 창백한 피부의 여마법사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데빌 드래곤은 이계로 소환된 소년 앞에 다가가고는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고는 살짝 미소를 보였다. 설마 자기가 변덕으로 마법을 가르쳐준 이 열등하고 허약한 아이가 1년도 되지않은채 중간계에서 제일 가는 마법사로 명성을 떨치게 된 것을 자기도 예상을 못했다. 그러면서도 장하다는 칭찬을 하고 싶었다.

 

데빌 드래곤 "그래, 작은 안경잡이. 내가 가르쳐준 마법으로 네가 이렇게 대기만성한 줄 꿈에도 몰랐단다."

 

이고깽 마법사 "네, 그래서 마왕군의 침략을 막기위해서 용사의 뒤를 따라온거에요."

 

데빌 드래곤 "그래서 날 이긴뒤에 공주님을 구하려고?"

 

이고꺵 마법사 "아뇨, 저는 드래곤님과 프로포즈하려고 왔어요!"

 

데빌 드래곤은 자신이 가르친 제자가 지금 자기 눈 앞에 용사를 도와주는 마법사로 등장하자,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임무인 이계에서 온 소년을 막으려 마법을 부리려고 순간 소년은 품에서 결혼반지를 꺼내고는 한쪽 무릎을 꿇고 프로포즈 신청을 했다. 

 

데빌 드래곤 "지... 지금 나한테 프로포즈하는거야? 이 무서운 데빌 드래곤한테?"

 

이고꺵 마법사 "네. 맞아요. 제가 마법사가 된 건 제가 살던 세계로 돌아가는 것도, 공주님을 구하는 게 아니라 드래곤님과 결혼하려고요. 제 포즈 받아주시겠어요? 나의 사랑?"

 

데빌 드래곤은 갑작스런 소년의 프로포즈로 인해 얼굴을 붉히면서 엄청 당황해했다. 자신을 방심시켜 약하게 할 생각인 줄 알았지만 그 소년의 눈에 진심이 담겨져 있는 걸 깨닫고는 그 마음을 거부하려 했다.

 

데빌 드래곤 "바.. 바보같이! 난 용이고 넌 인간이야!! 다른 드래곤들이 날 할망구라고 부르는데 나같은 할망구와 결혼하고 싶니!!"

 

이고깽 마법사 "에이~. 세상에 드래곤님같이 이런 할망구가 어디있어요? 저와 결혼해주실 수 있나요?"

 

데빌 드래곤 "그... 그런 칭찬은 전혀 기쁘지 않다고!! 건방진 제자 녀석!! 내가 빡세게 부려먹을테니 각오나 하라고!!"

 

이고꺵 마법사 "고마워요!! 드래곤님! 대신 마왕군에 나오시는 건 어때요? 걔네는 무지 나쁜 애들인데."

 

데빌 드래곤 "흥! 어차피 나올 생각이었어!!"

 

데빌 드래곤은 소년의 마음을 거부하려다가 칭찬(?)을 듣고는 얼굴을 붉히면서 반지를 받아 왼쪽 약지에 끼고는 엄청 좋은 표정을 짓고는 새침을 부려서 결혼 승낙을 받아들였다. 데빌 드래곤은 소년의 제안을 받아들여서 마왕군에서 탈퇴하고는 다른 세계에서 무시받았던 고등학생과 결혼을 하여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 이로서 종족과 나이를 뛰어넘은 사랑이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설마 이런 식으로 재회를 할줄이야...


검은 로브와 거대한 낫으로 무장한 백발 머리의 사신과 양날의 쌍단검으로 무장한 진녹색의 숏컷을 한 여도적은 지금 감정이 교차하고 있었다. 사신의 변덕 덕분에 여도적은 어릴 때 몸이 약해 죽어가던 자신의 목숨을 건질 수 있었기에 몸이 전보다 더 건강해지면서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있었다. 여도적은 자기처럼 약이 없어 죽어가는 아이들을 위해 악덕상인과 사악한 귀족을 상대로 제물을 훔쳐 가난한 이들을 위해 도적으로 전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왕성에 납치된 공주를 구하기 위해 용사와 함께 동행하면서 잠입한 여도적은 자신으로 인해 마왕의 권속이 되어서 원치않은 살생을 계속해야하는 사신을 여기서 만날 줄은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 사신 역시 마찬가지다. 여도적의 소녀 시절 태생적으로 몸이 약해서 명부에 적힌대로 데려가려고 했지만 자신의 마음을 움직인 소녀의 부모의 간절한 기도 탓에 수명을 연장시켰다. 결국 이 일로 인해 명계에서 쫓겨나고 영력을 잃었다. 목숨이 다해가던 순간 마왕의 반권유로 24시간 영력을 채워주는 마정석을 공급받지 못하면 소멸하는 몸이 되어서 원치않는 살생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 두 사람은 각자의 역할을 떠오르면서 다시 한번 부딪쳐 싸웠다. 얼마나 싸웠을까... 사신은 여도적의 일격에 가슴 한가운데에 박힌 마정석이 깨지자 그대로 힘을 잃으면서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그 부작용으로 사신의 몸은 점점 더 소멸해가고 있었다. 


사신 "축하한다. 꼬마야. 지금은 날 이렇게 쓰러트릴 정도로 강한 도적이 되었구나..."


여도적 "흑흑... 사신님. 어째서 저 같은 것을 위해서..."


사신은 힘없이 웃으면서 자신을 쓰러트린 것에 감탄하면서 여도적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사신의 눈에서 본 도적의 얼굴은 적을 쓰러트렸다는 기쁨도 승리의 미소도 아닌 자신을 애도하는 듯한 슬픈 표정이었다. 


여도적 "미안해요... 사신님. 그 날 제 목숨을 거둬들였다면 마왕 밑에서 이런 비참한 인생을 살지는 않았을텐데..."


여도적은 슬펐다. 자기만 아니었더라면 사신은 지금쯤 마왕의 명령을 따르지않고 사신의 임무를 충실히 해내며서 시한부 인생이 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사신 "이제 그만 공주를 구하러가거라... 가서 마왕도 쓰러트리고..."


여도적 "아뇨. 사신님... 이번에는 제가 사신님을 구해드릴께요..."


사신은 여도적이 자신때문에 슬픈 표정을 짓자 그런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애써 태연한 척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몸이 점점 더 소멸해가면서 태연한 척을 더 이상 할 수 없을거 같았다. 여도적은 그런 사신을 위해 그의 손을 두 손으로 꽉 잡으면서 기도하고 있었다. 신이 계시다면 자신을 위해 반 시한부 인생이 된 사신을 살려달라고. 그런데 그 순간 사라져가고 있던 사신과 여도적의 손이 빛을 내더니 사라져가고 있던 사신의 몸이 살아있는 인간의 몸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사신과 여도적 둘은 이 광경을 믿기지 않으면서도 더 이상 서로 싸울 필요가 없다는 현실에 기뻐하였다. 


사신 "하아.. 이건 기적인건가? 나같이 추방당한 사신을 위해서 신께서 기도를 들어주신 모양이군."


여도적 "사신님! 다행이에요!! 이제 더 이상 마왕한테 마정석을 받지 않고도 살 수 있는 몸이 되셨어요!!"


사신 "그런가. 그렇다면 난 더 이상 마왕한테 충성을 바칠 필요가 없어졌군."


여도적 "이제부터 제가 사신님을 곁에서 지키면서 동반자가 되어드릴께요."


사신 "훗. 우리 둘은 이제 같이 늙으면서 죽음을 기다리게 되었구나. 하지만 네가 그렇게 좋다면..."


이 두사람의 진실된 사랑은 신마저 놀라게 할 정도로 큰 기적을 일어났다. 이 기적으로 인해 사신과 여도적, 한때는 목숨을 거두려는 자와 목숨을 잃어버릴 뻔한 자라는 다른 위치에서 서로 대등한 관계가 되어 사랑을 나누었다. 사신과 여도적은 서로를 껴안으면서 이 기적과 사랑의 위대함에 감사하여 서로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


마왕 "잠깐. 잠깐. 참모. 네 계획대로 공주를 납치했는데, 지금 내 성에 부하들이 줄어든 이유하고 서큐버스, 네크로맨서, 늑대인간, 뱀파이어 사천왕이 부재한 것도 전부 침입자들과 사랑에 눈이 맞아서 탈퇴하고 있단 말이야?"

 

세 개의 뿔과 근육이 우락부락한 붉은 피부 마왕은 권좌에 앉으면서 바가지머리와 안경을 쓴 참모가 보고한 내용을 들으면서 벙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계속되는 부하들의 탈영소식을 알아내던 중에 설마 자기 부하들이 사랑때문에 그런 줄을 말이다...

참모 "사천왕이 나간 이유는 다르지만 서큐버스는 팔라딘과 눈 맞고, 늑대인간은 아마존하고 눈 맞고, 네크로맨서는 의사양반, 뱀파이어는.."

 

마왕 "그만!! 그만해!! 들으니까 더 빡치네. 내 부하들 몇명이 있나 보고해!"

 

마왕은 자신이 직접 선별해서 고른 실력자들 사천왕의 부재 이유를 듣고는 머리에 혈관이 드러날 정도로 엄청 빡쳤다. 부재 이유를 더 듣다가는 고혈압으로 먼저 죽을거 같았다. 

 

참모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정예부하 일만오천명이 나갔습니다. 아, 뭐라고. 끄응. 다시 수정하겠습니다. 지금 탈선한 부하들이 21451명으로 더 늘어났습니다." 

 

마왕 "이게 말이나 돼?! 한두명도 아니고 왜 다들 사랑에 빠져서 안달이냐고!!"

 

참모 "그게... 저도 부하들이 이렇게 많이 빠져나갈 줄은... 아니 애초에 이런 탈영이 드문 일이 있었기는 한데, 우리같은 경우는..."



참모도 사랑에 빠져서 서로 자기 진영에 빠져나오는 경우는 드물게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사랑에 빠진 애들이 많은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계획대로 공주를 납치해서 협상카드로 쓰려다가 부하놈들은 싸우라는 침입자들과 안 싸우고 로맨스를 즐기고 있으니 마왕이 빡치지 않는 게 더 이상했다. 에라이~!!!

 

마왕 "아니. 그럼 내가 납치한 공주는 별 소용이 없다는거잖아.."

 

그렇다. 마왕은 선대 마왕들이 그랬던 것처럼 공주를 납치한 다음 적보다 더 좋은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공주를 납치한 거였다. 하지만 구하라는 공주를 구하는 침입자들은 오히려 자기 부하들하고 눈 맞아서 간 사실에 엄청 맥이 빠졌다.

 

콰쾅!!!

 

용사 "여기가 마왕이 있는 방인가!"

 



그 때, 자신이 있는 방의 문을  패기넘치게 부수고 나타난 도전자가 등장했다. 마왕은 그 도전자를 한 눈에 알아봤다. 성검과 성스러운 방패와 갑옷을 차려입은 자의 정체는 용사였다. 마왕은 그런 용사의 등장에 마치 환영하듯이 공주를 데려가려는 걸로 생각하면서 자신의 온 힘을 다해서 공격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왕 "오! 드디어 왔구나!! 용사!! 그래! 내가 바로 마왕이다!! 공주를 데려가고 싶다면.." 



용사 "여기가 마왕이 사는 방이구나!! 실은 그게 아니라... 따님을 저에게 주십시오! 아버님!!"



마왕 "잉? 너 뭐라고 했냐? 내 딸을 달라고? 공주가 아니라?!"



마왕의 딸 "저에요. 아빠. 우리 둘 마음이 맞아서 같이 살려고요."

 

마왕은 용사가 공주를 되찾기위해서 온 게 아니라 자신의 딸을 달라는 요구를 하자 어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용사의 뒤에 자기와는 닮지 않아 진짜 정말로 다행인 아름다운 딸이 용사와 팔짱을 하면서 나타났다.


마왕 "자... 잠깐 기다려라!! 용사여!!! 원래라면 나를 쓰러트리고 공주를 데려가야하는게 정상아니냐!! 공주를 데러가지 않는 이상 전쟁은 절대로!"


용사 "아? 공주님이요? 원래 공주님을 데려가려고 했는데. 공주님이라면.."


마왕의 딸 "오빠하고 같이 나갔어요. 공주 아버지의 사위가 되어서 우리한테 청첩장도 보냈어요."


마왕 "뭐라고?! 아들! 용사 이 자식!! 그럼 공주가 있는 방을 내 여동생이 지키고 있을텐데!! 설마 죽인거냐!!"



마왕의 딸 "이모도 그 나라 국왕하고 재혼을 했어요. 자요. 여기 편지."



마왕 "뭐! 동생아!! 너마저!! 허억!!"


마왕은 공주가 있는 방에 들렀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방을 지키던 여동생을 죽이고 여기에 왔다는 생각에 다시 마법을 거는 순간 마왕의 딸은 그런 아버지를 한심하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품에서 청첩장을 꺼내면서 마왕한테 넘겼다.


편지 내용 "오빠. 저 성왕국의 국왕과 결혼하기로 했어요. 저도 처음엔 딸을 구하러 온 국왕을 막으려고 했는데, 그 분의 핸섬하고 매너있는 모습에 반해서 국왕과 결혼하게 되었어요. 그러니 오빠. 이제 이 전쟁은 저랑 상관없으니까 저 부르지 마세요. 끝. P.S- 사랑은 매우 위대해요." 


마왕의 딸 "네, 전부 그렇게 된거에요... 그래서 아빠. 전 용사하고 결혼할테니까 그냥 보내줘요!"

 

마왕 "하하하... 이런 젠장... 중간계 정복 같은 거 안해!! 못해!! 왜해!! 다 때려치울거야!!!"


이로써 마왕의 중간계 정복 계획은 위대한 사랑앞에서 모두 수포로 돌아가버렸다. 이후 마왕의 성은 연인들을 위한 데이트 장소로 알려지게 되었고 마계와 중간계의 주민들은 서로 화해하면서 영원한 평화의 시대를 맞이하였다. 응? 그 후 마왕은 어떻게 되었냐고? 글쎄? 알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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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제가 20대 때 처음으로 썼었던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