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똑 똑 똑. 물방울이 떨어진다.


첨벙 첨벙 첨벙. 웅덩이가 범람하고있다. 


야유, 비난, 겁, 모욕, 아비규환, 난장판,


쿵. 그러자 그 모든게 비명으로 변색되었다.


콰앙. 그러자 모든게 끝났다.


우는데 소리를 낼 필요는 없다. 조용히 마음을 장작삼아, 슬픔을 태운다.


그래. 목청높여 운다고 해도 들려오는건 메아리뿐이니까


***


"책은 마음에 드느냐? "


비난도, 야유도 아닌 걱정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잠시동안 노이즈가 꼈던 귀에서 청아한 종소리가 들려온다. 징 징 징. 소리는 끝까지 옷자락을 잡는다. 마침내 눈을 뜨자 눈앞에는


사람이 있었다. 나를 이곳에 대려와준, 나를 이곳에서 가르치기로 하신, 그리고 절대 나의 귀에 칼을 꽂지 않겠다 맹세하신 분. 시간이 조금씩, 그러나 기다림없이 흐른다. 생각과, 휘파람과, 먼지들이 떠오르는 소리때문에 난 다시 눈을 감을뻔했다.


"혹시 졸리느냐?. 좀 쉬지 그러니?. 책을..너무 많이 읽고 있어"


그분이 손짓했다. 그건 아마 내 옆에 쌓여있는 책의 탑을 가리키는것일것이다. 마치 피사의 사탑처럼, 아슬아슬한 기울임의 소리를 내면서. 언제든지 내 머리 위에 내려앉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색을 본다고 해서 즐거움이 생기는게 아니다. 눈이 너무 무겁다.


"스승님?. 여기서 뭐하고 계세요? "


익숙한 소리에, 눈이 찢어졌다.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열었다. 눈앞에는 또래의, 금발의, 남자아이가 서있었다. 아이가 걸친 검은색 로브에는 희미하지만 별들이 보였다.


"매즈. 아 그게..예리코가 도통 일어나려 하질 않네. 아무래도 저번 훈련때 좀 고생했나봐. 그렇게 강도가 쌘건 아닌데.. "


그러자 매즈라 불린 아이가 내 앞에 무릎을 꿇고는 내 눈을 바라봤다. 그를 최대한 오랫동안 눈에 담고 싶었다. 그럼에도 눈꺼풀이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어째서 난 눈에 담으려 하는걸까. 어째서 눈은 이리도 무거운걸까


"저번 훈련에 눈을 너무 썼어요. 새가 날아가는 경로를 관측하려했잖아요. 그렇게나 빠른 새를 눈으로 따라잡으려고 했으니 무리했다고 할수 있어요. "


매즈는 다시 일어서고는 스승님을 바라봤다. 인자했던 소리가 정전기 나는 소리로 변하는 순간이였다.


"분명히 미리 경고를 하지 않았나요? "


"필요한 훈련이였다 매즈. 전장에서는 저거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녀석들이 수두룩해. 겨우 이런걸로 지친다면 마법사가 될수 없어"


"마법사는 마법을 통해 지식을 탐구하고 창조해내는게 아니였나요?. "


"그래서, 그 능력을 전투에 아예 안사용하겠다는건가? "


이번에는 스승님의 목소리가, 높은곳에서 떨어지는 종유석의 소리처럼 거칠어졌다.


"친구를 걱정하는건 이해하지만, 너희들이 올라야하는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는 상기해줬으면 좋겠구나. 나도 가벼운 마음으로 이러는게 아니야"


"..알겠습니다"


"난 먼저 가보마. 이왕 이렇게 된거 니가 예리코를 좀 챙겨줘. "


그러고는 멀리 멀리 걸어간다. 걷는 소리가 점점 줄어들더니 문이 열리는, 부드럽지 않은 소리와 튕겨지는 종소리가 교차하면서 완전히 사라진다. 그리고 내 옆에 누가 앉았다. 책장에 기대고 있는 나의 옆에, 매즈가 앉았다.


"책이 어렵진 않지? "


난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종이를 두번 연달아 넘기는걸로 답했다. 더 확실한 소리를 내기 위해 일부러 종이를 거칠게 넘겼다. 그러고는 지금까지 읽었던 페이지로 다시 넘겼다. 종이가 거칠게 넘겨지는 소리가 끝이 보이지 않는 도서관을 가득 매웠다.


"어떻게 한거야? "


그가 나에게 물었다. 단순히 종이가 넘겨지는 소리가 이렇게 크게 울리지 않는다는건, 그 누구도 알수 있다. 나에게 소리는 너무나도 귀중하고 값지기에 이 소리가 영원토록 울리길 원했다. 이 소리 뿐만이 아닌 모든 소리들이. 난 손가락을 들고 원을 그렸다. 계속 같은 자리를 빙빙 돌던 손가락은 책장을 크게 쳤다.


쾅. 그러자 짧고 약하면서도 확실한 진동과 함께 투박한 충격의 소리가, 그러나 메아리의 난류를 타 점점 청아해지는 소리가 도서관 전체에 크게 울렸다. 그소리에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그 진동이 피부로부터 심장까지 느껴졌고, 그 소리가 귀에서부터 뇌 구석구석까지 전해져왔다. 나에게는 이 모든 소리가 곧 음악이였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걸 이해하지 못해. 그 누구도, 나에게 있어서 유일한 '정상'이 귀뿐이라는것을, 그 귀에 집착하여 귀로 느낄수있는것에 집착한다는것을 그 누구도 이해할수 없어. 나는 정상사이에 숨어서 노래하는 파르티잔이요, 색을 보지 못하는 음악가다. 그 누구도 제대로 이해할수 없는 그런 존재다. 그리고 그것을 자랑하지 않고 홀로 조용히 탐닉하는 소녀일 뿐이다.


하지만 이번에 들려오는 메아리는 조금 달랐다. 내가 소리를 내자, 나에게 돌아온 소리는


"아름답네"


전혀, 다른것이였다. 순간 나는 놀라서 내 눈을 완전히 떠버렸다.


"?. 왜 그렇게 빤히 쳐다봐?. 혹시 들어본적 없는 말이니? "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눈을 그렇게 크게 뜨는건 처음보네. 금색눈일줄은 몰랐어....왜 그동안 몰랐던거지.. "


당연하지. 우린 만난지 5일밖에 안지났으니까!. 다른이들이 보기에, 내 눈은 매우 아름다웠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겉모습'으로는 매우 아름다워 보인다.


"그눈. 정말 예뻐보이는데 "


하지만 아름답다고 해서 그게 보석이진 않는다. 반짝인다고 해서 보석이 아니다. 모든 보석에는 누군가가 정하는 가치가 있다. 이 눈의 주인인 내가 매기는 가치는 1 크레딧 조차 없다. 눈은 매우 무겁고, 심지어 눈앞의 색상들은 혼탁하다. 하늘이 붉은색인걸 본적 있는가?. 눈물이 검은색인걸 본적 있는가?. 매번 풍경의 색들이 바뀌는걸 본적 있는가?. 그 어떤 화가들도 이딴식으로 그림을 그리지 않을것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색 보다는 소리가 더 가치있다. 소리만이 나의 가장 큰 보물이다. 이 눈은 가장 큰 쓰레기다. 당장 찢고 부수고는 그 상처에 불을 지져 다시는 재생되지 않게 하고싶을정도로, 그 모든 일련의 행동들로부터 비롯되는 고통조차 초석으로 취급할 수준의, 존재하는것만으로도 고통인것을 나는 꾸역꾸역 지니고있다.


"그런말 하지마"


난 입을 열었다. 내가 한 말에 나의 친구는 당황한 목소리를 냈다.


"..예리코?.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


"내앞에서... 눈이 예쁘다고 하지마... "


난 그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갔다. 내손에는 어느세 끝이 날카로워진, 종달린 지팡이가 있었고 그 끝부분은 어느세 내 친애하는 친구의 가슴을 겨누고 있었다.


"내 앞에서...아름답다는 단어를...꺼내지마.. "


그 끝부분이 친구의 가슴에 딱 닿았을때 내 움직임은 멈췄다. 내가 입밖에 내뱉은 목소리는 살벌하기 짝이없는 적색의 소리. 내가 가장 싫어하는 소리를 나는 내 친구에게 내고 있었다. 


"다시는... 내 가치를 모욕하지마... 나에겐 오로지 소리뿐이야... "


분노할때의 목소리는 점점 커진다고 한다. 하지만 나의 목소리는 어째서인지 점점 작아졌다. 깊고 깊은 해구속에 깔린 사체들의 눈처럼, 작으면서도 적의담긴 목소리가 점점 울려왔다. 그건 나 나름대로의 분노 표현인걸까 아니면 지금 상황에서조차 느끼는 수치심인걸까.


"난... 이눈을 사랑할수 없어... 주인조차 사랑하지 않는... 이눈을...너가 사랑해하지마... "


내가 기억하는 가장 큰 적의로 내 친구에게 말하였다. 그러자 당혹스럽게도, 나의 귀가 찢어지는 메아리가 나에게 왔다. 유리가 깨질정도로 커다란 소리도, 추잡하기 짝이없는 비속어도 아니였다.


"그럼 모두에게 그러는것처럼, 그런 너의 눈도 사랑해줄게"


그저 위로의 한마디였다.


"너가 그 눈을 싫어한다면, 그 눈을 다시금 사랑하게 만들어줄게. "


청아한 종소리가 눈앞에 울렸다. 울린건 소리뿐만이 아니였다. 빛도 같이 울렸다. 그건 단순한 빛이 아니였다. 빛과 빛이 이어붙여진것. 별자리였다. 내눈앞에 별자리가 수놓아졌다. 그건 마치 종의 모양과도 같았다.


"이건...뭐야..? "


난 이것에 뭔지 알고 있음에도, 이것이 뭔지 물었다.


"별이야. 그리고 별들이지. 소원을 빌어봐"


나에게 별자리를 내줬다. 내 손위에 떠있는 별자리는 그 어느때보다 강한 빛을 내고 있었다. 그 빛이 너무 강해 주변이 어두워졌다. 마치 이곳의 빛들을 흡수하는것처럼, 별자리로써 보여지기 위해 주변을 밤으로 만드는것처럼 말이다. 소원, 그것이 내 친구가 말한 단어였다. 그리고 친구는 내가 무슨 소원을 빌지 알고있었다.


하지만, 너무 아름다웠다.


"안빌거야"


이렇게나 아름다운 별자리를 다시는 못본다고?


"난 소원을 빌지 않을거야"


나의 황금색 눈속에서, 이 별자리는 전혀 뒤틀리지 않았다. 유일하게 내 눈속에서 온전한 그대로의 모습을 나에게 보여줬다.


"대신 부탁할래... 이 별자리를...간직하고싶어"


내 친구는 웃었다. 그러고는 별자리를 손에 쥐고는 내 가슴위에 손을 얹었다. 온기가 강해지더니 다시금 가라앉았다.


"자.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둘러봐"


두려움을 부수고, 난 무거운 눈꺼풀을 일으켜 세웠다. 정상이였다. 모든게, 책장은 갈색이고, 책은 보라색이고 파란색이며 초록색이였다. 그리고 푸른색의 도화지 위해 노란색을 부어 녹색 얼룩들이 가득했던 친구의 벽안은 완전한 푸른색으로 변했다. 하지만 이내, 다시 뒤틀리기 시작했다.


"..아... 다시.. "


"괜찮아. 별자리를 꺼내봐"


난 나도 모르게 별자리를 꺼냈다. 그러자 다시 세상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내 별자리가 사라지며 다시금 세상이 뒤틀려졌다.


"...끊어내지 못했어.. "


"끊지 못해도 돼"


친구는 일어서고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한번이라도 끊어진게 중요한거야. 언젠가는 그 눈을 마음대로 뜨고 다닐수 있게 될거야"


그것이 별이 뜬 이유였다. 그 손을 잡고나서, 어두웠던 밤하늘에 단 하나의 별이 떠오른 이유 말이다


***


다시금 새를 잡는 훈련이다. 이번에는 네명이서 한꺼번에 나왔다. 이번에는 하늘도 우리를 귀엽게 봐준건지, 구름을 끼워줬다. 


"사이키!. 그쪽으로 간다! "


"아..응! "


두 아이가 빠르게 날아다니는 새를 몰아새운다. 사이키라 불린 아이가 새의 경로를 막아세우자 새는 방향을 틀어 오른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이키의 이름을 부른, 녹스라 불리는 아이가 손으로 빠르게 성호를 그리면서 피눈물을 흘렸다. 하늘에서부터 순백의 빛으로 이루어진 칼날들이 빠르게 떨어졌다. 물론, 새들은 그것들도 다 피했다.


"아 x발!. 예리코!. 매즈!. 그쪽으로 날아간다! "


내가 들고있는건 종달린 지팡이. 소리가 깊고 깊게 울릴수있도록 속이 빈 지팡이. 그것으로 땅을 크게 내리쳤다. 아름다운 종소리가 물결속에서 요동치며 거친 굉음을 일으킨다. 이런 소리들은 귀에 안좋을지 몰라도 자극적이다. 인간에게조차 자극적인 이런 진동을, 새는 버티기 힘들다. 그러니 역시 그 날개짓에 약간의 뜸을 들이게 된다.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난 보이지 않는 소리의 새장을 펼쳤다. 끼익끼익. 문이 열리고 닫히는 부자연스러운 소리들로 만들어진 보이지 않는 새장. 물리적인 방해는 기껏해야 진동에 의해 돋는 소름뿐. 하지만 그 불쾌한 소리속에서 새는 소리가 나지 않는곳으로 이동할것이다. 그곳은 바로 새장의 중심부.


"예리코. 아직 안끝났단다"


스승님의 목소리는 장난기가 넘쳤다. 그리고 새 역시 장난기가 넘쳤다. 갑자기 새는 입을 크게 열더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짹짹, 쫑쫑, 휘휘. 너무나도 단순하게 생각할법한 그 소리에 나...는...


"예리코!. "


"맙소사 이젠 새가 부르는 노래때문에 사람이 기절을 하네!. 이런 시팤!! "


노래가...너무...아름답기에... 무거운 눈에...힘이...풀린다...


그들.이.어떻.게.그.노래ㄹ.


"흩어져라! "


자장가의 음표를 박살낸건 이른 아침에 뜬 별자리들이였다. 새 주변에 매우 밝은 별들이 별자리를 이루며 수놓아졌다. 순식간에 전개된 별자리, 그 별자리에서는 실제 별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한 열과 충분한 신성이 느껴졌다. 순간 새는 놀라 날개짓을 멈췄고 그대로 보이지 않는 소리의 새장과 부딪혔다. 깃털까지 느껴지는 진동과 불쾌하기 짝이없는 낡은 문의 열고닫는소리들이 겹쳐 새를 혼란상태에 빠트렸다.


그리고 마침내, 잠에 든 자는 눈을 뜰수 있었다


"..대체.. "


그리고 난 보았다. 나를 도와준 아이가, 친구가, 별이. 새를 향해 손을 뻗고 있는것을


그리고 그에게서 들리는 희미하지만 확실한 잔혹함이 담긴 흥얼거림.


왜인진 모르겠지만, 그 표정이 결코 좋은건 아니였을것이다.


"후회할짓은 하지마 매즈"


스승님이 저온에 노출된 강철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였다. 내 친구는 손을 거뒀고, 별자리들은 다시금 사라졌다.


"아주 좋은 선택을 했어 제자야. 이 글은 전체이용가라고. 그나저나 기량이 좋네. 어쩌면 예리코보다도.. "


"아니요. 정반대에요"


매즈가 말하였다. 매우 인자한 목소리로


"제 마법은 비살상용으로 사용할수 없어요. 아시잖아요. 하지만 예리코의 마법은 가능하죠. 만약 제가 새장없이 별자리를 펼쳤다면, 그대로 놀라 날개짓을 멈춘 새는 별자리의 선 위로 떨어지겠죠. "


내앞에 다가와 나를 일으켜세워줬다.


"스승님께서는 저 새를 잡으라고 하셨지, 죽이라고 하시진 않으셨잖아요? "


"맞는말이야. 이번 시험은 합격. "


아직도 눈이 무겁다. 다른 이들의 목소리가 뒤섞여서 들려온다.


"아 힘들어. 역시 이런 평화적인 방법은 나랑 안맞았나봐.. "


"그.그러게.. 근데 녹스. 눈은 괜찮아?. 아까 피눈물이.. "


"괜찮아 괜찮아~. 눈혈관 터진거 가지고 뭐... 아 씨 또 나오네"


"!??. 수,수건가져올게! "


"다들 활기차네. 예리코, 눈뜰수 있겠어? "


나를 일으켜 세운 내 친구가 내게 작게 말하였다. 난 그제서야 조금 눈을 뜰수 있었다.


"다행이야. 그리고 오늘 고마워. 덕분에 시험을 통과할수 있었어"


그는 나에게 공을 돌렸다. 아무렇지도 않게. 참 이상하다.


너무, 이상하다.


***


그 이후, 다양한 이들이 이 도서관에 왔다. 나중에 합류한 이들도 있었다.


속이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러나 그와동시에 그늘이 되어줄수 있는 친구도 왔다.


"...디프.. "


연기처럼 산만하지만, 그 유독함 만큼이나 날카롭고 예리한 친구도 왔다


"안녕하신가 학우들!. 내 이름은 카프. 대마법사가 되기위해 왔...아 잠깐만 스승님 제 파이프 돌려주십시오!. 그거 없으면 1초도 버티지 못하겠다고요!. 내 담배 내놔!!! "


그리고 속칭 라이벌이라 불리는 아이들까지 도서관에 들어왔다.


영원함을 꿈꾸는 은같은 친구가 왔고


" 엘브라고 합니다 친구들. 부디 너희들과 영원히 함께할수 있길 바랍니다"


어린나이에 진짜 지옥을 갔다 온 아이도 있었으며


"안녕하세요!. 다네트라고합니다!. 초면이 죄송하지만 여기 혹시 지옥에 관한 책 있나요? "


자연을 누구보다도 사랑하여 몸 안에 자연이라는 이름의 저주를 욱여놓은 친구도 있었다.


"빈이라고 해. 여긴 정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유리처럼 투명하고도 맑은, 그러나 무미건조한 아이도 왔다.


"그리스. 반가워"


어느덧 도서관은 매우 시끌벅적한 장소가 되어갔다.


"이야 우리 사이키 이렇게나 씩씩해지다니!. 이 녹스는 참 대견해요 대견해! "


"아 진짜 놀리지 말라고!. "



"허허 둘다 사이 좋네. 디프, 마치 우리같지 않아? "


"카프. 농담은 그만. 우리보다 더 큰 사이는 없어"



"다네트!. 그 지옥문 열기만 해봐!. 널 영원히 수은조각상으로 만들어주지! "


"아 그러면 더 열고싶어진다고요 엘브! "



"꽃이야..유리로 만들었어"


"꽃이네. 물을 머금지도, 살아있지도, 변화하지도 않고 날카롭기 짝이없어서 나도 모르게 피로 물드는 그런 꽃이지만, 아름답네"


많은 인연이 여기서 만들어졌다. 그 시끌벅적한 소리가, 잔향으로 오래오래 남는다. 미래의 나는 향수병이 아닌 이 잔향때문에 눈물을 흘리며 석양을 바라볼것이다.


"예리코. 여기서 뭐해? "


보름달이 뜬 밤, 바람과 빛과 소리를 보기위해 밖으로 나온 나는, 나의 친구가 걸어오는것을 느꼈다. 발자국 소리가 아닌 목소리로


"...달... "


"달이라. 아름답지. 그래도 너무 오래 보지마. 달의 마력이 불규칙해지는 시기거든. 특히나 눈도 안좋은 너한테는 독이 될거야"


"매즈는...뭘 보고있어..? "


난 그에게 말하였다. 그의 눈은 달을 향하고 있지 않았다. 그의 눈은 흐트려지지 않았다. 그렇다는것은 저 너머에 아무것도 없는 밤하늘에서 무언가를 보는게 분명했다.


"별들을 보고있어. 무수히 많은 별"


그렇지만 지금 밤하늘에는 별 하나 떠있지 않았다. 도시에서 뿜어져나오는 빛들이 밤하늘의 별보다 반짝거리기 때문일것이다. 차원도서관은 도시 중심부에 위치해있으니 당연히 별이 안보일수밖에 없었다.


"난 보이거든. 저 너머의 별들이. 비록 도시의 별들이 하늘위의 별들보다 밝아도, 나한테는 저 별들이 더 밝게 빛나고 있어. "


손에 온기가 느껴졌다. 매즈가 나의 손을 잡은것이였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난 놀랐지만 이내 다시 침착한채 그를 바라봤다.


"내 눈을 빌려줄게. 눈을 감고 앞을 어둡게 만들어. 그리고 눈을 떠. 그러면 보일거야"


나는 눈을 감았다. 시야에 담겼던 온갖 색들을 어둡게 칠했다. 잔상들이 모두 사라지고 다시 눈을 뜨자, 도시의 별들은 꺼졌고 하늘위의 별들만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순간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었다. 이렇게나 밝은 세계가 바로 위에 있었다니.


"난 태양이 떠있을때도 별을 봐. 낮에 뜨는 별과 밤에 뜨는 별은 다르니까. 그들중 어느 한쪽만 볼수있다는건 참 잔혹한 사실이야. 만약 내가 할수있다면 내 눈을 조각내서 모두에게 한조각씩 나눠주고 싶어"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말을 내뱉고서는 날 바라보며 말했다.


"나만 이걸 누리다니, 너무 불공평하잖아"


순간 그 목소리에서 무언가가 느껴졌다. 그동안 느꼈던 것과는 깊이도, 무게도 차원이 다른것. 감히 느껴볼수없는 그런것. 가만히 곱씹어보니 그는 예전부터 이랬다. 늘 앞장섰고 늘 자처했으며 늘 목청높였다. 그리고 언제나 우리들의 불행을 슬퍼해주며, 우리들의 위험을 분노했다. 그 모든것들이 어디에서부터, 어느감정에서, 어느 기억속에서 나왔는지 난 모른다.


하지만 지금 난 감히 짐작한다. 대체 얼마나 깊은 한을 지니고 있는걸까.


"둘끼리만 별자리를 보는건가?. 실크로드의 여행자분들? "


연기가 피어오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카프가 걸어왔다.


"카프. 너도 별을 보러 온거야? "


"아니, 난 사양하지. 오늘따라 눈이 너무 아프거든"


"...연기때문이야...카프.. "


"아 제발 예리코, 담배좀 끊으라는 말은 그만해주길 바래. 그냥 티타임이라고 생각해줘"


"홍차를 마신다고 해서 눈이 아파지진 않아 카프. "


"정곡을 찔렀군. 오늘 아침 스승님께서 하신 말씀 기억하나? "


오늘 이렇게 다같이 모여서 행복한 시간을 가진 이유는, 내일 해야하는일이 많기 때문이였다. 그리고 그것이 스승님께서 하신 말씀이였다.


내일, 우리는 아리아 대륙으로 간다.


***


검은색 하늘아래로 검은색 바다가 펼쳐진 풍경. 아리아의 바다는 결코 친절하지 않았다. 우리 일행은 단돌로 제도를 거쳐서가 아닌 바로 브로켄의 수문을 향해 배를 타고 이동했다. 자세한 이유는 알지 못했다. 스승님께서 거짓섞인 입으로 말하신게


"단돌로 제도는 세금이 너무 쌔. 거르고 말지"


이런 말이니, 짐작하는건 힘들었다. 거대한 수문이 열리자 넓고 긴 강 가운데의 하중도와 강 옆의 성이 보였다. 배가 정박하자 젊은 소년이 우리를 반겼다.


"마법연맹의 인원분들 모두 환영합니다. 전 브로켄의 대공 카라스라고 합니다. 아리아 대륙 견학온거 맞으시죠? "


"맞다네. 난 마법의 현자 멜키오르라고 하네..근데 정말 브로켄의 대공 맞니?. 너무 어린데? "


마법인의 나이는 외형으로 구분할수 없다. 그렇기에 마법인들만에 특별한 방법으로 나이를 구분한다. 영혼과 정신의 세월. 내가 보기에도 카라스라고 하는 저 아이는 우리들과 또래라고 할수있다.


"어린나이에 괜히 브로켄의 대공에 오른건 아니겠죠? "


그의 목소리에 짜증이 섞였다.


"큼..실례했군. 그래 우리가 가야할곳이 어디지? "


"저쪽입니다. 저 숲이요"


카라스는 매우 어두운 이 땅에서도 가장 어두운 숲을 가리켰다. 얼마나 어두운건지 소리조차 우울했다. 듣는 내가 울적해질 정도였다.


"여제님께서 당신들의 방문을 허용하시긴 했지만, 조심해주시길 바랍니다. 이 대륙에는 낙인찍힌 혈족들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호전적인 부류가 많거든요"


"이곳에 발을 디딘자, 평화를 포기하라"


연기가 피어오르는 소리와 함께 로브에 붙여진 황동 파이프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카프는 파이프를 물고는 조용히 말했다.


"아리아 대륙에서 가장 공리로 여겨지는 문구지"


"잘 아시네요. 혹시 대마법사이신가요? "


"아니, 아직 대마법사는 아니다"


그렇게 말한다고는 하지만 목소리에는 약간의 기쁨이 섞여있었다. 얼굴역시 부정한다고는 하지만 웃고 있었다. 카프는 우리들중에서도 가장 대마법사라는 자리에 올라가고 싶어하니 당연했다.


"스승님?. 외람된 말씀이지만, 저 숲에는 가지 않는게 좋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강대한 힘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평소에 토벌하던 괴물같은 부류는 아닙니다. 지성을 가진채 문명을 유지하고 자신들의 힘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적들일겁니다. 저 숲의 중심부에서 다수의 인공물들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분명히 저들은 인공생명체의 조작에도 능할겁니다"


다네트가 경전을 펼치며 말했다. 지옥을 몇번이나 순례한 다네트는 위험에대한 감각이 그 누구보다도 뛰어났다. 눈앞에 죽음이 들이닥쳐도 이성적일수 있는 몇 안되는 친구였다. 직접 보지도 않았음에도 단순히 느껴진다는 이유로 추론하고 결론을 내는것이였다.


"다네트의 말이 맞아 스승. 저곳에서 파괴적인 힘이 느껴져. 게다가 저 브로켄의 대공이라는 녀석도 의심이 가는군. "


이번에는 엘브가 말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는 임무를 수행해야한다. 저곳에 아무리 강대한 힘이 느껴진다고 해도, 마법의 현자와 대마법사 견습생들을 상대로 뭘 할수 있겠나?. 아니면 너희들의 힘에 자신감이 없는건가?. 게다가 저 브로켄의 대공이 우리에게 무슨 수작을 부린다고 해도 여긴 아리아 대륙이라는걸 명심해라. 이곳에서 외부인들이 건들고도 잡음이 없는건 오로지 반역파들뿐이다. "


스승님께서는 그 어느때보다도 단호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호통치듯이 말했다. 물론 그 이면에는 걱정역시 담겨있음을 난 안다. 스승님의 목소리에서 미묘한 흔들림이 느껴지니까.


"요지경"


마법진이 펼쳐지더니 주변 공간이 깨진듯한 모습으로 번했다. 마법진을 펼친건 그리스였다.


"그리스. 단독행동은 하지 말라고-"


"아르키메데스의 거울"


순간 깨진곳들이 둥그렇게, 마치 거울처럼 변하더니 하늘에서 내려오는 희미한 빛을 숲을 향해 반사시켰다. 2초도 지나지 않아 숲의 외곽이 전소되었다. 난 그리스가 무언가를 중얼거리는걸 들을수 있었다.


"연소가 일어나니, 불을 굶주린자들이 움직이는구나"


"그리스. 지금 당장 멈춰라. 혼자서 뛰어들면 위험해질수 있다"


"스승님. 그렇게 말하셔도 그리스는 전혀 안들을거같은데요? "


녹스가 재미있다는듯이 웃으면서 말하였다. 한숨소리가 들려온다. 아마 포기한듯 싶다.


"팔지경"


그리스는 빛의 형태로 모습을 바꾸고는 거울들을 타고 숲으로 사라졌다. 우리 역시 움직여야했다.


"지금부터 이 숲의 위험을 토벌할것이다. 모두 살아서 돌아올수 있길 바란다. 팀은 2인조로 구성한다. 빈?. 그리스의 기척이 느껴지니 그쪽으로 합류하거라"


"네. 그럴게요"


눈앞에 숲이 전소되는걸 본것때문인지 빈의 눈빛이 창백했다. 자연을 그 누구보다도 소중히 여기는 빈이였지만, 자신이 해야하는일이 무엇인지 알기 떄문에 멈추지 않을것이다.


그리고 나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해야할일이 뭔지 잘 알고있다. 오랜만에 종소리가 울린다.


***


다른애들이 2명씩 짝을 지어 이동한것처럼 나는 매즈와 같이 탐색을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난 어째서인지 들뜬상태였다.


"진짜 어둡네. 별빛으로도 사라지지 않다니.. 예리코, 미안하지만 너의 귀를 사용해야할거같아"


난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오른쪽귀를 손으로 잡았다. 손바닥에 마법진을 전개하고는 마법을 펼쳤다. 메아리의 마법을 달팽이관에 주입시켜 청각을 더욱 높이는 기술이다. 조절을 잘못하면 개미가 걷는 소리조차 수십개의 메아리로 변환되어 들어오기에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지만 이번에는 중요하니까. 


온갖소리들이 귀를 관통한다. 숲의, 자연의, 비인공적인 소리들은 듣기 매우 좋다. 하지만 그 잔잔한 소리들 가운데 눈에띄는, 마치 갈라지는듯한 소리에 표정이 일그러진다.


"왜그래. 뭔가 들려? "


"..인공적인 소리야...저쪽... "


내가 손가락을 가리키자마자 매즈는 별자리를 전개했다. 매우 빠른속도로 전개된 별자리는 나무 여섯그루를 반토막내고 공기를 불태웠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니 총이 장전되는 소리와 들켰다는것에 대한 원망섞인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난 가만히 있지 않았다. 


난 손을 높이 들고, 금빛의 에너지체를 만들었다. 그 주변에는 물결들과 음표들이 모였다. 세번의 진동이 일어나는동안 흙 알갱이들은 공중으로 떠올랐고 바람은 모두 멈췄다. 내가 손을 쥐자 에너지체는 요동쳤고 주변 나무들의 잎들은 모두 바스라지고 떨어졌다. 그리고 적들은 온몸에 멍이 든채로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새로 만든 마법. 그것은 메아리의 충격파였다. 한번 울리고 끝나는게 아닌, 수십번의 여진이 반복되는 마법. 설령 티끝정도의 목숨이 남는다고 해도 살아남을수 없도록 만든 마법이다.


"성공이네 예리코. "


이 마법을 만드는데 매즈의 도움이 컸다. 그것은 옛경험이라는 재료만으로 마법주문을 만드는 매우 힘든 작업이였다. 도움이 없었다면 난 같은길만을 빙빙돌다가 어느순간에서야 멈췄을것이다. 성공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는 나의 친구에게 난 웃어봤다.


그때, 소리가 들렸다. 매우 소름끼치는 소리가. 그것은 자연물의 소리도 아니였고, 인공물의 소리도 아니였다. 그것은 아주 오래전에 들어본적 있는 소리. 사람에게서 비롯되는 소리.


"예리코?. 왜그래? "


야유도, 공포도, 절망도 아닌. 웃음섞인 광기였다. 난 파동을 타고 소리의 근원으로 날아갔다. 음속의 속도로 다다른곳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였다. 숲은 불타고 있었고, 곳곳에는 마법에 의한 부산물들이 널려있었다. 널려있었던건 부산물뿐만이 아니였다. 땅은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난 그곳에서 소름끼치는 소리를 다시금 들었다. 어렸을때 들었던, 그 선동하던자의것과 너무나도 닮은 소리였다.


"형제들이여!. 이 대마법사 녀석들에게 전쟁이라는게 뭔지 가르쳐주자! "


목소리마저 쉬어버렸음에도 그들은 소리지르는걸 멈추지 않았다. 낙인이 새겨진 소총으로 눈앞을 보지도 않고 닥치는데로 쐈다. 그들이 쏜 곳은 불타고 터지고 파괴되었다. 이제서야 그들이 누군지 알것같았다.


그들이 바로 아리아의 봉화 혈족이다. 


"저곳에 보라색 머리의 대마법사가 있다! "


한 사람이 날 가리키면서 총을 겨눴다. 나 역시 망설이지 않았다. 소리의 장벽은 정신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영향까지 일으켰다. 강한 진동에 의해 날아오르던 불꽃들이 모두 갈곳을 잃어 흩어졌다. 난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다시금 손에 마법을 응축했다.


메아리처럼 울리다가 지진처럼 격노하고 끊어지지 않는 여진을 남기리. 세번의 메아리로 인해 총들은 모두 부서졌고, 단 한번의 격노로 인해 절반은 고깃덩이로 분해되고 절반은 몸이 으스러졌으며 수십번의 여진이 남은 이들의 목숨을 거뒀다.


대단원이 막을 내리고 마침내 나는 주저앉을수 있었다. 파괴적인 마법 주문들은 모두 철저한 준비와 경험이 필요하지만, 이 마법은 이번에 새로 입증한것이니 제어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어쨌든 적들은 모두 소멸했다. 그렇게 생각했다.


내 가슴에 붉게 달아오른 검이 파고들지 않았다면 말이다.


"어..떻게... "


"살아있었냐고?. 너희들만 재생마법을 사용할수 있을줄 알았나? "


난 힘겹게 뒤를 돌아봤다. 전신에 낙인이 새겨진 자였다. 분명 아리아내에서도 고위급의 마법사일것이다. 당연했다. 이곳은 전쟁터다. 전쟁터에 마법사가 없는게 말이 안되는데, 그걸 생각치 못하다니


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검날의 온도가 점점 높아졌다. 그들은 무언가를 불태우는걸 좋아하니 아마 내 몸을 안쪽에서부터 태우려는게 분명했다. 나는 손을 들어 마법진을 펼쳤다. 최소한의 저항이였다.


"끄악!! "


역시나, 검을 두개씩이나 들고 다녔다. 마법진을 펼치기 위해 들어올린 손을, 녀석은 달아오른 또다른 칼로 난도질한뒤 바닥에 못박듯이 박았다. 어찌나 예리하고 파괴적인지 본래라면 실체가 존재할리 없는 마력계통이 녹아내려 밖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법인에게 과다출혈보다 더 심각한 상황은 마력계통이 심각한 부상으로 인해 밖으로 표출되는것이다 혈관과 비슷하지만 더더욱 중요한 이 기관은 마력을 이용해 몸 전반의 기능을 보조해준다. 당연히 감각도 공유되며, 손상으로 인해 생기는 고통은 신경기관과 유사하다.


당연히 난 지금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나머지 눈을 부릅뜰수밖에 없었다.


"오 이런, 이제보니 눈이 참 아름답군"


난 그 섬뜩한 얼굴을 잊지 못한다. 마치 반짝이는것을 발견한 까마귀의 흰자없는 눈처럼. 어둡고 더러웠다. 순간 공포가 온몸에서 흐르기 시작했다.


제발, 내가 생각하는게 아니길. 제발 제발 제발


제ㅂ


"끄아아아악!!! "


순식간이였다. 매우 빨랐다. 달아오른 칼로 두 눈을 도려낸건, 매우 빠르게 일어났다. 마음만 먹으면 고통을 최대한 줄일수 있을정도지만, 내눈앞의 괴물은 내 고통을 즐기고 싶은듯했다. 순식간에 눈앞에 암전이 일어났다. 내 비명소리는 그리 들을만하진 않았다. 아니, 그때만큼은 귀도 잘렸으면 좋았을거란 생각을 했다.


아니, 시각을 잃었으니 오히려 청각은 강해졌다. 나는 아직 남아있는 손으로 몰래 마법진을 펼쳤다. 내 손이 난도질당하지 않는건 아마 그 괴물이 내 눈을 감상하고 있기 떄문일것이다. 만지작 거리는소리, 낄낄거리는 소리, 칼이 점점 식어가는 소리까지. 전부 들렸다. 그리고 난 그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알았다.


나는 허공에 오로지 진동으로 이루어진 칼날들을 생성했다. 칼날들은 내가 원하는방향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아니, 빠르게 날아갔을것이다. 1초도 지나지 않아 고통스러운 신음이 들렸으니까. 


"너이 개새끼가...!! "


들려오는 소리가 맞다면, 그는 지금 다리 한쪽이 절단되어있을것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달라지지 않았다. 마력계통이 유출되어 마력은 전부 소진되었고, 무엇보다 그 괴물은 분노에 가득찼지만 나에겐 지금 무엇도 차있지 않았다. 고통이 계속 엄습해온다. 이정도 고통속에서 제정신을 유지한채 싸울수있는 사람은 없을것이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적어도 내 적을 분노케 했다는 그 사실에 만족하면서


그리고 그때였다.


"별자리들이여! "


내 안에 다시금 무언가가 채워진것이, 그리고 눈앞에 은하수가 펼쳐진것이


"예리코. 대체... "


"칫. 대마법사가 둘이나 있군!. 형제들이여!. 이 위치에 봉화를 쏘아올려라!! "


커다란 굉음이 울렸다. 불꽃이 타오르는 소리가 크게 울려왔다. 커다란 무언가가 떨어지면서 생기는 소리 역시, 선명했다. 분명히 이 위치에 무언가가 떨어지는게 분명했다.


"사지타리우스! "


그순간 무언가가 크게 뭉쳐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친구의 외침과 함께 강한 인력이 눈앞에 느껴졌다. 떨어지는것의 소리는 침묵했고, 적들의 소리는 비명과 함께 암전되었다.


"스승님?. 적의 봉화탑의 위치를 발견했습니다. 좌표를 보내드릴테니 아무나 요격을 해주십시오. 그 위치가 적들의 본거지입니다"


파지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다른 목소리도 들렸다.


'다들 봤지?. 좌표와 가장 가까운 아이는? '


'저인거같네요 스승님. 뿌리들이 타오르는게 느껴져요. 지금 그리스랑 같이 가고있어요'


'그래. 확실하게 처리해. 매즈, 예리코는? '


"예리코는..상대가 심각합니다. 마력계통이 손상되어 흘러나왔고, 두 눈이 척출되었으며 무엇보다 온몸이 난도질당한 상태입니다"


'제길. 조직적으로 공격해왔군. 너희들은 후퇴한다. 후방지역으로 피신해'


"알겠습니다... "


나는 몸을 일으켜보려고 했지만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상처는 사라지지 않았고 고통은 여전했다. 마법을 다루는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은 보다 더 강해진 자연치유력이다. 우리정도의 실력을 갖춘 마법사들에게 이정도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치유되는것이다.


하지만 마력계통이 손상된탓인지, 상처는 여전히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예리코. 대체 무슨 공격을 받은거야... "


침통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째서인지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눈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끝까지 자신을 따라와준것에 대한 감격일까, 아니면 자신의 이 비참한 꼴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친구에 대한 슬픔일까, 아니면 아무것도 못했다는것에 대한 무력감일까.


절망은 또다시 슬픔으로, 또다시 분노로 바뀌었다.


난 일어섰다.


"예리코. 무리하면 안돼. 안정을 유지해야... "


"되..갚아.. "


내 입에서 나올리 없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되갚아..줄거..야...죽여..버..릴... "


어느새 내 손에는 소리 가득한 에너지체가 있었다.


"예리코! "


그의 말을 무시한채, 난 하늘을 향해 그 에너지체를 쏘아올렸다.악보의 오선들이 하늘높이 뻗어 에너지체를 감싸안았다. 


들어본적 있나?. 악의섞인 말을 들은 식물들은 시들면서 자라난다고. 아무래도 그것이 사실인듯 싶었다. 내가 만든 저 마법은 내 악의로 인해 탁해진 색이였으니까


"들어봐 매즈... 들어봐"


드디어 나의 입이 선명해졌을때, 내가 처음 내뱉은 말은 나의 친구처럼 친절한 말이 아니였다.


"미친듯이 아름다운 이 소리를, 고막터져 죽어버릴정도로 소름끼치는 이 소리를. 부디 들어주세요"


손을 움켜쥐자, 마침내 소리는 멀리멀리 퍼졌다. 그 파동이 저 머나먼곳의 봉화탑에 닿는건 시간문제였다.


"봉화탑이 무너진다!. "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봉화탑에 닿은 파동은 메아리처럼 다시금 그 자리로 돌아왔다. 수십번의 진동이 그 땅을 수백번 난도질하니, 처음에는 아름다운 음악이였으나 중막에는 듣기 힘든 요란한 소음이 되었고 대단원에는 마침내 처량해졌다.


그리고 그 대단원에 다다를때 난 마침내 편히 눈감을수 있었다. 과부화되어 피투성이가 된 손을 내려놓고


눈을 감았음에도 귀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분노도, 원망도, 당혹스러움도 아닌, 슬픔섞인 걱정의 목소리가.


그리고 갈곳잃은 적들의 볼품없는 분노의 소리도 들렸다. 그들의 무기의 소리도 들려왔다. 하지만 더더욱 크게 들려온것은 천개의 태양보다도 더욱 공허하고 뜨거운 분노의 소리였다.


"네놈들이 나의 벗을 불태웠으니 나도 네놈들의 모든것을 불태워주마"


***


붉은 로브를 걸친 아이가 맨손으로 살아있는것들을 으깨고 있었다.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려한, 상반신만 남은 이의 머리를 군홧발로 깨부쉈다. 무기하나없는 아이는 오로지 손과 발로 이 모든것을 행한것이였다.


"처리 완료. 녹스는.... "


뒤를 돌아 백색 로브의 아이를 바라봤다. 순백의 로브는 이미 피로 점칠되어 있었다. 아이는 마치 춤을 추듯이 맹렬히 칼을 휘두르고 있었고, 그 앞에 놓여진 비루하기짝이없는 적들의 머리위에는 광휘가 떠있었다. 적들은 머리위에 떠있는 소름끼치게 밝은 빛때문인지 눈에서 피를 흘리며 멍하니 서있었다. 그들의 목에 칼이 날아오는것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마침내 살육이 전부 끝났을때, 백색 로브의 아이는 비틀거리면서 소름끼치게 웃었다. 그러나 이내 머리를 부여잡으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아~. 정말 개운하다. 눈앞이 엄청 어지러워서... 피가 무슨색이였는지 잊었다니까?. 하지만 이제서야 다시금 떠올랐어. 피는 붉은색이야, 이 선명한 붉음이야말로 전장에서 얻을수있는 최고의 전리품이지. "


"감상이 너무 길잖아 녹스. 이곳은 모두 정리되었어. 이제 스승님이랑 합류해야해"


사이키는 그러면서 귀에 꽂은 장치를 손으로 눌렀다. 그의 귀에는 메아리처럼 잔잔한 그의 친구가 생각치 못할 중상을 입었다는 내용이였다. 그의 심각한 표졍에 황홀감에 빠져있던 녹스도 표정을 바꿀수밖에없었다. 그들은 숲속으로 사라졌다


***


상반된 두 성질이 시체들 사이를 거닐고 있었다. 백색의 연기와 흑색의 불꽃이였다. 연기속에서 황동색 오르간 파이프들이 솟아나 연기를 내뿜고 있었고, 검은색 불꽃들이 오염된 땅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내 이 반석위에 교회를 세우리라"


연기가 쏟아져 나오는 파이프를 입에 물면서, 카프는 중얼거렸다. 그는 감상에 젖어있었다. 폐가 찢어진 자들과 색을 잃은채 타오른 자들이 뒤엉킨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였다. 대체 누가 이런 경이로운 상황을 만들어낼수 있겠는가. 오로지 그와 그의 연인만이 가능했다.


"카프"


검은색 불꽃을 일으킨 아이. 디프가 카프를 보며 말하였다. 그녀는 귀의 장치를 누르고 있었다.


"그래. 아무래도 우리의 처량한 처지의 친구가 모진 고통을 당했나보군. 안타깝구려"


"내가 상실되는것보다도, 카프에게는 의미있는거야? "


공허한 눈을 뜨며 디프는 카프를 빤히 쳐다봤다.


"어쩌겠나 나의 반쪽이여. 같이 연주를 할 친구는 그렇게 많지 않은데"


***


요새처럼 보이는곳 역시 시체들뿐이였다. 다른점이 있다면 그들 모두 불타는 십자가에 못박힌 모습이였다. 그들이 이곳에 세운 거대한 요새는 은색 액체로 인해 약해져 찌그러지기 시작했다.


"너의 눈에는 저 광경을 보는게 끔찍할거야. 공들여서 세운 요새가 저렇게 용해되어 부서지다니 말이야"


"크윽..말도안돼.. 저건 강철요새란 말이야...수은같은걸로 용해가 될리가.. "


"저 수은은 내가 마법을 통해 만들어낸 특수한 수은이거든. 너희 아리아의 백성들만 연금술을 잘하는게 아니라고. 다네트. 다른놈들은 안보이나? "


은색 로브를 걸친 아이가 연한 붉은색 로브를 걸친 아이에게 말하였다. 옛 제국의 유명한 시인의 복장을 한 아이의 주변에는 성정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그 성정들은 불타는 십자가에 박힌 이들의 손을 고정하기위한것이였다.


"헬레나의 성정은 반응이 없어요. 아무래도 전부 처리한거같은데요? "


"그럼 빨리 이동하자. 너도 느꼈지? "


다네트라 불린 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은색 로브의 아이도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이미 그 끔찍한 상황을 느끼고 있었다.


***


연기와 불꽃과 화염구를 뿜어대는 봉화는 비참하게 무너졌다. 액화된 유리들이 안으로 스며들어 안쪽에서부터 조각조각내었다. 주변을 지키던 병사들은 동충하초가 피어난 개미들처럼 몸의 모든것이 줄기에 흡수되어 미라처럼 된 상태였다.


"아...예리코...끔찍한 짓을 당했구나... "


이번일로 붍타버린 잡초들과 나무들에 슬퍼하던 빈은 잠시 그것들에 대한 슬픔을 거둘수밖에 없었다. 슬픔보다 더 큰 비탄이 엄습해왔으니까. 빈은 고개를 돌려 그의 파트너를 쳐다봤다. 거울조각들 사이에서 가만히 앉아있는 아이를 향해서


"그리스...운명이 우리를 슬프게 만들고 있어. 느껴지지? "


유리조각의 아이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빈은 그녀가 속으로는 걱정하고 있을것이라 생각했다.


아니, 그리 할것이라 믿었다. 그래야 직접 마주했을때 다같이 슬퍼할수 있으니까


***


그것이 이유였다. 그것이 원인이였고 그것이 대가였다. 우린 그 사건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할수 있었으나 마음속에는 큰 구멍이 남았다.


도서관에서, 모두가 손의 손 잡고 함께 해왔다. 서로를 지켜주자고 맹세를 하였다.


하지만 그들은 나를 지키지 못했다. 나는 나를 지키지 못했다. 비록 적들은 모두 멸했으나, 그건 대마법사가 아닌 그보다 낮은 마법사들도 가능한 행동이였다.


대마법사가 어떤 위치인지 아는가?. 절대 뚫을수 없는 난공불락의 벽과도 같다. 마법사들중 가장 높은 자리이며, 가장 강한 자리다. 그리고 가장 큰 의무를 지닌 자들이다.


그러한 위치에 서있기에는 우린 아직 너무나도 미숙했다. 세상에는 그들보다 더욱 강한 이들이 많을터였다.


그 일 이후로 우리는 점차 흩어지기 시작했다. 더이상 언제나 다같이라는 단어는 쓸수 없었다. 점차 도서관은 가끔씩 모이는 장소가 될뿐, 더이상 추억의 주체가 되진 않았다.


더이상 그 도서관이 전부인 세계가 남아있지 않을때, 우리는 비로소 성장할수 있을것이다.


그럼에도 난 매즈를 떠나지 않았다. 그가 도서관을 떠났을때, 같이 떠난것도 나였다. 별이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우리는 마법을 연구하였다. 소리가 가장 잔잔하게 울리는곳에서, 우리는 다시금 구멍을 메우고 있었다.


"예리코? "


그때 눈을 한번 잃었을때, 치료를 통해 시력을 회복할수 있었다. 하지만 후유증은 남았다. 불규칙적인 수면패턴의 극대화. 당연히 연구에 임하는 마법사들에게 좋은 현상은 아니였고 나의 부탁으로 매즈는 잠에 빠진 나를 꺠워주고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오늘은 그것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즈..내가 얼마나..잔거야..? "


"다행히 30분도 안됐어. 시간은 충분해"


우린 다시금 마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던중 있었던 일이다


"매즈..할말이 있어.. "


나는 지도를 꺼냈다. 종이가 펼쳐지고 손에 닿는 소리는 그 종이가 얼마나 오래된것인지를 알려줬다.


"이건 무슨 지도야? "


"유적의 지도...과거에 존재했다고 알려지는...카네이션의 유적지야... "


"거리가 멀긴 해도 금방찾을수 있겠네. 나도 같이 갈까? "


다음 말을 꺼낼 힘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알고있다. 더이상 나도 어린애 처럼 있을순 없다는것을. 그떄의 고통을 겪고도 같이 있으려 한다는것은 욕심일터였다. 그때 내 목소리에 암전이 사라졌다. 선명해지는 순간이였다.


"따라오지 않아도 돼. 이제 이곳에 있지 않을테니까"


눈앞의 친구의 표정이 변화했다.


"미안해 매즈... 하지만 언제까지고 이러고 있을수는 없어. 비록 너와 나의 연구가 도움이 된다고 해도, 나도 다른 친구들이 했던것처럼 혼자만의 길을 걸어야해. "


나는 고개를 작게 숙였다.


"그동안 고마웠어 매즈. "


그리고 그의 대답은 그리 놀랍지도 않았다.


"나도 고마웠어 예리코. "


내가 늘 생각하는 매즈의 모습에서, 바뀐점은 없었다. 우리들중 누구보다 너머를 보던 그의 얼굴이, 그의 표정이, 변함없이 나를 배웅해줬다.


"그때 내가 널 지키지 못했음에도, 날 따라와줘서 고마웠어. 난 알고있어 예리코. 너가 날 따라와준건 날 위해서였지?. 충격속에서 더더욱 강해지고 꺠우치기 위해 틀어박혀서 연구만 하던 나를 위해. 너는 이곳을 넘보던 자들을 처리해주고 내 연구를 도와줬던거겠지"


가파르던 숨은 그가 날 안아줬을때 물방울로 바뀌었다. 그동안 열리지 않았던 샘에 균열이 나는 순간이였다.


"그동안 너는 너 스스로 잘못했다고 생각했을거야. 무모하게 앞섰기 때문에, 방심했기 때문에, 상처입고 고통을 겪으며 친구들을 슬프게 해서. 그러한 생각들로 너 스스로를 난도질 하지마. 넌 아무런 잘못도 없으니까. 그리고 난 너를 탓하지 않으니까"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그것은 버릴수 없는 고통이였다.


"그러니 스스로를 탓하지마"


마침내 물방울이 흘러나와 줄기를 그렸다. 소리는 없었다. 그저 조용히 울뿐이였다.


"고통스러웠어. "


나는 조용히 말했다.


"답답하게 고통스러웠어"


"...이제 한없이 풀어놓자"


그의 목소리에서 슬픔이 느껴진다. 지금 울고있는 나보다도 더한 슬픔이. 그럼에도 눈물 하나 흘리지 않는 그를 보고 나는 또다시 스스로가 잘못된건 아닌가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이내 그 생각을 떨쳐냈다. 만약 내가 그리 생각한다면, 나의 친구는 더 슬퍼할테니까. 그러니 이제 나는 다시는 슬퍼하지 않겠다 맹세하리라.


그날밤. 유성이 너무나도 밝았다.


***


동굴속에 세워진것은 금색 벽돌로 만들어진 숨겨진 유적이였다. 그것에 한 소녀가 걸어왔다. 보라색 로브를 걸친 금색 눈의 소녀가. 종달린 지팡이를 바닥에 튕기면서 그녀는 잔잔히 울리는 메아리를 즐겼다. 유적 안에서 그녀는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벽의 벽돌들중 하나가 손에 눌렸을때 잔잔한 빛이 켜지고 오르골 소리가 들려왔다. 소녀는 그제서야 바닥에 앉았다. 그리고 그녀는 조용히 소리에 잠들어 눈을 감았다.


마침내 소녀는 다시금 혼자가 되었다. 하지만 영원한 고독은 아니였다. 그녀는 다른 이들이 그러하듯, 언젠가 다시 친구들 곁에 돌아오리라


대마법사가 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