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앞에 버려진 아이. 어머니를 기다리다 지쳐 쓰러진다.  쓰러진 아이를 깨우는 또래의 여자아이. 함박 웃음을 지으며, 아이에게 먹을것을 건낸다. 아이, 부모가 아닌 이에게 처음으로 받아보는 호의를 받아드린다. 빵은 딱딱했다.


 여자아이가 인근 교회에서 운영하는 무료 급식소에 있다는 것을 안다. 천애 고아가 된 아이, 소녀를 보기 위해 매일 점심 그녀를 

찾아간다. 그녀, 웃는 얼굴로 아이를 반갑게 맞이해준다. 무표정하던 아이의 얼굴에 희미하게 미소가 띈다. 


 친해진 두 사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수녀님에 의해 거둬진 고아출신이라는 것에서 아이는 여자 아이와의 공감대가 

형성된다.  주관이 뚜렷하고, 당찬 모습의 여자 아이에 남자는 서서히 빠져든다. 서로의 이름을 주고 받는 두 사람. 꼭잡은 

두 손 마주친 두 눈 남자 아이의 가슴이, 뛴다. 


 그렇게 즐거운 한 때를 쭉 이어나가던 어느날,  언제나처럼 방끗 웃고 다니던 그녀가 무료 배식소에 보이지 않는다. 자신을 

반겨줄 익숙한 얼굴이 보이지 않자 어찌 해야 할 지 모르는 남자아이. 하루, 이틀, 일주일, 한달이 지나도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아이, 자신을 반기던 그녀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기 위해 몰래, 무료 배식소를 운영하던 교회에 몰래 잠입한다. 

 

 숙덕거리는 수녀들의 이야기에서, 그녀가 성녀로 발탁되었다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아이는 그 이야기를 듣고 성녀를 

육성하는 수도원으로 달려간다.  


 마주친 그녀의 모습. 생기 발랄하던 모습은 어디에가고, 초점 잃은 눈동자에 굳게 닫힌 입술이었다.  아이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그날, 성가대인척 변장하고 수도원에 들어가 아이는 여자 기숙사 옆에 자라난 커다란 나무를 올라탔다. 


 똑똑똑, 창문을 두드린 아이. 그녀, 반응한다.  아이를 보자 소스라치게 놀라는 그녀. 하지만 아이를 보고, 다시 눈에 

생기가 도는 여자 아이. 둘은 대화를 나눈다.  


 여자 아이는 말했다. 예언의 구슬이 물들었고 자신은 성녀로 발탁되었다. 자신은 성녀로 교육받고 5년 뒤에 벌어지는 

용사제에서 발탁 된 용사의 짝이되어 살아 갈 것이다. 나의 운명은 그렇게 정해졌다. 너에게 미리 말하지 못해 미안하다. 


 아이는 말한다. 도망치자. 함께 도망쳐서 살자. 하지만 여자 아이, 그럴 수 없다 말한다. 자신에게 쥐어 진 운명을 거부 

할 수 없다 말한다. 그러며 우는 여자 아이. 

 

 서럽게 우는 여자 아이를 껴안으며 아이는 결심한듯 말한다. 용사제가 5년. 내가 만약 용사가 된다면, 너를 데리러 

갈 수있겠지? 주먹을 꽉 쥐고, 아이는 말했다. 여자 아이, 그것은 무모한 짓이니 그리 하지 않아도 된다 말 하지만 

결심에 찬 아이, 뒤돌아 내려가며말한다. 


5년뒤에 보자.


타고 올라 온 나무에서 내려가 저 너머로 사라지는 아이. 여자 아이는 그런 아이의 모습을 바라본다. 


 그리고나서, 현재의 시점. 용사제의 우승과 함께 얻게 된 성검. 용사, 칼을 뽑는다. 칙칙한 묵색의 칼. 용사,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간 있어왔던 용사제에선 우승자= 성검에게 선택받은 자였다. 그렇기에 그 또한 너무도 당연히도 그럴꺼라 여겼는데, 

아니었다.  다행인 점은, 그간 있어왔던 용사제 때문에 왕에게 하사받은 이 성검이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은 오로지 

그만 알 뿐. 눈치를 살피며 밖으로 나간다. 


 밖에는 성녀가 있었다. 새초롬한 얼굴로, 문 밖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그녀. 그, 표정을 바로 잡고 길을 걷는다. 

그간 있었던 일들을 주고 받는 두 사람. 이어진 길들을 쭉 걸으며 행복에 젖는다. 한참을 즐겁게 데이트를 즐기고 

나서, 성녀를 데려다준다. 수도원 앞, 용사를 올려다 보는 성녀의 맑은 두 눈. 짧은 키스. 내일을 기약하며 헤어진다. 


 복잡해진 머리를 식히고자 주점에 들른 그, 평생동안 먹어 왔던 술 보다도 많은 양의 술을 마신다. 


만취한 용사. 몸을 가누지못하고 자리에서 휘청이자, 친분이 있던 그 술집의 종업원이 그를 부축한다. 만취해서, 이제는 집에 

가야겠다 생각한 그 자리에서 일어난다. 주점 밖을 나가려는 찰나, 테이블 위에 비스듬히 두고 온 칼을 종업원이 그에게 전한다. 


환히 웃는 종업원.  취기가 가득해 몸을 제대로가누지 못하는 그는 건내는 칼을 제대로 받지 못해 놓혀버린다. 


 종업원, 바닥에 떨어진 칼을 쥐어 그에게 건내려는데, 칼집이 스르륵 밀려나와 바닥에 떨어진다. 


 종업원이 쥐고 있던 떨어진 칼 집에서 드러난 검신. 그 무엇보다도 환한 불빛을 내며, 빛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술이 확 깬 용사, 재빨리 칼집을 닫고 술집을 나간다. 비틀 비틀 걸어가는 그 모습을 보며 부축해주겟다 말하는 종업원. 

남자는 괜찮다 라고 하려 하다, 쓱 뒤를 돌아 그를 바라본다. 날카로운 눈빛.

 

 그를 자택까지 부축해 준 종업원. 용사는 주위를 쓰윽 둘러본다. 아무도 없다. 아무도, 없다.  제법 좋은 사이였기에, 용사는 

종업원에 대해 잘 알았다. 쌔근쌔근 잘 웃는 그 종업원은, 노망이 난 홀어머니와 산다. 가족이라고는 그 어머니 뿐이기에, 

죽거나 사라져도 아무도 쉽게 알 수 없을것이었다. 


 술집의 주인은, 그가 만취해서 나오기 전에 이미 자러 들어갔었다. 부축을 하고 왔다는 사실은 그와 용사만 알았기에, 

용사는 뒤돌아 가는 종업원에게 천천히 걸어나갔다.  


 인기척을 느낀 종업원, 뒤돌아보지만 눈에 보이는 것은, 칙칙한 묵색 검. 꿰뚫린 목과, 쓰러지는 자신의 몸. 볼에 닿은 차가운 바닥의 기운을 느끼며 눈을 감는 종업원. 용사는 주위를 살피며 종업원을 들어 하수도에 버린다. 


 도망치듯 뛰쳐 나가는 용사. 용사의 뒷편으로 후드를 쓴 노인이 음흉한 눈빛으로 용사를 바라보았다. 


 집에 도착한 용사. 숨을 헐떡거리며 방에 도착한다. 손에 잔뜩 묻은 피. 좌 우를 둘러본다. 멋드러지게 장식된 방 안. 문 건너편에는 거울이 있었고 두리번 거리던 그의 눈에 피를 잔뜩 묻히고 자신을 바라보는, 거울 너머의 짐승같은 자신의 모습과 눈이 마주친다.


 성검을 쓸 수 없게 된 용사. 아니, 사실 용사라고 부를 수도 없는 짐승이 되어버렸다.  어떻게 해야 하나, 잠도 못자고 입술을 깨물고

아둥 바둥하던 용사의 앞에서, 후드를 쓴 어느 노인 하나가 다가 온다. 


 난처한 일을 겪고 있지 않느냐, 천에 하나 만의 하나 정도 있을 운이 나쁜 일을 당한 것 아니냐. 누구에게도 함부로 말 할 수 없는 

어두운 길에 들어선 게 아닌가?  


 자신이 저지른 짓에 대해 마치 다 알고 있는다는듯이 기분나쁘게 웃는 노인. 용사는 노인의 멱살을 잡고 어디까지 알고 있느냐 

물었다.  


 사라진 종업원이 아무도 보지 않는 시궁창 밑바닥에 여섯조각으로 잘려 있다는 이야기부터 해야할까? 아니면 종업원이

쥔 검에서 황금빛 서광이 비춰진 것 부터 말 해야하나?


 그것도 아니라면 용사제의 우승자의 손에 쥐어진, 밋밋한 묵빛의 검에 대해서 부터 말 해야하나 .


다 알고 있었다. 노인은. 용사는 입술을 깨물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한번이 어렵지 두번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용사는 허벅지에 찬 단검의 묵직함이 생각이 났다. 허나 노인은

멱살을 잡힌채로 그런 용사의 심리조차 꿰뚫어 보고 있다는듯 말 했다.


 여기서 나를 죽인다고 해도, 삼일밖에 남지 않은 출정식에서 당신이 뽑아야 할 묵빛의 검은 달라지지 않는다. 당신이 그 자리에 

머물기 위한 고통, 인내. 그리고 노력을 그렇게 허망하게 날릴 순 없지 않느냐?


 하늘은 아무것도 해 준것이 없는데, 스스로 일궈낸 이 성공길을 계속해서 이어나가야 하지 않겠느냐?


 노인의 말이 용사의 심장을 관통했다.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옳은 말이었다. 이대로 성녀를 다른 사람의 손에 넘길 수 없었다. 

게다가 자신이 자신의 손으로, 용사가 될 법한 그 후보를 없애 버리지 않았던가? 다른 누구가 성검을 일깨울 수 있을지 모를 일

이었다.  


 그래서 당신이 나에게 해 줄수 있는 게 무엇이냐? 성검은 이것 하나 뿐인데 내가 달리 선택 할 길이 있는 것인가


 용사는 나지막히 노인에게 물었다. 노인의 검은 눈으로 용사의 복잡미묘한 얼굴이 비춰졌다. 


 방법이 있으니까, 제가 당신의 곁으로 온 것이 아니겠습니까? 무엇하나 손색 없이 보일법한 칼이, 저에게. 있습니다.  저따위 

칼과는 비 할 바 없는 진짜베기 명검인 것이지요.


 노인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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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써야하는데 설정이나 플롯만 생각이 나서 예전에 소재텝에 던저두었던거 뒷내용 더 이어서 써봤음.  요즘 너무 몸이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