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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석은 이은주에게 연락을 받고 학교 근처 카페에 들어갔다.

카페에 들어가니 커피 냄새가 향긋하게 퍼졌고 카페의 주인이 그를 보며 말했다.

"어서오세요. 이쪽으로 와서 주문해주세요."

"저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주세요. 그게 제일 싼거죠?"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제일 싸지만 맛은 일품입니다. 그나저나... 계산은 뭘로 하실건가요."

"카드로 할게요."

"네, 카드주세요."

잠시후 오진석은 커피를 받고 주위를 둘러보다 손짓을 하는 유은정을 보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뭐야, 애들은 어디가고 너 혼자 있어?"

"화장실 갔어. 아 참 은주가 너한테 오라고 한 이유 말 안했지?"

"그치. 왜 안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유은정은 자신이 시킨 아이스 티를 한 모금 마시고 해맑게 웃었다.

"사실 내가 계획 한거야! 전학와서 극한 아싸가 된 너를 위한 반 친구를 소개하는 시간! 빰빠라빠~"

"아니 할거면 전학 온지 얼마 안됐을 때 하던가 뭘 또 그렇게 한참 뒤에 친하게 지내는 애들이 있는 상황에서 또 누굴 소개한다는거야?"

"슬슬 애들이 올텐데... 언제 오려나~ 오늘은 우선 두명만 만나보는 거야. 좋지?"

"아니 소개 할거면 나한테 먼저 물어..."

그때 카페 문이 열리며 키가 작고 털니트를 입은 여자와 그에 비해 키 크고 덩치도 큰 남자가 들어왔다.

"왔다! 기다려. 내가 소개시켜줄게."

유은정은 둘을 보고 둘에게 다가갔고 오진석은 유은정을 보며 생각했다.

'그래도 이제 원래대로 돌아온 거 같아서 보기 좋네. 그나저나 그때 이후로 은주랑 만난적이 없네...'

유은정은 둘을 먼저 오진석이 있는 자리로 보내고 종업원에게 주문을 하고 잠시 기다리는 사이 두 사람은 오진석 앞에 앉았다.

"시발 저 미친년은 사람 오게 하고선 아무것도 준비도 안 해온 거냐."

검은 머리에 흰 스크레치가 있으며 뺨에 반창고를 붙인 남자는 멀리 있는 유은정을 보며 불평불만을 하는데 옆에 앉은 여자가 땀을 닦으며 말했다.

"참아~ 은정이가 원래 그러는 아이인걸 너도 알잖아~ 그래도 우리 대신 사주는 거니까. 잘 참아봐 솔이야~"

"쳇... 사줄거면 전화를 해도 되는거잖아. 매번 문자만 달랑 보내고 친해지길 바래를 하기는 무슨 어휴..."

남자는 오진석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나는 2학년 1반 오솔이라고 한다. 옆에 있는 애는 비바람이야. 네 얘기는 이슬이한테 들은 적 있어. 걔도 정상은 아닌데... 아무튼 만나서 반갑다."

옆에 있던 비바람은 울먹거리며 오솔이를 바라봤다.

"아... 내 이름은 내가 말하려고 했는데..."

"그랬냐? 시발... 말을 하지... 난 그것도 모르고..."

비바람은 눈물을 닦고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내가 다시 하면 되지. 흠흠..."

비바람은 목을 가다듬는데 여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내 소개를 할게. 나는 솔이랑 같은 반인 비바람이라고 해. 나는 능력은 없고 그냥 수인이야. 비율은 9 대 1인데 어디가 9일거 같아?"

비바람은 꽃받침을 하며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머리 위에 조금씩 꿈틀거리는 작은 귀와 살짝 튀어나온 앞니는 그녀가 쥐과의 수인이라는 걸 말하는 것 같았고 눈매가 처진 실눈과 작지만 해맑고 활동적인 그녀의 몸은 비슷한 행동을 하던 유은정과 달리 특별한 친밀감이 느껴지는 기운을 내뿜었다.

"둘 다 만나서 반가워. 내 이름은 오진석이라고 해. 그리고 너는..."

오진석은 오솔이의 손을 잡고 그의 눈치를 보며 비바람에게 말했다.

"사람쪽이 9인가보네."

"정답이야. 만나서 반가워~"

오진석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진 찍는 소리가 들려왔고 셋이 소리가 난 곳을 보니 유은정이 웃음을 참으며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

"이야~ 멋지다. 멋져! 전학와서 중2병 없어진 진석이랑 성격이 아직 애인 솔이랑 작아서 애같은 바람이가 만났다! 애삼트리오 멋지다!"

유은정은 히죽거리며 세명에게 사진을 보여줬고 오솔이는 그 사진을 보고 화를 내기 시작했다.

"시발 저게 돌았나. 야 이 시발새끼야. 나 그렇게 찍히는거 싫어하는 거 몰라?"

비바람도 오솔이의 등 뒤에서 살짝 나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맞아! 나도 갑자기 찍히면 못나게 나오는 거 같아서 싫다고!"

오진석은 둘의 말에 공감을 하듯이 고개를 끄덕이다 유은정을 보며 말했다.

"얘네 말이 맞아. 얼른 지워. 그리고 애삼트리오가 뭐냐? 멍청하긴..."

유은정은 오랜만에 치는 장난이라 그만두기 싫어 웃으면서 말했다.

"아니 왜? 재밌잖아. 이런 좋은 장면은 두고두고 봐야 해. 애삼트리오라는 말도 정말 잘 지은거같지않아?"

유은정의 뻔뻔한 행동에 셋은 동시에 대답했다.

"당장 지워!!!!"

.
.
.

"오늘 생각보다 예쁜 옷 입고 왔네. 진석이 때문에 그래?"

"그런거 아니야... 그냥... 오랜만에 만나는데 흉한 몰골은 좀 별로잖아. 그냥..."

이은주는 얼굴을 붉혔다. 유지나는 그걸 보고 모른척 하며 이어서 말했다.

"그건 그래. 나도 요새 동아리 애들이랑 연습한다고 목을 많이 써서 오늘 목사탕 먹고 왔잖아. 오랜만에 만나는데 애들한테 아픈 모습을 보이기 싫은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뭐야~ 난 아픈게 아니잖아."

"비슷하잖아."

유지나와 이은주는 카페 밖에 있던 화장실에서 나와 들어갔는데 종업원이 방금 들어온 둘을 불렀다.

"저기요, 이거 고객님의 일행 분들 음료니까 받아가시고 좀 조용히 얘기 할수 있도록 해주세요. 다른 고객님들도 있으니까요."

"네 감사합니다. 애들 조용히 시킬게요!"

유지나와 이은주는 두 잔을 챙기고 아까 앉았던 자리로 가는데 그곳에는 머리에 음료를 올리고 엎드려있는 유은정과 그녀의 폰을 풀려고 하는 세명이 있었다.

이은주는 그 상황을 보고 이해가 되지않아 멍때리기 시작했고 유지나는 탁자에 음료 두 잔을 두고 말했다.

"다들 뭐하는 거야?"

"너네 왔구나. 유은정이 우리 몰래 찍은 사진 지우려고."

"맞아. 유은정 나빴어! 나랑 솔이랑 여기 진석이가 한대씩 때리는 사이에 핸드폰 꺼서 잠가버리고!"

"시발... 10회 틀렸다. 3분을 언제 기다려! 아오 이 시발새끼가 진짜!"

유지나는 세명의 말을 듣고 머리에 음료를 바치고 있는 유은정을 바라봤다.

"은정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유지나의 물음에 유은정은 울먹이면서 얘기했다.

"너무해... 장난인데... 왜 안받아주는거야."

"그야 사람마다 싫어하는게 있으니까 그렇지. 장난인걸 알면서도 불쾌한게 좀 있잖아."

"나도 아는데... 하지만 오랜만에 하는 거라..
 계속 하고싶었다고..."

"그래도 애들이 싫어하는데 안지울거야?"

"안지워! 패턴도 안알려줄거야!"

유은정은 당황하는 유지나와 패턴을 푸려고 애쓰는 아이들을 보고 속으로 웃으며 생각했다.

'이렇게 삐진 척을 하면서 개고생하는 쟤네 바라보는게 얼마나 재밌는데 왜 금방 알려줘야 하는거야.'

비바람은 유은정을 물끄럼히 바라보다 오솔이에게 말했다.

"솔이야! 나 그거 좀 줘봐. 내가 풀어볼게."

유은정은 무언가 깨림칙한 기분을 느꼈다.

"바람아... 뭘 하려는 거야...?"

비바람은 웃으며 유은정의 앞에 앉아서 그녀의 핸드폰 화면을 보여줬다.

"은정아."

비바람의 목소리는 순식간에 낮아졌다.
익숙해진 오솔이를 제외하고 근처에 있던 아이들은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그녀의 웃음은 밝아보였지만 분위기는 전혀 그러지않았다.

유은정은 그걸 더욱 느낄 수 있었는데 왜냐하면 그녀의 주머니 안에 있던 검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교육관에서 괴한들을 보며 떨지 않았던 검이 지금 떨고 있었다.

비바람은 천천히 유은정의 화면에 있는 패턴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패턴은 톡톡톡 일자로 그어지다 비바람이 손을 때니 패턴이 틀렸다는 소리가 들리며 한가지 알람을 보였다.

{패턴 30회 틀림 10분 대기 해주시길 바랍니다.}

"30회... 여기서 몇번 더 틀리면 어떻게 되더라..."

유은정은 웃으면서 말하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범상치않음을 느꼈다.

"바람아... 아니야. 그러지마. 내가 잘못 했어. 그러니까 나한테 다시 줘."

"손 뻗지마. 손 뻗으면 이상태로 컵에 넣어버릴테니까. 이 아름다운 밀크티 안에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까? 향긋한 냄새에 빠질수 있으려나? 나는 좋다고 보는데 말이지."

비바람은 자리에 있던 컵을 들어 유은정의 핸드폰과 같이 자신의 볼에 갖다대었다.

그러면서 같이 올라가는 입꼬리는 두려움을 느끼게 하기에 적당했다.

"제발... 알려줄게! 알려줄테니까. 더 틀리게 해서 공장 초기화 되게 하지 말아줘!"

유은정과 비바람을 보고 당황하는 오진석을 보며 오솔이는 담담하게 말했다.

"귀엽지? 저게 바람이가 빡치면 하는 행동이야. 양볼에 손을 올리거나 물건을 올려서 귀여운 표정을 짓는데 분위기는 전혀 그러지않지. 카피바라 수인이라고 하지만 인간의 정도가 9인만큼 많이 온순하지않지."

"넌... 뭔가 많이 아네... 카피바라 수인이라는 거도 알고."

"난 쟤랑 매번 같은 학교에 같은 반에 옆집에 살고 있으니... 싫어도 웬만큼은 알고 있어."

"그럼 좀 말려봐."

"못해. 시발 저런 상태는 나도 못 말려. 예전에 싸우다 앞니에 존나 쎄게 물려서 피난 적이 있거든. 그때 이후로는 잘 못말리겠더라. 그때만 생각하면 무서워... 그렇지만..."

그러나 비바람이 컵을 너무 기울인 탓인지 그녀의 볼에 댄 컵에서 밀크티가 조금 떨어지고 있었다.

"저러면 쟤가 다치겠네. 쟤가 다칠바엔 내가 물리는게 낫지. 시발..."

그때 오솔이는 그녀에게 다가가 컵을 빼앗고 자리에 뒀다.

"야... 너 돌았냐? 볼 다 데었겠네. 할거면 좀 얌전히 하지. 뭘 그렇게 멍청한 짓을 하냐... 옷도 다 버리잖아."

비바람은 오솔이를 째려보다 언제 그랬다는 듯이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아~ 집에 니트는 많은 걸~ 그건 그렇고 유은정이 찍은 사진 먼저 풀어야 하잖아."

비바람은 오솔이를 보고 살짝 웃으며 말하는데
아슬아슬하게 컵안에 들어가려고 하는 핸드폰을 보고 유은정은 불안에 떨었다.

"우으으... 풀어줄게! 너가 그런 모습 하니까 무서워서 장난도 이제 못치겠다!"

"고마워~ 은정아~"

헤실헤실 웃는 비바람을 어이없게 보던 오진석은 어디선가 단 향이 느껴져 옆을 보니 이은주가 얼굴이 붉어진 채로 그의 옆에 서 있었다.

"뭐야 너... 어디 아파?"

"오랜...만이네..."

"그래 오랜만이네. 그때 이후로 보지 못했던거 같아."

"그런가? 하하..."

이은주는 웃으며 옆머리를 귀 뒤로 넘겼다.

"근데 너, 향수 뿌린거야? 단내가 나네."

"으응... 냄새 괜찮아?"

오진석은 이은주의 머리를 넘기며 그녀를 응시했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가 조심스레 냄새를 맡았다.

"냄새 좋네. 어디 향수야?"

이은주는 그를 살짝 밀어내고 머리를 다듬었다.

"있어... 내가 좋아하는 향수야..."

그때 다시 셔터 소리가 들려왔고 둘은 소리가 난 곳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유은정이 웃으며 사진을 계속 찍고 있었고 유지나와 비바람은 유은정의 뒤에서 음료를 마시며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너네 뭐해?"

이은주는 웃고있는 셋을 보며 당황하는데 책상을 닦던 오솔이가 이은주를 보며 말했다.

"연애질은 너네끼리만 해. 시발 굳이 여기까지 와서 해야겠냐?"

"연애질이라니... 우린 아직 사귀지않는 걸... 그치 진석아? 진석아?"

이은주가 옆을 보지만 오진석은 사라지고 없었다.

"뭐야 진석이 어디갔어?"

이은주가 아이들을 보고 물어보지만 전부 모른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
.
.

오진석은 고개를 들어 문득 창밖을 바라봤을때 방독면을 쓴 남자가 자신과 아이들을 보다 도망가는 것을 보고 카페 밖으로 나가 골목으로 따라 들어갔다.

그리고 방독면을 쓰고 있는 남자의 앞으로 가 그를 막고 바라봤다.

"오랜만이야 아빠."

방독면을 쓴 남자는 방독면을 벗으며
희고 거친 머리와 잔흉터가 있는 얼굴을 드러냈다.

"혼자사는 건 어렵지않아? 몇달 전에 전학을 보내달라고 말했다면서 어제 너희 엄마가 까먹었다가 문자보고 생각나서 나한테 말했다. 능력은 좋은데 기억력이 예전같진않나봐. 아무튼 힘들진 않고? 힘들면 아빠랑 같이 가자."

오진석은 아이들이 있는 카페를 잠시 보다 살짝 웃으며 그를 보고 대답했다.

"아니... 전학와서 친구들이랑 같이 있다보니 좋아졌어. 내가 가진 것도 이젠 저주라고 생각하지않게 되는 거 같기도 해. 혼자서도 잘 지내고 있어. 그런데..."

오진석은 말을 멈추더니 그를 안았다.

"아빠, 아빠는 괜찮은 거지? 엄마도 잘 있고?"

그도 아들을 안으며 대답했다.

"그래. 일하는게 바쁘지만 잘 지낸다. 아빠가 누구냐. 내가 청마루를 세운 사람이야. 일이 끝나면 다시 돌아올게. 그때는 엄마랑 같이 올테니까 걱정하지말고..."

"언제나 약속은 지켰으니까 믿을게. 꼭 돌아와줘. 다치지 말고."

"그래... 그러마."

둘은 포옹을 끝내고 서로를 다시 마주봤다.

"예전보다 밝아졌지만... 너가 아직은 애네. 나중에 보자."

남자는 방독면을 다시 쓰고 오진석의 어깨를 살짝 두드리며 골목길 사이로 들어갔다.

그때 오진석의 핸드폰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ㅡ"

전화를 받자 이은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석아! 어디에 있는거야? 화장실에도 너가 없다고 그러던데 왜 말 없이 사라져서 걱정하게 만드는거야..."

"미안 아는 사람을 봐서 급하게 가느랴 그랬어."

"정말? 다행이다... 얼른 돌아와. 은정이야 우리 사진 찍었어."

"그거 지우지 않았어?"

"그거 말고... 너가 내 향수 냄새 맡을때 그때 찍었어."

"이런 씨... 당장 갈테니까. 걔 붙잡아! 핸드폰을 부셔버리든가 해야지."

오진석은 전화를 끊고 카페로 다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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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제목을 정했습니다.
처음 생각했던건데 예전에 영어제목같은건 별로 좋지않은 제목이다 같은 말을 들어서 고민을 했던 제목입니다.
생각을 해보니 제가 작가도 아니고 생각나는 대로 막 하렵니다.

후일담을 간략하게 적어보자면
이제 아마 유은정은 둘에게 핸드폰을 빼앗기고 사진이 지워지는 슬픈 일이 일어날겁니다.
다른 아이들은 그 셋이 하는 걸 보면서 대화를 할테죠.
오진석의 아빠는 다시 일하러 떠났을테고요.

그가 세웠다는 청마루라는 곳이 뭐하는 곳인지는 나중에 풀도록 하겠스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