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혜성과 같이 나타나 몸을 불사르며 빛내다 떠나간다

여기, 누구보다 길게 찬란히 빛나던 혜성이 떠나간다

자오선에 군림하며 바다를 넘어 땅의 끝에서 끝까지

대륙을 넘어 대륙 끝까지

지난 일흔해, 해가 지더라도 대신 빛을 밝히던 혜성이

이제 타고 남은 재만 추려 먼 암흑의 공간으로 떠나간다

그러나 슬퍼하지 마라

객성이 급작스레 찾아왔듯, 떠나는 것 또한 급작스러우나

그 여행길은 우리 모두가 지나가고 지나야 할 길이니

여행에 끝엔 저 하늘 너어 오르트 속에서 다시 만나리라

그리고 지구에서 빛나던 시간보다 몇배는 긴 기다림을 지내고

혜성은 다시 돌아와 세상을 비추리라

그때 다시 한번 우리에게 희망의 빛이 되소서

칠흑같던 암흑기를 버티게 해준 빛이여

왕국이 기욺에도 친히 버팀돌을 자처했으며

분열의 위기에도 백성을 버리지 않고 봉합하며

새 시대의 후계자를 남겨두고 떠나가니

신이시여, 부디 떠나가는 혜성의 여행길이 무탈하도록 도우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