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위로 솟아난 수천개의 산봉우리중 가장 낮은곳에, 사람들은 겨우겨우 삶을 꾸릴수 있었다. 옛 재앙의 여파로 이 세계의 평지들은 전부 유독성 액체로 뒤덮히고 그나마 비정상적인 융기활동으로 인해 생성된 산맥만 남았다.


카마시스-72. 혹은 뫼산게아라고 불리우는 이 행성에는 거대한맥들에서 목축을 하며 살아가는 백성들, 그리고 독성의 바다에서 해조류와 해괴수들로 삶을 연명하고 심해의 분출구를 활용하는 백성들이 살고있다.


척박한 환경속에서 거주민들은 더욱 강해졌다. 그리고 얄궂게도 그들의 문명은 기술적 단계가 아닌 초상적 단계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거대산맥에서는 산신들을 섬기는 선인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독성바다에서는 고대의 영물들에 대한 숭배가 행해졌다.


최초의 마법사는 샤먼들이라는 말이 있듯이, 자연스럽게 행성만의 독자적인 마법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개입하는 이유다. 마법연맹이라는 이름을 달고있는 우리에게는 모든 세계의 마법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곳의 주민들은, 특히 선인들은 상대하기 귀찮은 자들이다.


"참 별일이 다있구려. 하늘에서 큼지막한게 내려오길래 제왕성이 내려앉는건줄 알았건만 설마 하늘을 나는 배일줄이야"


"저희들이야말로 갑자기 공격해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다행히 실력이 좋으셔서 다치신데는 없으신거같군요"


이곳의 초상문명은 우리들의 예상보다 더 진보되었다. 가축때를 지키는 개한테도 마법을 가르쳤을줄은 꿈에도 몰랐다. 처음에는 거대산맥의 선인들과 독성바다의 사제들만 마법을 쓸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기록을 갱신해야할거같다.


어쩌면 이 땅의 모든 거주민들이 마법을 부릴수 있을지도 모른다.


"허허. 그대야말로 실로 신묘한 술법을 사용하는구려. 설마 천둥을 쏘다니! "


하지만 기술문명은 뒤떨어지는듯 보인다. 총기를 보고 천둥이라고 칭하다니. 만약 이곳에 화약이 전파된다면 무슨일이 일어날까?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마법연맹 소속 특전부 사령관 폴라리스라고 합니다. 이 세계와 우호적 관계를 맺고 싶어서 왔습니다"


"알수없는 말들이 많지만, 나중에 깊이 대화를 나누면 될터. 우선 산신원에 온걸 환영하구려"


우린 가장 먼저 이곳 거주민들의 생활환경을 조사하였다. 앞으로 이 행성과 우호관계를 다지기 위해서는 우리가 지원해줘야할것이 뭔지 알아야할 필요가 있다.


"평균기온은 낮은편인데... 역시 마법이 발달해서 그런건가. 방열수단은 잘 갖춰져있어. 우선 전기시설을 도입하는게 급선무겠지"


"전기?. 그쪽 세계에서는 천둥을 갖은곳에 쓰나보구려"


아무래도 지원해야할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거같다.


그렇게 조사를 이어가는 도중 일이 터졌다.


"선인 나으리!. 문제가 생겼습니다! "


"뭔 일인가? "


"아니 글쌔 산 너머에 뭔가 거대한게 세워졌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나뒀는데, 시커먼 연기같은게 피어올라 경치를 망가뜨리니 북풍도사께서 직접 부수러 가셨는데..."


주민은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시커먼 연기?. 설마...


"말해주십시오. 대체 무슨일이 일어난겁니까? "


".. 갑자기 강철로 이루어진 군세가 튀어나와서 북풍도사를 공격했습니다. 간신히 산신원에 모셔놓았지만.."


"허. 선수를 쳤군"


"폴라리스?. 답해주시구려. 어떤 자들이오? "


"톱니바퀴라 불리는 기업입니다. 이곳에서는 조합이라 부를수 있겠군요. 온갖 이질적인 기술과 마법으로 작동되는 무기들을 판매하는 잇속에 눈이 먼 장사치들입니다. 놈들이 만든 건물은 무기를 생산하는 공장인데, 이것들은 온갖 오염된 폐기물들을 발생시킵니다. 그들이 공장을 세운 땅들은 전부 사람이 살수 없게 되었죠"


"허면 그들이 이곳에서 무기를 만들기 위해 우리 산신원을 도모하고자 하는건가?. 가만히 놔둘수 없겠군." 


"저희들이 나서겠습니다. 톱니바퀴는 우리 마법연맹과 오랫동안 대립했습니다.저희가 나가야 마땅하죠"


"아니. 우인들은 물러나 있게. 뫼산게아의 일은 그 주인들이 결정할 일이니. 내 친히 저들의 목을 치고 그 성을 부술것이다"


"나리. 아무리 선인이라고 해도 저들을 상대하는건..."


"저들이 천둥을 쏜다면 우린 비바람과 우박으로 대응하면 될뿐. 혹은 음흉한 꿍꿍이가 있는건 아니겠지? "


이것이 내가 그들을 귀찮게 여기는 이유다.


이 영감탱이들은 너무 똑똑하다.


***


공장이 위치한곳은 백륜산이라 불리는곳이다. 이곳은 독성바다와 맞닿아있는 곳이기에 두 영역간의 교류의 창고였다.


하지만 공장이 내뿜는 온갖 폐기물들이 독성으로 이루어진 바다조차 더럽히고 있었다.


"보라. 이것이 탐욕가득한 생산의 부산물이 일으키는 흑이니라. 저 독하고 위험한 대양조차 이것들을 손사레치는구나! "


선인은 구름을 타면서 소리쳤다. 이윽고 구름의 형태가 창처럼 변하더니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무기가 향할곳은 이미 정해져있었다. 그러나 본디 하나밖에 없었던 공장이 지금은 거대한 공업단지가 되어 백륜산 전체를 뒤덮으니 건물 하나 부순다고 달라지는일은 없었다.


"운광대군!. 저희들도 도우러 왔습니다! "


해안가에 거대한 방주가 나타났다. 그 위에는 한손에 작살을, 다른 한손에 주술을 위한 방울을 들고있는 수염이 덥수룩한 장정이 동료들과 함께 서있었다.


"오!. 아오르신 아닌가!. 천명을 받들게나!. 모조리 쓸어버리세! "


기업 자산에 손실이 벌어지고 토착 생명체들이 모여들고 있음을 감지한 공업단지에서 비행접시 형태의 드론들을 사출하였다. 수백 수천개의 드론들이 레이저 포인터를 조준하여 그 힘을 과시하고 있었다.


"이 요사스러운 괴물들이 이젠 빛까지 흉내내는구나!. 내가 진짜 빛을 보여주지! "


운광대군이 거울을 꺼내더니 하늘높이 들었다. 그러자 태양빛은 물론이거와 그 태양빛에 가려진 별빛까지 모조리 거울에 모여들더니 이내 드론들을 순식간에 불살랐다.


이윽고 바다에서는 거대한 용오름이 솟아나더니 이내 땅으로 내리꽂았다. 순식간에 건물 두체가 박살났다.


하지만


"이건 말이 안됩니다! "


"저것들이 악귀들의 힘을 빌리는구나! "


선인들과 샤먼들이 본것은 망가진 드론들의 잔해가 공중으로 떠올라 다시 공장으로 돌아간것. 그리고 부서진 건물들이 다시금, 그것도 빠른속도로 복구되는 광경. 더욱 충격적인건 벽이 일부 부서진 공장 안쪽에. 바로 그 망가진 잔해들이 다시 분해되고 수리되어 더 강한 형상으로 변하는 모습이였다.


"공격을 멈추십시오. 싸울수록 저들만 유리합니다. "


그때 나선것이 폴라리스였다.


"저것들은 지금 이땅의 자원들로 드론들을 생산하는겁니다. 더군다나 공장은 사람 한명없이 무인으로 작동되죠. 공업단지 전체를 부수는게 아닌이상 한체만 남아있어도 원래대로복구할겁니다"


"허면 전체를 부수면 될터"


나는 순간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운광대군은 자신의 칼을 땅에 꽂았다. 내가 생각하는게 맞다면...


"백륜산의 노송들과 축생들이 안타까우나, 사사로운 정으로 일을 그르칠순 없을지니"


"나리!. 백륜산을 조각낼 작정이십니까!? "


"내가 이렇게 하도록 저들이 종용하는구나!. 내 저들의 군세를 보고 알았다. 이대로 놔두면 저들은 이 땅 전체를 쇠로 이루어진 지옥으로 뒤덮을것이다. 일분 일초도 부족하다. 지금 당장 내가 할수있는 일을 할것이다"


하늘위에 거대한 구름이 생겨나더니 이내 냉각하여 거대한 얼음덩어리로 변모했다. 백륜산역시 심하게 흔들리며 뜨겁게 달구어지고 있었다.


확실히 예정된 패턴에만 의지하는 무인공장은 예상하지 않을 방식이지만 나역시 마찬가지다. 너무 과격하지 않는가?


"이빨을 거두고 이땅에서 사라지거라! "


그렇게 말하며 운광대군이 손을 내리치려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순간 하늘에서 거대한 빛의 기둥이 쏟아져서 얼음덩어리를 관통하고 공업단지를 파괴했기 때문이다. 순간 하늘을 바라보니, 태양은 온데간데 없고 오직 별뿐이였다.


저마법은, 너무나도 잘알고있다.


"날은 예리하나, 손은 거칠기 이를데 없도다. 딱 이럴때 어울리는군요. "


별자리가 새겨진 로브를 걸친 자가 걸어오면서 말하였다.


그는 나의 스승. 별의 마법사 매즈 콘스텔라였다.


"이 무슨.. 하늘의 상조차 바꾸다니!. 진정 그런 술법이 존재한단 말인가!?. 대체 어느 경지에 다다른 진인이란 말인가.. "


격이 다른 마법을 본 선인들과 샤먼들이 경악하고 있었다.


"놀라게 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늦어서 죄송합니다. 하마터면 산 하나가 사라질뻔했군요. 저는 마법연맹의 대마법사. 매즈 콘스텔라라고 합니다. 두 세계간의 우호관계를 다지기 위해 저 역시 이곳에 왔습니다. "


"그대는 우리의 은인이고 또한 본받아 마땅한 진인이오. 관계를 다질 가치가 있다고 확신이 드는구려"


"마찬가지입니다. 이곳의 기상 마법은 참으로 정교하더군요. 하지만 그것때문만이 아닙니다"


그러면서 나에게 걸어왔다.


"선생님 어째서 직접 오신거죠?. 그쪽 일이 급하다고 들으셨는데.."


"더 급한일이 일어났으니 왔다네. "


그러면서 나에게 종이를 건내줬다. 난 그 내용을 유심히 읽었다.


아마 그때 내 얼굴이 크게 일그러졌을것이다.


[톱니바퀴 그룹이 카네이션 가문 유적지를 침공했습니다]


[하여 카네이션 가문의 영향을 받은 뫼산게아 역시 공격범위에 들어섰습니다]


[가문의 황금기 함대가 이동중입니다]


[현재 그곳이 최초 격전지로 예상됩니다]


[파견군과 행성주민들의 무운을 빕니다]


졸지에 또 전쟁겪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