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음이 물씬 풍기는 오후. 따스한 햇살에 자외선으로 뜨거워진 몸을 식혀주는 선선한 바람. 나무에는 파릇파릇 나뭇잎과 꽃봉오리가 개화를 기다리고 있는 따뜻한 봄날씨였다. 

커다란 담 너머에는 창문 달린 집과 잔디 딸린 정원도 보이고 근처에서 강아지를 산책하는 동네주민도 보인다.

주변 정찰(이라고 말하고 1시간동안 바깥 탐험이라고 쓴다)을 끝낸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정찰을 한 결과 몇가지 알아낸 사실은 이거였다.

시대는 현대. 자동차 비행기 등등 교통수단이나 전자기기등등을 훑어본 결과 지금은 2000년대 초반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내 기준으로 2000년대 초반이지 여기 시대 사람들 기준으로는 대충 202x년대 정도일테지.

사람들은 다 평범한 인간들로 보였다. 적어도 머리에 귀랑 꼬리가 달린 수인이나 망토 두르면서 날아다니는 마법사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인것 같다. 어딘가에서 숨어있을 가능성은 있지만 어차피 7일 후에 죽을거 나랑 별 상관 없겠지.

대충은 이 정도이다. 근데 아까부터 자꾸만 주변 상황을 파악하는가 하면 그건 당연하것이다. 모든것은 '혼란'을 막기 위해서이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다. 사람들과는 다른 행동을 한다.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니다.

이러한 것들이 한두번으로 끝나면 족하지만 이것이 반복이 되면 다른 사람들은 의심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의심은 곧 혐오로 변하게 된다.

'나와는 다른 이상한 존재' 라는건 무리를 짓는 습성이 있는 종족들에게는 커다란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혐오를 낳기 때문이다.

그 예로 나는 몇번째인지는 잊었지만 고도로 발전한 과학기술 시대에 가정용 로봇으로 전생한 적이 있었다. 거기서 실수로 판타지로 가득한 마법주문을 읇어버려서 어떤 이상한 기관에 끌려가 분해당하고 시스템 정지당해서 죽은 기억이 있어서 전생한 후에는 이상하더라도 이렇게 정보를 얻어낼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그때 기관에게 끌려가서 받은 걸 생각하면 지금도 등골이 오싹하다.

이렇게 얻은 정보를 내 옆서 붕붕 날아다니고 있는 꼬맹이 사신에게 설명했다. 어떠냐! 나의 정보수집 능력이!

새까만 색의 커다란 관복을 입고 소매를 흔들거리고 있는 조그맣고 귀여운 사신님 추혜. 찰랑거리는 고동색의 단발머리와 루비처럼 붉은 색의 눈동자를 가진 곧 사망하는 나를 인도하러온 사신님이다. 그런데 이 사신님은 나의 설명를 듣고 시큰둥한 표정으로 함숨을 쉬었다.

"너 바보아냐? 그런거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검색해서 조사하면 되잖아"

……… 그러면 되겠네. 어쩐지 내가 엄청 한심해 보이는데 이 꼬맹이가 그런 눈으로 바라봐서 그런가. 그건 그렇고 이 사신님 스마트폰도 알고 의외로 박식하다.

"얘가 실례되는 생각을 하는것 같네. 그치만 그게 맞아! 난 천재라구!"

사신님이 당당하게 허리에 손을 짚으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자기가 자기를 천재라고 말하는건 좀 그렇지만 아까 언령도 쓰는 것을 보면 보통 급의 사신은 아닌 것 같다.

"굉장하네"

순수하게 감탄하자 사신님은 기뻤는지 베시시 웃으면서 소매로 입을 가렸다. 그리고 아까보다 잘난 표정을 지으면서 나를 척 가리켰다. 

"그럼 이제 나를 좀 달리봤겠지!  그러니까 앞으로는 꼬박꼬박 존댓말하고 나를 좀 무시하지 말라고"

"그래봤자 수습사신이잖아"

"수습이라도 실력은 상급이상이거든!"

내 말에 발끈하면서 소리쳤다. 굉장히 자존심 높네…

"잘 들어. 나는 명계에서 제일가는 귀족인 신 가문의 후계자에 그 대사신 명태랑의 뒤를 이을 천재 사신님이시라구~"

"아 그래"

내가 영 반응이 없자 추혜는 당황했는지 주절주절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신으로 전생해본 녀석이 신 가문이랑 명태랑을 모를리가 없잖아?! 신 가문이라고! 그 명태랑이라고!  염라대왕님이나 옥황상제님과 상대 못 할 정도의 대사신인 명태랑급의 천재성을 가지고 있다니깐!"

"아 그러냐"

"얘가 자꾸만 안 믿네! 좀 더 놀라서 무릎 꿇고 황송해해야지! 너 나 무시하냐?"

"아니 무시하는건 아니야"

"이게…"

추혜는 자신이 무시당하고 생각하고 있는지 이를 빠드득 갈았다.

"잘 들어. 나는 너를 언령 한 방에 널 죽일수도 있다고! 알겠냐! 전생만 해서 나사빠진 인간아!"

"그게 가능할까? 해볼래?"

턱을 괴고 담담히 대답했다. 하지만 추혜는 별거 아니라는듯 씨익 웃었다.

"허허… 이 자신감만 머리에 가득차서 생각도 못 하는 어리석은 인간을 어찌할꼬… 잘 들어라! 나는 사신이다! 너희들 인간들은 절대로 피할 수 없는 존재이다!"

"아 그러셔? 그럼 나는 연태랑이다."

순간 어이없다는 듯 멍한 표정을 지었지만 끝내 분노를 참지 못 했는지 단단히 화가 난 듯 했다.

"이게 감히 연태랑을 모욕해! 좋아! 후회하게 만들어주지! 꿇어라!"

"……"

"어떠냐? 이것이 너와 나의 눈높이… 음?!"

"이게 다냐?"
나는 하품을 하면서 침대 위에서 드러누워서 배를 벅벅 긁으면서 말했다.

"뭐야?! 왜 언령이 통하질 않는거야! 너 도대체 뭐야?"

"그냥 전생자라니깐"

추혜는 미지의 공포를 느낀 것 같이 벌벌 떨면서 나를 바라봤다. 나는 다리를 긁으면서 말했다.

"나한테 그런거 안 통하니깐 소용없어"

"언령이 통하지 않는 인간은 처음 봤어… 아무래도 상부에 보고를…"

추혜는 진심으로 놀란듯 뒷걸음질을 치면서 경계했다. 그리고 부적을 꺼내더니 귀에 대고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움직이지마"

언령에 걸려서 그대로 돌처럼 굳어버린 채 움직이지도 못하는 추혜에게 나는 가까이 다가갔다.

"오,오지마! 오지말라구!"

추혜는 진심으로 겁을 먹은듯 움직일수 없지만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럴수는 없는데… 네가 상부에 보고하면 귀찮아진단 말이야"

"너 도대체 뭔데! 나한테 언령을 걸어서 움직임을 막고 심지에 해주법조차 파훼시키고!"

추혜의 목소리에는 그야말로 공포의 색이 묻어나왔다. 이질적인 존재가 자신조차 모르는 힘으로 궁지에 몰았으니 그럴만도 할까.

"그럼 어디보자 어떻게 구워 삶아줄까?"

"너 나한테 무슨짓을 하려고! 이상한 짓 시킬 생각이지!"

"글쎄다 그것도 좋을지도? 흐흐흐…"

내가 군침을 흘리면서 점점 가까이 다가가자 추혜의 붉은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러나왔고 목소리도 점점 떨리기 시작했다.

"으에엑 아,아니에요… 나 맛없어요… 이상한 짓 하지 말아주세요…"

이런 너무 괴롭혔나보나. 나는 부적을 뺏고 언령을 해제시켰다.

"네가 상부에 보고만 하지 않는다면 너한테 아무런 피해도 없을거다."

추혜는 언령이 풀리자 사고가 멈춘듯이 멍하니 있었다. 그러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참 거래하자"

"무슨 말이지?"

"내가 죽을때까지 상부에 보고 하지 않는 조건으로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둬 그럼 너한테 해코지 안 할게"

"너는 특이한 녀석이구나"

"응? 왜?"

"세상에는 이상한 녀석이 많거든. 기회만 보면 나를 해 할려는 사람 투성이었지. 가문의 주적이다, 예쁘게 생겼다 하면서 나를 노리는 녀석 투성이었어. 근데 넌 기회가 있었는데도 나를 해하려 하질 않네?"

"전생에서 여러가질 보고 여러가질 겪었거든. 기분 더러워지는건 질색이야"

나는 부적을 추혜에게 던졌다. 추혜는 부적을 받으면서도 신기한지 여전히 정신이 없는 표정이었다.

"이상한 녀석"

"어떻게 알았냐? 나 이상한거"

추혜는 이게 웃겼는지 웃음을 흘렸다. 똑같이 나도 따라서 웃음이 났다. 우리는 왜인지 처음보다는 가까워진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느덧 저녁 노을이 세상을 주황빛으로 물들였다. 시간이 남아돌아서 tv도 보고 인터넷도 하면서 손화령의 기억과 대조하면서 손화령에 대해 알아갔다.

"앞으로 7일인가…"

나는 침대에서 천장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7일. 길면서도 짧은 기간이다. 시한부인 몸으로 태어난 이상 이 시간을 유익하게 쓰고 싶었다. 어차피 죽으면 또 전생해서 다른 존재가 되겠지만 시간이란 유한한 것이고 생명은 고귀한것이다.

죽음 앞에는 모두가 평등하지만 그 전에 손화령으로 살아온 추억이 있고 손화령의 소중한 사람들이 슬퍼할것을 생각하면 기분이 우울해졌다.

"왜 무서워?"

추혜는 내 옆에서 고개를 까딱이면서 물었다.

"아니 그닥"

"표정은 영 아닌데?"

"그냥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가 고민이 되서"

"아까 전에는 밖에 나가겠다고 난리를 피우더니 갑자기 조용해지네. 진짜 이상한 녀석이야"

"그건 정보수집 때문이야 어쩔 수 없었어"

"아까도 말했지만 그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해결하면 됐을것을 바보구만"

"전생했을때 조사할게 없으면 말짱도루묵이라고"

"그래서? 이제 앞으로 뭐할건데?"

추혜는 공중에 뜬 상태로 누워있는 나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커다란 붉은 눈동자에 빨려들어갈것 같은 아름다움이 거기에 있었다. 무심코 입을 맞춰도 이상하지 않을 거리였다.

"글쎄다~"

운동이나 외출은 집안에서 금지시키는것 같고. tv나 게임 같은건 재미있긴 하지만 오래하면 질린다. 뭐 할거 없으려나…

"그냥 세상을 돌아다녀보는건 어때?"

"그러니까 외출금지라구~"

"그 저기…"

이 사신꼬맹이가 왜인지 입을 우물우물거리면서 주춤주춤 했다.

"음? 왜 그래?"

"그게 그러니깐…"

얘가 이상하네. 이쪽 눈치를 살살 보면서 얼굴을 살짝 돌리고 올망졸망한 눈으로 바라보니 뭔가 수상했다.

"무슨 일인데 화장실 가고 싶어?"

"사신은 화장실 안 가도 돼!"

"아 그랬나?"

"너 일부러 그랬지!!"

들켰네. 그럼 뭐지.

추혜는 용기를 낸듯 말을 더듬고 부끄러워 하면서 입을 열었다.

"내, 내가 어떻게든 해줄게… 가만히 내버려두는것도 좋지만 그… 그, 그러면 불쌍하기도 하고! 내가 특별히 내가 널 도와주겠어! 감사히 여기도록 해!"

왜 네가 베풀어주는 것처럼 말하는데. 뭐 그건 됐다. 그건 나에게도 좋은 일이다. 맘껏 밖에 나가도 의심 받지 않아도 되고 남은 기간동안 실컷 놀 수 있을것이다.

"애초에 네가 언령으로 조종하면 되는 일이잖아?"

"아 그건 안 되는 일이야"

"무슨 말이야?"

"내 힘을 써서 맘대로 설쳐댔다간 그거야말로 바보가 할 짓이지"

"너 정도라면 걸리지 않고 간단히 할 수 있을텐데 아까 전에 나한테 언령을 건 것처럼"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야"

"갑자기 거미인간 얘기는 왜 하는건데?"

얘가 이걸 알고 있네. 설마 본 건가? 요새 사신은 현대 문물을 전공으로 수업이라도 받나?

"어째됐든 나는 인간들 상대로 내 힘을 안 쓸 거니까 그렇게 알아둬"

"뭐 알았다 그렇게 알아두지"

그때 노크가 들렸다. 누구지.

"아가씨! 어머님께서 오셨어요"

가정부 아주머니인가보다. 아까전에는 언령이 걸려서 인형처럼 서 계셨지만 내가 돌아온 후에 추혜가 기억을 수정 시켜서 해제 시켰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럼 부모님 얼굴을 뵈러 가볼까. 침대에서 일어나서 가정부 아주머니를 따라 1층으로 내려가자 굉장히 젊고 무척이나 아름다운 여성이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나하고 닮은 얼굴이어서 순간 언니인가라고 생각했지만 손화령의 가족중은 언니가 아니라 부모님과 오빠 1명 나(손화령)뿐이었다. 그러므로 이 젊고 아름다우신 동안 여성분은 내 어머니가 됩니다. 외모는 어머니에게 물려받았구나.

"화령아 몸은 괜찮니?"

어머니는 내가 많이 걱정스러운듯 슬픈 얼굴을 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괜찮아요"

"어딘가 아프면 반드시 근처 사람에게 알려줘야 해 알겠지?"

어머니는 굉장히 상냥하고 좋으신 분 같다. 손화령의 기억에서도 어머니와의 기억은 좋은 추억이 잔뜩 생각났었다. 근데 아버지는 보이지 않는군.

"뭐야 있었어?"

무척 심기에 거슬리는 것을 본 것 같이 짜증을 내는 목소리가 들렸다. 뒤돌아보니 남자 2명이 서 있었다. 올백 머리에 슈트가 잘 어울리는 근육질의 남성과 잘생기고 인기 많아보이는 스타일의 남성이었다.

내 아버지와 오빠이다. 올백머리의 근육질 남성이 아버지이고 잘생긴 녀석이 오빠지만… 손화령의 기억에는 이 둘과는 좋은 추억이 그닥 존재하지 않았다.

"오셨어요 여보"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아버지는 재킷을 어머니에게 내던지고 차갑게 말했다.

"얘는 왜 밖에 나왔지?"

"아 그게…"

어머니가 아무 말도 못하자 가정부 아주머니가 대신 입을 열었다.

"오늘 아가씨가 사모님을 만나고 싶다고 하셔서요"

"아직도 젖먹이야~? 이 아줌마 따라다니게?"

  오빠라는 작자가 건방진 말투로 끼어들었다. 왠지 거슬린다. 하지만 여기서 잘 대처해야만 나는 손화령으로 있을수 있다.

"그게 오늘 이상한 꿈을 꿔 가지고…"

"풋! 뭐야 그게! 초딩이냐!"

"아뇨…아하하…"

여기선 참자. 손화령의 기억대로라면 이렇게 행동했다. 여기선 침착하고 이 녀석들에게 대들지는 말아야 한다.

"이봐 왜 가만히 있는거지?"

추혜가 짜증을 감추지 않은 채로 저 둘을 노려보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당당하게 대화를 할 수 없다. 아버지는 날 노려보며 계ㄷ단을 가르켰다.

"넌 방으로 돌아가서 나오지마라 또 쓰러지면 귀찮아지니"

"네…"

나는 순순히 그 말을 듣고 꾸벅 고개를 숙이고 방으로 돌아왔다. 돌아올 때 약 올리는 듯이 보고 있는 오빠라는 작자의 얼굴이 보였지만 이를 갈면서 방문을 닫았다.

"후우…"

나는 깊은 한숨을 쉬며 다시 침대에 앉았다. 추혜는 기분이 상한 듯 나에게 따졌다.

"저 둘은 뭐지? 굉장히 기분이 나쁘네!"

"일단 가족관계상으로는 아버지와 오빠야"

"가족관계?"

"나는 저 남자들과 피가 이어지지 않았거든"

"그것은…"

추혜도 이해한듯이 혀를 찼다.

"손화령이라는 여자가 참 딱하구먼 이런 인생을 살다가 젊은 나이로 죽다니"

추혜는 진심으로 슬픈 듯 했다. 추혜 성격이라면 화를 내며 끼어들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끼어들지 않는건 인간의 일에 관여해서는 안된다는 사신의 규율때문이겠지.

손화령은 어렸을때 어머니의 재혼으로 이 집에 들어왔다. 처음 집에 들어왔을 때부터 저 남자들은 나를 적대시했고 어머니를 하대했다. 기분 나쁜 녀석들이다.

"그런 손화령의 몸에 들어왔으니 너도 참 안쓰럽군"

"무슨 말 하는거야?"

추혜는 고개를 까딱거리면서 이해를 못하는 얼굴을 했다. 아무래도 설명할 필요가 있어보이는군.

"난 손화령의 몸에 들어온게 아냐. 내가 손화령인거지."

"무슨 말이야?"

"어… 그러니까 지금까지 손화령으로 살다가 나의 기억을 되찾았다! 라고 하면 이해 돼?"

추혜는 더욱더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했다. 쉽게 말하면 기억상실이다. 나는 손화령의 어머니의 딸로 태어나 손화령으로써 자랐지만 전생의 기억을 잊어버린것이다. 그리고 죽기 7일 전에 '나(손화령)'는 '전생의 나'의 기억을 되찾은것이다. 전생할때 꽤 여러가지 케이스가 있어서 곤란하다니깐.

내가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주자 추혜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한듯 했다.

"전생이란 꽤 복잡하구먼"

"너도 해보면 알게 돼 해줄까?"

"그런 일이 가능한 건 지금껏 연태랑 밖에 없었다구. 간단한게 아니야."

"아 그래?"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렸다. 목소리는 어머니였다.

"화령아 무슨일이니? 울고 있니?"

"아뇨! 예전 학교 친구에게 전화가 와서요"

"그러니… 그럼 이따가 저녁 먹으러 오렴."

어머니의 발소리는 멀어졌다. 잠시 우울해졌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나에게는 시간이 7일 밖에 안 남았으니.


어느덧 밤이 되었다. 하늘에는 커다란 달이 떠 있었고 세상은 캄캄했다. 창문 밖에는 가로등만이 켜져 있었고 개가 짖는 소리도 이따금 들려왔다. 그 후 저녁을 먹었지만 그 남자 둘은 식사시간에도 나에 대한 압박은 계속 됐다. 꾸역꾸역 참아가면서 먹었지만 맛있는 음식도 정말 맛없게 느껴지는 저녁이었다. 나는 불을 끈 채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하려고 했는데 추혜가 가까이 다가왔다.

"야 별 보러 가자"

"지금?"

추혜는 씨익 웃더니 손가락을 튕겼다. 그리고 나를 침대에서 끌고 나와 집 밖으로 나가게 했다. 적어도 옷이라도 갈아입게 해줘라. 나는 아직 잠옷차림이라구.

어쩔 수 없이 잠옷 차림으로 밤바람을 맞았지만 따뜻한 봄 날씨라 그리 춥지는 않았다. 집을 나와 근처 공원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공원은 사람이 없고 한산해서 밤하늘 별 보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아까 암시 썼지?"

아까전에 추혜가 손가락을 튕긴 건 암시 능력이다. 사신은 원래 인간에게 간섭하면 안 되지만 어쩔 수 없을 때 간섭을 하고 암시를 걸어 기억을 지운다.

"흥! 암시 정도는 식은죽 먹기야"

추혜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툴툴대는 표정도 귀여웠다.

"실력도 좋은데 왜 아직 수습인지 모르겠네"

아까전에 언령도 그렇고 암시도 그렇고 실력으로 따지면 적어도 사신대 소속중에서도 상당한 강자일것이다. 아직 꼬맹이라서 그런가?

"얘가 또 상당히 실례되는 생각을 하고 있구먼"

추혜가 쏘아보았다. 뭣?! 어떻게 알았지?! 사신의 능력에는 마음을 읽는 능력은 없을텐데! 

"뭐 내 실력은 인정하나보군! 난 천재중에 천재라고!"

"그래봤자 어랜애지만 말이야"

"뭣! 나 어린애 아니야! 난 어른이라고!"

"너 몇살인데?"

"14000살"

오호라 14000살. 인간 나이로 치면 성인의 나이이므로 어른 맞네. 사신은 수명이 굉장히 길다. 워낙 싸워대느라 많이 죽어서 문제이지.

"그냥 키가 작은 것 뿐이라고! 나는 어른이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꼬맹이니깐 넌 꼬맹이야"

"이게! 확 지옥으로 보내버린다!"

추혜는 내게 달려들었다. 내가 받아넘길려 했지만 이 몸이 워낙 유리몸이라 받아넘기지 못하고 고꾸라졌다.

추혜는 꼭 끌어안고 넘어지다보니 얼굴과 얼굴이 가까웠다. 좋은 향기가 코끝을 간질였고  루비같은 붉은 눈동자에 빨려들어갈것 같았으며 입술과 입술이 맞닿을 듯이 가까웠다. 추혜는 부끄러워졌는지 나에게서 떨어지려고 나를 밀어냈다.

나도 왠지 부끄러워져서 순순히 추혜를 놓아줬다.

"이, 이상한짓 하지마 나 맛없어"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짖궂게 캐물었다.

"응~? 이상한 짓이라니 아까 전에도 그렇고 그 이상한 짓이 뭘까요?"

"너도 알고 있잖아!"

"나 17짤이라서 구런고 잘 몰라여~"

"이게!"

"먼데여~ 알려주세여~"

내가 계속 캐묻자 추혜는 부끄러워하면서 입을 열었다.

"야,야한짓…"

 "야? 한? 짓? 구게 모에여~"

"그,그게…"

추혜는 어지간이 부끄러운지 내 귀에 속닥속닥 얘기를 해줬고 나는 그걸 듣고 빵 터졌다.

"푸하하하하하!! 뽀,뽀뽀!! 뽀뽀래!! 낄낄낄낄!!"

"웃지 마! 확 지옥으로 보내버린다!"

"아 저기 말이야 야한짓이라는것은…"

내가 대놓고 말하자 추혜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홍당무처럼 변했다. 귀 근처에서 연기도 나는 것이 사고 회로가 정지됐나?

"아 참고로 여자끼리는…"

"여,여자끼리?! 그,그렇게!?"

얘가 홍당무처럼 새빨개졌는데도 부끄러워 하면서 잘 경청하네. 역시 사고회로가 정지되서 그런가.

"거,거기를 그렇게 하고! 이렇게 하고 xxxx를 하면서!! 히익!! 그, 그다음은!!"

"그 다음은 xxxx를 xxx 하고 xxxxx 하면서 xxxx 해"

"오,오호… 그렇구만 그럼 응용해서 xxxxx를 xxxx하면…"

"얘가 머리가 잘 돌아가네 그런 방법도 있지"

"그, 그렇군… 그럼…"


왜인지 사고회로 정지되었는데도 응용 잘 하는 꼬맹이사신님과 겉으로만 미소녀인 전생자의 걸즈 토크는 밤하늘 아래에서 꽤 길게 이어졌고 밤은 깊어졌다.


후기

오늘은 여기까지. 

퇴고 안함 띄어쓰기 신경 안 씀 대충 생각 나는데로 씀 플롯 설정 안함 캐릭설정 대충 함 

또 한가지 수위는 지킵니다. 백합백합하지만 19금 전개는 안 나올것 같습니다

여러번 19금 전개가 생각나도 유혹을 이기고 수위를 낮추고 있어요

19금은   몰라요 나중에 삘받아서 19금 타이틀 달고 따로 써버릴수도 있죠

다음화는 조금 늦어질것 같네요 또 시간 나면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