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필자는 뭣도아닌 그냥 시 좋아하고 평론 끄적이는거 좋아하는 일개 창붕이1임

앞으로 하는 소리들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아줬음 해

최대한 좋은이야기만 하고싶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시 두편을 꼽아봤어

오늘까지 해서 총 35페이지까지 봤으니까 대략 1600작품정도 봤겠네

그나저나 작가 멘션 해도 될랑가 모르겠다



1. 새벽쇳빛 - 한아름

https://arca.live/b/writingnovel/76839305

딱 이걸 보고나서 아, 창문챈 평론 한번 해야겠다 마음먹었어.

시는 소설이나 수필과 달라서 대개 그 길이가 아주 짧기 때문에 어떠한 서사보다도, 첫인상과 작품의 분위기가 평가를 좌우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이 시는 여러모로 탁월해


사실, '새벽쇳빛'의 주제는 꽤나 진부한 편이야.

그러나 이 시의 좋은 점은 역설적으로 여기에서 나오는데, 이 진부하지만 차갑고, 또 감성적인 이미지를 아주 간결하면서도 여운이 남는 문체로 풀어내고 있거든.

위에서 언급한 문체를, 조금 더 상세하고 객관적인 시점에서 풀어보면 '호흡'의 효과적인 활용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개인적으론 시를 읽으며 작가가 의도한 분위기를 끌어내는데에 있어 대부분은 이 호흡에서 온다고 봐.

어디에서 독자가 잠시 멈추게 할 것인가, 또 어디에서 독자가 길게 읽도록 할것인가, 어디에서 감정을 터뜨리도록 장치할 것인가 등등


시로 돌아와서 2연의 두번째 행을 봐보면 '빈 지하철'을 굳이 '빈 지하/철이'식으로 행간걸침을 채용했지.

이게 이 시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부분이라고 봐.

'빈 지하'라는 짧은 단어로 캄캄한 이미지를 그리도록 유도하고, 행간걸침을 통해 잠시 한 호흡을 멈춘 뒤

'-철이 이따금씩 지상역을'로 이어가며 이어지는 비교적 밝은 이미지로 반전시키는데, 행간걸침이라는 쉽지 않은 기법을 절묘하게 잘 쓴 듯 해

외에도 과해석이라면 과해석이겠지만 약간은 독립적으로 보이는 2연의 4행을 줄바꿈 없이 이어간 것도 수동적으로 바뀌는 시야를 연출한 것 같아 좋았어.


굳이 아쉬운 부분을 찾자면 마지막 연이 1,2연에 비해 조금 흐리멍덩한 느낌이라는 것 정도?

뭐 이건 어디까지나 매우 주관적인 영역이니까


여담이지만 시좀 자주 올려줬음 좋겠어.

전작부터 확 문체가 성숙해진 느낌이라서 앞으로가 기대됨




2. 송아지 - 김엘리야

https://arca.live/b/writingnovel/59047182

아마추어 시들 중, 이런 이미지의 시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대가 이 시라고 생각해.

종전에 소개한 시와는 달리 비교적 평이한 구성을 취하고 있지만, 문체는 정말 잘 가다듬어진 것 같아.


툭 툭 떨구듯 말을 건네는 부분이라던가, 특별할 것 없이 담백해서 좋은 시어의 선택들,

그리고 잘 짜여진 구조를 '송아지'의 장점으로 꼽을 수 있겠네.

또 고질적인 문제인 시의 마무리도 깔끔하고 무게있게 잘 처리되었고.

비슷한 색조를 공유하는 '벼이삭'과 '송아지'를 배열하고, 먼저 등장하는 '벼이삭'에서 '모가지를 드리우다'라는 상에 비해 비교적 생소한 이미지로 의도하는 바를 은은히 던지는게 아주 능숙하게 다가왔어 .


좋은 시에서 또 굳이 조금 걸리는 부분을 찾아보자면 3연 1행에서 '푼 듯이' 대신 그냥 '푼 듯'으로 처리했어도 나쁘지 않았겠다는 점?



사실 기교가 많은 시여야지 무언가 말을 털어놓을때에도 재미있고 쓰기도 좋은데, 이런 인상의 시는 뭔가 쓰기가 힘드네.

워낙 시 평론이라는 분야 자체가 추상성에 기대고 있다보니 그런걸까.




이 두개가 딱 보고 괜찮다 싶었던 시들이야.

이 둘의 특출난 점은, 물론 그냥 잘 쓴것도 있지만, 베낀 것 처럼 모난 데 없는 문체와 순수 시에 충실했음이 가장 크지 않을까.

창챈에 올라온 꽤 많은 시를 읽으면서 느낀 점인데 너무나도 기성 시인의 문체에 기댄 시들이 많다고 느꼈어.

특히 이상과 윤동주.

나중가선 이상의 모더니즘을 겉만 빌려 쓴 시만 보면 신물이 날정도로 엄청 많았슴

내가 왈가왈부할 위치는 아니다만은 자기만의 시를 써준다면 더더욱 좋겠다

진짜진짜 찐막으로 사실 시상도 굉장히 한정되어있다고 느꼈어

우울과 사랑, 술 기타등등...

좀 더 새로운걸 보고파


암튼 별거없는 글 끝가지 봐줘서 고맙고, 그럼 앞으로도 좋은 시들이 많이 올라오길 바라며 여기서 마칠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