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자마자 눈 앞에 보이는 것은 노을이 비치는 해변이다. 특이한 향이다. 섬 위에 있지만 그 섬마저 곧 잠길 것 같다. 묘한 최면에 걸린 것처럼 내 몸이 움직인다. 뇌에서 명령을 한다.


'이 바다 속에 들어가서 푹... 빠지자고.'


몸을 담그자마자 깊은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 눈을 뜨자마자 내 몸이 녹아가는 것 같다. 숨을 쉬자 자연스럽게 그 물을 코로 마시기 시작했다. 코가 아파야 하는데 아픈 감각은 없고 하나로 되어가는 느낌만이 내 몸을 감쌌다. 이 바다와 동화되자 눈이 뜨여졌다.


"여긴..."


내 눈 앞에 있는 것은 작은 컵 속의 블랙홀. 내 입 안에 남은 것은 쌉싸름하지만 미소를 짓게 하는 잔향. 입가에 미소를 짓고는 다시 컵을 들었다. 눈을 감고 다시 최면에 빠져든다. 시간을 녹여버려도 괜찮다. 이대로 나는 바다에 푹... 빠져버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