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바치리다

임의의 고정됨 서임의의고정됨


2023.08.08

이 편지 너머의 그 곳엔 지금쯤 봄이던? 알 도리 없소.


난 지금 내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 날 짓누르고 있으리다. 그리고 또 혼돈만 남았소.


비탄이 있을 자리엔 누군가의 시체가 덮었고, 애탄을 해야할 자리엔 묘가 하나 있소.


어찌 이리 더울꼬, 생각해 보기로 했으리다. 허나 난 버티고 있소. 앞으로도 그럴테지.


이런 가망없는 세상에서도 난 그대의 평온을 생각하며 의미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소.




그 편지 너머의 그 곳엔 벗이 있던가? 알 도리 없소.


난 지금 내가 자초한 일에 휩쓸려 절친에게도 외면되었으리다. 그럴 뿐이니라.


울어야할 자리엔 피가 감쌌고, 내 양심은 거름으로 쓰였소.


어찌 이리 고독할꼬, 생각해 보기도 했으리다. 허나 난 버티고 있소. 버텨여만 하오.


이런 가망없는 세상에서도 난 그대의 유대를 생각하며 의미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소.




저 편지 너머의 그곳엔 명예가 있던가? 알 도리 없소.


난 지금 내가 돈을 더 받고싶다 흥정했을 뿐인데 법정에 섰으리라. 억울할 뿐이오.


어찌 이리 냉정할꼬, 생각해 보기도 했으리다. 허나 난 버티고 있소. 버틸 뿐이오.


이런 양심없는 세상에서도 난 그대의 부를 생각하며 의미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소.




이 편지의 너머의 그대는 잘 지내고 있으리라 믿으리다. 그것 말곤 내용이 없소.


그대는 그대의 길을 실현할 수 있으리라, 믿고 이 편지를 보내겠소.


겨울에, 보시오. 굳-바이.


됨정고의의임에게